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24. 토 09:26~16:26(산행시간 07:00, 이동거리 12.54km, 평균속도 2.1km) 날씨: 흐림
금수산 미인봉을 다녀온 게 2013년 3월 어느 날이니까 벌써 4년 3개월 전이다.
그때 경북 영주에서 있는 부부 모임에 참석하러 가는 도중에 금수산 미인봉을 올랐다.
어쩌다 한 번 산에 오르는 목우의 발길은 한없이 더디지만 다음에 함께 산행하자면 늦다고 채근할수도 없다.
지체하고 쉬다보니 산행이 늦어져 신선봉은 포기하고 모임 일정을 위해 학봉에서 학현슈퍼로 하산했다.
차량회수까지 여섯 시간 40분이란 제법 긴 시간 산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선봉은 구경도 못했다.
그렇게 숙제로 남겨뒀던 금수산 신선봉이 드디어 산행공지에 떴다.
그 미진함을 오늘 완성하며 언젠가 혼자 걸었던 능강계곡도 다시 한 번 걷게 된다.
사실 금수산 미인봉 코스는 학봉을 정점으로 화려한 암봉 구간은 끝나고 이내 부드러운 육산으로 이어진다.
오늘 산행은 미인봉에서 학봉에 이르는 구간이 산행의 백미이므로 진작에 볼 건 다 본 셈이다.
그래도 어디 그런가, 앞태 뒷태는 물론 이리저리 다 들어가봐야 제 맛이 아닌가.
신선봉 등산코스
산행은 학현마을 아름펜션에서부터 시작한다.
오르는 길에 학바위, 물개바위, 못난이바위가 있다고 지도엔 표시되어 있지만 짐작하기 힘들다.
저 암봉 제일 높은 곳에 미인봉이 있다.
바위 양쪽으로 움푹 패인게 해골 형상이라 해골바위로 불린다.
미인봉으로 가는 길에 학현리에서 올라온 능선을 바라본다.
학현리에서 능선으로 올라온 후 불과 500m 밖에 안 떨어진 미인봉을 혼자 다녀오기로 한다.
과거엔 멧돼지가 많아 돼지 ‘저(猪)'자를 사용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마을 사람들은 저승봉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은지 대신 ‘미인봉'이라고 고쳐 부르고 표지석도 설치했다.
미인봉 앞에 있는 바위는 미인의 가슴인지 엉덩인지 모르지만 미인봉과 한쌍이다.
미인봉으로 치고올라가는 바위들
지도상 위치로 보면 이게 손바닥바위 같은데, 맞는걸까?
멀리서 다시 보는 손바닥바위
멀리서 보는 저 바위는 제법 규모가 있고 여러 바위의 조합이 멋지다.
그런데도 딱히 이름 없는 바위라니...
나무도 눈이 있고 머리가 있나보다.
바위 옆이라 어떤 태풍이 불어와도 바위에 닿아 가지가 손상을 입지 않을만큼 거리를 두고 내밀한 관계를 맺는다.
위 아래 바위가 좀 전에 멀리서 봤던 그 바위다.
나무 껍질이 그대로인 살아있는 소나무는 철갑인듯 또는 용의 비늘인듯 보일 때가 많다.
그랬던 소나무가 이렇게 고사목이 되어 껍질이 벗겨지고 난 다음에야 나선형으로 뒤틀리며 자라 바람에 꺽이지 않는 비밀을 내보인다.
우리도 밖으론 한 없이 유순해 보여도 그 내면에 그가 지나왔을 인생의 역경이 저렇게 마디고 옹골차게 차곡차곡 쌓였기를 바래본다.
이 구간이 제일 위험하므로 안전로프를 설치했어도 조금 더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한다.
좀 전의 그 고목이 서있는 암봉
지나온 구간 다시 보기
우회로를 이용하지 않고 이 암봉구간을 타고 오르면 윗길과 만날 거란 예상 아래 조심스럽게 오른다.
하지만 마지막 바위를 오르자 모모대장이 '위험하니 돌아가'란 외침으로 산산히 깨지고 만다.
에이쒸~ 그동안 들인 공력이 얼마인데, 아깝다.
결국 우회하고 보니 높이 약 7~8m 크기로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경사진 바위라 하마터면 대형사고가 날 뻔 했다.
휴~ 살았다. (움켜쥔 주먹 모양이라 주먹바위라 한다는데.)
이 바위는 당장 손으로 밀면 굴러떨어질 것 같지만, 영겁의 세월을 이렇게 지내왔다.
거의 이 능선 끝까지 왔다.
저 암봉은 건너편 학봉으로 올라가는 능선으로 잠시 후 긴 사다리를 타고 학봉을 오르게 된다.
바로 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학봉이다.
학봉에 올라 학을 타고 신선봉에 사뿐히 내려볼까?
이 보다 험한 산과 바위를 타고 올라도 힘들기야 하겠지만, 계단만 만나면 왜 또 그렇게 힘든걸까?
일정한 간격, 기계적인 움직임 외에도 다른 요소가 있는 거 같다.
이 계단을 타고 올라오면 학봉엔 나무데크로 전망대를 깔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학봉이 긴 계단을 오르면 뭔가 무지개라도 나타날 거 같지만 싱겁게 전망대로 끝난다니...
지나온 건너편 능선
몇 년 전 학봉을 끝으로 하산하며 신선봉은 궁금증으로 남겼는데, 딱히 새롭단 느낌이 없는 평범한 흙길이다.
신선봉에서 약 900m만 더 오르면 900m 높이의 단백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선봉의 이름이 단학봉보다 더 높다.
이 사진이 왜 올라왔지?
오늘 산행지의 최고봉인 구백봉, 아니 단백봉? 헷갈리네...
단백봉을 지나 능강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을 찾는데 마땅한 길이 안 보인다.
결국 풀섶을 헤치며 내려가다 멧돼지가 뒹글렀던 진흙탕 웅덩이를 지나 계곡에 들어서지만, 몇 십년만의 가뭄이라 계곡이 말라버렸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만들었을 출렁다리가 휑한 자갈밭 위에서 쑥스럽게 서있다.
이제야 편안한 등로를 찾아 숲속을 지나간다.
한 때 빠른 물살이 낙엽으로 돌다리 틈을 메워 물을 가둔 조그만 웅덩이였을 이곳도 손바닥을 겨우 적실 물만 남았다.
이런 가뭄으로 야채와 과일값이 폭등해 서민의 장바가니 가격만 높여 놓아 정부나 국민이나 고민이 많다.
몇 년째 계속되는 돌탑쌓기로 이제 제법 능강계곡의 명물로 탄생하고 있다.
산행을 끝내고 능강교 아래 잠깐 보이는 이 물에서 잠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는다.
계곡에서 잠깐 보이던 물은 너무 차가워 발을 잠시도 못 담그겠더니 여긴 바위가 달아올랐는지 물이 미지근하다.
그렇게 궁금했던 신선봉을 산행을 끝내고 가뭄으로 메마른 능강계곡을 아쉬움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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