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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지리산

백무동으로 오른 지리산 천왕봉과 무제치기폭포의 단풍 비경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7.10.14. 토 04:25~14:31(이동거리 20.13km,  이동시간 10:07,  휴식시간 01:14,  평균속도 2.2km) 흐린 후 점차 맑아짐



참 오랜만에 오르는 지리산 천왕봉이다.

지리산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대부분 무박 산행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데다 산행 거리도 만만치 않다.

종주한다면 1백 리가 넘는 거리를 최소 이틀에 나누어야 하고, 가장 빠른 코스로 천왕봉만 오르내려도 예닐곱 시간 남짓 걸어야 한다.

계절별로 인기 코스가 따로 있어 가을엔 시차를 두고 천왕봉과 연하봉, 뱀사골과 피아골 주변의 단풍이 유명하다.

단풍이 아니라도 산악회에선 매주 지리산을 산행지로 선택할 정도니 부동의 대한민국 인기 명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뱀사골이나 피아골 단풍은 천왕봉 보다 다소 늦으니 먼저 천왕봉 단풍을 만나기 위해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솔담님과 함께 한다.

지리산은 설악산 보다 한참 남쪽에 치우쳐 있으나 워낙 고도가 높다 보니 천왕봉 단풍은 설악산 공룡능선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주 추석 연휴 때 공룡능선의 단풍은 조금 이른 감이 있었으니 이번 주 지리산 천왕봉 단풍은 절정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수요일 비가 내린 후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으니 그간 단풍은 더 곱고 진한 색으로 화장을 하며 우리를 반갑게 맞을 것이다.

올가을 단풍산행으로는 지난주 추석 명절을 이용한 설악산과 치악산에 이어 세 번째 산행이다.


지금까지 열 번의 지리산 산행 중 천왕봉은 종주를 포함해 겨우 세 번만 올랐다.

그중에 두 번은 대피소에서 숙박했고 한 번은 가장 짧은 코스인 중산리에서 올랐던 기억이 있다.

내가 지리산을 예찬하기엔 경험이 너무 부족하고 본색이 골산을 좋아하는 터라 기왕이면 설악산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그런데도 지리산 단풍을 보기 위해 천왕봉을 다시 오르긴 해야겠는데, 중산리 다음으로 짧은 코스인 백무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때마침 솔담님이 백무동으로 올라 대원사로 하산하자기에 기꺼이 지리산 단풍산행에 동참한다.



지리산 등산코스 



신사역에서 밤 10:30에 지리산으로 출발한 산악회 버스는 새벽 세 시에 성삼재에서 1차로 회원을 내려주고 백무동엔 45분 후에 도착했다. 

불 켜진 작은 매점에서 자고 있는 주인을 깨워 컵라면 하나씩 먹고 도솔님은 한신계곡으로, 난 솔담님과 함께 소지봉능선을 따라 장터목으로 오른다.

컵라면을 먹는다고 제일 늦게 출발했지만, 쉼 없이 오르는 솔달님을 따르니 여러 산악회 회원들을 대부분 따돌리게 된다.

오르는 동안 동쪽 하늘에 붉게 여명이 시작되는 걸 볼 수 있으나 구름이 많아 일출은 보지 못했다. 



산행을 시작한 지 두 시간 55분만인 07:20에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조리장에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대피소에 들어가 10여 분 누워 휴식을 취하고 나온다.

어제 이곳에서 숙박한듯한 초등생도 몇 명 보이니 어린 자식들에게 지리산 천왕봉과 단풍을 보여주려는 부모의 극진한 마음이 보인다.

제법 등산복을 갖추었고 등산화까지 준비한 어린 학생들은 일찌감치 남들과 다른 지리산의 추억을 가슴에 간직할 수 있겠다.


구름이 많아 아직 새벽 분위기가 나는 주변의 풍경을 담아본다.

날이 맑기를 기대해보지만, 쉽사리 벗겨질 하늘이 아니다. 



지리산만으로도 모자리 끊임없이 이어진 산은 온세상 모두가 산인듯 싶게 만든다. 



잠시 휴식을 취했던 장터목대피소

백무동 인근의 상인과 중산리 인근의 상인들이 각자 물물교환할 짐보따리를 싸들고 이곳에서 난장을 벌였을 장터목이다.

당연히 등산화는 없었을 테니 짚신 몇 개 허리춤에 꿰차고 늑대와 호랑이 울음소리 들어가며 이곳까지 올라와 장을 봤겠다.

대피소 대신 허름한 초막이 자리잡고 그런 장돌뱅이 상대로 물에 탄 막걸리와 허름한 음식도 투정없이 먹으며 고마워했을 서민들의 풍경이 눈에 잡힌다.




제석봉 고사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무상의 세월을 말하는 이 고사목 군락지에 얽힌 내력을 알아보자.

1950년대에 이곳은 숲이 울창하여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로 숲이 우거진 곳이었다. 

이곳을 도벌한 도벌꾼들이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 제석봉에 불을 질러 지금처럼 드문드문 고사목이 보인다.

얼빠진 도벌꾼의 탐욕과 어리석은 행동으로 지금까지 이런 부끄러운 자취를 남기고 있다. (안내문 편집)

                                                                                                 
안내문엔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이라고 쓰여 있지만, 큰 주목은 적어도 몇 백 년은 산다.
더구나 이런 고산지대의 나무는 워낙 마디게 자라 우리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와 생장 속도가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가 무슨 근거로 백년으로 한정했는지 모르나 일반에 회자되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으로 바꿔놓았다. 




제석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왕봉 방향이다.

장터목대피소를 지나 이 제석봉까지 오르면 이미 천왕봉은 손에 잡힐듯 보이니 고단함은 가시고 새로운 힘이 솟는다. 



울창했던 숲이 방화로 일순간 잿더미가 된 이후에 심은 구상나무가 어느새 제법 컸다.

등산로로만 통행하며 생태복원을 했다고 해도 드문드문한 구상나무 사이엔 여전히 잡풀만 자라니 온전한 형태로 복원될 때가지 또 얼마나 세월이 필요할까?



어느 산 보다 많은 구상나무를 만날 수 있는 지리산이다.

소나무와는 또 다른 정취를 보여주는 구상나무가 특별해 보인다. 






이제 마지막 봉우리만 올라가면 지리산 천왕봉이 펼쳐질 것이다.

지금 막 돌아온 능선은 암봉이 가로막아 허릿길을 돌고돌아 지나오게 되었다. 



지리산 천왕봉은 이렇게 통천문이 가로막아 나약한 인감임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왼쪽 바위에 통천문(通天門)이라고 한자로 각인되어 있으나 처음엔 도천문(道天門)으로 잘못 읽었다.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으로 오르는 막바지 고개다. 



딱 요 작은 바위만 지나면 드디어 천왕봉을 만나게 되니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이 지리산 천왕봉을 만나기 위해 밤새 달려 새벽부터 백무동으로 올라왔다.

새벽에 올라왔기에 천왕봉엔 아직 등산객으로 붐빌 정도도 사람이 많지는 않다. 



지리산은 몇 번 되지 않는 경험으로 올 때마다 새로움을 느낀다.

내가 온다고 표지석 글자에 먹물도 새로 입혀 글자가 선명하니 좋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면 20대 젊은이인데도 꿈적을 못하고 저 돌바닥에 내가 떠날 때까지 누워있다.

일어나 사방을 조망하며 지리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꿈적하기도 싫은 모양이다.


지상에선 대통령을 정점으로 정부조직법에서 정한 수많은 사람들이 높고 낮음을 다툰다.

그러나 한라산을 뺀 남한에선 지리산이 제일 높은데, 그 정상에 내가 서있다.

정상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잠시나마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음을 느낀다.

천왕봉에 있는 동안 천상천하유아독존을 느끼는 순간이다.



지리산은 유장한 장엄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끊임없이 펼쳐진 부드러운 능선은 끊어질 듯 끝모르게 이어진다.

그런 와중에 천왕봉엔 잠깐 암봉이 펼쳐져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봉우리 높이가 변하지 않으니 영원히 우리네 가슴에 남을 것이다. 



왼쪽 능선 아래로 중산동으로 내려가는 계곡이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동서로 길게 펼쳐진 주능선(25.5km)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의 3대 주봉을 연결하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탐방로이다.

지리산 종주능선에서는 천왕봉 일출, 반야봉 낙조, 노고단 운해 등 아름다운 경관자원을 비롯해 반달사슴곰 등 야생 동·식물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야생동물과 수려한 자연경관, 유구한 문화유적 등을 온전히 보전함으로써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문화유산을 지켜가자.

                                                                                                                                       (안내문 편집) 



올라온 제석봉 방향은 멀리 노고단에 이르는 긴 종주능선을 갖고 있다. 



천왕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길에 중산리 법계사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의 등산객들을 만난다.  



바라보이는 저 중봉을 넘어 치밭목대피소를 지나 유평리로 빠져 대원사로 하산할 예정이다. 



중봉과 이어진 능선을 바라보며... 



중봉으로 내려가며 다시 올려다 보는 천왕봉 방향 



드디어 중봉에 올라서서 천왕봉을 바라본다.

등산을 시작한 지 꼭 다섯 시간 10분 밖에 안 걸렸지만, 갈길이 멀다보니 쉬지 않고 걸어 피로가 제법 쌓인다. 



중봉에 올라섰는데 제법 사람들 얘기 소리가 들려 내려갈 때 보니 예닐곱 명이 등산로가 유실되지 않게 큰 돌로 차곡차곡 쌓고 있다.

우리가 등산할 땐 그냥 생각 없이 밟고 지나가는 바윗돌도 그들의 노력이 없으면 안 되는 땀과 고단함이 배어 있다.

물론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하며 착실히 낸 세금으로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산에선 또 등산객의 안전과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이런 작업이 펼쳐지고 있으니 불만 없이 세금을 내야겠다.  



가운데 큰 줄기의 능선에서 우린 바로 좌측으로 꺽어진 치밭목대치소 방향으로 방향을 틀 것이다.

능선 위쪽은 제법 단풍이 물들었지만 흐린 날씨로 단풍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이곳도 눈으로 보면 단풍 색깔이 제법 예쁜데 역광인게 아쉽다. 



좀 전까지도 흐렸던 하늘은 일순간 마법이라도 걸린 듯 구름은 사라지고 유난히 푸른 하늘이 돋보인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참 좋았을 걸 산행이 종반으로 접어들 때 비로소 하늘이 열리니 참 얄궂은 날씨다. 

중간중간 단풍든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성질 빠른 나무는 벌써 낙엽마저 떨어져 나무줄기만 하얗게 보이기도 한다. 



지리산 천왕봉 일대의 단풍은 이미 끝나고 이제 1,700m 지점으로 단풍의 불길이 붙기 시작한다. 

오른쪽 능선 가운데 흰 지점에 치밭목대피소가 있다. 



지리산의 제법 높은 곳엔 어느 곳이든 파랗게 보이는 대부분의 나무는 소나무인듯 아닌듯 비슷해 보이는 구상나무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방금 내려온 중봉이다. 






제법 정다워 보이는 부부 구상나무 



제법 멀리 천왕봉과 중봉이 보이니 이제 하산길에 접어든지도 제법 되는 모양이다. 

정상 부근엔 더 이상 단풍이 보이지 않으니 벌써 낙엽이 진 것이며 아래쪽으로 드문드문 단풍이 보인다. 



써리봉에 오르자 쌍둥이 봉우리인 건너편 써리봉에 새재에서 오르는 부부 등산객을 만난다.

써리봉은 높지 않으나 두개의 쌍봉으로 된 독특한 봉우리로 사방을 조망하기 딱 좋은 곳이다.



써리봉에서 바라보는 치밭목대피소와 일대의 단풍든 풍경이다.

천왕봉을 불태운 단풍은 아래로 급격히 번지며 1,602m의 써리봉 일대를 달구고 있다.

사진처럼 절반 정도 물든 단풍이 점점 아래로 치달으며 지리산 전체를 단풍으로 치장할 모양세다. 



같은 위치에서 보는 건너편 능선은 치밭목 일대와 달리 이제 드문드문 단풍색이 오르는 모습이다.

음지냐 양지냐에 따라 단풍색이 이렇게 다르니 햇볕의 힘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다. 



써리봉에서 44분 만이고 백무동에서는 6시간 28분 만에 치밭목대피소에 도착했다. 

5년 만에 도착한 치밭목대피소는 새롭지만 아담하게 새로 지은 건물이 보기 좋다. 

좀 전까지만 해도 잔뜩 구름 낀 하늘이 좀 전부터 갑자기 파란 하늘을 드러내며 가을 하늘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점심 요기를 하며 휴식을 한다. 


그런데 누군가 선글라스를 식탁에 두고 갔고 스틱은 식탁을 에워싼 담장에 두고 갔다.

나중에 누군가 선글라스를 주워가고 스틱만 남아있어 공단직원에게 인계하고 자리를 뜬다.



치밭목대피소 사무실 유리창에 붙은 버스시간표로 참고가 되면 좋겠다. 






치밭목대피소에서 약 700m 정도 내려왔을 때 왼쪽으로 출입금지 팻말이 붙었다.

이때 물소리가 거칠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근방에 무제치기폭포가 있다는 걸 직감으로 알아챈다.

솔담님에게 폭포를 보러 내려가자고 하니 많이 내려가야 하냐며 묻는데, 지금 폭포 소리가 들리니 얼마 안 내려가도 된다고 했다.

금지선을 넘어 약 5m 정도 진행하니 조망하기 딱 좋은 큰 바위가 있는데, 안전시설이 없는 이 곳에서 추락이 염려되어 출입금지를 시킨 것이다.


전에 왔을 땐 이 바위를 모르고 제법 한참을 내려가 무제치기폭포를 본 기억이 있다.

오늘은 무제치기폭포 전망바위를 만나 힘들이지 않고 예쁜 단풍과 어우러지는 폭포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그제 수요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려 적당한 폭포의 위용과 멋진 단풍이 이번 지리산 탐방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전에 무제치기폭포를 봤던 기억으로 물소리를 놓치지 않고 폭포가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아낸 덕분이다.




무제치기폭포 전망바위에서 올려다보는 건너편 능선의 단풍든 풍경 



지리산 단풍의 비경을 이 무제치기폭포 전망대에서 원없이 본다.

천왕봉에 올랐다면 지리산 어느 곳으로 하산해도 중간에 단풍 지대를 지나겠지만 무제치기폭포를 중심에 둔 단풍이 오늘의 지리산 하일라이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하나로 지리산에서 흘린 땀과 노력의 보상을 일시에 다 받는 셈이다. 



어느 지점에 이르자 이제야 단풍이 들기 시작하니 지리산이 자랑하는 피아골이나 뱀사골 단풍은 1~2주 정도 더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겠다. 



다시 고도를 낮추자 이젠 온통 푸른색 나뭇잎이다.

산 하나에 푸른 숲과 단풍지대를 지나 정상엔 이미 낙엽이 졌으니 높은 산임을 알겠다.

이렇게 지리산은 고도를 달리하며 근 한 달 동안 지역별 단풍 명소를 만들며 전국의 상풍객을 끌어모은다. 


화대종주 또는 성대종주를 감행하는 등산객이 아직도 제법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종주는 극한체험이므로 대부분은 부분 산행에 그치기에 이쪽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대원사 방향엔 잡풀과 조릿대가 왕성해 사람 키만큼 높이 자란 곳도 많다.


그래도 이런 가을엔 이 등로에 있는 무제치기폭포와 어우러진 잘 익은 단풍을 본다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을 느낀다.

그리곤 다시 숲의 적막에 빠져들긴 하지만, 그 길이 지루하고 멀게 느껴진다면 한 시간 빨리 지리산을 벗어날 새재로 내려가도 좋다.

이번에 대원사로 하산했으니 전에 올라왔던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편집해 성(삼재)(원사) 연결 종주기를 작성해야겠다. 




유평탐방로가 있는 이곳은 경남 산청군이다.

산청은 곶감과 산약초, 사과 등이 주산물로 하산하는 동안 참 많은 나무에 단감이 주렁주렁 열린 걸 볼 수 있다. 



유평탐방로는 무제치기폭포와 치밭목대피소, 써리봉, 중봉을 거쳐 천왕봉까지 이르는 긴 코스를 연결하는 첫머리이다.

이제 이 유평탐방로를 통과함으로써 산행을 끝내고 대원사를 거쳐 버스정유장까지 길고 긴 도로를 따라 지루한 여정이 시작된다. 



유평리까지 하산했으나 버스를 타기 위해 대원사를 지나 정류소까지 3.5km를 걸어야 한다. 

평지에선 시간당 약 4.5km의 속도로 걷는데, 이곳은 하산길인데도 한 시간 17분이나 걸렸다.

아, 중간에 쉬며 간식을 먹어 시간을 좀 뺏기긴 했다.

길은 지루하고 길어 다신 이곳으로 못 내려오겠단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려오며 빠르게 걸으면 14:30 발 버스를 탈 수 있겠단 생각에 속보를 걷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포기하고 만다.


대원사엔 방장산 대원사란 편액이 걸렸다.

지리산을 깔고 앉은 대원사 뒷산이 방장산이란 걸까?

시간을 내 대원사를 구경해도 좋겠지만 버스정류장까지 가기 바쁘니 대원사는 지나가며 보는 정도로 그치고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지리산국립공원 삼장분소앞에 도착하자 건너편에 버스정류장에 진주로 가는 직행 버스가 정차되어 있는 게 보인다.

막상 버스가 정차한 게 보여 냅다 뛴 덕분에 가까스로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덕산삼거리에서 하차한 후 점심을 먹으며 식당 서빙에게 목욕탕이 있냐고 물어보니 시장에 목욕탕이 있다고 알려준다.

대도시엔 아파트가 많아 목욕탕은 찾기 힘들고 대신 24시 찜질방이 많은 데 이곳 산청엔 민가가 많다 보니 목욕탕이 남아있다.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나오니 이곳 주민이 이곳에도 이제 24시간 목욕탕이 생긴다고 하는데 찜질방일 거란 생각이 든다. 




목욕탕에서 시원하게 몸을 씻고 탕을 나올 때까진 기분이 좋았다.

하산하고 남은 세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내고 산악회 버스가 출발한다는 17:30에 맞춰 약속장소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산이 높다 보니 벌써 해는 지고 바람이 을씨년스러운게 옷을 두 겹 걸쳐도 춥다.

17:40분경 버스가 제대로 오고 있는지 대장에게 전화를 거니 중산리를 출발했다고 알려준다.

버스가 덕산에 도착할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전화를 하니 받지 않아 한참을 기다린 후 솔담님이 다시 전화를 하니 산청휴게소에 있다고 한다.

망할 놈의 대장이 술 먹고 정신이 해롱거려 기사에게 우리 위치를 말하지 않아 고속도로로 올라탄 것이다.


버스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우리는 낙동강 오리 알처럼 버려졌다.

산수산악회와 ㅁㅊ대장은 우리를 이렇게 배신하고 떠나버린 것이다.

결국, 택시로 안진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여 진주에서 출발하는 서울 남부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로 상경했다.

서울에서 일산으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본 솔담님이 3호선 지하철이 10:45이 양재역에서 막차라며 탈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걱정한다.

다행히 10:30을 조금 넘긴 시간에 남부터미널에 도착하자 곧바로 뛰어서 양재역에 들어가 막차를 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

이제 산수산악회에서 당한 어처구니없는 이 사태를 100배로 갚아줘야 하는 데 그러자면 산악회가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다.




뭐 그건 나중 일이고,

지난 주 설악산에 이어 이번 지리산 산행까지 기획한 솔담님과 함께 한 도솔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