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 상장능선과 왕관봉 뒷동네

by 즐풍 2019. 5. 22.





산행 2017.07.09.일  09:34~16:18(전체시간 06:43  휴식시간 01:16  이동거리 10.68km  평균속도 2km/h)   흐린 후 소나기 왕창 



워낙에 약골로 태어났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몸서리치게 힘든 데, 산행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하지만 주말에 등산하며 흙 냄새며 자연의 상쾌한 공기를 폐부 깊숙히 넣어야 일주일을 버틸 수 있다.

어찌보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 닝기루 주사를 맞듯 그렇게 산행하며 자연의 기를 받아야 한다.


때로는 좋아서 또 때로는 욕심에 주말 이틀을 연장으로 산행할 때도 있다.

이렇게 주말 내내 장거리 지방 산행이라도 하면 주 중반까지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

산행 시간보다 긴 시간동안 흔들리는 좁은 의자에 앉아 허리가 받아내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특히나 요즘같은 여름철이면 체력 소모가 더 많음을 몸소 느끼게 된다.


여름철 장마로 폭우라도 쏟아지면 어쩔 수없이 쉬어가는 날이다.

뭐, 한때 등산에 빠졌을 땐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를 쫄딱 맞으면서도 등산하기도 했다. 

이젠 열정이 식었다기 보다 안전을 위해 자제한다는 핑계거리를 찾는다.

그래도 비 온 다음 날의 산행은 한결 상쾌한 흙냄새와 빗방울 맺힌 싱그런 초목이 좋다.


요 몇 년간 지방산행을 나서며 계절에 맞는 산행 계획을 짜는 재미도 쏠쏠했다.

미지의 산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 또 하나의 새로운 산을 알아간다는 즐거움, 하나둘 쌓여가는 산행기록

이런 것은 마치 어린 아이가 말을 배워가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과 같은 즐거움이다.

오전에 날이 갠다니 거리 부담이 없는 가까운 북한산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벌써 마음이 앞선다. 

 


등산코스 



충의길 구간에 설치된 이런 출렁다리를 네 개나 넘어 2km를 걸었다. 

그리고 오늘 계획된 곳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힘이 든다.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천천히 오르다 평평한 바위가 보이자 잠시 쉬며 커피를 마신다.

어제 제법 많은 비가 내려 습한데다 더우니 상체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어느새 바지의 허릿단을 적시며 내려간다. 


상장봉 


상장3봉으로 오르며 보는 특이한 바위, 날 좋을 때 다시 보자.  


3봉에서 뒤돌아 상장봉을 다시 본다. 


3봉에서 보는 저 4봉은 지금껏 꼭 두 번 올라간 게 끝이다. 그 이후 4봉에서 힘 빼기 싫어 매번 통과다. 

우이령고개에서 올라온 안개는 상장능선에 막혀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한다. 


3봉 정상 부근에 있는 반달 모양의 바위 


3봉 하산길 


강아지바윈가? 


맨 앞에 있는 4봉은 바위 왼쪽에 있는 소나무쪽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로프를 지참하면 편하고 없으면 완력으로 내려와야 하니 개고생이다. 


등로에서 좀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 6봉 바위 


큰 소나무가 있는 바위에서 보이는 왕관봉, 왕관봉 오르기 전에 왼쪽으로 내려가 평소 보기 힘든 이 근방 바위를 볼 생각이다. 


좀 전 소나무가 있는 바위를 원경으로 잡아본다. 


한결 가까워진 왕관봉 


드디어 없는 길을 헤쳐가며 좀 전에 왕관봉을 조망할 때 서 있던 바위를 본다.

낙엽진 청명한 가을이나 겨울이라면 숲을 헤치기도 쉬운데, 괜히 숲을 통과한다고 고생했다. 


왕관봉의 온전한 뒷모습이다. 

저 왕관봉으로 양쪽 옆으로 오르거나 앞쪽으로만 다녔지 이렇게 뒷면에서 바라보기는 처음이다. 


왕관봉 아래쪽 암봉 


왕관봉과 8봉 7봉을 바라보던 바윈데, 크게 세 토막으로 갈라졌다. 

세 토막 바위 뒤로 넘어가면 여기선 보이지 않지만, 층이 진 바위가 숨어있다. 


우이령고개 지나 건너편 오봉은 안개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사실 오늘은 우이령고개로 넘어가 석굴암을 본 후 돌아앉은 부처바위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이곳을 헤맨다고 생략한다. 


이번엔 건너편 저 능선으로 넘어가 지금 서 있는 세 토막난 바위가 어떻게 생겼는지 봐야겠다.  


좀 전의 그 세 토막난 바위가 잘 보인다. 바위 위로 토막난 틈이 보이고, 옆으로 층이 진 바위도 보인다. 


이제 저 왼쪽 암봉과 오른쪽 왕관봉 사이를 둟고 올라가야 하는데, 과연 길을 낼 수 있을까? 


숲속이 보일리 없지만 올라가는 길은 아주 가파르고 중간중간 큰 바위가 길을 막아 고생했다.

거의 8부 높이 정도까지 올라갔을 때 갑자기 소나기성 폭우가 쏟아진다.

우비를 꺼내는 동안 제법 많은 비를 맞으며 카메라를 배낭에 넣는다.

잠깐 사이에 물이 등로로 소리내며 흘러내리고, 바짓단 속으로 스며든 물이 등산화에 고여 저벅거리며 밖으로 흘러내린다.

얼마간 걸으니 발이 뿔고 내피도 뿔어 등산화가 조여오는 느낌이 든다.

목이 긴 중등산화인데 비 맞은 김에 세탁 잘 하게 생겼다. 


겨우 왕관봉 가는 길과 만난 능선을 따라 하산한다.

요즘 군부대를 통과하는 등산객을 단속한다기에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잡풀이 길을 가릴만큼 크게 자라 길 찾기도 어렵다. 

어찌하다보니 군 담력을 쌓는 귀신바위를 지나는데, 비가 오고 안개가 자욱하게 껴 음산한 느낌이 가득하다.

그 와중에 머리가 잘린 처녀귀신이 산발을 하고 혼자 밖에 나와 턱을 괸채 나를 노려본다. 

에이구 무서운거... 얼릉 고개를 돌린다. 


또 얼마큼 지나자 이번엔 애처롭게 죽은 지 얼마 안 된 새끼 맷돼지 한 마리가 길바닥을 막고 있다.

벌써 검은 풍뎅인지 뭔지 한 마리가 달려들어 살을 파고, 날파리 몇 놈이 웅웅거리며 내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크기래봐야 머리부터 꼬리까지 대략 50여 cm 밖에 안 된 강아지만 한 새끼다.

다람쥐처럼 줄무늬가 선명한 이 놈도 커가면서 점차 검은색으로 바뀐다.

에이고 불쌍한 넘...  

 




집을 나설 때 상장능선 서쪽인 고양시 덕양구의 날씨는 오후 여섯 시까지 비가 안 오는 걸로 돼 있는데

동쪽인 서울시 종로구는 오후 세 시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다.

상장능선 동쪽에 있을 때가 대략 오후 세 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서쪽으로 넘어왔는데도 졸졸 따라다니며 한 시간 정도 비를 퍼붓는다.

남들은 기상청이 구라청이니 뭐니 해도 오늘 날씨만큼은 제법 잘 맞춘다.

상장능선에서 숲속 헤매기, 귀신바위의 음산함, 새끼 멧되지 사체에 이어 소나기로 흠뻑 젖기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