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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내장산

단풍은 역시 내장산이야

by 즐풍 2019. 6. 12.

 

 

 

산행일자 2015.11.4.수(연가) 10:51-17:13(여섯 시간 23분 산행)   날씨: 맑음

 

 

올핸 유난히 가뭄이 심해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도봉산 등의 단풍 명소가 예년에 비해 좋지 않다.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말라 비틀어져 볼품도 없다. 지난 주말엔 영암에 있는 월출산을 다녀왔는데, 내장산보다 더 남쪽에 있음에도 불구

하고 이미 단풍이 다 진 뒤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단풍명소인 내장산 단풍은 11월 6일 전후가 단풍 절정기라니

기대를 안고 산행을 나선다.  

 

작년엔 모처럼 아내와 큰 아이를 데리고 내장산 단풍 구경에 나섰지만, 단풍 피크와 겹쳐 내장사에서 주차장까지 긴 거

리를 사람에 치이며 한참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올핸 주 중에 산행이 있어 제아무리 차량과 인파가 붐빈다 해도

한결 수월한 산행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내장산 단풍산행이 사실상 금년의 마지막 단풍산행이겠다. 단풍은 이미

남쪽 끝까지 내려왔으니 더는 단풍산행을 가기도 힘들다.

 

봄꽃과 가을 단풍, 어느 게 더 좋을까?

봄꽃의 대표는 진달래와 철쭉, 그리고 벚꽃이다. 진달래는 새순보다 꽃이 먼저 피니 꽃은 돋우라지 지만 아직은 삭막한

느낌이다. 이에 비해 철쭉은 잎이 먼저 생기니 난 후 꽃이 피니 다른 초목들도 거의 나뭇잎 물색이 오른 뒤다. 높은 산

엔 연분홍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천상낙원이다. 진달래의 화려함보다 이런 철쭉의 은은한 연분홍색이 좋다.

벚꽃은 산보다는 가로수를 중심으로 인위적으로 식재되어 도시 주변에 많다. 진주 군항제와 경주 보문단지, 서울 윤중

로가 유명하지만, 윤중로 외엔 아직 가보지 못했다.

 

이에 비해 단풍은 대부분 지역에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봄꽃의 군락지가 제한적인데 반해 가을 단풍은 산 정상부터

들판에 이르기까지 없는 곳이 없으니 가을 산행을 한다면 내내 보이는 게 단풍이다. 제법 고도가 있는 산이라면 단풍

이 피는 시기에 따라 특정 고도에서 더 많은 단풍을 볼 수 있다. 가을 산행에서 은빛 찬란한 억새군락은 덤이다.

두보(杜甫)의 산행(山行)이란 시를 보면,

   

멀리 한산에 오르려니, 돌길은 비스듬한데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네.

수레 멈추고 가만히 늦은 단풍을 즐기니

서리 맞은 단풍잎이 이월의 꽃보다 붉구나.

 

당시 달력이 음력이라 해도 기껏해야 할 달 정도 빠를 텐데, 두보는 중국에서도 계절이 빠른 남쪽에 거주했나 보다.

서리 맞은 단풍이 봄꽃보다 예쁘다는 표현을 했으니 내 생각과 그렇다. 이제 나무는 온몸을 불꽃처럼 사르고 낙엽을

떨어트린 뒤 언 땅에 뿌리를 묻고 봄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내장산 등산코스

 

 

 

서래탐방지원센터에서 힘들게 서래봉과 불출봉 삼거리에 도착하여 잠시 고민에 빠져보지만, 결국 서래봉을 경유하기로 한다.

서래봉 가는 길은 긴 철계단을 끝없이 밟아야 겨우 도착할 수 있다. 다 오른 뒤에 다시 원위치하여 불출봉을 가야 하니

초장부터 참 힘든 산행 길이다. 삼거리에서 서래봉까지 불과 300m라고 하지만, 왕복 600m는 다른 고바위 1km보다 더 힘든 구간이다.

 

 

 

 

서래봉 한 칸 아래 있는 암봉도 멋지다. 서래봉은 여기서 20여m 더 올라가면 정상이지만 안 올라가고 이곳에서 삼거리로 되돌아 간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의 주능선

 

 

불출봉으로 가며 지나온 서래봉을 다시 본다.

 

내장산은 비교적 무난한 육산이지만 군데군데 이런 암봉도 많아 산행은 고된만큼 볼거리도 많다.

 

 

 

 

 

 

불출봉

 

 

 

 

 

망해봉 원경

 

 

 

망해봉 정상, 불출봉과 연지봉 사이의 봉우리로 맑은 날엔 서해가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나온 망해봉과 불출봉, 서래봉

 

연지봉에서 보는 망해봉, 연지봉은 별 특이한 볼거리가 없어 사진에 담지 않았다.

 

 

 

까치봉은 바위 형산이 까치가 양 날개를 편 모습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글쎄....   

 

 

 

 

 

 

오른쪽 정상이 내장산의 정상인 신선봉이니 정상도 얼마 안 남았다.

 

내장산 정상

 

 

 

 

오늘 산행 구간은 내장산을 둘러싼 여덟 봉우리를 종주하거나, 내장사 경내의 단풍을 보는 두 팀으로 이루어졌다.

종주한다면, 내장사 단풍을 포기해야 하기에 마지막 봉우리인 장군봉은 돌지 않고 연자봉에서 내장사로 내려간다.

연자봉도 까치봉이나 연자봉처럼 별다른 특징이 없는 봉우리다.

 

아침에 신사역에서 바로 출발했다면 30여 분 더 발리 도착했을 텐데, 잠실을 경유하여 회원을 태우고 죽전에서 또

한 번 태우다 보니 도착시각이 늦어졌다. 충청 이남으로 원정산행을 한다면 출발시각을 한 시간 당기는 게 맞겠다.

워낙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산행 시간도 빡빡하게 주어져 산행 내내 쉴 틈도 없이 진행하다 보니 산행이 엉망이 됐다.

 

 

포기한 장군봉

 

드디어 내장사 경내에 들어섰다. 작년엔 적령기 때 방문하여 최고의 단풍을 보았는데, 올핸 3~4일 이른 편이다.

가뭄으로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어디든 단풍은 말라비틀어지고 제 색깔도 안 나오니 먼거리 고생하며 온 보람이 없다.

 

어느 휴게소 2층에서 본 마가목 열매

 

내장사

 

내장사에서 올려다 본 암봉군락

 

 

 

내장사 경내에 있는 단풍

작년엔 단풍절정기인 일요일에 방문했을 때 사람에 치여 올핸 주 중에 방문했지만 날짜를 못 맞춘 게 아쉽다.

주말로는 이번 주말이 최고의 모습을 보이겠지만, 사람에 치이지 않는 주중이라면 다음 주가 좋겠다.

 

 

 

 

어느 등산객이 내장사를 나가면 두 갈래 길에서 어느 쪽으로 갈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마친 올라오시는 스님 두 분에게 묻는다.

"스님, 어느 쪽 길의 단풍이 더 좋습니까?"

"허허허, 불자님께서 두 곳 다 돌아보시고 더 좋은 곳을 나중에 제게 알려주시오."

갈피를 잡지 못한 등산객은 비구니 두 분이 올라오시자 다시 묻는다.

"글쎄요. 양쪽이 다 좋죠. 한 번 구경하세요."

 

 

내장사 정문에서 잠깐 내려섰는데, 단풍은 이제 절반밖에 보이지 않는다.

 

 

 

올핸 내장사 단풍도 별로라지만, 전국적인 지명도는 여전하다.

이번 주말이나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 내장사 단풍계곡은 상풍객으로 일대 혼잡이 예상된다.

굳이 내장사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주중을 선택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다.

 

 

이런 아쉬움이라니...

 

 

 

 

 

 

 

 

 

 

내장사에서 1주차장을 지나 2주차장까지 꽤 긴 길을 오로지 단풍을 보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산이 높다 보니 이미 산 그림자가 져 햇빛을 받지 못한 단풍은 어두칙칙한 게 제 모습이 아닌 것도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