피아골의 폭포와 어울리는 단풍
지리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산으로 1967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내륙에서 제일 높다는 상징성과 유장한 능선과 함께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사시사철 찾는 등산객이 많다.
이런 지리산을 산을 좀 탄다면 대개 화대종주를 꿈꾸고, 그게 부담스럽다면 성대종주를 나서기도 한다.
나 또한 한때 성대종주라고 따라나선 적이 있으나 거리의 부담으로 마지막 구간에서 대원사가 아닌 새재로 하산했었다.
앞으로 화대종주는커녕 성대종주를 하기도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사실, 나이는 핑계일 뿐 지리산이 아니라도 가야 할 산이 많은 데다 설악산이나 월출산 같은 바위산에 더 마음이 끌린다.
지난 7년 동안 북한산만 250여 차례 다닌 것은 가깝다는 이유와 함께 북한산이 보여주는 암릉미도 한몫했다.
그간 성삼재와 천왕봉을 다닌 것과 엊그제 대원사로 내려온 산행 기록을 합치니 성삼재~대원사 코스를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간의 기록을 뒤져 계절은 다를지언정 성대 연결종주기를 따로 작성한다.
성삼재에서 한 시간 20여 분 올라오면 노고단 산장을 만난다.
성삼재를 이용할 경우 새벽 산행이 많아 노고단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아침 식사를 하게 된다.
노고단 정상은 하루 세 차례 인터넷 예약제로 개방한다.
1회차 05:00~08:30, 2회차 09:00~12:30, 3회차 13:00~16:30, 회차별로 640명 제한이다.
노고단은 예약도 안 했거니와 가려면 다른 지역은 거의 포기해야 하므로 이 돌탑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다.
성삼재에서 올라왔다면 입장 시각이나 계절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노고단을 지나 일출을 맞는다.
산에서 일출을 맞는다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특히, 천왕봉 등 정상에서 일출을 보면 더욱 의미있겠으나 이렇게 등산 도중에 보아도 좋다.
2012년 가을만 해도 반야봉 표지석은 이렇게 사각형의 팻말을 설치했으나 지금은 커다란 바위로 대체되었다.
나중에 갈 일이 있으면 그때 사진 교체하자.
삼도봉은 전라남북도와 경남 등 세 개 도의 경계를 이루는 꼭짓점이다.
반야봉보다 대략 200m 정도 낮은 지역으로 반야봉을 가장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세 지역의 경계에 맞게 설치된 삼각뿔의 황동 추의 윗부분이 노랗게 닳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손을 얹고 사진을 찍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연하천대피소를 지나 이 암봉에 부부 소나무가 다정하게 자리잡고 지나가는 길손의 안녕을 기원한다.
소나무는 작아 보여도 100년도 훨씬 넘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2011년 2월에 처음으로 지리산 산행에 나섰다.
쌍계사에서 삼신봉-세석산장-천왕봉-중봉-치밭복산장-새재로 하산하는 1무 1박 3일의 장거리 산행이었다.
말로만 듣던 지리산을 처음으로 산행하며 쌍계사에서 시작해 삼신봉을 오른 후 세석대피소에서 숙박했다.
낮엔 무난한 날씨였으나 오후 네 시 전후해 세석대피소에 올라오자 갑자기 추위가 엄습하는 바람에 초짜 산꾼인 난 무척이나 놀랬다.
그런 날씨 덕분이었을까?
다음날 안개 낀 지리산은 기막히게 아름다운 상고대가 열려 선계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다음 날 새벽 천왕봉으로 갈 때 밤새 얼어붙은 산속 공기가 날카롭게 폐부를 찌르며 들어온다.
산행을 하고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어릴 때 시골서 자라 아침에 세수하고 방문 고리를 잡아당길 때 손이 문고리에 쩍쩍 달라붙던 생각이 난다.
이 서슬 퍼렇게 얼어버린 바위를 보니 유난히도 춥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시늉뿐인눈은 내리고 그치길 반복한다.
이 나무를 휘감은 서리꽃은 이렇게 높은 지역이 아니면 좀체 보기 힘든 장관이다.
이때 함께 한 팀은 "산에가자" 산악회로 사진 속 주인공은 여로님, 비둘기님, 소나기님이다.
지금 산에가자 팀은 거의 활동은 안하기에 탈퇴했으나 당시 산행을 함께 했던 순간이 가끔은 그립게 떠오른다.
천왕봉을 가자면 대개 이 제석봉을 지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도벌을 숨기기 위한 방화로 울창했던 산림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로부터 70년이 다 되어서야 이제 겨우 숲의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방화의 흔적으로 겨우 밑둥만 남은 나무
한겨울이어도 지리산 천왕봉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받는다.
드디어 만난 지리산 천왕봉
왼쪽 솔담님과 오른쪽 차이님을 두고 중봉에서 한 컷
중봉에서 바라보는 2017년 10월의 어느날 치밭목대피소 방향으로 수놓은 단풍 모습
윗쪽은 어느새 낙엽마저 져 하얀 나뭇가지만 보인다.
지리산 고산지대엔 소나무 보다 구상나무가 더 많다.
구상나무는 소나무처럼 가지가 길지 않아 단아한 기품을 보인다.
이날 천왕봉에서 대원리로 하산할 때 이곳 치밭목대피소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 풍경을 만난다.
치밭목대피소 일대에서도 무제치기폭포는 숨겨진 보물이다.
다행히 3일 전 비가 내리는 바람에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로 폭포가 있음을 직감하고 이 폭포를 찾아냈다.
물론 5년 전 이곳을 다녀갔기에 이런 비경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오전내내 구름이 잔뜩낀 하늘도 이곳에 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른 하늘을 내보인다.
푸른 하늘과 여러 색깔의 단풍색이 잘 어울리는 날씨다.
지리산이 워낙 높다 보니 천왕봉엔 이미 단풍이 지고 써리봉을 지나 치밭목대피소에서 무제치기폭포까지가 단풍의 절정이었다.
다시 얼마간 내려오자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일주일이나 지나야 제대로 붉게 물들겠다.
그러니 뱀사골이나 피아골까지 단풍이 내려오자면 이달 말께나 되어야 제대로 볼 수 있겠다.
미국이나 중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커 사계절이 공존하는 나라라고 한다.
반나절이면 전국 어디든 다 갈 만큼 좁은 땅덩어리에 사는 우리로선 그런 대국이 매우 부럽다.
그런 와중에 산 하나에도 이렇게 단풍이 든 시기가 다르니 높은 산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2011년 2월 성대종주를 때 마지막 구간에서 새재로 내려가던 길의 대로대장의 뒷모습이다.
회원들의 먹거리와 편의를 위해 온전히 저 배낭의 무게를 다 이겨내며 산행을 감행하던 감동을 주는 모습이다.
내가 짊어졌던 40ℓ의 배낭에 16kg의 무게로 절절매던 데 비해 대로대장은 키를 훌쩍 뛰어넘는 배낭과 무게에도 끄떡없으니 진정한 거인이다.
언젠가 화엄사에서 지리산 정상에 올라갈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러나 1박으로 가능한 성대종주야 지금이라도 다시 할 수 있겠지만, 화대종주는 영 자신이 없다.
화대종주가 아니라면 굳이 화엄사를 들머리로 잡는 일정을 별로 보지 못 했으니 화엄사를 아예 못 갈지도 모른다.
지난주 대원사로 하산해 보니 유평탐방로를 지나 대원사로 가는 길의 아스팔트는 지루함의 극치였다.
다시 선택하라면 이젠 단연코 새재로 하산할 것이다.
성대종주나 화대종주를 더 이상 감행할 자신이 없어 지난 지리산의 구간별 산행에서 남아있는 사진으로 성대 연결종주기를 만들었다.
한때 혼자 서울의 불수사도북을 혼자 감행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다.
지금이야 돈을 준다고 해도 못 할 5산 종주이지만, 구간별로 세 등분하여 다시 종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 생각에 힌트를 얻어 지리산 성대 연결종주기를 작성하며 위안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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