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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북한산

by 즐풍 2019. 5. 22.

 

 

 

 

산행일자 2014.1.26.일. 07:45-16:20(8시간 30분)             날씨 : 봄날 같이 따듯하고 맑음

 

산행을 하기로 맘 먹은 이후 근 삼 년간 북한산과 도봉산 좀 더 멀리 관악산은 기초체력과 지구력을 기르며 산행을 시작한 입문 산이다. 내

가 사는 지역에선 북한산이나 도봉산, 관악산은 제법 가까우니 그만큼 자주 다녔기에 만만한 산이지만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국

립공원인 북한산, 도봉산과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된 관악산은 선망의 대상이거나 꼭 한 번 타보고 싶은 명산 1순위에 속할 산일지도 모른

다. 북한산은 내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한동안 북한산에 빠지며 매너리즘에 함몰될 즈음 그동안 궁금했던 지방 명산 탐방을 시

작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덕유산 등 몇몇 명산은 한두 번 더 다녀온 곳도 있고, 가슴에 품고 있으나 아직 기회가 닿지 않은 명산도 많다.

 

지방산행을 하다보니 새로움은 많이 얻으나 시간적 공간적 한계에 부딛칠 경우가 많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서 원거리 이동으로 겨우 산행지에

도착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 하산을 해야하고, 일행과 떨어져 한 군데라도 더 볼라치면 어느새 빨리 가자고 채근하는 경우가 많다. 잠깐 등로

에서 비켜나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비경을 볼 수 있는 데도 포기하는 경우엔 가슴이 쓰리다. 그뿐이랴, 이왕 간 지방산행이라면 거리를 늘려

조금이라도 더 밟고 싶지만 회원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이 아니거나 체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그러니 일행들은 인증사진 찍기에 바쁠 때 난

비경을 담기에 바쁘다. 그들이 그곳에 있었음을 인증할 때 난 내가 본 풍경을 담아야 한다. 그러자니 더 많이 움직이며 풍경을 조망하고 관찰

해야 한다. 이제 이런 불편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줄이고 한동안 서울지역 산행을 이어갈 생각이다.

 

북한산 등 근교산을 이제 처음 타는 사람처럼 주능선과 계곡을 새로운 마음으로 탐방할 생각이다. 새로움의 첫 관문을 어디로 정할까?

아무래도 백운대를 조망하기 가장 좋은 노적봉부터 선택해야겠다. 이곳에 오르면 만경봉능선과 백운대를 아우르고 염초봉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의 장쾌함을 눈앞에서 손에 잡힐듯 볼 수 있다. 처음 올랐을 때의 기억이 새롭다. 용암문에서 백운대를 가자면 만경대 허릿길을 이용해

야 하는 데, 그곳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르지만 노적봉에서 보면 만경봉 허릿길을 가는 풍경이 마치 차마고도를 걷는 것처럼 보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그 길에 접어들면 절대 위험하지 않은 안전한 등산코스로 멀리서 보면 형형색색의 아웃도어 룩이 한 폭의 그림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등산복은 디자인도 예쁘고 색감도 화려하여 잘만 입으면 간지가 좔좔 흐른다. 내 옷이야 검은색, 푸른색 등 무거운 색 일색

이지만 배낭만큼은 눈에 잘 띄는 오렌지, 빨강, 노랑, 파란색이다. 뭐 하나라도 선명해야 혹여 문제가 있을 때 내 위치를 알리고 식별이 빠르

기 때문이다. 몇 년전에는 바지만큼은 땀이 나 바지를 타고 흐르면 자칫 민망해 보여 거의 검은색 일색이었으나 요즘은 원색계통도 많이 팔

린다. 하지만 땀 많은 여자라면 여름철 바지 색상은 주의 깊게 구입해야 한다. 자칫 허리를 타고 내린 땀이 묘한 선정적 에로티즘을 유발하여

눈요기감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행을 일찍 끝낼 생각에 산성입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할 때가 7:45이다. 상운사계곡으로 올라가는 데 계곡의 빙폭이 멋져보이길래 능선

으로 오르려던 계획은 애시당초 포기하고 계곡으로 들어간다. 상운사계곡은 낙차가 큰데다 암반이 많아 여름철 폭우 땐 폭포나 계류가 장관인

데 오늘은 빙폭이 볼만하다. 작년엔 눈이 많아 빙폭을 별로 볼 기회도 없었고 지방산행을 많이 하다보니 시간내내기 어려워 제대로 보지 못했

는데, 이번 설연휴 때는 북한산 빙폭을 테마산행으로 삼아야겠다. 한참을 따라 올라가다 빙폭의 위용이 줄어들자 우측 능선을 타고 노적봉으

로 방향을 틀어 올라간다.

 

 상운사 계곡의 빙폭

 빙폭은 끝없이 연결되어 장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개연폭포 위에 있는 폭포의 모습이다

 상운사계곡은 낙차가 크고 암반으로 연결되어 폭우가 내릴 때 계류나 폭포가 장관을 연출하지만 겨울철 빙폭도 그에 못지않게 훌륭하다  

 폭포 위로 만경봉이 보인다, 더 올라가도 여전히 빙폭을 볼 수 있겠지만 수량이 작아져 여기서 방향을 틀어 노적봉으로 올라간다

 백운대가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인다

 아직은 해가 중천에 걸리지 않아 노적봉 그림자가 염초봉을 길게 덮치고 있다

 원효봉과 상운사

 노적봉 오르며 바라보는 의상능선

 어제 비가 찔끔찔끔 내리더니 그래도 먼지를 가라앉혔는지 맑은 날씨라 조망이 좋다, 공개할 수 없는 이 장소에서 바라보는 백운대의 모습이 가장 멋져보인다  

 

 노적봉에서 바라보는 용암봉인데 잠시 후 저 용암봉으로 건너갈 생각이다

 노적봉이 아니면 만경봉의 이런 모습을 볼 방법이 없다

 노적봉에서 용암봉으로 건너와 바라보는 노적봉

 노적봉에 서면 원효봉부터 염초봉, 백운대, 만경대, 용암봉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이고 멀리는 의상능선까지 바라볼 수 있는 북한산 최고의 조망처다

 백운대에서 만경대를 바라볼 때는 거의 역광이라 검게만 보였는 데 이곳 용암봉에선 쌩얼을 보는듯 멋진 자태를 유감없이 바라본다

 백운대에서 보는 방향의 정반대인 용암봉에서 보는 만경대는 병풍처럼 늘어선 모습으로 용암봉이 아니면 좀체 보기 힘든 모습이다

 용암봉 마지막 구간

 멀리는 도봉산의 주능선인 오봉에서 자운봉, 만경대 일원까지 다 조망할 수 있다

 앞쪽은 신랑신부바위, 멀리는 도봉산 오봉

 원효봉과 염초봉

 잠시 후 정복할 백운대는 비온 뒤라 선명하게 보인다

 이제부터 일제시대의 잔재가 남아있는 위문 대신 백운봉암문이라 해야 한다

 대한이 지났다지만 아직 입춘은 먼데 날씨는 포근하고 바람조차 없으니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저 인수봉을 언제 올라가볼까?

 백운대에서 다시보는 도봉산 주능선

 백운산장 뒤로 넘어가 인수봉을 좀 더 가까이서 보자

 하루재에서 육모정 가는 길의 영봉, 인수봉에서 사라져간 영혼을 달래려 영봉이라 했다니 그 이름이 슬프다

 백운암에서 보는 백운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숨은벽능선을 오르며 보는 파랑새능선의 장군봉

밤골계곡이나 숨은벽능선을 타고 백운대를 가자면 호랑이굴 아래 직벽은 로프에 의지한 체 바둥바둥 거리며 올라타야 하기에

근력이 부치는 여성들은 거의 다닐 수 없는 코스였다. 2011년 여름에 나무계단을 설치한 뒤로 이 코스를 이용하는 산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더하여 지난 여름엔 대동샘에서 나무계단까지 돌계단을 깔아 등산이 더 쉬워졌으니 다행이다.

                                                                        숨은벽능선의 어느 바위

 좌측 인수봉, 우측은 숨은벽

 영장봉, 해골바위쪽에서 다시 볼 예정이다

 전망바위에서 영장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방향을 보며 북한산의 위용에 감탄하기도 한다

 해골바위

 영장봉도 길게 늘어선 암봉이 작은 인수봉을 보는 느낌이 난다

 숨은벽능은 해골바위를 지나면서부터 하산코스가 너무 길어 지루하므로 왼쪽 능선을 이용해 계곡으로 하산하면 작은 폭포를 만난다   

 총각폭포?

 국사당에서 둘레길을 따라 산성계곡 방향으로 걷다보면 작은 계곡을 만난다. 이 계곡을 잠깐 타고 올라가며 빙폭을 탐방한다.

 한여름에도 수량이 이렇게 많지 않지만 작은 물이 흐르며 얼고 그 위로 흐르며 또 얼기를 반복해 제법 빙폭의 위엄을 보여주니 탐방하는 재미가 난다 .

하지만 이런 빙폭에 서면 폐부까지 서늘한 기운을 느껴야 제 맛인데 날씨는 이미 봄으로 치닫고 있으니 시각과 체감온도는 완전히 동떨어진 느낌이다.

 

 

간단한 산행을 예정했으나 상운사계곡의 빙폭에 빠지면서부터 빗나가기 시작한 여정은 노적봉에서 용암봉을 돌아 백운대를 찍고

백운산장으로 내려가 인수봉을 바라보며 더 많은 시간을 축냈다. 숨은벽능선을 타고 해골바위에서 밤골계곡으로 하산하며 다시

빙폭을 보자 옆 능선너머에 있는 계곡의 빙폭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오늘따라 무릎상태가 좋지 않지만 발을 끌고 총각당 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만나는 빙폭에 마음이 한결 밝아진다. 국사당으로 바로 하산했으면 너댓 정거장을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입구

에서 하산했을 거리를 돌고돌아 차량을 회수하기까지 여덟 시간 반이나 걸었으니 제법 많은 시간을 산에서 보낸 셈이다.

 

삼일 근무하면 설연휴가 시작되니 빙폭이 녹아 부숴지기 전에 북한산 요소요소에 있는 폭포를 찾아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