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삼재와 피아골 단풍축제

 

 

 

산행일자 2015.10.24. 12:00-17:20(다섯 시간 20분 산행)         날씨: 흐리고 안개 많고 이슬비까지 내림

 

 

설악산부터 내려온 단풍은 어느새 지리산까지 내려갔다. 아니 지리산 단풍은 거의 설악산 단풍과 함께한다. 설악산 대청봉

단풍이 필 때, 지리산 천왕봉 부근의 단풍도 거의 같은 시기에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다만, 설악산보다 남쪽에 있으니 산

아래까지 내려오는데 더 많은 시간이 더 걸릴 뿐이다. 오늘, 그 지리산의 단풍 명소 중 하나인 피아골 단풍을 보러 가는 날이다.

 

어제 일기예보만 하더라도 오늘 비 예보가 없었는데, 현관문을 나서니 많은 비는 아니지만,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잠깐 우비를 가지러 갈까 말까 하다 지리산엔 비가 없다는 예보만 믿고 그냥 산악회 버스를 타러 간다. 아침 일곱 시에 탄

버스는 성산대교를 지나면서부터 길이 막힌다. 안개와 비, 그리고 단풍을 보러 가는 차들로 도로는 꽉 막힌다. 그러거나 말거나

잠깐씩 졸다 봐도 여전히 길이 막힌다. 결국, 갈 때 여섯 시간, 올 때 다섯 시간이란 긴 시간을 버스에 갇혀야 했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지리산 경계에 접어들며 뱀사골을 지날 때 계곡의 단풍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주차장을 다 채운

차량들은 도로까지 기어 나와 한참을 끝없이 길을 따라 주차되어 있다. 산골이라 좁은 도로를 따라 주차된 차량을 피해 교행이

라도 할라치면 서로 힘들다. 어지럽도록 꼬불꼬불한 길은 근 한 시간이나 돌고 돌아 성삼재에 닿을 무렵엔 멀미로 어지럽고

등줄기엔 막 땀이 날 지경이다. 그즈음에 성삼재에 도착했지만, 버스는 주차공간이 없어 회원들만 내려주고 도로변에 어지럽

게 주차된 차들을 피해 뱀사골 입구에 겨우 도착했다고 나중에 알려준다. 

 

 

12시부터 산행을 시작해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점심을 먹고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애초 약 여섯 시간 일정을 잡았으나 너무 늦게 도착한 까닭에 하산 시간을 다섯 시 반까지 앞당기는 바람에 산행이 바빠진다. 

 

지리산은 유장한 능선을 바라보는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안개가 끼어 코앞도 보기 힘드니 산행이 영 재미가 없다.

 

 

 

올핸 가뭄이 너무 극심하다보니 단풍도 메말라 볼품이 없는 게 아쉽다.

 

 

 

 

 

 

 

피아골산장 앞에 있는 단풍은 아직 계절이 빠르다. 이 산장까지 내려와 잠깐 쉬고 있는데, 이슬비로 내리던 비가 갑자기 조금 더 굵어진다.

우비를 챙기지 않았으니 그 비를 다 맞지,만 옷 속까지 파고들지 않으니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참나무 잎은 눈처럼 바위에 내려앉아 바람만 불면 계곡으로 굴러 떨어지니 새순이 돋고 시간이 지나 낙엽으로 떨어지는 윤회를 거듭한다.

 

 

 

여섯 시간을 꼼짝없이 차에 시달리며 잔뜩 기대하고 온 피아골 단풍이 이렇다니 말도 안 된다.

단풍 상태로 보아 일주일 정도 빠른 셈이다. 다음 주말 날씨만 좋다면 제대로 된 단풍을 볼 수 있겠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 조선 중기에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은 피아골 단풍의 화려한 풍광에 감탄해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극찬과 함께 그 유명한 <삼홍소(三紅沼)>라는 시

를 남겼다. 그때 풍경과 지금의 풍경은 전쟁 등으로 다소 변화가 있겠지만, 단풍지로는 여전히 사랑받는 곳이다. 

피아골은 지리산의 뱀사골과 더불어 수려한 단풍 경관을 자랑해 지리산 10경에 꼽히는 곳이다.

성삼재에서 시작해 계곡을 따라 피아골로 하산하는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해 여유있는 단풍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오~! 오늘 단풍 산행 중 가장 멋진 풍경이다.

 

 

 

 

 

많은 구간을 개울을 따라 걸었다. 앞서 가던 분이 수면 위를 가득 덮은 낙엽을 휘저은 다음 단풍나무를 꺽어

이렇게 연출한 후 사진을 찍는다. 덕분에 나도 그 분을 따라 운치있는 사진 한 장 얻어본다.

 

그 유명하다는 지리산 피아골 단풍을 아쉬움만 남긴 채 다음을 기약하며 하산길에 연곡사를 들려본다.

 

 

 

 

 

 

 

 

연곡사는 목하 국화축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