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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월악산

한파가 빚은 월악산 상고대의 기막힌 절경

by 즐풍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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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0. (수)  09:36~15:11(5시간 35분 산행, 식사 10분 포함, 전체 거리 10.5km, 평속 2.3km/h) 구름 다소 

 

 

오늘은 2020년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산행을 하는 날이다.

당장 어제오늘 눈은 내리지 않았어도 동장군이 엄습했으니 상고대는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상고대가 멋진 곳은 어디일까?

지도를 옮겨가며 가까운 거리에 습기가 많고 산세 좋은 산을 찾아본다.

 

상고대가 좋기로는 덕유산과 태백산이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재껴 놓는다.

소백산도 바람이 많아 절경이긴 할 텐데, 비로사 입구인 삼가 야영장까지 164km로 1시간 50분 거리다.

좀 더 가까운 월악산은 충주호를 끼고 있어 물안개가 피어오를 테니 상고대가 생길 천혜의 조건이다.

월악산 보덕암 입구까지 108km에 한 시간 30분 거리이니 운전 부담도 없다.

 

상고대를 볼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긴 하나 월악산 날씨 조회 결과 참혹할 정도로 춥다.

하지만 즐풍에겐 이럴 때를 위해 몇 년 전 악틱 더블 "브린제" 고소 내의를 구입했다.

이 제품은 안감과 겉감이 서로 다른 이중구조로 안감은 망사 조직으로 탁월한 통기성과 속건성이 좋다.

얼음판에 굴러도 추운 줄 모를 만큼 후끈한 보온력을 자랑한다.

 

 

 

□ 월악산 국립공원

 

월악산 국립공원은 1984년 12월 31일에 우리나라 20개 국립공원 중 17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행정구역상으로 제천시, 충주시, 단양군, 문경시 4개 시·군에 걸쳐 있으며 북으로 충주호반이 월악산을 휘감고,

동으로 단양 8 경과 소백산 국립공원, 남으로 문경새재와 속리산 국립공원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둘러싸여 있다.

월악산 국립공원 및 주변은 고생대 석회규산염암, 중생대 윽운모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반도 옥천구조운동(NNE)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지질학습장의 역할을 한다.

월악산 국립공원의 지질 특성을 관찰할 수 있는 지질명소는 북바위산 단애, 구담봉 토르, 하설산 애추 등이 있다.

월악산 일대의 지형은 주봉인 영봉을 중심으로 만수봉과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뜻의 도락산과

바위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모습처럼 보이는 제비봉 등 수려한 명산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영봉은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양편으로 송계 8경과 용하 9곡이 쌍벽을 이루면서 자연경관의 극치를 자아내고 있으며,

또한 선암계곡 내 도락산의 아기자기함과 충주호의 푸른 물과 조화를 이룬 구담봉,

옥순봉은 가히 선경(仙景)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주변에 충주호반을 비롯하여 문경새재 도립공원과 제천의 의림지,

단양적성의 선사유적지와 석회암지대에 형성된 많은 동굴들,

청풍의 문화재 단지 등 문화·경관자원이 산재해 있고 수안보·문경·문강·단양 유황온천이

30-4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원 내에 미륵리사지를 비롯하여 덕주사, 신륵사 등의 전통사찰과

덕주 마애불, 미륵리 5층 석탑, 미륵리 석불입상, 사자빈신사지 석탑, 신륵사 3층 석탑 등

많은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연과 문화자원이 어우러진 빼어난 국립공원이다. (월악산 국립공원 홈피)

 

 

 

월악산 등산 코스 

 

 

보덕암 입구 화장실 앞에 주차장이 있으나 신륵사로 하산한 후 차량 회수의 편리를 위해 수산교를 지나

공터에 주차하고 걷는다.

차량 회수를 위해 1.8km를 더 걷는 셈이다. 

마을 입구에서 중봉과 하봉을 보니 상고대가 하얗게 보인다.

 

극지방이나 고산 등산할 때 입는다는 브린제 내의는 정말 감동적일 만큼 보온력이 탁월하다.

얼마큼 걷자 등이 뜨거워 구스다운을 벗어 배낭에 걸친다.

또 얼마만큼 걷는데 광풍이 몰아쳐 벗었던 다운을 등이 앞으로 오게 한 후 소매에 팔을 집어넣고 배낭으로 잠근다.

온전히 다 입으면 너무 덥기에 앞으로 들어오는 바람만 막는 것이다.

 

충주호와 건너편 등곡산

 

보덕암 스님이신지 제법 연세가 많으신 분이 빗자루로 눈을 쓸고 계신다.

내일과 모래 연말연시를 맞아 사찰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 마을까지 길을 쓰신다고 한다.

마을까지 1km가 넘는 거리인데, 차 한 대 지나갈 정도로 넓은 길을 쓸자면 제법 힘드시겠다.

대화를 끝나고 서로 덕담을 나누며 헤어진다.

방문객을 위해 묵묵히 눈을 치우는 모습이 우공이산을 닮았다.

 

보덕암에 도착했다.

뒤로 넘어가면 보덕암이 있는 걸 모르고 그냥 올라갔다.

사실 보덕암 뒤 바위를 돌아가고 싶었으나 괜히 힘들단 생각에 포기한 것이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평택은 눈이 조금 내리며 날씨는 잔뜩 찌푸렸다.

30여 km를 지나자 눈은 없고 날씨는 점점 좋아진다.

월악산에 이르러 하늘에 걸린 구름도 점점 없어지는 중이다.

고도를 높이자 점점 상고대가 두꺼워지니 정상에선 제법 상고대가 볼만 하겠다.

 

 

 

주차 장소에서 악어봉까지 약 7km 거리다.

하산 후 시간이 되면 악어봉에도 올라가 보자.

 

여기가 중봉이던가?

그간 월악산은 여러 번 다녔다.

송계리에서 두어 번, 신륵사에선 만수봉을 타기도 했으나 보덕암에선 오르지 않았기에

오늘 보덕암-하봉-중봉-영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타는 것이다.

 

하늘이 벗겨지긴 했어도 온전히 드러난 하늘은 아니다.

가끔 구름이 지나갈 땐 햇빛이 없어 사진도 별로일 때가 있다. 

 

이 사진을 보니 앞서 본 곳이 하봉이다.

이게 가야 할 중봉의 사진이니 영봉은 아직 멀었다.

 

중봉으로 갈 때 어느 부부 산객을 만난다.

뒤에 가는 여성이 계단을 오를 때 스틱을 쓰지 않고 뒤로 들어 올린다.

스틱 촉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생각 없이 스틱을 들어 올리는 못된 버릇이다.

결국 한참을 기다렸다가 올라가는 데, 스틱 쓰는 사람은 뒷사람도 생각하며 걷자.

 

하산할 때 이렇게 하늘을 덮었던 구름이 다 사라졌다.

조금 늦게 오르면 하늘은 맑아도 서리꽃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테니 빠르거나 늦는다는 건 동전의 양면 같다.

 

 

 

오늘 월악산 산행은 이렇게 멋진 상고대를 보여주니 탁월한 선택이다.

 

잠깐 아주 작은 동굴에도 들어와 보고...

 

 

 

겨울 산행의 백미는 상고대를 보는 것이다.

눈꽃도 아름답기는 하나 나무에 걸친 것이라 서리꽃처럼 나무르 온전히 감싼 맛은 없다.

이런 상고대를 보기 위해선 습도와 날씨, 바람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지나온 하봉 방향과 충주호

충주호가 보일 만큼 오르면 고도는 점점 높아지고 암봉도 지나야 하니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진다.

월악산의 악자가 그냥 붙은 게 아니다.

 

아직 하늘이 다 열리지 않은 안타까움도 있으나 이런 상고대를 본다는 것도 행운이다.

 

서쪽 방향의 상고대가 절경이다.

겨울엔 북서풍이 부니 북쪽이나 서쪽의 상고대가 더 볼만하다.

 

 

 

지나온 하봉 방향 

 

 

 

 

 

이런 얼음장을 달고 한겨울을 지나야 봄엔 더 푸르고 푸른 봄빛을 내보낸다.

부디 잘 견디고 새봄에 아름다운 너의 모습을 보자꾸나...

 

중봉의 낙락장송이 은백의 철갑을 두른 듯 서리꽃으로 중무장했다. 

 

 

 

이 리본 게시대에 리본이 다 차면 철책이 다음 타자가 되겠다. 

 

하루 더 늦은 오늘 월악산에 가면 날씨 하나는 끝내줄 텐데...

 

덕주사로 이어지는 주능선의 상고대

 

월악산 정상인 영봉 방향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을 나무도 이렇게 상고대로 철갑을 두르자 더없이 멋진 풍경이 된다.

 

 

 

즐풍은 보기 좋은 데, 너희는 추워 죽을 맛이겠다.

 

 

 

오늘은 덕주사로 가는 능선을 걸어도 즐거움은 내내 이어지겠다.

즐풍은 영봉을 내려서면 이내 신륵사로 하산할 테니 먼 훗날을 기약해야겠다.

 

 

 

 

 

봄엔 연초록 새싹이 가장 멋진 풍경인 줄 알았는데, 

여름엔 계곡의 시원한 물이 좋더니

가을엔 불타는 듯 붉은 단풍에 넋을 잃었다.

오늘 찬바람에 머리가 시려도 이렇게 순백의 서리꽃을 보는 겨울이 제일 멋지다.

 

월악산의 풍속도 많이 변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봉 오르는 구간은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젠 이렇게 중봉에서 직접 오르는 길이 생겼다.

산행 코스가 점점 다양해지니 산행의 즐거움도 는다.

 

푸르거나 붉은 단풍이 수 놓였을 산이 이젠 모두 하얀 눈을 뒤집어썼다.

이런 겨울엔 추위도 산행의 일부이니 추위까지도 즐겨야 한다.

 

 

 

 

 

중봉에서 영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  

영봉으로 오르며 보는 중봉 방향

 

여전히 중봉 방향 

 

 

 

 

 

드디어 영봉이다, 

월악산은 岳자가 들어갔으니 산을 오르는 수고로움이 제법 많다.

오늘도 앞서거니 뒷서 거니 하며 오른 어느 여성분이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즐풍도 거의 한 달 만에 하는 제대로 된 산행인 데다 눈길이라 제법 힘들었다.

이 영봉(靈峯)은 우리나라 산 중에 백두산 장군봉과 이곳, 단 두 군데만 있다고 한다.

그러니 영봉에 서면 신령스러운 자연의 기운을 느낀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한기를 뚫고 온 햇빛엔 견디지 못하는 것일까?

정상의 서리꽃도 조금씩 햇빛에 녹아드는 느낌이다.

 

 

 

 

 

신륵사 방향의 서리꽃 

 

신륵사든 덕주사든 하산길은 신륵사 삼거리까지 같다.

내려가면서 보는 작은 봉우리의 소나무 서리꽃이 볼만 하다.

 

 

 

낙엽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의 서리꽃은 사슴뿔이나 바닷속 산호를 보는 느낌이다.

어느 계절이든 잎이 무성한 소나무는 낙엽진 나무와 달리 더 풍만한 은백 꽃이 절경이다.

2020년의 산행을 이렇게 멋진 상고대로 장식한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다.

 

이 상고대 속 솔잎에 검푸른 색이 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이곳을 오르던 여성 세 분이 연신 환호성을 지르며 이런 풍경을 만끽한다.

추위를 견딘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드디어 영봉에서 800m를 내려온 지점의 신륵사 삼거리다.

덕주사로 하산하면 능선의 상고대를 더 볼 수 있겠으나 차량 회수가 용이한 신륵사로 하산한다.

내려가는 동안 상고대를 더 볼 수 없어 사진은 많지 않다.

이미 올린 사진만으로도 양은 차고 넘친다.

 

만수봉 릿지

몇 년 전 신륵사에서 흙메기골을 통과하며 단풍의 절경을 보았고, 만수 릿지를 절반 경험했던 그 능선이다.

 

흙메기골의 단풍과 만수봉 릿지

 

월악산 최고의 단풍 비경과 만수봉 암릉

2017.10.28. 10:28~17:20(산행시간 06:52, 이동거리 11.06km, 휴식시간 01:03, 평균속도 1.8km/h) 맑음 늘 그 자리를 장중하게 지키고 있는 산을 등산객은 저마다 다른 생각으로 오른다. 어떤 사람은 산행이 쉽.

blog.daum.net

 

신륵사를 지나 주차장 인근에 설치된 주현미가 부른 월악산 노래비다.

 

월악산(가사)


월악산 난간머리 희미한 저 달아
천년사직 한이 서린 1천3백 리
너는 아느냐 아바마마 그리움을
마애블에 심어놓고 떠나신 우리님을
월악산아 월악산아 말 좀 해다오
그님의 소식을
- 간 주 중 -
금강산 천리 먼길 흘러가는 저 구름아
마의태자 덕주공주 한 많은 사연
너는 아느냐 하늘도 부끄러워
짚신에 삿갓 쓰고 걸어온 하늘재를
월악산아 월악산아 말 좀 해다오
그님의 소식을

 

 

오늘은 너무 추워 산을 거의 다 내려와 계곡에서 점심 먹을 때도 서서 먹었다.

그 10여 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에 벗어놓은 장갑에 습기가 차 얼어버렸다.

다행히 벙어리 장갑이라 장갑 속에서 주먹을 쥐며 손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했다.

워낙 추운 날씨라 하산할 때까지 식사 시간을 빼고는 쉬지 않고 걸었으니 험한 월악산에서 평균 속도가 2.3km가 나왔다.

들머리와 날머리에 마을을 통과하는 길을 감안해도 빠른 걸음이다.

 

월악산 국립공원 덕산 분소를 지나 도로로 나오면 보덕암 방향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카카오 버스 앱을 보니 버스는 두 개가 보이는 데, 언제 오는지 정보가 안 나온다.

찬바람은 쌩쌩 불고 카카오 택시도 응답이 없고, 버스를 기다리다간 얼어 죽게 생겼다.

얼어 죽느니 주차 장소까지 5.7km를 한 시간 11분 동안 하릴없어 걸어 도착한다.

이 거리는 산행 코스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차장에 거의 도착해 보는 월악산 풍경이다.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여권에 도장을 받기 위해 덕주사로 가며 보는 월악산 하봉과 중봉

 

맨 오른쪽이 영봉이다.

 

버스가 없어 차량 회수를 위해 70분을 더 걷고, 덕주사 탐방지원센터까지 이동하며 남은 해를 다 섰다.

그 바람에 가려던 악어봉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이렇게 2020년 가장 추운 날 최상의 서리꽃 송년 산행을 마친다.

 

그동안 즐풍의 블로그를 방문하신 분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