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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 정상 표지석 찾아 떠난 일출산행

by 즐풍 2019. 5. 22.

 

 

 

산행일자 2015.7.18.토  03:00-11::30(8시간30분 산행)    날씨: 흐림

 

 

북한산 정상에 그 흔한 정상 표지석이 없음을 늘 안타까워했다. 가까운 관악산만 하더라도 정상엔 추사 김정희의 글자에서

뽑아낸 「冠岳山」이 멋지게 음각되어 있는 데 비해 세계적 명산인 북한산에 정상 표지석이 없는 게 늘 아쉬웠다.

 (관련 내용  http://blog.daum.net/honbul-/373  ☜ 클릭)

그런데 최근 카페에 올라온 북한산 백운대 사진을 보니 태극기 옆에 있는 큰 바위 상단에「北漢山 白雲臺 836m」라고 멋진

한자로 음각된 표지석이 보인다. 그동안 내가 갈망하던 소원 하나가 성취되었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

 

불과 3주 전인 2015.6.27. 토요일에 솔담님과 우리 직원 등 세 명이 숨은벽능선으로 넘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없던 표지석이라

궁금해서 북한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문의했더니 산행 이틀 후인 2015.6.29. 설치했다고 한다.

당장 산행 지기인 솔담님과 도솔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솔담님이 보러 가자고 즉답을 하기에 일출산행을 제안한다.

그간 200회 정도 북한산을 다녔지만, 일출산행은 2014년 새해 첫날밖에 없다. 그동안 야간산행은 서너 번 있었지만,

일출산행은 한번밖에 없다니 무심했다. 주말 날씨가 좋다면 함께 가기로 한다.

 

7월 18일의 일출시각은 05:24, 맨눈으로 사물을 분간하여 활동할 수 있는 시민박명 시각은 이보다 30분 빠른 04:54부터 시작

된다. 일출 시각에 맞춰 상운사계곡에서 백운대 정상에 오르자면 대략 두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북한산성 입구

에 오전 세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산행준비를 하고 집에서 밤 두 시 20분 정도에 집을 나서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다.

 

밤이 제일 긴 동지를 지나 며칠 안 된 새해 첫날의 일출은 07:47으로 지금보다 두 시간 늦다. 하여 새해 첫날의 일출은 부담이

적지만 그땐 또 추위와 싸움이고, 이번엔 잠과 싸움이다. 하지와 동지의 차이는 낮 시간의 길고 짧음 뿐만 아니라 일출 시각

차이도 이렇듯 크다.

이렇게 첫새벽에 일출이 시작된다는 건 우리의 표준시를 갖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다. 수출을 제일 내걸었던 박정희 정권 때

우리보다 30분 빠른 동경시에 맞춘 게 오늘까지 이어져 30분 빠른 생활을 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 북경시도

우리와 시차가 불과 30분밖에 안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긴 하다.

 

 

 백운대 등산코스  

 

북한산성 입구에서 출발한지 30분만에 보리사에 도착했다. 03:30에 연등을 밝히고 새벽 예불을 하고 있다.

 

예정시간보다 이른 05:00에 백운봉암문에 도착하여 만경대를 오르려고 했으나 절벽이 너무 높아 포기하고 정상인

백운대에 05:10에 도착했다. 일산에서 출발할 때 솔담님이 하늘에 별이 하나도 안 보인다고 걱정하더니 아닌 게

아니라 날씨가 흐려 일출은 포기한다. 일출을 멋지게 담기 위해 삼각대까지 설치한 몇몇 출사를 나온 사람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표정이다. 청명한 어느 가을에 다시 오기로 했지만, 밤잠도 접고 나온 우린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북한산 정상 표지석의 전체적인 모습은 맨 위 사진으로 보고, 이것은 바위 상단에 새긴 한자다.

흔히 표지석은 눈에 잘 띠게 글자를 앞면에 새기지만 이렇게 바위 바닥에 새긴 경우는 처음 본다.

그만큼 북한산 백운대의 표지석은 독특하고 새롭다. 북한산의 새로운 명물이 되길 기대한다.

다만, 그동안 몇 번 내린 비로 빗물 속에 있던 먼지가 눌러붙어 색상이 선명하지 못한 게 다소 아쉽다.

 

약수릿지, 염초봉 뒤로는 원효봉

 

방풍 재킷을 지참하지 않았다면 바람이 심한 백운대에 20여 분 머무르는 동안 추위에 떨 뻔 했다. 

백운산장으로 내려오니 산장에서 잠을 잔 젊은이들이 라면으로 아침준비를 하고 있다.

옆에 있는 부부들에게 숙박비를 물어보니 5,000원이다. 매트리스와 침낭은 준비해야 한다고.

젊은 부부는 서울에 살지만, 가끔 이런 식으로 산에서 외박한다니 그들만의 색다른 데이트가 흥미로워 보인다.

  사진은 백운암 옆으로 돌아가 큰바위에서 보는 인수봉이다.

 

영봉과 완관봉, 그 너머 도봉산 오봉과 자운봉 일대

 

인수봉 낙석사고로 몇명의 사상자가 난 이후 한동안 금지되었던 암벽의 일부구간이 해제되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한 팀이 암벽으로 오르는데 선등자는 여자 대원이다.

 

인수암(庵) 내려가는 길에 다시 보는 인수봉은 좀 전의 모습과 다른 형태다.

하루재를 거쳐 영봉을 올라가서 다시한번 더 볼 기회가 있는데 이 모습과 얼마나 다를지 비교해보자.

 

영봉에서 보는 인수봉

 

위 사진은 캐논100D로 찍은 것으로 색감이 다소 부드러운 느낌이고, 아래 사진은 애플6+로 찍은 사진으로 다소 거친 느낌이다  

 

육모정 가는 길의 건너편 짧게 끝나는 바위능선

 

이 왕관봉의 뒷 모습을 보기 위해 등로에서 벗어나 일부러 찾아간다. 멀리 도봉산 오봉도 보인다.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다시 보니 보이지 않던 뒤에 숨었던 8봉도 잡힌다

 

8봉 가는 길의 다른 위치에서 보는 왕관봉은 좀 전과 판이하게 다른 형태를 보인다

왕관봉이라길래 왕관의 이미지를 검색해 보니 왼쪽 경주 천마총에서 발굴된 금제관모를 닮았다.

하지만 백제 왕비의 관모를 보면 왕비의 닮은듯 보이기도 한다. 누가 이름 지었는지 몰라도 왕관봉이란 이름 참 잘 지었다.  

 

 

 

맨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1, 2, 3, 4봉이다

 

 위에 있는 사진을 얻기 위해 나무를 올라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솔담님이 잘 포착했다.

 

상장 3봉에서 조망하는 북한산은 인수봉이 가장 멋진 모습이나 날씨가 흐려 아쉽다

 

강아지바위

 

제일 오르기 힘든 코스 중 하나인 4봉

 

우이령고개 건너 도봉산 여성봉과 오봉

 

1봉 가면서 보는 2봉의 모습

 

산행의 마지막 구간은 솔고개를 탈출한다는 게 엔젤보스턴캠프장으로 통과했다.

처음엔 예비군훈련장인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 통과하면서 캠프장이란 걸 알았다. 통과하게 된 비밀을 다 말할 순 없다.

 

그 시간 아내는 혼자 의상능선을 탄다고 카톡과 전화가 왔는데, 다리에 쥐가 날려고 해 부왕사암문에서 탈출했다고 한다.

함께 일출산행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너무 이른 시각이라 포기했다.

그래도 이런 염천에 혼자서 의상능선을 탈 생각을 하다니 요즘들어 산행의지가 대단하다.

 

모처럼 일출산행을 떠난 북한산이었으나 날씨가 받쳐주질 않았다.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정상 표지석이 설치되었고, 글자체나 크기에 만족한다.

표지석은 정상에 있는 태극기까지 올라가야 비로소 볼 수 있도록 하여 어느 정도 숨겨놓은 보물인 셈이다.

 

정상을 밟은 후 솔고개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의외로 길어 여덟 시간 반이나 걸린 대장정이었다.

여러 장소에서 만나는 인수봉은 그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왕관봉 역시 웅장한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긴 산행만큼이나 많은 풍경을 보았다. 그 시간을 함께한 솔담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