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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강원도

매봉산 바람의 언덕과 배추밭

by 즐풍 2019. 5. 30.




탐방일자 2016.7.23.토 10:10~15:50(산행시간 5:40, 이동거리 약 10km)   날씨: 흐림



이번 산행지는 태백에 있는 매봉산이다.

매봉산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전국에 동일한 이름의 산이 72개나 되고, 매봉은 58개나 된다.

매가 한자로 응(鷹)을 쓰니 응봉이나 응봉산은 19개나 되니 이 모두를 합치면 130개다.

이렇게 많은 산중에서 태백에 있는 매봉산의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한다.

먼저, 오늘 가는 산악회에 게시된 사진과 내용을 살펴본다.


매봉산은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다.

겨울 설산으로 유명한 함백산의 하산 지점인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으로 올라가 비단봉을 거쳐

매봉산 정상을 찍운 후 피재로 하산하게 된다.

우리가 버스를 타고 올라온 길은 정선군 고한읍으로 지그재그로 여러 번 방향을 바꿔가며 올라왔다.

이 고개마루에서 한발만 더 디디면 태백시 삼수동이다.  

바로 이 두문동재 표지석 왼쪽 길을 건너 신비탈을 오르면 함백산으로 가는 길이다.

두문동재가 해발 1,268m이니 오늘 오르게 되는 최고봉인 금대봉은 1,418.1m로 불과 150m 만 더 오르면 된다.

이후 그리 힘들지 않은 고원의 능선으로 따라 매봉산(1303m)까지 몇 번의 업다운은 있으나 힘들지 않다.


우리 카페 회원들이 이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은 다음 사람이 비기를 기다려 마지막으로 사진을 담는다.

다른 팀 사람들까지 사진을 찍은 다음 겨우 한 장 건지고 뒤따라가는데 도도체 회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오른 다음에야 후미를 따라 잡는다.


왼쪽으로 가면 고목나무샘을 지나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닿는데, 우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금대봉으로 향한다.

넓던 임도는 이곳부터 작은 오솔길로 변하며 빽빽한 참나무숲으로 들어선다.  


오늘의 최고봉인 백두대간의 금대봉이다. 한글 표지석 글자가 참 예쁘다.




이 거대한 참나무는 나무의 정령이 깃들어 있겠단 생각이 들만큼 연륜과 큰 힘이 느껴진다.

모두 모여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그 전에 흐므님이 식사를 끝내고 멋들어지게 가곡을 열창해 회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수아밭령에 너른 공터가 있어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수아밭령은 수화전령(水禾田嶺)의 변형으로 예전에 이곳을 화전으로 일군 후 밭벼를 재배하여 생긴 이름이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어렇게 온전한 산림 형태로 바뀌었다.


비단봉에 오르며 잠깐 보이는 조망을 이용해 한 컷


태뱩시? 누가 장난친 건가?

모음의 균형으로 보아 장난은 아니고 글을 새긴 사람의 실수인 거 같다. 으이구 쯧...


드디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바람의언덕과 고랭지 배추밭이다.

광활한 고산지대의 경사면에 고랭지 배추가 이슬과 바람을 머금고 찰지게 자란다.

이런 심심산천에 드넓게 펼쳐진 채소밭이 나오리라고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반전이다.


적당한 시차를 두고 파종을 하여 밭마다 크기가 다 다르다.


험한 산을 개간하다보니 밭두렁은 온통 크고 작은 돌투성이다.

황량한 화전지역이 거의 모두 자연상태로 복원되었으나 이곳 바람의 언덕만큼은 다행히 살아남아 고랭지 배추밭으로 명성으로 높이고 있다.




태강님이 농민에게 들은 얘기를 전한다.

파종이나 수확을 할 때면 인근 주민들을 봉고차로 데려와 남여가 두 배 정도 나게 임금을 지급하며 배추를 수확한다고 한다.

배추밭엔 잡초가 하나도 없어 그 이유가 분분하지만, 누구 말이 옳은 지 알 수 없다.

속이 꼭 들어차게 잘 영근 배추가 참 먹음직스럽다.

이런 배추로 김장을 하고 한겨울을 지난다면 마음이 넉넉해지겠지만, 이곳 배추는 한여름이 지나며 출하가 끝나니 겨울 김장과는 관련이 없다.  


이런 시골길에 이런 수수한 노란꽃이 길손을 맞아주고 배추와 벗하며 염천을 견디니 기특하다.


이번 매봉산 신청자가 순식간에 만차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주간예보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리자 한두 사람씩 취소를 하더니 결국 14명이 꼬리를 내렸다.

다행히 아침에 도착했을 땐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도 보이고 햇볕도 났으나 바람의 언덕에 도착하니 먹구름이 몰려온다.


백두대간의 매봉산이란 표지석이지만, 아직 매봉산 정상은 아니다.

이곳엔 바람이 많아선지 바람의언덕이란 지명이 생겼다.

하여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기가 제법 많이 들어서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발전 가능한 풍속은 4~~25m/sec로 오늘은 바람이 거의 없다보니 바람을 먹고 사는 바람개비가 배고픈지 파업 중이다.

태백매봉풍력발전소는 2004년 1, 2호기 건설에 이어 2006년 6, 7, 8호기 순으로 완료되었다.

1기당 연간 2,233.800kwh(1천 여 가구 사용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신재생 에너지다.


바람의언덕에서 바라보는 배추밭 사이로 동맥이 지나가듯 도로가 생겼다.

배추를 내다 팔기 위해 이런 도로가 생기다보니 이곳까지 차량으로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수확기엔 배추 재배농가가 불편을 겪으면 차량통행을 제한한다니 삼수령주차장에서 걸어와야 한다.

그래봐야 그 거리가 멀지도 않으니 걷는 동안 동심에 빠지면 된다.


농촌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스프링쿨러도 없다.

워낙 고산지대다보니 깊이 파이프를 박아 물을 뺄 땅속의 물길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워낙 높은 곳이라 밤새 이슬을 먹고 자라서일까?

온 산을 가득 채운 배추는 아주 실하고 건강해 보인다.


산악회에선 무더운 여름인 오늘 바람의언덕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날릴 것으로 예상했었나보다.

아쉽게도 오늘 이곳엔 초속 1~2m 정도의 바람이 가끔씩 불 뿐 바람의언덕이란 말이 궁색할 정도로 바람조차 없다.


산행코스 안내도를 보니 가까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고,

해발 855m로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추전역도 멀지 않다.

용연동굴과 황지연못 등 태백시의 여러 명소도 들러볼 수 있다.


다음 검색에서 찾은 결과,  "이 꽃은 '마타리'일 확률이 99%입니다."  


매봉산은 돌과 자갈이 많아 물이 잘 빠져 대부분 작물이 실패 하고 유일하게 성공한 것이 배추였다.

처음엔 배추 2모작을 했는데, 지력이 약해지자 지금은 연간 한 번만 배추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평지엔선 볼 수 없는 야생화가 눈에 많이 띈다.


이 매봉산은 하산길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약 50m를 올라가 보니 다시 내려와야 한다.

몇몇 회원은 힘드니까 포기하기도 하지만, 50m가 아니라 500m라도 다녀와야 한다.

앞쪽은 매봉산, 뒷쪽은 천의봉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매봉산 정상은 천의봉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걸까?


매봉산 표지석 뒤쪽엔 천의봉으로 쓰여져 있고....


매봉산 전망대에서 보는 태백시


이곳엔 늦게 파종하여 출하도 늦어지겠다. 고생한만큼 돈 많이 벌어 따듯한 농심을 가지시길...




이곳을 지나면 고랭지 배추밭도 끝이다.

마지막 배추밭을 지날 때 배추밭에서 나온 돌로 쌓은 길을 가는데 사람보다 더 큰 쑥이 길을 가로막는다.

쑥대밭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이렇게 왕성한 쑥의 번식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쑥대밭을 해쳐 나가기에 골몰하다보니 안타깝께도 사진에 담지 못했다.


쑥대밭을 한참 지나고서야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갈림길에 들어선다.

대간팀이 아니니 낙동정맥을 따라 내려가 삼수령휴게소까지 가면 오늘의 산행을 끝난다.

낙동정맥은 태백산의 아우뻘인 구봉산에서 남쪽으로 부산 다대포의 물운대까지 이르는 산줄기다.


이번에도 다음에서 꽃 검색을 하니 초롱꽃 92% 확률임을 알린다. 맞거나 틀리거나...  


자작나무 군락지




일부 회원의 걱정과 달리 산행하는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조그만 개울에서 간단히 땀을 닦고 16:10에 산악회 버스를 타고 귀로에 오른다.

몇 시간을 달려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강동대교에 들어서자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일산에 도착하니 그친다.

참 다행이다.

여느 산에서 볼 수 없는 고랭지 배추밭의 풍경, 바람의 힘을 빌린 풍력발전기, 빽빽한 참나무숲

이 모두가 매봉산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