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7.6.25.일 10:04~15:30(산행 시간 05:26, 산행거리 7.16km, 평균속도 1.6km/h) 날씨: 흐림
산이 장엄하기로는 지리산이요, 화려하기로는 설악산이다.
지리산은 장엄한 맛은 있으나 수려함은 없고, 능선이 길다보니 지루함도 함께 따른다.
설악산은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에 들면 암봉군락의 빼어남에 압도되지만, 그 거리가 만만치않아 체력 부담이 있다.
이런 설악의 공룡이나 용아의 한 구석을 떼다 놓은 비경지로 짧게 산행을 끝낼 곳은 어디 없을까?
우리나라의 70%가 산이라니 찾아보면 그만큼은 못 돼도 비경을 가진 산은 전국에 참 많다.
근교만 하더라도 규모는 작지만 북한산이나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의 암릉이 멋지다.
멀리 눈을 돌리면 월출산, 가야산의 만물상 구간, 주작·덕룡산, 달마산, 지리망산, 천관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맘만 먹으면 이런 명산을 섭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년 겨울에 막 들어설 때 '산사'에서 두타산 베틀릿지가 산행지로 나왔다.
제법 많은 산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베틀봉의 비경을 검색해 보고서야 설악산의 어느 한 구간인듯 깜짝 놀랬다.
두타산의 무릉계곡이 여름철 계곡 산행의 백미라면 베틍봉은 사계절 언제라도 황홀경에 빠질만 한 곳이다.
하여 즉시 신청했으나 아쉽게도 성원미달로 산행은 취소되었다.
눈이 내려 위험한 릿지산행을 할 수 없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베틀봉 릿지산행은 좀체 나오질 않는다.
아니, 몇 번 나오긴 했으나 출발지가 너무 먼 지역이라 함께 산행할 수 없었다.
이래저래 입맛만 다시던 중 가까운 산악회에서 나오긴 했으나 하필이면 그날 다른 산행 일정으로 갈 수 없었다.
드디어 오늘 대기로 신청했던 베틀봉에 자리가 나와 '인천산누리산악회'와 함께 베틀봉의 비경속으로 들어간다.
등산지도
인천산누리산악회 버스가 계산역에서 오전 5시에 출발한다기에 새벽 3:35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났다.
어제 단양 금수산 신선봉 코스를 일곱 시간에 걸쳐 산행을 하여 천근만근인 상태에서 겨우 샤워만 하고 집을 나선다.
넉넉하게 4:10에 출발하여 15분 전에 계산역 인천하이병원 앞으로 왔으나 이른 시각이라 아직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다.
시간 맞춰 도착한 버스에 오르니 28인승에 좌석도 널찍하니 좋아 무척이나 쾌적한 느낌이다.
버스는 정해진 루트를 따라 인천 시내를 돌아가며 회원을 태우고 한 시간만에 마지막 종착지인 인천대공원에 도착한다.
계산역이 아니라 바로 인천대공원으로 왔다면 한 시간 이상을 더 잘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오자 아쉬운 생각이 든다.
산행지로 출발하며 코코호도과자 20여 개가 든 박스와 우유 한 병, 콩을 갈아 만든 콩물을 한 병씩 돌린다.
이 콩물은 어젯밤 어느 회원님이 밤 늦게까지 고생하며 만들었다니 그 정성이 고맙다.
콩물은 콩가루가 가라앉아 걸쭉하니 시중에서 판매하는 두유보다 더 값지고 맛있다.
한끼라도 안 먹으면 죽는 줄 아는 나로선 이런 푸짐한 아침 대용식 제공에 벌써 마음이 푸근해진다.
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끝까지 달린 후 동해안 도로를 지나 두타산 입구에 닿으며 산행이 시작된다.
입장료를 내고 조그만 다리를 건너 약 100m 정도 올라가면 '숲속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장소 우측에 베틀봉 들머리가 있다.
리본이 몇 개 꽂혀 있지만, 음악회 장소라 지나치기 쉬우니 처음 온다면 들머리 잡기가 쉽지 않겠다.
나중에 하산길의 백곰바위에서 만난 어느 산악회 회원도 들머리를 찾지 못해 베틀봉을 타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남긴다.
입구에 들어서면 잠시 후 급경사를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간간이 바위나 나무에 청색 페인트로 X 표시를 했다.
그 X 표시가 이정표라는데 X 표시가 없어도 이미 많은 발자국으로 길이 잘 나 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X에 더해 헷갈리는 곳엔 화살표로 방향을 잡아주는데 전부 화살표로 표시하는 게 좀 더 좋은 길 안내다.
맨 우측에 있는 바위 하단부가 두 번째 전망대로 잠시 후 그곳에 도착하게 된다.
제1전망대 바위 밖으로 보이는 무릉계곡은 물길이 말라버려 그 좋던 계곡의 아름다움이 사라졌다.
드디어 두 번째 전망대에 도착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못 내려갈 정도는 아니다.
두 번째 전망대 바위로 왼쪽에 길쭉한 바위를 돌아 잠깐 내려왔다.
방금 내려온 바위 뒤로 저 암릉을 타면 좋겠지만, 암벽 전문가가 아니니 침만 꿀떡 삼킨다.
나중에 세 번째 전망대로 올라가며 이쪽 암봉을 타고 간 암벽꾼들 만나 미륵봉으로 오르게 된다.
2전망대에서 잠시 혼란이 인다.
일부는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야 된다고 하고, 일부는 반대편으로 내려가도 된다고 한다.
난 이미 반대로 내려가기 좋을만큼 내려왔으니 위험하더라고 감수할 생각이다.
결국 우리 회원이 아닌 사람이 전에도 반대로 내려갔다기에 그를 따라 내려가보지만 크게 어려운 건 아니다.
사람들 따라 이동하다보니 어느 산악회에서 남긴 '왼쪽으로 베틀3봉을 들렸다가 다시 되돌아오라'는 안내글을 봤다.
뭔가 볼만한 게 있겠다싶어 올라가니 좀 전에 되돌아 내려왔던 봉우리를 타고 내려오는 암벽꾼을 만난다.
그분들이 뒤로 돌아가면 바위 위로 올라갈 수 있으니 다녀오라고 한다.
거기서 바로 베틀봉으로 올라갈 수 있냐고 물으니 가능할거란 대답이 나온다.
뒤로 올라가니 위험 구간에 어느 산악회에서 회원들을 위해 자일을 깔아놨다.
미륵봉으로 바로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건너편 저 봉우리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사실 저 암봉에서 바라보는 뾰족뾰족한 암봉의 비경이 이 베틀봉 구간에서 가장 멋진 풍경인데 놓치고 만다.
사실 베틀봉을 오른다면 바로 위에 있는 장소에서 보는 바로 이 풍경이 가장 멋진 사진이다.
아쉽게도 미륵봉으로 바로 올라가 사진이 없으므로 사진을 빌려온다.
사진을 찍는데 그들은 하산한다며 자일을 회수하기에 마지막으로 자일을 이용해 내려가는 데 좀 전의 그 암벽꾼들이 올라온다.
미륵봉으로 올라가려고 보니 암봉이 너무 높아 올라갈 수 없는데 함께 갈 수 있겠냐고 도움을 청하니 흔쾌히 승락한다.
함께 점심을 먹은 후 바위를 타려고 가니 홀더가 두 개 뿌러져 오를 수 없다며 옆의 비탈길을 이용하자고 한다.
스틱을 접어 배낭에 채우고 그들의 권하는 자일을 이용해 두 번째로 오른다.
그런데 이동하는 동안 나뭇가지에 스틱이 여러번 걸리는 게 불편했는데 다 오른 다음 스틱을 꺼내는데 웬걸 하나를 분실했다.
에이구 비싼 스틱 하나를 잃어버렸으니 어쩐담, 그래도 도움을 주신 청주의 암벽꾼들께 감사 말씀 드린다.
2전망대와 3전망대 사이에 있는 암봉이다.
얼릉 암벽타는 법을 배워야 저런 멋진 능선을 오가며 제대로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늘을 향한 돌고래 머리 뒤로 소나무가 가지를 내민게 색다른 아룸다움을 선사한다. 참 멋지다.
이 사진은 암벽꾼들의 도움을 받아 미륵봉(?)에 올라와 다시 보는 2~3전망대 사이의 암봉이다.
좀 전에 보던 방향과 다르고 더 멀리서 조망하니 왼쪽으로 뻗어내린 암봉까지 한눈에 잡힌다.
흡사 설악산 용아장성에 들어온 느낌이다.
왼쪽 바위에 오른 대장과 오른쪽 회원들
흠, 안전이 보장되는 절벽의 무서움
이 암봉 조망을 끝으로 베틀봉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미륵바위를 정점으로 갑자기 나무숲을 한참이나 오른 후에 베틀봉으로 오르는 능선과 만난다.
먼저 올라와 식사 장소를 마련한 가을들녘님이 함께 식사하기를 권하지만, 암벽꾼들과 이미 식사를 끝낸 뒤라 사양하고 베틀봉으로 이동한다.
오늘 오르는 구간 중 가장 높은 베틀봉이다.
나무에 걸어놓은 베틀봉 표시 아래서 몇몇 산꾼들이 식사 중이라 사진은 생략하고 누군가 정성으로 만든 작은 돌탑 표지석으로 대신한다.
높이래야 겨우 무릎을 넘을 정도로 작지만, 정성들인 글자와 균형잡힌 돌탑이 앙증맞다.
하산길에 제법 긴 두타산성이 훼손되어 복원을 기다리고 있으나 동해시가 재정이 약해 언제 복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뒤쪽으로는 베틀봉이 버티고 있어 천혜의 요새인데 사진은 생략한다.
좀 더 가까이서 보는 코끼리바위
오늘 산행의 마지막 암봉 구간으로 저곳 소나무가 멋지고 백곰도 살찐 뒷태를 보여주는 아주 근사한 곳이다.
좀 더 가까워진 암봉구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큰 바위 아래로 난 오솔길 따라 걷는다.
좀 전에 지금 서 있는 암릉을 조망했던 바위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백곰의 뒷태
이 소나무 전체를 잡아보니 역광이라 사진이 제대로 안 나온다.
베틀봉 구간을 다 내려와 계곡길과 만날 때가 14:30, 시간이 많아 남아 일단 신선봉까지 올라가보기로 한다.
하지만 용추폭포를 500m 앞두고 시간 부족의 염려로 하산을 시작하여 신선봉은커녕 용추폭포를 볼 기회마져 없어졌다.
하산하며 곳곳에 펼쳐진 계곡이 보여주는 비경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 바위에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하여 "학소대"라 한다.
암반계곡을 따라 검은 선이 길게 흘러내리는 특이한 암반이다.
여름 성수기엔 피석객들로 꽉 찰 무릉계곡
금란정
들리는 말로는 두타산 베틀봉 코스가 2015년에 개방됐다고 한다.
그동안 아는 사람들만 아름아름 다니던 비경이 풀린지 겨우 2년 반 밖에 안돼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잘 모른다.
그 비경을 오늘 인천산누리산악회와 함께 다녀왔다.
가족같은 친목 산악회로 함께 산행을 하고 싶으나 매주 일요일이 정기 산행일이다.
언젠가 희망지가 나오면 함께 산행할 기회가 있겠지만 일요일인게 좀 아쉽다.
일요일만 아니면 함께 하기 좋은 산악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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