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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월악산

황장산 촛대바위와 감투봉

by 즐풍 2019. 6. 27.

 

 

 

 

2017.9.30.토 10:29~15:42(전체 시간 05:13,  전체 거리 8.63km,  휴식 49분,  평속도 1.9km)  오전 흐리고 오후에 풀림 

 

 

추석 명절에 다녀오기 좋은 산으로 경북 문경에 있는 황장산이 나왔다.

황장산은 31년만인 2016.5.1.에 개방되었으나 유감스럽게도 비경인 수리봉, 낙타바위 촛대바위 구간은 제외되었다.

안전시설을 설치한 후 전 구간을 개방하면 좋았을 걸 알맹이는 빼고 껍데기만 개방해 산객들의 실망감이 크다.

추석 명절에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혼자라도 이 비경지를 열고 다녀올 생각으로 산행을 신청했다.

 

평소라면 출발지까지 M버스를 이용하겠으나 귀성 첫날의 교통체증을 염려하여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한다.

그런데 어제저녁 뉴스를 보니 열흘이나 되는 초유의 가장 긴 추석 명절로 고속도로엔 거의 차가 밀리지 않는다.

산악회 버스는 보통 7:10 출발인데, 황장산이 있는 문경만 해도 가까운지 7:30분 출발이라는 걸 늦게 알았다.

그래도 교통 사정이 어떨지 몰라 좀 더 일찍 나왔더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차가 잘 빠져 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

 

 

일본에서는 특정 관심사에 빠져 다른 사람과 교류를 거부하고 혼자만의 세계를 즐기는 사람을 '오타쿠'라고 한다.

오타쿠는 한때 사회 부적응자를 가르키는 의미로 받아들일 만큼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한 가지 일에 남다른 열정으로 빠져들어 자기만의 어떤 경지에 이른 도통한 사람을 말한다.

이를 한국식으로 바꾼 말이 요즘 유행하는 '오덕후'이다.

 

어느덧 산행 세계에 빠져든 지 8년이나 되었으니 이젠 제법 이 세계에서 나름대로 일가견을 갖고 있다.

그동안 정리한 포스팅도 700개를 넘다보니 카페 산악회에서 산행 공지를 할 때 종종 내 블로그를 스크랩해 안내한다.

그렇다면 이제 나도 추종자에서 어느새 리더로서의 위치에 올라섰다고 볼 수도 있다.

산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더 좋아하고 즐기고 있으니 이제 '산덕후'로서 그 깊이를 더해 갈 것이다.

 

 

황장산 촛대바위 등산코스

 

 

오랜만에 도솔님과 함께 산행하게 됐다.

도솔님은 삼거리에서 내려 촛대바위로 오르기로 했고, 난 회원들과 함께 안신다리 주차장에서 내렸다.

보통은 산태골을 등산 또는 하산 코스로 잡지만 도솔님이 알려준 700봉으로 오르기 위해 일행과 떨어졌다.

그런데 들머리를 알 수 없어 능선의 위치를 보고 적당히 찾아서 올라가니 이렇게 오미자 농장과 사과밭을 지나게 된다.

 

문경은 오미자 생산량이 전국 40%나 될 정도로 많이 차지하고 사과 생산량도 많아 사과 축제가 열기도 한다. 

 

 

과수원을 지나 계곡으로 오르며 왼쪽으로 올라가야 제대로 된 700봉으로 가는 길인 데, 길이 없어 우회한다.

결국 다른 지능선을 탄 후 빙돌아 700봉을 만나지만 바로 올라가지 않고 옆으로 우회하여 제대로 된 코스를 잡아탄다.

이쪽엔 국유림을 임대 받아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곳인 데다 위험하여 입산금지 구역이다.

 

올라가야 할 능선은 저렇게 커다란 암봉이 버티고 있는 저 암봉 가운데 봉우리가 바로 감투봉이다. 

여기서 보면 세 봉우리가 거의 붙어 있는듯 보여도 왼쪽 거대한 암봉과 감투봉 사이는 제법 거리가 있다.  



좀 전에 보았던 거대한 암봉 가까이에 도착했다. 

 

 

 

 

 

뒤돌아 본 700봉이다.

저 봉우리 뒤에서 올라오는 길을 몰라 왼쪽 능선을 타고 정상은 생략한 채 바로 질러 왔다. 

 

 

별로 높지 않은 암봉이지만 이런 칼바위를 만나니 등산에 재미가 붙는다.

 

 

그 칼바위를 다시 뒤돌아 본 모습 

 

 

감투봉에서 수리봉을 거쳐 촛대바위로 내려가는 구간 보다 전체적으로 이 구간이 산 타는 재미는 더 좋다.

수리봉에서 촛대바위으로 내려가는 구간에선 낙타바위와 촛대바위가 백미이긴 하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감투봉이다.

황장산의 일반적인 등산 코스인 산태골이나 작은차갓재로 오르는 구간에선 별로 볼게 없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황장산의 비경이 도사린 이곳으로 오르게 되어 혼자서 이런 비경을 독차지하는 느낌이다. 

 

 

이 칼바위는 우회하였고, 오면서도 여러 암봉이 있었으나 너무 가깝거나 또는 나무에 가려 찍지 못하고 몸으로만 체험한 곳이 많다.

45명 만차로 온 오늘 산행에서 이 코스로 다닌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게 다소 아쉽다. 

 

 

좀 전의 그 거친 암봉을 좀 더 멀리서 다시 보니 이런 칼바위다. 

 

 

이 능선의 정상이 감투봉인 데 정상까지 간 후 촛대바위를 보기 위해 다시 돌아와야 하기에 그때 올라가보기로 한다.

안부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데 함께 온 산악회 회원 두 명이 감투봉을 보고 다시 되돌아 간다. 

 

황장산 표지석

황자에서 ㅎ과 ㅏ의 간격을 좀 더 좁혔다면 훨씬 균형있고 아름다운 글자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황장산 정상에서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이 멧등바위를 보기 위해 무작정 달려왔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불과 250여 m 떨어진 거리에 불과하지만 안 봤다면 후회까진 아니어도 제법 볼거리는 된다. 

 

 

이제부터 하산길의 거리가 만만찮고 시간도 촉박해 쉴 새 없이 발길을 재촉한다. 

 

 

감투봉 안부에서 황장산까지 갈 때 이 구간의 사진을 찍지 않고 지나쳤다.

이제 하산길에 사진을 찍으며 이곳 풍경을 담아본다. 

 

 

감투봉 정상이다. 

 

 

 좀 전에 올라왔던 이름도 없는 구간을 감투봉에서 바라본다.  

 

 

감투봉에서 수리봉으로 내려가는 구간은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무리없이 내려섰다. 

그리고 잠시 후 촛대바위에서 올라오는 도솔님을 만난다.

이 길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이 나라며 숲은 우거지고 촛대바위 쪽이 좀 위험하다고 한다. 

 

감투봉에서 내려오면 바로 황장재다.

더 직진을 해야할 것도 같은데 어찌 될지 몰라 트랭글을 보니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수리봉을 만난다.

내려가면서 얼마간 계곡을 타는 느낌이라 좀 이상하다 싶었으만 결국 제대로 코스를 잡은 걸 알고 안심한다. 

 

수리봉으로 내려가며 좀 전에 올라갔던 감투봉 아래 있는 암봉을 잡아본다. 

왼쪽으로 제법 경사가 심해 올라갈 수 있을까 싶어도 뒤쪽으로 누구나 무난히 올라가는 코스가 있다. 

 

 

저 모든 곳이 내 발자국을 남긴 곳으로 감투봉 일대의 암봉을 잡아본다. 

 

 

 

 

 

줌으로 땡긴 감투봉 

 

 

왼쪽 감투봉과 오른쪽 945봉 사이가 황장재다.

황장재로 내려서자마자 도드라지진 않지만 가운데 살짝 솟아오른 능선을 타야 수리봉으로 가는 코스다. 

 

 

맨 왼쪽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우회했던 700봉으로 본격적으로 암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황장산은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코스 보다 저 암릉 구간이 명품 구간이다. 

 

 

감투봉에서 수리봉 정상까지는 지극히 평범한 구간으로 아무런 바위도 없어 과연 낙타바위나 촛대바위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결국 1.5km란 긴 구간을 거친 후에야 수리봉 정상에서 마지막 구간에 선물처럼 남긴 암릉 구간을 보게 된다.  

저 아래 있는 게 낙타바위인 모양인데, 막상 내려갈 땐 모르고 지나쳤다.

오늘 산행에서 두 번의 큰 실수를 하게 되는 데, 그 첫 번째가 저 낙타바위를 놓친 것이다. 

 

 

수리봉을 내려서면 바로 우측의 암봉을 오른 후 낙타바위를 보아야 하나 정확한 위치 확인을 안 한 데다 가는 길이 불편해 보여 그냥 하산했다.

이후 하산 길은 하늘을 덮은 나무에 다래나무까지 얽키고 설켜 밀림에 들어선 느낌이다.

길을 뒤덮은 수풀과 낙엽을 헤치며 내려가지만, 때로 길이 흔적도 없어 과연 이 길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다.

그래도 용케 길을 찾아 내려가는데, 오른쪽으로 암봉이 매끄럽게 솟아있어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곳에도 성벽을 쌓았던 역사적 흔적이 보이니 그냥 황장산성이라고 하자. 

 

 

 

얼마간 내려가다 그대로 가면 촛대바위를 지나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적당한 위치에서 바위를 타고 오르니 그 아래 촛대바위가 있다.

정말 용케도 촛대바위가 끊임없이 보내는 텔레파시를 느끼고 감을 잡아 오른 곳에서 이놈을 만난다니 이런 우연이 없다. 

톱으로 자르고 대패질한 듯 반듯한 바위면 위에 푸른 소나무까지 두어 그루가 있어 그 가치를 더한다. 

오전에 올라왔다면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각엔 역광인게 다소 아쉽다. 

 

 

위치를 조금 이동하니 오른쪽에 또 다른 작은 암봉까지 거느리고 있어 자칫 밋밋할 뻔한 촛대바위가 더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과연 황장산의 백미다.

황장산을 오른다면 이 촛대바위 하나만 보아도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근사하다.

앞서 건너편 700봉으로 오른 후 정상을 찍고 수리봉을 거쳐 이곳 촛대바위로 하산했으니 황장산의 백미만 골라 다닌 산행이다.

 

 

촛대바위를 본 후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보기로 한다. 

 

 

오른쪽 건너편 바위들 

 

 

저 왼쪽 뒤에 있는 바위 어느 곳인가 낙타바위가 숨어 있을 것이다. 

 

 

이곳 촛대바위에서 수리봉까지 암벽꾼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는 릿지코스로 알고 있다.

암벽을 배우지 않고 둘러보는 산행으로는 숨어있는 바위의 비경을 다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당겨본 암봉 

 

 

촛대바위에서 잠깐 올라온 바위에서도 제법 많은 비경을 담고 간다. 

더 위에 있는 바위에서 보면 이 바위가 쌍봉낙타의 뒤에 있는 낙타 등인데 너무 가까운데다 머리와 앞쪽 봉이 없어 알지 못했다.

댓글에 도솔님이 낙타라고 하기에 이제야 바로 잡는다. 

 

 

 

 

 

촛대바위에서 바로 내려오지 않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곡인 개울을 따라 하산한다. 

괜히 정상적인 등산로를 이용할 경우에 국공과 만나면 여러가지 귀찮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하산 마감 시간 18분을 남겨두고 절묘하게 하산했다.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 데 도솔님이 어디냐기에 버스를 기다린다고 하니 잠시 후 대장이 어디 있는지 못 봤다고 한다.

삼거리까지 약 1km를 걸어갔어야 했는데 정신없이 엉뚱한 곳에서 기다려 버스까지 걸어가자니 제법 시간이 걸린다.

오가는 차를 세워도 다들 비껴가고 곧이어 재촉 전화가 답지하고 회원들이 안 온다고 난리가 난 모양이다.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버스를 보낸다.

주민에게 서울행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물어보니 점촌으로 가면 버스와 기차를 탈 수 있고 문경은 버스만 있다고 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점촌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오후 7시나 되어야 온다기에 카카오택시를 부른다.

시골이라 그런가 호출되지 않아 문경 콜택시를 불러 겨우 문경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택시기사와 얘기하며 앞서 말한 대로 문경엔 오미자와 사과 농사 외에도 도자기도 유명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도자기는 경기도 광주, 이천, 여주가 더 유명하다고 하니, 그는 문경만이 화목으로 도자기를 만든다고 한다.

나무로 도자기를 굽기 때문에 가스를 쓰는 경기도처럼 매끈하지 않고 표현이 좀 거칠긴 하지만 더 비싸다고 한다.

보통 다시 세트 정도면 최소 50만 원 이상이라고 하니 제법 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소나무 땔감을 쓰냐고 했더니 보통은 제재소에서 나오는 소나무와 더러는 과수원에서 나온 나무도 쓴다고 한다.

참나무 같은 나무를 쓰면 타닥 거리면서 도자기 표면에 달라붙어 점 같은 게 생긴다.

소나무 화목은 불이 튀지 않고 고열로 도자기를 구워 가치가 높은 데 소나무가 점점 귀해지니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그럼 개밥그릇 같은 거냐'고 묻자 정확한 표현이라고 한다.

 

일본인은 이런 개밥그릇 같은 막사발을 도자기 중에 최고로 친다.

조선시대 일본인들이 들어와 이런 막사발을 구해 상납하면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막사발로 때문에 임진왜란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역사학자도 있고 보면 막사발의 가치가 대단한 모양이다.

결국, 임진왜란으로 끌려간 도예공으로 일본 도자기는 중흥을 맞고, 우리의 도예 전통 기술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제 혼자 귀가한 얘기로 넘어가자.

생달2리에서 콜택시를 불러 문경버스터미널까지 택시 왕복 요금 3만 원에 서울까지 버스비 10,900원

오후 5시 50분에 출발해 동서울터니널에 19:40분에 도착했으니 두 시간이 안 돼 도착했다.

동서울에 도착할 때 도솔님은 신사역에서 M버스를 기다린다고 하니 110분 늦게 출발했어도 비슷하게 도착한 셈이다.

 

촛대바위의 화려함에 취해 값비싼 대가를 치른 어이없는 산행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