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능선의 왕관봉과 건너편 도봉산의 오봉
산행일자 2017.09.02.토 09:32~18:24(이동거리 11.58km, 산행시간 08:52, 휴식시간 02:1, 평균속도 1.7km/h) 맑은 후 흐림
몇 년 동안 잘 다니던 지방 산행을 잠시 미루고 두 달간 계속 북한산만 다니다 보니 이번엔 어느 코스로 갈지 고민이다.
다닐 때마다 새로운 곳을 많이 개척했지만 대부분 가는 길이 늘 그 길일 때가 더 많다.
익숙하다 보면 타성에 빠질 수 있으니 새로움을 안겨줄 같은 듯 다른 곳은 어딜까?
북한산 정밀지도를 놓고 고민을 거듭한다.
오늘 처음으로 개통되는 우이신설경전철을 타볼 겸 칼바위능선과 연결된 냉골과 빨래골 일대를 둘러볼 생각이다.
두어 번 칼바위능선에서 내려갔던 빨래골은 아늑하고 운치 있던 기억이 난다.
지난 7월 마지막 토요일 칼바위능선에서 새로운 하산 코스로 내려가며 빨래골을 들리지 못한 아쉬움도 채울 생각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니 날씨가 너무 좋아 전에 비 올 때 탔던 상장능성 왕관봉 주위에 있는 암봉으로 방향을 바꾼다.
불광역에서 하차하여 우이동까지 가는 교통편을 검색하는데, 오늘 개통된 우이신설경전철이 반영되었을까 조심스럽다.
많은 사용자가 네이버 지도를 이용하는 편이지만, 난 늘 카카오맵을 이용한다.
한때 콩나물지도에 익숙했던 터라 다음에서 인수하고 카카오맵으로 변동된 이후에도 계속 유저로 남아 있다.
한 번 익숙해지면 다른 것으로 바꾸기 힘든 게 일반인의 습성이다 보니 내비도 카카오내비를 고집한다.
어제까지도 경전철과 연계된 교통 안내가 없더니 오늘은 다행히 경전철과 연계된 교통편이 검색된다.
카카오맵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대기 상태에서 경전철 개통에 맞춰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조회 결과대로 불광역에서 7211 버스를 타고 숭덕초교에서 내려 정릉역에서 우이동으로 가는 경전철로 환승한다.
오늘이 우이신설경전철의 공식적인 개통일이니 역사적 현장에 한 발 들여놓는 셈이다.
산행코스
경전철답게 에스컬레이터도 한 명이 서면 옆으로 빠져나갈 공간이 없게 꽉 찬다.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뛸 수 없게 되어 있어 뒷사람 눈치 안 보고 느긋하게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이동에서 첫차는 05:30, 막차는 평일 24:37, 주말엔 한 시간 빠른 23:37에 끝난다.
차량은 전철보다 좀 더 작은 크기로 두 칸만 연결해 운행되며 자동이라 운전석 없이 앞이 트여 터널을 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앞뒤 연결된 공간이 열려 있어 뒤 칸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철에 도배된 광고판과 달리 경전철엔 만화가 그려져 있다.
정릉역에서 환승했는데 삼양사거리역에서 제법 많은 승객이 올라타 북적거린다.
"가오리역(加五里驛)"이란 역 이름이 있어 바닷가도 아닌데 웬 가오리역일까 하며 잠시 헷갈려 정보 검색을 해본다.
한양 도성 밖 십 리까지가 한성의 구역이나 이곳 지형은 다른 곳과 달라 5리를 더하여 우이동까지를 서울로 삼았다는 설과
미아리고개에서 장사하는 소리가 너무 시끌벅적해 임금이 5리를 더 가라고 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강북구청에서는 마지막 설에 더 방점을 둔다고 한다.
정릉역부터 우이역까지 북한산과 가까워 배낭을 둘러맨 등산객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그렇지 않아도 등산객이 많은 북한산이 교통이 좋아져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되겠다.
평일 이용객은 어떨지 모르지만, 오늘 같은 주말 이용객이 많은 걸로 봐선 적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경전철을 빠져나와 걷는데, 뒤따라오던 어느 승객은 깨끗한 게 참 좋다며 지역 주민인지 인근의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는 눈치다.
우이역에서 북한산 둘레길로 1km를 올라오니 육모정 가는 길과 만난다.
거기서 다시 500m 정도 올라오면 신검사 가는 길과 만나는데 적당한 곳에서 능선을 잡아타고 오른다.
신검사능선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해골바위가 보이고, 계속 오르면 상장능선 마지막 봉우리인 왕관봉과 만나게 된다.
오늘 목표 지점인 저 암봉을 오르기 위해선 길 없는 정글 속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
다행이 날이 맑아 암봉이 잘 보이니 힘들어도 견딜만 하겠다.
신검사능선의 일부
육모정고개 너머로 살짝 고개를 내민 인수봉
마당바위는 제법 평편하고 넓어 쉬어가거나 식사 장소로 딱 좋다.
드디어 왕관봉 턱 밑까지 도착했다.
이쪽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큰 바위로 보이지만, 아래쪽 정면에서 보면 여러 바위가 모여 왕관을을 이룬다.
지금까지 올라온 신검사능선으로 맨 오른쪽 바위가 평평한 전망바위다.
멀리 건너편으로 도봉산 오봉이 그림처럼 보인다.
좀 전에 보았던 왕관봉을 정면에서 다시 보니 여러 바위가 뭉쳐 거대한 왕관봉을 만든 것이다.
이 풍광을 보기 위해 없는 길을 만들며 때로는 멧돼지가 다닌 길을 이용해 중간에 있는 암봉에 도착했다.
잠시 후 또 다른 지능선에 있는 저 암봉까지 가기 위해 길을 내야 한다.
저 봉우리로 가며 잠깐 삐끗할 때 어긋나게 스틱을 짚으며 레키 카본 스틱이 부러졌다.
부러진 면을 살펴보니 두께가 1mm 정도의 아주 가는 스틱으로 가볍기는 하지만 충격에 약한 측면이 있다.
맨 아래쪽 스틱이 나갔으니 하단부만 a/s로 교체 받아 써야겠다.
그리고 어릴 때 뒷동산에서 쐐기에 물려 가래톳이 생긴 기억 이후에 처음으로 다시 무릎을 쐐기에 쏘였다.
어릴 때만큼 아프진 않지만 따꼼거리고 화끈거림이 참 오래도 간다.
숲속을 걷는 내내 나뭇잎에 스치다 보니 쐐기에 정통으로 물린 것이다.
저 위에 있는 바위는 올라가서 보면 세 토막난 거대한 바위로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맨 왼쪽 암봉은 왕관봉과 가장 가까이 있는 바위로 올라갈 수 없으니 바로 가운데 바위로 간다.
그 가운데 바위엔 큰 소나무가 있어 그늘이 좋고 왕관봉 조망 장소로도 그만이다.
오른쪽 맨 뒤에 있는 바위는 8봉인데, 등로와 떨어져 있어 일부러 들려야 하는 바위다.
좀 전에 세 토막 난 바위라고 했던 그 바위 정상이다.
이 바위 끝으로 가면 단차가 있는 아래 바위까지 내려갈 수 있으나 더 이상 내려갈 방법은 없다.
봉우리를 건너뛰어 소나무가 있는 전망 좋은 바위로 올라가려 했으나 도저히 방법이 없다.
다시 그 바위를 돌아 올라오는데, 다래나무가 감고 오르던 나무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 바람에 잔뜩 달린 다래가 지천으로 갈렸는데, 아직 익지 않았다고 생각해 건들지 않았다.
한 2주 정도 지나서 오면 잘 익어 달곰한 다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젊어서 강원도 산속으로 예비군 동원 훈련받을 때 이런 다래를 맛있게 따 먹고 배탈이 나 혼났던 적이 있다.
이런 다래도 품종개발을 잘 하면 양다래의 일종인 키위보다 맛있을 텐데, 언젠가 신품종이 나올 날이 있을까?
키위는 좀 시큰거리는 맛이 있는 반면 이런 재래종 다래는 당도가 높아 달곰하니 맛있겠다.
드디어 큰 소나무가 있는 전망좋은 바위에 도착했다.
왕관봉은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용을 자랑하며 도봉산 자운봉 일대를 주시한다.
소나무 그늘에 앉아 간단히 요기를 하는 데, 벌써 더위는 약발이 빠져 시원한 느낌이다.
앞에 두 봉우리를 거쳐 왔고, 맨 뒤 오른쪽 바위는 코끼리 바위에서 해골바위로 내려가는 구간의 암봉이다.
좀 전에 식사를 하며 쉬었던 소나무 그늘이 좋은 암봉
왕관봉 입구에서 좀 전에 쉬었던 바위와 더 멀리 상장능선의 8봉과 도봉산 오봉을 한꺼번에 잡아본다.
참으로 숨겨진 비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왕관봉 입구에서 내려와 우회하며 왕관봉을 올려다 본다.
암봉은 끝간 데 없이 높아 화면에 보이는 대로 그 일부만 잡아본다.
왕관봉을 오르는 능선과 만나면 이내 육모정으로 떨어지든가 아니면 계곡으로 내려가 군부대로 빠진다.
오늘은 바로 육모정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육모정 입구에 지킴이가 있어 고민되지만, 그들을 만나기 전에 좌측으로 빠질 요량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빠지기도 전에 잠깐 올라온 공단 직원과 마주치게 된다.
그분은 자신이 공단 직원이라며 이곳은 비탐방로로 다니면 안 된다며 어디서 올라왔냐고 한다.
신검사능선에서 올라왔으나 길을 몰라 하산하는 길이라고 하니 다음부터는 다니지 말라며 지킴터에도 한 명이 더 있으니 잘 말하라고 한다.
고맙다 하고 내려오는데, 또 다른 직원분도 올라오며 마주치게 된다.
똑같은 물음과 답변이 반복되자 그분이 빠르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크린 하더니 다음부터는 절대 비탐방 지역은 다니지 말라고 훈계한다.
고맙게도 과태료를 물지 않고 통과하며 영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좀 전에 멀리 잡아보았던 오른쪽 코끼리바위에서 왼쪽은 해골바위로 내려가는 구간의 암봉이다.
바위엔 몇 명의 등산객이 해골바위로 내려가는 걸 볼 수 있다.
왕관봉에서 오른쪽으로 신검사능선이 흐르고, 건너편엔 도봉산 오봉과 자운봉, 만경봉이 손톱처럼 작게 잡힌다.
왕관봉과 건너편 오봉을 확대하면...
위와 같은 사진이라도 좀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니 왕관봉이 더 도두라지게 보인다.
영봉 가는 길의 헬기장에서 겨우 등만 보이는 코끼리바위
하루재를 지나고 인수암도 지나 공터에서 보는 인수봉
한낮엔 맑던 하늘도 점차 구름이 뒤덮이자 흰색의 인수암 바위도 회색빛 바위로 변한다.
신부바위가 아기고래 머리 같다.
음~~ 잘 생긴 그녀
좀 전에 본 신부바위가 그새 토라져있을 줄이야...
잠깐 신랑신부바위로 올라와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나타났을 때 한 컷 찍기
도선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사실 이 길에서 입술바위를 보려나 했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옆길로 새 결국 볼 수 없었다.
도선사로 내려가자니 아스팔트길이 너무 멀어 잠깐 용암봉 가는 길로 오르다가 능선을 넘어 소귀천쪽으로 건너뛴다.
솔잎 아래에서 나온다고 다 송이는 아닌데, 저 여린 버섯도 힘이 좋아 솔잎을 걷어내며 생명을 키우고 있다.
세상에 흔한 나물과 버섯을 산에서 만날 수 있지만, 어느 게 독초이고 못 먹는 버섯인지 몰라 전혀 채집을 하지 않는다.
괜히 잘못 먹었다고 간다는 말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갈 수 있으니 돈 주고 사 먹는 게 오히려 생명을 지키고 돈을 아끼는 길이다.
이 능선에서 내가 제일이라는 으뜸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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