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4.11.8.토 10:20-17:20(일곱 시간 산행) 날씨: 흐림
계절을 대표하는 명산이 있다. 봄의 동백산행부터 시작해 진달래, 벚꽃명산을 지나 철쭉산행까지 때만되면 지역별 명산에
입추의 여지 없이 상춘객들의 발길이 메어진다. 숨돌릴 틈도 없이 철쭉산행까지 산행을 끝내면 벌써 유월도 거의 다 간다.
여름이라면 당연히 계곡산행으로 이어지고 곧이어 가을이 오면 억새와 단풍산행이 반긴다. 억새산행은 기껏 10여년 전 다
녀온 명성산이 전부니 크게 내세울 것도 없다. 하지만 단풍이라면 다르다. 어느 산이든 단풍이 들지 않는 산이 있겠냐만 가
깝게는 도봉산과 북한산의 단풍도 멋지고, 좀 더 눈을 돌리면 근교엔 소요산과 운악산, 명지산 단풍도 비경에 속한다.
지난달 덕이살레와와 함께 했던 주왕산 절골계곡의 단풍도 잊지못 할 비경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비
경은 누가 뭐래도 내장산 단풍을 최고의 명소로 친다. 산행을 하며 이런 비경을 볼 때마다 가족과 함께 한다면 좋겠다는 생
각을 가져보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거나 아이들은 아직 산행에 별 관심이 없다. 그래도 큰녀석은 어쩌다 한두 번 인심쓰
듯 동행해 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번 내장산엔 아내와 큰딸이 동행하기로 한다. 둘 다 산엔 자주 다니지 못하니 산행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내장산
도 A코스와 B코스로 나뉠테니 일단 안심하고 산행을 신청한다. 큰딸은 어릴 때 너무 몸이 약한 데다 운동신경도 없어 다들
걱정했지만 커가면서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북한산 암릉구간을 데리고 다녀보면 겁내지 않고 웬만큼 따라오니 때론 대견
하다 싶을 때도 있다. 가까운 북한산이야 맘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지만 지방산행은 장거리 여행에 산행까지 겸하기에
준비물부터 꼼꼼히 챙겨야 하니 번잡스럽다.
오늘은 2호차까지 운행되어 60명이 넘는 대군단이 산행하는데 아내와 큰딸은 산행코스가 힘들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B코스
로 바꾼다. 아쉽지만 이산가족이 되어 각자 산행에 나선다. 막상 산행을 시작하여 몽계폭포 입구에 다다르자 등로에서 50m
를 벗어난 지점에 있어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지만 자주 올 수 있는 지역이 아니기에 일부러 내려가 둘러보고 온다. 지체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회원들을 만날 때까지 상당시간 소요된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빡센 코스가 무리한
탓에 산행내내 힘들다.
내장산 등산코스
산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몽계폭포를 만난다. 등로에서 약 50m 정도 떨어져 있으니 일부러 내려와 보기도 애매한 장소다
능선엔 이미 단풍이 다 졌고 계곡 아래쪽은 여전히 단풍이 아름답다.
까치봉만 오르면 하산길로 접어들 테니 힘을 내며 가고 있는데 '산에가자' 산악회의 운상님과 여로님이 보인다. 대로님은 등로를 벗어나
저만치 가고 있어 보지 못했다. 처음 지방산행을 시작할 때 가입하여 한동안 많은 지방산행을 함께 했던 팀이다. 1무1박3일의 지리산 종주
를 두 번 했고, 종주는 아니지만 설악산도 1무1박3일동안 고생을 함께 했다. 그외 덕유산 종주와 수많은 지방산행을 함께 했던 팀인데 우연
찮게 이곳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다.
낙엽이 졌다고 더 이상 볼 게 없는 건 아니다. 모든 걸 날려버릴듯 한 기세의 북풍한설을 뚫고 장쾌한 능선을 올라섰을 때
햇빛에 반짝이는 설화는 심연의 산호초 같다. 어쩌면 시베리아 벌판을 달려온 엘크의 뿔에 핀 상고대 같기도 하다. 누구든
꽃과 단풍은 보기 쉬워도 살을 에이는 추위의 고통과 싸워야 볼 수 있는 설화는 극한의 고통을 감내한 자의 몫이다.
아직 내장산 단풍나들이가 한창인데 11월에 들어서자 벌써 설악산과 한라산에서 눈꽃소식이 들려온다. 가을은 스치듯 지
나가니 머잖아 심설산행을 준비해야 한다. 작은 나라지만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사계절이 뚜렷하니 연중내내 테
마산행이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이 나라에 산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
만만히 보고 내려온 내장산이지만 막상 산행을 시작하자 된비알이 많아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물렁하게 본 사람이 의외로 강단있는 사람이 있듯 이 산이 그렇다.
내장사에서 대략 300m 정도 내장산으로 올라가다 보면 이 나무가 내장산에서 가장 수형(樹形)이 아름다운 단풍나무라고 한다.
수령 약 280년에 수고 23m,, 바닥의 직경 112cm로 일주일 정도 더 있어야 불타오르겠다.
내장산의 단풍은 이곳 내장사부터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중심으로 끝없이 연결돼 있다. 단풍나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내장사 주변은 홍역을 앓고 있지만 이 가을이 지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람들이 내년 이맘 때 또 쇄도하리라.
밤은 주렁주렁 열렸지만 따로 수확하지 않으니 겨우내 눈 내려 먹을 게 없을 때 이 동네 새들의 잔치가 벌어지겠다
조선 중종 때의 시인 조식(曺植)의 삼홍시(三紅詩)에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단풍에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짜기에 들어선 사람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이라.’했다. 산천의 단풍 비경에 사람까지 취한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풍경이다. 세월이 가도 단풍은 여
전히 붉겠지만 특히 요즘은 파스텔톤의 아웃도어가 산하와 어울리는 모습은 불과 5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더 아름답게
보인다.
요즘은 혼자서도 셀카로 사진을 잘 찍으니 좋은 시대임에 틀림 없다
사람들이 내장산~!! 내장산~~!!! 하는 이유가 다 있다. 날씨만 화창했다면 최상의 단풍을 보았겠지만 흐린 날씨에도 보는 눈이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풍경이다. 아쉬운 건 출입구가 하나 밖에 없어 주말에 몰리는 사람들에 뒤엉켜 사람마저도 움직이기 힘들만큼 혼잡스러운 게 흠이다.
한쪽 길은 미어터져 10m를 움직이는 데 세 시간씩 걸려도 이 길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도로로 한적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자들의 천국이다
꽤 많은 중국인과 동남아 사람들의 음성이 들린다. 인솔자가 있고 보면 단체여행을 온 사람들로 보인다.
아직 푸르거나 노란 단풍과 붉은 단풍의 어울림이 좋다.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자신을 불태우고 새 봄을 기약하며 가을을 보낸다.
금년 초부터 시작된 셀카봉으로 사진찍기가 새로운 교주의 등장인 양 무릎까지 꿇고 경배드리는 모습
내장사 입구 단풍터널, 산위엔 단풍이 다 졌지만 내장사 입구엔 노랗고 푸른 단풍이 있으니 11월 15일까지가 피크겠다.
오후 다섯시경 하산길이 이 정도인데 오후 서너시엔 사람이 엉켜 대 혼잡을 이뤘다고 하다.
내장산 단풍는 내장사 입구가 최고의 비경인데 드나드는 길은 오직 하나니 단풍을 본다는 것도 전쟁을 치루듯 전투적일 수밖에 없다.
굳이 봄이 아니라도 발그레하게 달뜬 여인네 품속인듯 온천지가 붉으니 단풍에 취한 사람들의 발길이 중심을 잃고 여기저기 갈지자 행보다.
오늘이 내장산 단풍이 최절정이라니 전국에서 다 모인듯 하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버스가 10m 움직이는 데 세 시간이나 걸렸다니 오도가도 못하고
꽉 막힌 도로에 갖혀 얼마나 답답했을까? 2주차장에서 4주차장 사이 내장사로 올라가는 길은 두 개다. 올라가며 왼쪽은 나들이 차량이 통행하고 오른쪽
은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2주차장에서 4주차장까지 제법 먼 거리라 난 버스를 타고 이동했지만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반은 포기하고 반은 버스를 탄다. 기다리는 동안 길 건너
도로를 보니 여전히 차량이 움직일 생각을 못한다. 벌써 땅거미가 지고 있는데 돌아갈 길이 먼 사람들은 속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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