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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강원도

적막강산인 원주 백운산

by 즐풍 2019. 5. 29.





산행일자 2017.5.17.수(휴가) 12:55~16:48(산행 시간 3:53, 산행 거리 11.7km,  평균 속도 3.1km)   날씨: 맑음



고향이 강원도 원주라지만, 젊을 땐 산과 인연이 없어 치악산은 물론 다른 원주권 산도 거의 오르지 않았다.

정작 원주를 떠난 다음 지천명이 되고서야 산행을 시작하며 치악산을 너댓 번 올랐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원주엔 치악산국립공원이 워낙 강자로 군림해 감악산이나 백운산, 칠봉산, 미륵산 등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치악산 명성에 가려 잘 알려지지도 않은 원주 백운산은 산림청 300대 명산에 든 백운산 중에 하나다.

치악산이 남쪽 자락으로 마무리되는 곳에 중부고속도로가 관통하며 아담한 치악휴게소가 자리잡고 있다.


끊어질듯 하던 치악산은 치악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남쪽으로 내달리며 치고 올라간 게 백운산이다.

백운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그러다보니 숲이 울창해 조망이 없고 화려한 암봉도 없어 별로 인기도 없다.

숲이 우거지고 계곡이 깊은 데다 국립백운산 자연휴양림이 있다보니 여름 한 철 피서지로 반짝 인기가 있다.

산림청 300명산이 아니라도 고향산천을 지키는 산이니 언젠가 올라야 할 산인데 이제야 오른다.


오늘은 어머니 기일이라 제사를 드리러 원주에 왔다.

아침 일찍 출발해 10시쯤 치악산휴게소에서 백운산을 종주하려던 계획은 아내가 치과에 간다기에 틀어졌다.

치과 선생님이 내일부터 2주간 세미나를 간다기에 오늘 치과를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아예 점심까지 먹고 들머리인 원주시 흥업면 서곡리에 있는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12:50이다. 

산행할 시간이 넉넉치 않아 원점회귀하는 네 시간짜리 단축산행을 한다.




원주 백운산 등산코스 



입구에 도착하자 공익요원이 산방기간이라 산행은 안 된다며 돌아가라고 한다.

산불방지기간은 5월 15일까지였으나 최근 강릉 산불로 인해 산림청에서 5월말까지로 기간을 연장했다고 한다.

매년 산방기간은 5월 15일까지로 알고 왔으나 느닷없이 말일까지로 연장됐다는 게 황당하다.

난 담배도 안 피고 인화물질을 소지하지 않았다고 설득하자, 

그는 산림청 요원에게 걸리면 벌금을 내야한다며 묵시적인 허락으로 겨우 산행을 시작한다.



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1.8km 구간은 계곡을 따라 오르게 된다.

강원도 지역은 두 달 넘게 10mm 이상 비가 온 날이 없을만큼 가뭄이 심해 계곡에 흐르는 수량이 적다.

용소폭포는 겨우 명맥을 유지할만큼 졸졸거리며 흐르는 물이 폭포라고 부리기에도 어색해 보인다.

용소폭포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다리가 있는 지점이 해발 356m 고도라 백운상 정상까지 1,085m의 고도를 오르자면 제법 힘 좀 써야겠다. 





작은 소


쉼터가 마련된 다리를 건너고 얼마 되지 않아 산책로가 끝나고 바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백운산은 국립휴양림 이용자를 위한 산책로가 있어 이를 피하여 등산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군데군데 안내도와 이정표가 있으니 혼동할 염려는 없다.

해발 678인 3km 지점에 있는 임도를 만날 때까지 1단계 구간으로 울창한 참나무숲을 지나기에 조망은 전혀 없다.

임도를 만나면 트인 공간이라 잠깐 백운정에서 쉬며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지만 이내 정상까지 숲속이다.

그러니 조망할 장소도 사진을 찍을 공간도 별로 없다.



제법 잘생기고 큰 소나무이나 사진이 드러내는 한계로 실물의 위엄을 제대로 닮을 수 없는게 아쉽다. 


앵초? 


잠깐 바위 앞에 간이 의자가 있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제 정상까지는 불과 300m 밖에 안 남았으니 쉬지 않고 가도 금방이다. 


두 시간만에 5.1km 지점에 있는 백운산 정상에 도착했다.

백운산의 강원도 원주시과 충청북도 제천시를 가르는 경계이다보니 원주와 제천에서 각각의 소유권을 주장하듯 정상 표지석을 따로 설치했다.

이런 경우가 제법 많은데, 이럴 땐 산림청이나 지자체간 협의체에서 하나의 표지석에 두 지역을 표기해주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게 하면 경비는 반으로 줄고 두 지역이 상생하는 모습이 보기 좋겠다. 

지리산의 삼도봉 황동 표지판이나 민주지산의 삼도봉 표지석처럼 말이다.



1,000m를 조금 넘긴 백운산에 핀 철쭉이 지금 만개했다.

2주 후인 5월 28일 소백산 철쭉을 보러 가는데, 1,400m 고지라 고도가 높으니 그때 철쭉이 만개하길 기대한다. 


정상에서 조망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얼른 하산해 형제를 만나야하니 서둘러 내려가는 데, 왼쪽으로 길이 희미하게 나있다.

질러가는 길이라고 생각해 그 길을 따라 들어가니 이내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방향을 보니 올라오니 내려가는 정규 등산로의 중간지점이라 숲을 헤치고 가면 임도와 만날 수 있겠다.

워낙 경사가 심하지만 숲이 우거졌으나 진행을 방해할 만큼 잡목이 자라지 않아 하산하는 데 별로 문제될 게 없다.




마그마가 흘러내릴 때 돌이 날라와 박힌 게 나무에 옹이같다. 


숲이 우거져 잡목이 별로 없으니 길이 없어도 다닐만 한데, 사진처럼 때로는 동물들이 낸 길을 따라가면 제법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산행시간을 줄인다고 무턱대고 내려오긴 했으나 결국 임도를 만난다. 알바가 없으니 다행이다. 


임도를 따라 나선 사람들의 여유로운 돌탑쌓기 흔적 


임도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능선 


하산이 끝나면서 다리를 건너 계곡길로 접어들기 전 쉼터에 도착함으로써 사실상 산행은 끝났다. 


백운산 휴양림을 지나 용소골 버스종점까지 내려오니 보호수로 지정된 소나무가 우람차게 서있다.

소나무 아래엔 통일신라 후기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 및 부도가 있으나 온전치 못하다.

아내가 차를 갖고 이곳까지 마중을 나왔기에 편하게 형집으로 귀가한다. 


네 시간도 안되는 짧은 산행이라지만, 제법 차도를 걸어야 하기에 11km가 넘는 긴 거리를 걸었다.

결국 차도가 평균 속도를 높여준 셈이다. 


 

 

모처럼 숲이 우거져 조망이 없는 산행을 하다보니 사진보다 글이 많은 포스팅을 하게 됬다.

산림청 300명산이 아니라도 고향 땅의 산이라 언젠가 통과해야 하는 원주 백운산이다.

종주하려던 산행은 시간 부족으로 원점산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예고없이 연장된 산방기간으로 하마터면 못 할뻔 한 산행을 마치게 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