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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불수사도북 5산 종주기

by 즐풍 2019. 5. 22.

 

 

■ 마라톤 풀코스 도전

 

2001년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도전하여 세 시간 50분이란 꽤 괜찮은 시간대로 완주를 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실로 내 인생 후반을 바꿀 만큼 지대했다.

당장 무릎 통증으로 더 이상 마라톤을 할 수 없었고 한 번 나간 무릎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 우울함과 쓸쓸함을 누가 알까?

다시 뛸 수 없다는 허탈감과 사무실에서 화장실까지 가는 것조차 무릎이 시큰거려 걷지도 못 하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무릎 통증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한동안 무기력하게 보냈다.

어쩌다 산행이라도 하면 끝내 무릎 통증으로 기다시피 내려올 때의 처절함으로 몸서리치기도 많이 했다.

  

 

■ 무릎 통증

 

2009년 어느 봄날, 도봉산 신선대를 등산하는 불과 네 시간의 짧은 등산길에 무릎 통증으로 더 이상 산행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같은 해 8월, 심장의 관상동맥 3곳이 전부 반씩 막혔다는 판정을 받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무릎이 나간 상태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운동은 없었고, 심장이 나빠 격한 운동은 생각할 수도 없다.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은 등산밖에 없다는 생각에 천천히 등산을 시작한다.

우연찮게 구입한 깔창이 몸에 잘 맞았는지 무릎 통증을 잡아준 데다, 스틱을 이용하여 체중의 부담을 줄였다.

산행이 점차 늘어 2009년 10월엔 가족과 함께 제주도 한라산을 등정하기로 한다.

 

 

■ 한라산 등정

 

가족과 함께하는 한라산에서 내가 낙오하면 가족에게 큰 짐이 될 뿐 아니라 등산의 두려움이 나를 억누를 테니

고민되기도 하였으나 큰 맘먹고 관음사 코스로 오르며 등산을 시작한다.

천천히 한라산 정상에 오르니 벌써 국립공원 직원은 하산 시간이 지났다며 하산하라고 다그친다.

인증사진 몇 장 찍고 나니 벌써 등산객들은 다 내려가고 몇 사람 남지 않았다.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지루하다.

그때 코스를 반대로 잡았다면 경사 큰 관음사코스에서 무릎 통증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여덟 시간이 좀 넘는 한라산 등산을 무리 없이 마쳤을 때의 심정은 실로 감격스러웠다.

서너 시간만 등산해도 무릎이 아팠는데, 여덟 시간의 등산을 감내하다니....

 

 

 

■ 자신감 회복

 

한라산 등산은 이제 장거리 산행도 견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일대 사건이었다.

북한산, 도봉산 등 근교 산행에 국한되던 산행이 금수산, 월악산, 소백산을 연속 3일간 등산하는 부담도 견뎌냈다. 

릎이 이런 산행을 감내할 정도로 튼튼해지자 점차 지방 산행으로 외연을 넓혀 나간다.

혼산하다 보면 점점 걸음이 빨라져 결국 무릎 통증으로 이어지는 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2011년 3월, 원주 치악산을 종주하고 하산했으면 별 문제가 없는데, 모임 시간이 남는다고 매화산까지 이어갔다.

과한 욕심으로 매화산 천지봉에 도착하기도 전에 무릎 통증이 시작된다.

결국, 매화산 연계 산행을 포기하고 구룡사 계곡으로 하산하는 내내 무릎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산행에서도 간간히 통증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어김없이 과한 욕심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늘 천천히 가는 우보 산행을 다짐해보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 불수사도북 종주 계획

 

등산에 자신감이 생기자 불수사도북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솔담 님에게 같이 도전해보자는 말을 건넨 게 차이 님까지 전해져 셋이 함께 종주하기로 의기투합한다.

무리한 산행으로 무릎 통증이 반복되자 슬그머니 종주 계획은 접고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되고 만다.

그러던 중 두 분이 산악회를 따라 2012년 3월 30일~31일 불수사도북 종주 산행에 성공하자 부러움과 선망을 갖게 된다.

선망은 내가 할 수 없을 때 갖는 부러움이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차츰 머릿속을 비집고 올라오자 일정을 잡았다.

5월 4일은 금요일은 음력 3월 14일로 보름달을 벗 삼아 혼자 도전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이에 앞서 3월 17일 전남 해남 달마산을 종주할 때 무리한 탓에 무릎 통증으로 3km 남긴 지점에서 탈출했다.

이번 종주엔 두 시간에 10여 분씩 쉬면부담을 줄일 생각이다.

단독산행이니 쉬고 싶으면 쉬고, 배고플 때 먹으며 휘영청 밝은 달과 눈빛을 주고받는 동무가 되어도 좋다.

산악회를 따라가는 지방 산행은 지도 한 장 나눠주며 산행 경로와 마감시간만 일러주는 산행도 많다.

단체 산행이라지만 사실상 보폭이나 산행속도다 틀리니 그 실질은 단독 산행인 셈이다.

 

 

 

■ 구간별 연결과 식사문제

 

수락산을 끝내면 의정부 시내를 거쳐 사패산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국 일주일 전 이 구간을 사전답사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다음은 도봉산에서 북한산을 연결하는 구간이다.

도봉산 우이령능선으로 하산한 후 육모정으로 북한산을 올라가면 업다운이 심해 체력과 시간 모두가 손해다.

결국, 우이남능선 입구에서 통제구간인 우이령고개로 내려가 상장능선으로 질러가는 지름길을 이용하기로 한다.

이 구간을 이용하면  육모정고개로 올라가는 것보다 대략 30여 분의 시간과 체력을 단축할 수 있다.

시간과 거리 단축은 그만큼 체력 비축으로 이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종주 마지막 코스는 족두리봉에서 대호아파트로 내려가느냐,

아니면 의상능선으로 하산하느냐는 마지막 컨디션에 따라 결정하기로 한다.

 

다음은 식사인데, 배낭 무게를 줄여야 하중 부담도 줄어드니 식사는 한 끼만 준비하여 무게를 줄인다.

종주 거리와 시간상 적어도 네 끼 이상 식사가 필요하다.

첫 번째 식사는 불암산을 거쳐 수락산에서 해결한다.

두 번째 식사는 수락산을 끝내고 의정부 시내를 통과할 때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에서 야참으로 해결한다.

세 번째는 우이령고개로 내려가기 전 우이남능선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마지막은 북한산 백운산장에서 두부로 점심 식사를 대신한다.

식당과 산장에서 식사하면 최소한의 무게로 종주를 마칠 수 있으니 이게 도심 산행의 장점이다.

 

 

 

어둠의 두려움과 맞서다

 

혼자 야간산행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도 혼자 수습해야 하므로 무모한 도전이다.

불수사도북은 암릉이 많아 낙상으로 인한 사고나 야간 산행에서 길을 잃으면 체력손실로 이어질 게 뻔하다.

서울을 코앞에 둔 북한산에서조차 핸드폰이 먹통인 경우가 많다.

통신두절일 경우는 구조요청이 쉽지 않으므로 낙상이나 알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야간 등산경험은 많다.

무박으로 진행하는 지방 원정산행 대부분은 새벽 3-4시에 도착하여 한밤에 산행한다.

산악회를 따라 이런 밤중에 설악산, 덕유산, 지리산, 두륜산, 달마산 등 야간 산행한 경험은 제법 많다.

더우기 혼자서도 야간 산행한 경험은 더러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는다.

 

 

준비물

 

ⓞ 식수 2L(부족 시 의정부 시내 및 백운산장에서 구입) ⓞ 해드 랜턴 ⓞ 밥과 반찬 ⓞ 핸드폰, 카메라 ⓞ 구급약

ⓞ 갈아입을 상의 1개, 양말 1켤레 ⓞ 스틱, 무릎보호대 ⓞ 지폐 5만 원, 신용카드 1장 ⓞ 물티슈 및 티슈

ⓞ 반장갑 ⓞ 파워젤 1개, 후아바 2개, 쵸코렛 3개 ⓞ 버프, 모자 ⓞ 방풍의 ⓞ 쓰레기 봉지 ⓞ 지도, 소금

 

 

한 번의 실패

 

지난 04.28 토요일에 불암산~수락산을 7시간 등산했고, 다음날 산우들과 고려산 진달래 축제를 함께 했다.

그때 선두의 걸음이 빨라 무리가 왔는지 무릎 상태가 영 좋지 않다.

보통 하루 이틀이면 통증은 가라앉는데, 목요일까지도 기분 나쁜 느낌이 무릎에 남아 있다.

이 상태로 종주를 끝냈을 때 그 결과는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솟구친다.

시시각각 무릎 상태에 따라 종주를 감행하냐 마냐로 고민이 깊어진다.

결국, 목요일 밤에 종주를 하겠단 결정으로 바뀌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5월 4일(금) 날씨가 맑아 우비 등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 배낭 무게를 줄여 부담을 최소화했다.

"산을 당신의 뜻대로 하려 하지 말라, 산의 뜻대로 당신이 하라"는 엄홍길 산악인의 광고 카피처럼

산의 뜻에 순응하며 무리하않게 천천히 올라갔다.

 

음력 윤 3월 14일 밤은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어 달빛만으로도 오를 수 있을 만큼 최적의 조건이다.

22:00부터 산행을 시작해 23시 03분에 불암산 정상을 찍고 수락산을 향해 내딛는다.

그런데 불암산 덕릉고개 한 곳에서 몇 번을 몇 번을 되돌아가는 알바 끝에 길을 잃었다.

종주를 포기하고 수풀을 헤치며 내려가니 남양주 별내면에 있는 중앙 119 구조단이다.

아내를 불러내 귀가하니 새벽 두 시다.

어처구니없이 1차 도전은 이렇게 무위로 끝났다.

 

 

 

 

재도전, 그리고 성공

 

산행 일자 : 2012.05.10. 목 21:20 - 05.11. 금 18:45 날씨 : 흐림(11일 최고 기온 21℃)

 

 

★ 코스

1구간 (불암산, 수락산) : 21:20-02:45 (5시간 25분)

2구간 (의정부시내 통과, 식사) : 02:45-04:30 (1시간 45분)

3구간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 04:30-18:45(14시간 15분)

        (불수사도북) 종주 전체 시간 : 21시간 25

 

 

사전답사를 했어도 1차 도전에서 실패했다는 것은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언제 다시 할까?

좀 더 기다리면 더위로 힘들 테니 금요일 연가를 내고 목요일 밤에 재도전하기로 한다.

5월 10일 목요일 밤 9시 20분에 불암산 입구인 상계동 불암산공원에서 단독산행을 시작한다.

 

 

21:20 불암산 공원에서 산행 시작, 22:10 수락산 정상 도착

 

지난주 산행을 시작할 때는 이미 달이 떴으나 오늘은 산행 두 시간 반이 지난 23:47에 달이 뜬다.

그나마 날이 흐려 달이 구름을 비집고 나오긴 어렵겠다.

산을 오를수록 서울시내의 야경이 휘황찬란한 게 불빛이 아름답다.

배낭에 매단 방울소리와 스틱이 땅을 부딪치며 내는 소리, 멀리서 울어대는 소쩍새 울음이 산의 적막을 깬다.

이런 적막과 달리 낮보다 더 활기차 보이는 도심의 불빛 아랜 또 얼마나 많은 번잡스러움과 열기가 녹아 있을까.

그런 번잡이나 세상의 요지경도 이 산속에선 완전히 딴 나라 일인 듯 초연해진다.

 

거북바위를 지나 22:10에 불암산 정상에 도착하니 태극기가 반갑다고 온몸을 흔들며 맞아주니 나도 반갑다.

불과 50분 만에 첫 번째로 불암산 정점을 찍었다.

나머지 네 개의 산은 거리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업다운이 심해 긴장해야 한다.

다람쥐공원인 석장봉을 지나 지난번 알바로 포기했던 덕능고개에 도착했다.

자세히 보니 90도 꺾어 좌측으로 올라능선을 타면 바로 덕능고개로 곧장 가는 길이라 알바를 면했다.

 

불암산은 덕릉고개를 타고 수락산 가는 이정표가 부실하여 많은 사람들이 골탕 먹는다.

 

 

수락산 도솔봉 아래 암봉에서 불암산을 보니 컴컴한 밤이지만 어렴풋 능선이 보인다.

금요일 밤에 야등을 하면 불수사도북 중주팀을 더러 만나겠지만,

하루 앞선 평일이라 수락산을 넘어 사패산 정상에 오를 때까지 어떤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다.

 

단독산행에서 사고가 나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 대처방법이 없으니 주의하며 바위를 만나면 안전하게 돌아간다.

엉덩이바위와 치마바위는 용케 돌아갔으나 어느 바위를 힘들게 올라갔더니 돼지바위와 하강바위 중간 지점이다.

하강바위 아래쪽 정상코스를 놓치고 올라왔으니 다시 내려가기도 어중간하여 그냥 뒤로 넘어간다.

뒷길은 앞쪽보다 더 위험하다.

양쪽 바위를 두 손과 두발을 이용해 내려갈 때 가장 긴장하기도 했다.

 

하강바위를 지날 때가 날이 바뀌어 5월 11일 00:10이다.

 

 

낮엔 여름 날씨더니 밤엔 기온이 떨어져 여름용 긴 티를 입었어도 바람이 심해 춥고 반장갑 낀 손도 시리다.

하강바위를 지나 코끼리바위를 로프를 잡고 내려오니 바위가 바람을 막아준다.

여기서 얇은 바람막이 재킷을 입고 식사 후 에너지까지 보충하고 천천히 정상을 향한다.

낮엔 등산객으로 떠들썩하던 수락산 정상도 심연의 바닷속처럼 고요하기만 한데, 태극기 휘날리는 소리가 정적을 깬다.

 

 

낮엔 수락산 정상의 바위와 태극기를 하나의 묶음으로 정상을 바라보겠지만,

    지금은 「수락산주봉」이란 표지석에 더 의미를 둔다.

    01:00 통과

 

간단히 인증사진만 찍고 기차바위로 향한다.

기차바위는 우회로가 있지만 이용해 본 적이 없다.

모르는 우회로를 돌아가면 시간과 체력이 소모될 테니 기차바위로 바로 내려간다.

랜턴 불빛에 밧줄 두 개와 홈통만 겨우 보인다.

사진을 찍으니 빛이 아래까지 닿지 않아 낭떠러지처럼 보이지만, 조심스럽게 로프를 잡고 내려간다.

 

기차바위는 오전 01:13에 통과 

 

도정봉에서 보는 의정부 야경, 도정봉 01:50 의룡봉 02:03 동막골 초소 02:45 통과

 

의룡봉은 도정봉 다음에 위치한 봉우리고, 우측은 동막골 지하도이다.

 

산행 시작 5시간 25분 만에 불암산, 수락산을 끝내고 의정부 시내를 통과한다.

산길은 아무리 험한 너덜길이라도 걷는 재미가 있는데, 포장도로는 의외로 피로가 쉽게 올라온다.

의정부 시내 24시 식당에서 김치찌게로 식사를 하는데, 밥의 양이 너무 적어 기분이 상한다.

나중에 밥은 무한리필이라고 붙여놓은 걸 보고 오해가 풀린다.

밥 한 공기 더 얻어 배낭의 밥그릇에 넣는다.

점심 때 남은 반찬과 함께 먹으면 식사는 그럭저럭 해결되겠다.

범골 입구에서 호암사로 오를 때가 04:30이니 의정부 시내를 통과하고 식사하는 데 너무 지체되었다.

아직 갈 길이 머니 무릎 상태를 보아 천천히 걸어야 한다.

호암사를 지날 때 새벽 예불 시간이라 범종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며 불경 외는 소리가 낭랑하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호암사 04:40, 사패산 정상 05:30, 호암사 입구에서 사패산 정상까지 약 한 시간 거리다.

 

범골능선을 타고 오를 때 점점 어둠이 벗겨지더니 사패능선에 접어들자 날이 밝아 온다.

사패산 정상에 가까워지자 어느 여자분이 물병을 손에 쥔 채 달려 내려온다.

정상에서 두어 명 더 만난 그들 역시 배낭 없이 물병만 손에 쥔 것으로 보아 인근 주민이 가볍게 산책 나왔나 보다.

참 부런한 사람들이다.

경계가 모호한 사패산을 지나 도봉산 능선에 이르자 업다운이 심해 피로가 쌓이므로 사면길로 접어들었다.

어느 정도 걷다가 사면길을 치고 올라오니 저만치 포대능선의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온 게 보인다.

 

▼ 다락원능선과 만나는 곳의 산불감시 CCTV

    포대능선 정상 통과시각은 07:11이다.

 

도봉산의 백미인 자운봉, 만장대, 선인봉, 신선대, 아래는 Y계곡 올라가는 암벽

 

왼쪽 자운봉과 오른쪽 신선대

 

지나온 포대능선 정상과 Y계곡 암릉

 

 

신선대에서 보는 도봉산 정상 일대는 백운대에서 보는 북한산의 주위 풍광과는 달리 오밀조밀하고 아담하다.

로프를 타고 오를 수 있는 Y계곡과 신선대에서 눈 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멋진 풍광은 도봉산의 백미다.

 

07:38 신선대 정상에서 조망하는 에덴의 동산이다.

 

건너편 만장봉과 선인봉

 

주봉과 뜀바위, 에덴의 동산, 선인봉이 함께 보인다.

 

우이능선에서 보는 오봉, 4봉은 늦잠을 자는지 아직 안 일어났다.  08:30

 

불수사도북 종주의 맹점 중 하나는 도봉산과 북한산 사이에 우이령고개로 가로막은 것이다.

우이암능선으로 하산하여 우이동에서 육모정이나 하루재로 올라가 북한산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시간과 체력의 엄청난 소모일 뿐 아니라 한북정맥 연결과도 맞지 않다.

김신조 일당이 우이령고개를 지나 청와대를 습격하던 1.21 사태 이후 우이령고개는 40여 년간 출입이 통제됐다.

지금에야 사전예약제로 출입이 허용되었다.

아직까지 분단의 망령이 서울 한복판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우이암능선 입구에서 우이령고개를 횡단하여 상장능선 7봉으로 올라타며 북한산을 만난다.

 

우이령고개로 하산을 앞두고 식당에서 챙겨온 밥과 남은 반찬으로 아침을 먹고 솔져푸얼로 원기를 보충한다.

솔져푸얼(soldier fuel, 일명 후아바)은 미군의 작전능력 향상을 위해 만든 전투식량의 일종으로 에너지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기에 이번 종주를 위해 두 개를 준비하여 나머지 하나는 백운산장에서 먹는다.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상장능선의 마지막봉인 9봉 왕관봉 아래 우회길로 돌아간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육모정을 지나 영봉 못 미쳐 만나는 암봉, 코끼리바위, 영봉의 이정표,

    합궁바위와 구멍바위가 숨겨진 바위  

 

영봉에서 보는 인수봉은 산 허리가 길게 늘어졌으나 한쪽면은 직각에 가까워 위용이 대단해 보인다.

 

주말이면 오가며 쉬는 사람들로 북적대던 하루재도 아직은 이른 시각이라 고즈녁하다.

 

드디어 백운산장에 도착했다.

 

백운산장에서는 식사를 팔지 않아 두부를 사 먹었으나 파의 양념 향이 오랫동안 입안에 남아있다. 


▲ 와이어로프 구간을 지나 ▼ 드디어 마지막 정상인 북한산 백운대 도착시각 13:17

 

백운대를 밟으면서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정상 다섯 개를 모두 정복했다.

그렇다고 해도 능선을 따라 불광동까지 갈 길은 멀다.

체력은 진작 바닥났으므로 이제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무릎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통증을 참아가며 무겁게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하루 정도 산행은 참을 수 있으나, 이번엔 꼬박 밤을 새우고도 정오를 지난 시간이라 체력 부담이 만만치 않다.

카멜백을 가득 채운 2L의 물은 날씨가 덥지 않아 많이 섭취하지 않아 아직은 여유가 있다.

백운산장에서 물을 구입하지 않아 혹시 부족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물을 아꼈더니 종주를 끝냈을 때 조금 남았다.

 

 

백운대를 내려가며 보는 오리바위

 

노적봉을 지나면 용암문이니 상장능선부터 불광동 하산길까지 중간 정도 될까?

 

대남문을 끝으로 나머지 구간에서는 더 이상 이런 누각으로 된 성문은 없다.

 

▼ 대남문에서 보는 보현봉과 능선

 

청수동암문을 지나면 북한산 주능선에서 벗어난 외곽으로 탈출로가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맘이 한결 가볍다.

하산 길은 지루하도록 긴데, 걷다 보니 승가봉능선과 비봉능선도 결코 짧은 코스는 아니다.

체력이 받쳐준다면 의상능선을 타 볼 생각이었으나 도저히 체력 감당이 안돼 좀 더 쉬운 대호아파트로 방향을 바꾼다.

 

왼쪽에 보이는 통천문 암봉과 우측의 승가봉이 지친 체력에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통천문은 그럭저럭 올라갔지만 이제 승가봉은 두렵게 보여 옆의 사면길로 빠져 우회한다.

 

사모바위를 세 군데 다른 위치에서 잡아본다.

 

이제 비봉이므로 향로봉 문턱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족두리봉을 경유하여 하산할 일만 남았다. 

 

관모봉이 마지막 봉우리다. 

 

향로봉능선이 멋지게 펼쳐졌지만 눈인사만 건네고 족두리봉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하산한다

 

하산하면서 향로봉 허리길 끝 부분에서 우측으로 빠져야 하는 걸 깜박하고 보니 탕춘대능선이다.

    성곽을 넘어 족두리봉으로 방향을 돌려 오솔길로 내려가니 구기터널 입구가 날머리다.

 

마지막 구간에서 만난 바위가 멋지게 환영한다. 이렇게 하여 산행을 끝낸 시각이 18:45이다.

 

 

 

■ 산행후기

 

식사 및 휴식시간을 포함 21시간 20여 분만에 약 45km 산길을 날밤을 샌 채 완주했다.

날씨가 좋아 산정에서 일출을 봤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날이 흐렸다.

불암산과 수락산은 어둠 속에서 그 당찬 기운을 느꼈고,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의 암봉 위용을 가슴에 간직하며 오산이 주는 기운은 생활에 긍정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산 노적봉을 지나면서 다음엔 절대 종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후기를 쓰며 꾸물거리고 올라오는 종주 욕심은 또 뭐람.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 2009년 가을 이후 2년 반 만에 종주산행은 새로운 이정을 만들어 낸 의미 있는 쾌거다.

더 빠르고 어렵지 않게 오산종주를 끝내는 산객도 많겠지만,

심장 시술 이후 50을 넘어서 시작한 산행에 무릎도 시원치 않은 상태에서 중도포기의 유혹을 이겨내고

산행을 끝냈다는 것은 체력을 넘어선 정신력의 승리다.

혹자는 말한다.

지리산 종주도 힘들지만 업다운이 심한 불수사도북 종주는 밤을 새워가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