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립공원 탐방/지리산

부처님 오신날 지리산 7암자 순례

by 즐풍 2019. 6. 27.

 

 

 

 

탐방일자 2017.5.3. 수(부처님 오신날) 03:41~12:00(탐방시간 8:20, 이동거리 15.5km  평균속도 2.3km)   날씨: 맑음

 

 

지리산 7암자 순례길은 도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솔담님은 벌써 너댓 번씩 다녀온걸까?

이번 부처님 오신날에도 솔담님이 7암자를 순례한다기에 함께 가보기로 한다.

벌써 날씨가 더워져 지난 주말 계룡산 종주할 때 식수 1.5리터로 부족해 2리터 수낭에 가득 채운다.

대략 순례길이 16km 정도에 8~9시간 정도 소요된다니 부족한 식수는 암자에서 보충하면 된다.

무박 산행이니 당연히 랜턴은 필수고 행동양식을 좀 더 마련한다.

장거리 트레킹이니 모처럼 트레킹용으로 설계된 잠발란 등산화를 신는다.

 

오늘 걷게 되는 일곱 암자 중에 일부 암자는 부처님 오신날에만 특별히 개방된다.

이런 기회를 놓칠리 없는 산악회에서 순례단을 모집하다보니 산악회마다 보통 버스 두 대는 기본이다.

그동안 내가 다니던 산악회만 하더라도 네 군데에서 왔으니 벌써 8대다.

그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왔으니 7암자 순례길은 가는 곳 마다 순례단으로 장사진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근 30~40여일 일정이라고 한다.

프랑스 국경에서 시작해 서부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대략 800km의 순례 코스를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고난의 길이다.

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지리산 7암자 순례길은 서울서 거리가 멀다보니 무박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108사찰 순례단이니 전국 사찰 순례단이니 하며 사찰만 몇 년씩 탐방에 나서는 불교 신자도 있다.

그들이야 종교 목적을 갖고 길을 떠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목적이 있겠지만, 오늘 탐방은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다.

 

 

지리산 칠암자 등산코스 

잠깐 딴 생각을 했나보다, 약수암과 칠상사 위치가 틀려 바로 잡는다. 

 

 

버스는 밤새도록 달려 새벽 3:35분에 도착해 3:41부터 순례길에 오른다.
한참을 돌고돌아 3.5km 지점에서 첫 번째 사찰인 도솔암을 만난다.
도솔암에 머무는 동안 산등성 위로 일출도 시작되고 여기까지 온다고 분주했던 발길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솔담님 안내로 도솔암 뒷모퉁이로 올라가 전망 좋은 장소에서 다시한번 일출도 바라보며 미리 영원사도 조망한다.

저 산 아래 영원사가 손에 잡일듯 보이지만, 2.2km의 급경사를 헐떡거리며 힘들게 가야 만나는 사찰이다. 

 

 

높은 산 속이라 살림은 단촐하다. 

장독대의 장단지 몇 개가 뒤집어진 걸 보면 겨우내 반찬으로 다 먹고 지금은 장류만 남은 모양이다. 

 

 

도솔암 법당 

 

 

도솔암에서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영원사에 도착한다.

영원사까지는 임도를 따라 차량 출입이 가능하기에 실상사 다음으로 큰 절이다.

 

 

영원사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능선, 날씨는 맑고 초목엔 싱그런 봄기운이 오른다. 

 

 

 

 

 

이곳에 마련된 탁자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려고 햇반에 물을 붓는데, 물이 다 식었다.

어젯밤 보온통이 전과 달리 뜨겁더니 망가져 열이 바깥으로 다 빠져나온 모양이다. 낭패다.

아침은 그냥저냥 대충 때우고 다시 다음 사찰로 이동한다. 

 

 

영원사에서 함참을 걸어 상무주암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이다.

좀 전에 저 암봉 오른쪽 옆으로 돌아올 때 바위 위로 진달래가 보기 좋았는데, 거리가 멀다보니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지리산의 한 봉우리에 삼정산 (三丁山 1,182m)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존재한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산 아래 마을인 하정·음정·양정을 합쳐 삼정(三丁)이라고 부르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자료에 따라 三亭山, 三政山 등 서로 다른 한자를 나타낸다. 마을 이름에서 따왔다면 三丁山이 맞겠다.

지리산은 동서남북 100리 길을 오로지 지리산으로만 통용되는 줄 알았는데, 그 깊은 산에 이렇게 삼정산이 숨어 있다.

그러나 이 삼정산도 여전히 지리산으로 통칭될 테니 비유하자면 머리에 난 새치 한 개에 지나지 않는다.   

 

 

상무주암에 도착했으나 제대로 사진을 찍을 공간이 안 나오는데다 역광이다. 

상무주암은 달리는 말에서 곁눈으로 스치듯 그냥 지나친다. 

 

 

상무주암 돌담 

 

 

 

 

 

나무는 어느 태풍에 쓰러졌으나 안간힘을 다해 가지가 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서고야 말았다. 

 

 

물맛이 좋고 주변 풍경과 조화가 멋진 문수암을 드디어 먼거리에서 만난다. 

 

 

도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금낭화 

얼레지는 너무 작아 담지 않았다. 

 

 

문수암 대웅전 

 

 

문수암은 산중턱에 있다보니 건너편으로 보이는 조망이 좋다. 

사계절 언제라도 이곳에서 자연의 변화를 지켜보는 풍경은 절경일텐네, 오늘은 잠깐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달마를 닮아 달마봉이라는데 눈과 코, 입의 모양이 뚜렷하다. 

 

문수암 석축과 오솔길 

 

 

이번엔 삼불암이다. 

 

 

삼불암 장독대로 도솔암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워낙 심심산골에 있다보니 이런 부처님 오신날처럼 큰일이 없으면 일부러 들릴 산객도 거의 없을테니 자급자족으로 생활을 꾸려가겠다. 

 

그래도 부처님 오신날이라고 산채비빔밥으로 공양을 한다.

솔담님은 밥 생각이 없다기에 혼자 산채비빔밥을 먹는데, 나물은 이른 봄에 채취했는지 연한게 잘 씹힌다.

전에 설악산 4암자 순례를 돌며 오세암에서 먹었던 점심공양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소박한 맛이다.

 

삼불사 산신각 

 

삼층석탑 

 

 

다시 먼길을 돌고돌아 약수암에 도착했다. 

삼불사도 임도를 따라 사찰 입구까지 차량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약수암이란 이름에 걸맞게 약수가 흔한 수돗물처럼 콸콸 쏟아진다. 아직 수낭에 물은 가득한데다 목이 마르지 않으니 먹지는 않는다. 

 

여러 층의 기단 위에 불당이 있다. 

대처에 있는 큰 사찰과 달리 법당마저도 몇 명 앉으면 비좁을 만큼 작은 사찰이라 더 애정을 갖고 보게 된다. 

햇볓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이라 포근한 느낌이 좋다. 

 

스님께서 수행하며 드실 채마밭엔 몇 가지 나물이 보이고 지금 막 씨를 뿌린듯 정리된 곳도 보인다. 

 

 

순례길의 마지막에서 만는는 실상사이다.

남원으로 나가는 지방도와 만나는 지점이라 차량통행이 가능한 곳이다.

 

지리산 자락 아래 외진 곳에 위치했으나 개울 건너 버스도 다니는 도로변이라 제법 규모가 있다.

대처는 아니어도 천왕문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실상사엔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제법 많은 인파가 모였다. 

 

 

 

 

 

이제 맛 시작되는 점심시간인데, 불자이든 아니든 방문한 사람들은 점심 공양을 받으려고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서 있다.

실상사의 밥맛을 보고 싶었으나 좀 전 삼불사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은데다 준비해온 요기거리가 있어 잠시 후 마을에서 먹기로 한다. 

 

 

 

 

극락전 

 

석장승 

실상사를 지키는 석장승은 원래 네 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홍수에 쓸려 유실되고 지금은 세 개만 남아 있다.

장승에 새긴 기록으로 보아 조선 영조 1년(1725)에 세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장승은 보통 남녀로 배치해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데, 이곳 장승은 모두 남자 형태다.

귀신을 쫒는 장승들의 표정이 험상스럽기는커녕 오히려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드디어 오랜 숙제로 남아 있던 지리산 칠암자 순례길을 솔담님과 함께 마친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한 번쯤 걸으며 사색하고 느끼는 시간이라면 좋겠다.

평상시엔 더러 출입금 금지된 암자도 있지만, 오늘만큼은 묵시적으로 출입이 풀리니 작고 아담해서 더 정감이 가는 순례길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