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일자 2016.10.1.토 11:02~16:12(이동시간 05:10, 이동거리: 11.64km, 최저고도: 440m, 최고고도: 1,118m) 날씨: 흐림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내가 아는 민둥산은 계륵과 같다.
먼길 떠나자니 산은 다소 싱겁고 억새는 도두라지게 많지 않으니 애매하다.
그냥 두자니 남들 다 가는 민둥산을 영원히 혼자 못가게 생겨 궁금증을 해소하러 나선다.
원래 오늘부터 시작되는 연휴 기간엔 전라도 영암에 있는 월출산을 3일동안 탈 생각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연휴 첫날 월출산 가는 산악회가 없어 내년 5월 4일 연휴를 내고 4일 동안 월출산만 탈 생각이다.
민둥산은 강원도 정선이라 제법 멀게 느껴지지만 요즘은 교통이 좋아져 신사역에서 얼추 세 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산도 부드러운 육산이니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은빛 물결 출렁이는 억새를 가슴에 담아보기로 한다.
억새라면 작년 영남알프스를 1박2일로 다녀오며 이틀내내 원 없이 보긴 했지만, 오늘은 민둥산의 억새 풍광을 즐겨보자.
지억산 민둥산 등산지도
출발 시 네비로 검색하니 영동선을 따라 제천을 경유하면 세 시간 걸리는 것으로 조회되지만,
한참 졸다 눈을 뜨니 더 먼 길인 평택~대전간 고속도로로 가다보니 네 시간만에 도착한다.
전엔 기사가 길을 잘 아니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내비와 기사를 비교하다보니 다소 불만스러울 때가 생긴다.
아는 게 병이라더니 먼길 떠날 땐 내비와 비교되는 요즘이 그렇다.
산행은 화암약수 인근에서 시작한다.
산행에 앞서 불로그의 사진으로 봤을 때 완만한 육산이라 힘들지 않게 생각한 산행이 처음부터 힘들다.
오르는 길이 험하진 않으나 은근히 경사가 있는데다 16km의 거리를 불과 여섯 시간 주어졌기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결과로 보면 트랭글로 11.64km로 훨씬 잛은 거리인데 잘못 알려주다보니 처음부터 거리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
지억산은 별로 쉬지 않고 민둥산에 와서야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고 하산하니 50분의 시간이 남는다.
처음 지억산을 오를 땐 붉은 금강송이 빽빽하더니 고개를 하나 넘으니 온통 참나무숲이다.
정상능선을 잡아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대체로 무난한 산행이다.
이 길을 따라 우측에서 다시 저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는 걸 알고난 뒤 바로 위로 치고 올라 거리를 줄인다.
지억산은 길 양 옆으로 난 잡풀을 예초기로 전부 제거해 등산객과 교행하기도 편하다.
지역의 여러 명산을 가며 이렇게 등산로를 정비해주면 좋겠단 생각을 여러 번 가졌는데, 오늘 지억산에서 이런 경험을 한다.
정선군이 시골이다보니 재정이 넉넉치 않을텐데도 이 지역을 찾는 등산객을 위해 이런 수고를 아끼지 않으니 감사하다.
지억산에서 민둥산 가는 길엔 이런 임도를 여러번 만난다.
때로 임도로 빠지면 한참을 돌거나 전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여기서도 왼쪽에 사람들이 서 있는 곳으로 들어가야 지억산 화산약수터로 가는 길을 제대로 만난다.
산행 후 5.8km를 지날 때 좌측 10분 거리에 있는 지억산을 일부러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그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다보니 민둥산 길목까지 오면서 왜 지억산이 안 보일까 궁금했다.
산행 전에 지도를 잘 살피던가 등산하면서도 지도를 봐야하는데 빨리 걷는데 신경쓰다보니 지나왔다.
비록 지억산 정상을 가지 않았어도 지억산과 민둥산은 연계 산행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산행을 시작한 후 8.5km 지점을 지나 이 침목계단을 오르면 민둥산 정상이 보이며 억새천지를 만난다.
비로소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민둥산 억새평원을 보게 된다.
침목계단을 다 오른 후 만나는 민둥산의 저 능선 흐름이 제주의 어느 오름을 보는 느낌이다.
오름과 굼부리 형태가 잘 나타난다.
이곳은 석회암 내 탄산칼륨이 빗물에 용해되어 접시 또는 사발 모양으로 용해되어 침전된 현상으로 '돌리네(doline)'라고 한다.
민둥산 일대의 둘리네 지름은 32~320 m, 낙차는 10~55m이다.
이러한 돌리네를 순우리말로 '발구덕'이라고 하며, 이곳에 여덟 개가 있다고 하여 '팔구뎅'이라고도 한다.
민둥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곳으로 이쪽은 가까운 곳에서 오르는 길이다.
여긴 작은 발구덕 안에 억새가 모여 있어 귀여운 느낌이 난다.
강원도 산간지역에서도 이런 오름 형태를 본다는 게 신기하다.
민둥산 정상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위해 꽤 많이 줄을 서 있어 정상 표지석만 남긴다.
민둥산의 억새밭은 과거에 여러 차례 산불이 일어난 일과 고지대의 지형적인 특징으로 만들어졌다.
산불 발생 후 억새풀이 산을 덮게 된 기간은 약 20년인데, 이 기간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느리다.
그 이유는 이곳 억새밭이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로 기온이 낮고 바람이 쎈 지역인데다,
석회암 지역으로 다른 지역보다 건조하기 때문이다. (안내문 편집)
한 때의 재앙이 후세에 특이한 볼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조금이라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쪽은 지억산 방향
잠시 쉰 후 증산초등학교 방향으로 하산한다.
날씨가 좋고 며칠만 빨리 와 막 피어난 은빛물결 출렁이는 억새를 봤다면 좋겠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흐린게 많이 아쉽다.
KBS헬기가 두 바퀴 선회하며 지나간다. 오늘 9시 뉴스에 정선 민둥산 풍경이 나올 모양이다.
그래, 자유롭게 서서 민둥산의 억새를 담아보는 거야.
이제 마지막으로 보는 억새 풍경이다.
궁금했던 민둥산 억새를 하필이면 비가 내릴듯 흐린날인 게 아쉽다.
산 아래 마을에 보이는 수확을 끝낸 배추밭이다.
배추밭에 차가 들어가 배추를 잘 실을 수 있게 도로가 났다.
올여름 가뭄으로 배추 수확이 줄었다는 데 금값을 받아 생활이 넉넉해졌기를 기대해본다.
땅에 배를 깔고 기어오르는 와룡송
아침에 산악회로 갈 M버스를 탔는데, 그림사랑님과 만났다.
전에 살레와 산악회 회원으로 여러 산을 함께 다녔는데, 오늘 우연히 만난 것이다.
그림사랑님도 산을 너무 좋아해 매주 빠지지 않고 산에 다니는데 요즘은 거의 설악산 위주로 다닌다고 한다.
일반인이 다니지 않는 설악산의 거의 모든 곳을 다닌다니 나도 기회가 될 때마다 설악산으로 방향을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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