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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무등산

무등산의 서리꽃 산행

by 즐풍 2019. 5. 22.

 

 

 

산행일자 2013.12.29.일. 10:45-17:35(6시간 50분)     날씨 : 산행 내내 눈오고 흐림

 

열여덟 개의 산악형 국립공원 중에 무등산은 가장 최근인 2012년 12월 27일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으니 이제 겨우 돌을 지난 셈이다.

네 개의 해안형 국립공원에 도시형 국립공원인 경주까지 포함하면 21번째 국립공원이면서 24년 만에 새롭게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무등산국립공원 정상엔 군부대가 있어 연 4회 개방한다는 데 그나마 겨울엔 위험하여 가을에 두 차례 개방한다니 근교 사람들이 아니

고는 정상을 탐방하기는 쉽지 않겠다. 양평의 용문산과 같이 군부대와 잘 협조해서 상시 출입으로 언제든 정상을 밟는 날이 오기를 기

대한다.

 

오늘 무등산을 탐방하므로써 2013년의 산행의 대미를 장식할뿐 아니라 종산의 각별한 의미도 갖는다. 순서상 월출산을 먼저 탐방하고

무등산을 등산한다면 산악형 국립공원을 완등한다는 뜻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월출산은 두어 번의 탐방기회를 놓치면서 금년

에 큰 숙제를 하나 남긴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월출산이야 내년엔 어떤 일이 있어도 탐방할 예정이므로 18개의 국립공원 산은 다 밟아보

겠지만 국립공원에 딸린 산까지 완등하기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산국립공원으로 말한다면 도봉산, 사패산까지 포함

하고, 월악산은 도락산, 금수산, 북바위산, 포함산, 구담봉, 옥순봉, 제비봉, 마패봉 등 광범위하게 지정되어 일일이 다 탐방하기도 쉽

지 않다. 이에 반해 지리산은 가장 넓은 면적을 갖고 있음에도 지리산 하나로 칭하니 이틀동안 화대종주를 해도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

은 너무 지리하여 지리산이란 산명이 붙었는지도 모른다.

 

무등산은 가을 억새와 겨울 설경을 최고로 친다. 그리고 가을 억새산행보다 겨울 상고대 산행을 더 알아주니 이번 산행은 그런 면에서

시의적절한 산행이다. 이런 명산인 무등산을 찾기란 쉽지 않은 거리다. 파주를 빼고는 서부지역 최북단이란 지리적 난점으로 지방산행

하자면 수도권이 아닌 다음에야 어느 지역이든 먼 거리임에 틀림 없다. 그럼에도 산이 거기 있으니 장거리 이동에 좀이 쑤시고 등허리

근육이 뻑저지근해도 감내하며 새로운 활력을 찾아 떠난다.

 

산에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 산이든 쉬운 산은 없다. 내 사무실은 1층에서 가끔 2층, 3층, 어쩌다 4층이라도 올라가려면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다. 엄살이 심하

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그 높은 산은 어떻게 군소리 안 하고 즐기며 올라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막상 산에 오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건물의 한결같은 높이를 가진 계단이 아니라 다 다른 능선과 계곡, 사면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모습과 풍경, 그리고 느껴지는

산 기운과 조망에 가슴이 뛴다. 늘 새로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우회로를 버리고 암벽과 마주하면서 기필코 오르고 넘

어야겠다는 투지가 생기기도 하고 새로운 풍경에 대한 기대로 지치고 힘들 시간이 없다. 그것은 염천의 태양 아래서 온몸이 육수로 젖어

현기증을 느끼거나 머리가 빠개지고 손발이 어는 엄동설한의 동장군과 맞서면서도 한결같은 기백이다.

 

산행하는 동안엔 사무실에서 갖는 스트레스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산에선 오직 산만 있을뿐이다. 산은 카페회원들과 함께 하지만 산

에선 오직 나만 있을 뿐이다. 산과 동화되기에 산 외에는 다른 것은 보이지도 생각할 틈도 없다. 그러기에 오늘도 산에서 또 다른 산을

얻는다.

무등산을 등산함으로써 2013년 산행을 마감하며 새로운 2014년도 건강한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무등산 등산코스

 

비슬산 암괴류는 전세계에서 가장 긴 2km에 걸쳐 분포되어 있는 데, 이곳 무등산의 암괴류도 다른 산에선 보기 힘들만큼 넓게 분포되어 있다.

높이는 약 300-400m, 너비는 알 수 없는데 내가 못 본 부문이 더 많을 듯 싶다. 눈이 내려 제 모습이 안 보이지만 굉장한 것임엔 틀림 없다.

무등산 아래쪽엔 눈이 별로 없었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점점 많아지고 나뭇가지엔 설화가 피어 제법 볼만하다

 

중봉

무등산은 억새밭이 넓게 분포되어 가을 정취와 겨울의 설화가 유명한 곳으로 시계가 불량한 게 아쉽다

등산을 시작할 땐 눈이 거의 없어 무등산 설화를 볼 수 없겠단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상부근에 바람과 추위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  

 무등산엔 서석대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주상절리대가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서석대 정상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회원들과 멀어져 서석대에 오를 때까지 도도체 한 사람도 만날 수가 없다. 서석대에선 너무 추워 바람을 피해 그 아래로

하산한 줄 알고 내려가다 잠깐 지도를 보니 서석대에서 장불재로 다시 하산하는 것으로 표시가 되어있다. 알바를 했구나 하며 어렵게 서석대로

올라가 하산할 때서야 올라오는 회원과 대장을 만나 식사를 했냐고 물어보니 하고 왔다기에 " 난 저 아래서 식사를 하겠다"고 알려주고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하니 뒤로 넘어가 중머리재에 있다고 한다. 대장은 회장에게 내가 거기서 식사를 하고

있으니 넘어오라고 알려줬다는 데 날 보지 못하고 지나친거다. 먼저 간 팀도 일부는 알바를 하여 결국 주차장에서 만나긴 했지만 하산길은 혼자만

의 시간이었다.

 

여기가 아마도 입석대가 아닐까?

 

 

 

 

 

 

전망대에서 보는 서석대로 안개에 가려 조망이 없다. 잠깐 서 있어도 추운데 이 서석대를 찍겠다고 출사를 나온 분이 잠깐 해가 비추길

기다리며 내내 서 있다. 오늘 날씨도 안 좋은데 언제 좋은 사진을 찍겠냐고 하니 그래도 잠간 해가 뜰 때 찍으면 된다니 대단한 집념이다.

 

 솜사탕 같은 느낌   

 

 올겨울 가장 멋진 설화를 무등산에서 본다

   

 이제 하산이다. 무등산은 엎다운이 거의 없는 오직 오르거나 하산하는 단조로운 느낌이다.

 

 무등산은 어디든 바위가 있다면 의례 주상절리 한두 개는 기본이다

  

 용추삼거리에서 중머리재 구간에도 제법 눈요기하기 좋은 바위군락이 몇 군데 있다  

 

 

 

 

 백설이 만건곤해도 여전히 푸른 잎을 가진 소나무라 선비들의 표상이다

 

  

이곳을 지나 아이젠을 벗고 내려오는 데 웬 아가씨가 같이 가자고 한다. 웬일인가싶어 가만히 보니 내가 아이젠도 없이 내려오는 게 불안해

보였던지 도와주려 하는 마음씀씀이가 고운 아가씨다. 광주에 산다기에 무등산은 광주에서 어떤 의미를 갖냐고 물어보니 광주에 있는 모든

것은 광주사람들에게 다 특별하다고 한다. 광주에선 단지 무등산에 잠깐 머물렀을뿐이지만 광주사람들의 따듯한 마음씨를 느낀 아주 훈훈한

산행이었다. 그분의 앞날이 늘 행복하길 빈다. 

 아직 갈길이 먼데 산이 높아 서산마루에 잠시 해가 걸리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진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 도립공원이었지만 광주사람들에겐 무등산이 정말 너무나도 특별했기 때문인지

오솔길에 긴 멍석을 깔아 훼손되지 않고 우천에도 질퍽거리지 않게 잘 관리하는 노력이 좋아 보인다

 증심사에서 관리하는 느티나무는 450년된 보호수로 높이 25m에 둘레 4.8m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뭇잎 무성한 시절이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겠다.

저 나무에 기대 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바로 쉴 휴(休)자다.  

 증심사 사천왕문  

국립공원 무등산을 끝으로 2013년도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