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3. 토 11:33~18:40(전체 거리 18km, 전체 시간 07:07, 휴식시간 37분, 평균 속도 2.6/h, 시작고도 611m 최고고도 1,654m) 흐리고 안개 많음
어느 산악회에서 금요 무박으로 기백산-금원산-거망산-황석산 25km에 나왔길래 가려고 했더니 성원 미달로 불발됐다.
다음으로 눈을 돌린데가 지리산 거림-길상암-도장골-와룡폭포-촛대봉골합류-시루봉-청학굴-촛대봉남릉-깨진바위-
청학연못-촛대봉-세석-영신봉-남부능선-음양수-1254봉-한벗샘-자빠진골-거림골까지 약15.5km의 산행지가 보인다.
대기 두번 째로 등록했으나 수요일까지 취소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목요일 오전 마침내 두 명이 취소하여 겨우 산행에 참석하게 된다.
산악회에서 진행하는 지리산 코스 대부분은 주능선 횡단이거나 천왕봉 최단코스, 여름철엔 일부 계곡 산행이 진행된다.
처음 지리산을 탈 때 쌍계사에서 삼신봉을 잡아타고 세석대피소에서 천왕봉을 거쳐 대원리 조개골로 하산했다.
지리산 입문할 땐 한겨울이었는데, 이번엔 한여름이라 보는 풍경은 사못 다른 원점회귀 산행이다.
지리산 청학연못 영신대 코스
산악회에서 나온 산행 안내도
평소와 달리 산악회 버스 탈 곳이 서초구민회관 앞이라 일찍 나온다고 했는데, 눈앞에서 M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10분 기다려 다음 버스를 탔으나 교통사고가 났는지 성산대교를 지나며 거북이 걸음이다.
이렇게 가다간 산악회버스를 놓치겠단 생각이다.
아니나 다를까, 양재역에서 강남역까지 한 번에 가는 신분당선을 기다리는데, 어디냐고 전화가 온다.
한 정거장 전이라니까 얼릉 오라고 한다.
전철도 방금 전 출발한 상태라 8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갈길 바쁜 산악회에선 다시 전화를 한다.
결국, 10분 늦게 도착하니 대장이 이런날 늦었다고 한 마디 한다.
거듭 죄송하다며 자리에 앉았다.
오늘 산행하는 거리와 시간이면 대부분 무박 산행을 진행할 텐데,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산행이라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런 황금같은 시간을 내가 10분이나 잡아먹었으니 매우 미안했다.
11:33분부터 산행을 시작해 비탐지역인 도장골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입구에서 제지당해 거림골로 오른다.
여섯 명이 선두가 되어 치고 나가는데, 얼마나 걸음이 빠른지 도통 거리를 좁힐 수 없다.
4km 지난 지점에서 식사를 마칠 때 뒤에 온 팀이 따라붙을 때 우린 자리에서 일어나 진행한다.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서 6.4km 지점을 두 시간 10분만에 도착에 후미가 다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다.
모두 도착하자 200여 m 정도 오른 뒤 청학연못으로 진행한다.
길은 없다.
대장은 그동안 다닌 직감과 스마트폰에 보이는 지도에 의지해 길을 낸다.
50여 분을 좌충우돌한 끝에 청학연못에 도착했다.
해발 1,530m 고도에 연못이 있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청학연못은 신비롭게도 안개에 쌓여 제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는다.
반 바퀴 돌자 천왕할미가 진법속에 가뒀던 청학연못도 어느새 진법이 풀렸는지 말끔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연못이다.
대장은 이 연못을 꼭 보여주고 싶어 도장골을 포기하고 정규탐방로에서 50여 분 길 없는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누구는 이 연못을 약 150여 년 전에 구축한 것이라 하고,
어느 기록엔 고려시대 때부터 세상에 알려졌다고 하는 데, 사실 여부야 어떻든 청학연못이 오늘도 여전히 이곳에 존재한다.
연못 앞은 광활한 지리산 평원이 자리 잡고, 뒤엔 이렇게 큰 바위가 막아선 천혜의 비경이다.
앞뒤 모두 숲으로 꽉 막힌 곳이지만, 소문과 소문이 꼬리를 물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이다.
이 바위를 오를 때 너무 가팔라 좀 긴장했으나 워낙 웅툴붕툴해 내려올 때도 어렵지 않게 내려왔다.
거의 찾는 사람이 없어 바위면이 그대로 살아있다.
바위 위에서 둘러본 지리산은 여전히 안개속인데, 희안하게 청학연못은 우리에게 비경을 열어준다.
마지막으로 청학연못을 일별 후 다시 원위치하여 세석대피소 방향을 길을 낸다.
촛대봉으로 오를 생각이었으나 공단직원이 지킨다기에 오던 길을 되돌아 가는 것이다.
세석대피소를 뒤로 돌아 영신봉으로 방향을 튼다.
맨날 다니던 등로에서 200여 m를 오르면 실제 영신봉이 나타난다.
지리산은 그리 많이 다닌 건 아니나 그래도 이 영신봉 앞을 지나 세석대피소로 몇 번이고 지나갔는데, 오늘 처음으로 영신봉에 올랐다.
언제나 발품을 팔아야 남들 못 보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한동안 영신대에서 각자 사진 찍고 풍경을 조망한다.
잠시 먼 곳을 조망할라치면 이렇게 안개에 막혀 더 이상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영신봉을 내려와 남부능선을 타려는데, 대장이 영신대를 안 볼거냐며 가는 길을 알려준다.
가는 거리 약 400m에 고도 차이가 150여 m라기에 숲을 뚫고 다녀오기 귀찮아 포기한다.
오늘 아니면 더 이상 갈 기회가 없음을 알지만, 날은 더운데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렸기에 피로가 쌓여 갈 맘이 없어진다.
지리산에서 제일 기운이 쎈 곳이라는데, 안 가니 아쉽긴 하다.
저 숲을 파고들어야 영신대로 갈 수 있는데. 이 귀찮음이라니...
영신대를 안 간 회원들끼지 먼저 하산한다.
잠깐 쉴 때 잣 열매를 눈 앞에서 보긴 처음이다.
창불대
이곳 역시 기가 쎈 곳이다.
지리산은 소나무 보다 구상나무가 더 반긴다.
지리산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잇는 나무지만, 이 산문만 벗어나면 보기 더 이상 힘든 나무다.
솔담님이 좋아할 품세를 지녔다.
보기 좋은 구상나무 몇 그루
소나무는 전국 도처에서 볼 수 있으나 구상나무는 지리산처럼 크고 높은 산이 아니면 좀체 만나기 힘들다.
그러니 더 애정이 가는 침엽수림이다.
다시 한 번 창신대에 눈길 주고 떠난다.
구상나무 열매
드넓은 평원
키 큰 나무가 거의 없는 걸로 보아 예전엔 화전을 일구었겠단 생각이 든다.
화전민이 떠난 이후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겠단 생각은 하산하며 얼마 뒤 돌 절구로 쓰이던 돌확을 보며 생각은 굳어진다.
기도터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음양수 샘물이다.
설악산은 샘물 만나기가 어려워 식수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지만, 지리산은 이런 샘물이 도처에 많아 다행이다.
남부능선을 다 타고 내려가기엔 시간이 별로 없다.
하여 음양수를 조금 지나 왼쪽 계곡으로 내려가 오전에 올라오던 거림골로 합류할 생각에 소로로 접어들었다.
얼마큼 내려가다 길을 놓쳐 결국 숲을 뚫어야 했다.
다들 산악 베테랑이라 남여 할 거 없이 알아서 잘 간다.
오늘 산행한 거리 정도라면 무박산행을 진행할 판인데 이 산악회는 워낙 걸음이 빨라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나나 그들이나 다 대단하다.
예전에 곡식 빻을 때 사용하던 돌절구인 돌확이다.
깊은 산속에 이런 돌확을 만나면 어려웠던 시절 농토라곤 한뼘도 없던 농민이 이런 데 들어와 화전을 일구던 흔적이다.
숲을 뚫고 지나가다 걸린 작은 폭포
내려올 때가 거의 오후 다섯 시가 다 된 무렵인데, 이제사 올라가는 사람이 보인다.
오늘 세석대피소에서 자고 내일 마저 산행할 사람이다.
우리가 올라갈 때 산행 끝내고 내려가던 사람이 부르던 노랫말
"이제 가면 언제 오나~" 하며 상여꾼이 부르던 노래로 우릴 약올리던 노래가 귓전에 맴돈다.
일곱 시간 7분만에 18km 거리의 산행을 끝냈다.
지리산 수많은 골과 능선을 다 보려면 지리산에 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중 오늘 청학연못과 영신봉, 창불대와 음양수를 봤다.
당초 계획대로 도장골로 올라갔다면 더 많은 풍경을 봤겠지만, 산행을 무사히 끝낸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설악산이라면 위험 구간이 많아 걸음이 지체돼 감수하겠으나 진행이 너무 빨라 지산산을 함께하기엔 너무 힘들다.
전국 비경을 찾아가는 몇 안 되는 좋은 산악회인데, 자주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산행 끝내고 귀가하니 날짜가 바뀌어 00: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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