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산행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은 머리 위로 폭우처럼 쏟아지는 태양열이 따갑기도 하고 지루한 장마가 이어져 산행이 쉽지 않은 계절이다. 게다가
날씨도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하다 보니 여름은 더 덥고, 오뉴월 늘어진 소부랄처럼 여름도 길어지고 우기도 점차 많아지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다 보니 한여름의 산행은 자연히 계곡을 중심으로 한 테마산행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한겨울은 심설산행 위주로 산행을 하고 봄철의 진달래와 철쭉산행을 마치면 찬바람 일 때까지 계곡트레킹과 연결되는 산행이
이어지리라. 산악회 회장단이야 설령 친목을 위주로 한다고 해도 계절에 맞는 산행이 아니라면 적자를 감당할 여력이 없을 테니 계절테마
산행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하반기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지방원정산행을 위주로 작성하고자 한다.
7.5.토 칠보산 쌍곡계곡
원래 경기도 가평에 있는 명지산으로 예정돼 있던 산행은 2-3일 반짝 내린 폭우에 더하여 산행 당일에도 엄청난 폭우가 예보되어 불어
난 계곡을 서너 개씩 넘을 엄두가 안 나고 안전사고가 우려되었다. 반대로 충청 이남은 가뭄이다 싶을 정도로 비가 없어 산행대장은 회원
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충북 괴산에 있는 칠보산으로 산행지를 급변경하여 칠보산 정상을 찍고 쌍곡계곡으로 하산하며 올여름 처음으로
본격적인 계곡 트레킹을 시작한다. 칠보산은 1년 전에도 산행을 했지만 그땐 혼자 구봉능선으로 하산했지만 이번엔 회원들과 함께 계곡
트레킹에 나선다.
칠보산 정상을 찍고 쌍곡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에 만나는 마당바위 풍경을 건너편 능선에서 잡아본다
하산길에 처음 만나는 신선폭포도 수량이 적은 탓에 제모습을 보긴 힘들고
물은 티없이 맑지만 하루종일 상류에서 알탕을 한 터라 순청(純淸)은 아니다
쌍곡폭포에서 제대로 알탕을 즐기는 이는 올여름 제대로 난다
7.20. 토 덕풍계곡 트레킹 비경
응봉산의 덕풍계곡은 잠시 진행한다 싶으면 앞이 막혀 보이나 더 나가면 좌우로 굽어있어 통로를 열어준다. 굽이굽이 이어진 계곡에
흐르는 물은 낙엽물 우러나온 물이라 계곡의 깊이와 햇볕에 따라 연갈색부터 흑갈색까지 다양한 모습의 색깔을 보여주는 진풍경을
선사한다. 때로 계곡이 퍼져 넓은 곳은 황금색을 띄여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는 가 하면 조금 깊다 싶으면 속을 알 수 없는 흑갈색
이라 괴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왕산의 계곡물과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여느 계곡과는 다른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물속으로 풍덩인데, 난 맨 앞에서 리드를 하고 있다
제1용소 입구인데 수심이 낮은 곳은 갈색 물색이 황금색을 연출하는 환상적인 진풍경이다
제1용소, 근데 이보다 더 근사한 명칭이 없다는 게 아쉽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흑갈색 용소엔 용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제2용소를 지나 흰바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바위가 이채롭다
제2용소폭포
7.27.토 오대산 소금강계곡 탐방
오대산 노인봉을 오른 후 소금강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의 비경을 24년 만에 큰딸과 함께 다녀왔다. 딸이야 돌이 지난 지 두어
달만에 다녀왔으니 기억이야 있겠냐마는 등에 둘러업고 다녔던 신혼 초의 추억을 반추하며 장성한 딸을 데리고 소금강계곡을 걷는
동안 느끼는 감정은 특별하다. 그때 그 여정을 따라 동해바다까지 함께 하면 좋으련만 소금강계곡 탐방을 끝내고 서둘러 귀로를
잡아야 하는 아쉬운 하루였다.
하산길에 처음 만나는 낙영폭포
마치 사람이 괴어 놓은듯 한 굄돌이 인상적인 백운대
만물상
구룡폭포, 이곳뿐만 아니라 소금강계곡은 곳곳이 비경이다
■ 8월 산행
8.10.토. 북한산 백운대 야간산행
사실 어떤 산이든 동행인 없이 야간산행을 한다는 건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난다면 주위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무척이나 신중하고 진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비록 북한산이 서울이란 대도시에 접해 있지만 산속으로 조금만 진입해도 휴대
폰은 거의 먹통인대다 야간산행자를 만날 확률도 극히 희박하여 문제상황이 발생하면 구조요청을 하기도 어렵다. 이런저런
사유로 단독 야간산행보다는 한두 명이라도 동행을 해야 하겠지만 때로 단독산행도 즐길만하다.
밤골계곡에서 백운대 문턱인 호랑이굴을 넘어가며 보는 낙조 후 여명
낙조가 진 줄 알았는 데 일락함지(日落咸池) 직전에 인수봉에 겨우 걸린 석양
지상의 여름이 아무리 덥다해도 야간의 백운대는 등줄기로 냉골 같은 바람이 스친다
8.17.토 노적봉에서 조망하는 백운대
누구나 북한산 백운대에서 사방으로 펼쳐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순 있지만 반대로 백운대를 근거리에서 조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백운대를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세 군데 꼭짓점이 있으니 만경봉, 노적봉, 인수봉이 그곳이다. 인수봉이야 전문가가
아니면 감히 올라갈 엄두도 못 내니 일반인 입장에선 요원한 일이고, 만경봉도 기본장비가 없으면 출입이 통제되니 쉬운 일이 아
니지만, 제일 느슨한 노적봉은 좀 고생만 한다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북한산의 다른 능선은 괜찮은 데 백운대가 그 보다 조금 더 높다고 안개는 연신 백운대를 휘감고 지난다
만경봉
만경대 허릿길에서 보는 노적봉
08.24.토 두타산과 무릉계곡
이번에도 큰딸과 동행한 두타산은 무진 고생해서 올라갔지만 고생에 비해 그다지 볼 것 없는 정상이었으나 반대로 하산길에 보는
무릉계곡이 별천지인 것을 비로소 알았다. 하지만 하산길에 아빠는 좌충우돌 사진만 찍고 길 안내를 하지 않아 심통이 난 딸이 뒤
도 안 돌아보고 길을 재촉하는 바람에 무릉계곡의 비경은 뒷전인 채 따라가기 바쁜 하산길이었다.
무릉계곡을 즐기는 탐방객들
■ 9월 산행
09.01.일 홍천 공작산과 수타계곡
홍천 두타산은 꼭 가보고 싶은 산이었지만 일부러 찾기에는 애매하여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던 참에 공지가 올라와 망설이지
않고 신청한 산행이다. 전체적으로 육산이지만 산 정상만 세 개의 암봉이 일정 간격을 유지한 상태로 "놀랬지?" 하는 형상이다.
암봉이 많은 골산이라면 산 타는 재미라도 있겠지만 정상을 제외하곤 긴장감 없는 능선과 봉우리를 지나야 하기에 다소 힘들게
느껴졌다. 수타계곡은 아름다운 풍경을 가졌음에도 윗마을에서 발생한 생활하수로 물이 혼탁한 게 흠이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공작산 산행을 끝냈으니 남아있던 숙제를 푼 느낌이다.
오염된 계곡물이라 여름철 물에 들어가기도 찝찝한 물색이라 다소 아쉽다
수타사를 접하고 있는 계곡인 데다 수심이 깊어 여름철 인기 지역이겠다
09.07(토)-09.08(일) 1박 2일 사레와 캠프 참가
사레와 VIP고객으로 초대되어 사레와에서 지원하는 1박 2일의 울진 사레와캠프를 다녀왔다. 사레와 본사 회장은 고향인 울진에
"캠프홀스"를 운영하여 승마체험과 연계된 덕구온천 및 계곡트래킹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사은행사 차원에서 제공한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 막바지 벌초가 한참일 때라 다른 벌초차량, 행락차량 등과 맞물려 오가는 여정이 쉽지 않았다.
울진 봉평해수욕장
캠프홀스 경마장
성류굴 내부
폭풍의언덕 촬영지의 하나가 된 바닷가 배경으로 죽변항 고개 너머에 있다
덕구온천 원탕 가는 길의 선녀탕
09.14.토 치악산을 대신한 도드람산
모처럼 고향땅인 치악산 들머리인 입석사에서 산행을 시작하려는 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부터 내리던 비는 치악산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호우특보가 발효 중이라 입산이 금지되어 부득이하게 귀로에 있는 도드람산으로 산행지를 변경하게 된다.
도드람산은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에서 도보로 불과 5분 거리에 들머리가 있는 349m 작은 산이라지만, 암봉이 있는 능선으로
험란하기가 어느 고봉준령에도 뒤지지 않아 고추당초 보다 더 맵짠 산행이 되었다. 쉬엄쉬엄 세 시간 걸린 산행치 고는 제대로
된 산행이었다.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와 SK텔레컴연수원이 보인다
봄이 되면 마천루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의 연초록 새순이 한 폭의 그림일 것이다
09.18.수.추석연휴 연천 고대산에서 철원 금학산 이어가기
꼭 3년 전에 다녀온 고대산의 세 개 등산로를 근 다섯 시간 만에 모두 돌고 나니 금학산에 가기도 전에 이미 체력이 소진된 느낌
이지만 오늘이 아니면 금학산과 연계산행하기도 힘들 테니 금학산을 타기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내 본다. 한 시간 정도 고금능선을
탄 끝에 도착한 금학산을 긴장하며 등산을 시작하지만 100m 간격으로 웃음에 대한 명언이 설치돼 있어 뜻을 음미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고대산은 북한지역이 가장 가까운 산이고 금학산도 최전방에 있는 산으로 정상엔 군 시설물이 있어 접근이 통제돼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설치된 정상표지석을 촬영하는 것으로 정상을 밟지 못 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동송읍으로 하산한다.
제1등산로에서 보는 건너편 능선의 고봉이 이채롭다
제2등산로의 칼바위능선
고금능선의 보개산에서 보는 금학산 정상
금학산 하산길에 만나는 매바위
09.22.일. 다시 찾은 용화산
2010년 11월 말, 용화산을 등산할 때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면서 폭설이 쏟아져 앞도 분간할 수 없기에 조난이 우려되어
정상도 밟지 못하고 하산했던 산인데, 모처럼만에 다시 탐방하게 되었다. 이번엔 비록 정상을 찍었다지만 카페산악회를
따라가다 보니 연로자와 초보자가 많아 중간지점에서 하산하여 아쉽게도 종주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산에서는 내 사진은 거의 안찍는데 우연히 찍힌 사진이 역광이라 더 멋지게 보인다
큰 고개에서 힘겹게 능선에 도착하면 명품소나무를 배경으로 포토존이 형성되어 앞에 선 바위마저도 다 닳았다
칼새봉
용화산휴양림으로 가는 계곡은 도처에 비경이 숨어 있어 여름철이면 이를 즐길 사람들이 많겠단 생각을 해본다
■ 10월 산행
10.5. 토. 김포 문수산
하루종일 뭉그적거리다 오후 네 시에 김포에 있는 문수산 희우루에 도착하여 그때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희우루에서 주차장까지
20여분을 걸어가 시작한 산행이 정상까지 70분 만에 도착한다. 청명한 가을 날씨인 데다 인근에 높은 산이 없어 사방으로 조망이
좋아 끝없이 이어지는 나지막한 산들 가운데 북쪽으로 송악산이 북한산처럼 암릉이 우뚝 보인다.
처음엔 북한산인 줄 알만큼 그 위용이 대단하니 소위 말하는 경기 5악에 송악산이 드는 이유를 비로소 알겠다. 지척에 두고도 오르
지 못하는 안타까운 분단 현실이 못내 아쉽다.
문수산성을 복원하여 얼룩빼기 성벽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휴전선 너머 개성에 있다는 송악산이 멋진 골격을 보여준다
산 아래 강 건너 북한 땅을 코앞에 두고 있다
늦게 시작한 산행이라 하산할 때 이미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다
10.6. 일. 5개월 만에 다시 오른 조령산
지난 5월에 이화령부터 조령 3 관문까지 조령산을 종주한 바 있으나 이번엔 다른 코스의 원점회귀 산행이라 다시한번 탐방한다.
지난번에도 힘겨웠던 산행이었지만 이번 산행도 등로는 까다롭고 험한 코스가 많다. 그래도 주능선에 들어서자 눈에 익은 코스라
반가운데, 불과 5개월 만에 교체된 조령상 표지석을 보니 조령산의 역사를 보는 느낌이다.
그새 새로 바뀐 조령산 표지석
건너편 주흘산 6봉 능선이 마주 보인다
10.9. 수. 한글날 강릉 바우길 탐방
지금까지는 정상으로 오르는 산행만 했다면 이번엔 동해바다와 나란히 걷는 강릉 바우길 걷기에 나섰다. 첫코스로 오죽헌을 둘러
보고 경포대를 거쳐 경포해변에서 망망대해의 푸른 바다와 바다내음을 들이켠다. 그리고 버스로 이동하여 주문진에 있는 아들바위
와 주문진항을 둘러보는데, 자주 나타나는 아스팔트길에 성치 않은 무릎이 불편하다.
율곡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함께 화폐에 올라 세계 최초로 모자가 같이 화폐에 오르는 강릉의 자랑거리다
경포대
경포해변
아들바위와 등대
10.19. 토. 연인산 단풍산행
서서히 단풍이 시작되니 한동안 산행을 멀리했던 사람들도 단풍산행을 시작할 계절이다. 설악산이나 내장산을 비롯해 도심권에서
가까운 산도 단풍객들로 넘칠 테니 얼마간 조용하던 산은 사람들로 홍역을 치르겠다. 도립공원인 가평의 연인산도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여 다음 주면 제법 단풍색깔이 곱겠지만 산행하기엔 다소 지루한 느낌이다. 연인산은 산행보다 용추계곡의 풍취가 더 아름
다운 곳이다.
갈수기인 가을인데도 적당한 계곡물은 등골이 서늘할 만큼 시리도록 맑다
이제 막 단풍이 피어나기 시작한 계곡 상류
연인산 정상에 서면 명지산과 화악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10.24. 목(연가). 방태산 단풍산행
9월 말까지 지속되던 늦더위도 계절의 흐름 앞에 무릎을 꿇고 날씨가 선선해지며 전국명산은 단풍행락으로 들끓기 시작한다.
방태산은 아직 아직 일반에 단풍지로 크게 홍보되진 않았지만 다녀온 사람들에 입소문으로 점차 알려지고 있다. 산악회에서
적가리골의 단풍구경 겸 산행을 나섰으나 단풍 절정기에서 1주일 정도 늦어 다소 아쉬운 산행이었다.
지역별, 연도별로 날씨가 다르니 예년 평균을 참고한다 해도 어그러지기 일쑤니 시즌을 맞추기도 참 어려운 문제다.
여름엔 아침가리골의 계곡트레킹이 대한민국 최고의 피서계곡이고, 가을엔 단풍명소가 되는가 하면 겨울엔 심설산행 명소이기도 하다
시즌에서 일주일 지난 상태지만 등산하면서 최고의 단풍 구간을 지나기도 한다
주목나무의 고풍스러운 의연함은 큰 산이라고 다 만날 수 있는 게 아닌데 방태산에서도 어렵게 만나 더 반갑다
방태산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폭포인 "이단폭포" 주변엔 벌써 낙엽이 진 모습이다
10.26. 토. 가야산 단풍산행
금년 단풍여행 중에 가야산 단풍은 가히 최고였다. 만불산능선의 작은 참나무의 노란 단풍에서 용기골 하산로의 단풍나무의 붉은색
터널은 탐방지원센터까지 연결된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은 최고의 단풍산행이었다.
참나무 단풍도 붉은 단풍만큼 멋지다는 걸 가야산에서 알게 된다
만물상능선이 37년이나 닫혀 있었기에 온전히 이런 모습을 보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칠불봉 오르는 길
서성재에서 용기골 가는 내내 단풍터널을 지나기에 용기골만으로도 내장산 최고의 단풍구간이 된다
10.29. 화(연가) 내장산 단풍마중 산행
우리나라 단풍명소 중 최고의 산행지로 꼽히는 내장산 단풍여행을 나섰지만 아쉽게도 절정기 보다 일주일 빨리 도착하여 다소 싱거운
단풍마중이 되었다. 하지만 백암산에서 백양사로 하산하는 코스의 학바위 아래로 펼쳐진 비경은 서운한 감정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멋진 비경을 보여주었기에 장거리 여행의 피로도 줄일 수 있었다.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지만 이런 모습에 더 많은 사람을 받는다
일주일 빠른 단풍 마중산행이지만 백양사 윗절인 약사암 부근엔 참나무 단풍이 기암을 덮고 있는 자태가 곱다
사람들이 그냥 통과하는 절벽 위를 올라가야 볼 수 있는 비경으로 위험을 감수한 대가다
다른 위치에서 다시 보는 선바위
■ 11월 산행
11.3. 일. 황금산 해안절벽의 비경
서산에 있는 황금산은 해발 156m의 작은 산이지만 바로 해안에서 시작되므로 내륙지방의 300m급과 맞먹는다. 하지만 산행보다는
해안 절벽을 따라 탐방하는 코스가 더 인기가 많다. 기암절벽에 코끼리바위나 동굴 등 볼거리가 풍부한 데다 코스를 이동하며 깎아
지른 바위를 타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물 때를 잘 맞춰야 한다. 서해의 특징상 조수간만의 차가 커 만조 때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눈으로만
탐방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벽은 칼로 자른 듯 날카롭지만 해변에 뒹구는 자갈이나 돌은 영겁의 세월 동안
파도에 굴리고 서로 부딪혀 동글동글하게 닳아 몽돌해변으로 불리는 데 잘 다듬은 보석을 보는 듯한 흥미도 있다.
코끼리바위
몽돌해변과 바위에 붙은 조개, 해안절벽, 모든 게 아름다운 곳이다
11.9. 토. 충주호를 조망하는 제비봉
양평에 있는 용문산에 가려던 계획은 행복이 님의 청원에 따라 충주호가 조망되는 제비봉으로 산행지를 변경했다. 충주호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국립공원인 월악산을 비롯하여 금수산, 구담봉, 옥순봉, 적성산, 면위산을 비롯해 악어산 등 꽤 많은 명산이 있다. 제비봉은
별도의 산 이름을 갖고 있지 않지만 제비봉 하나만으로도 손꼽히는 산행지다. 산행을 끝내면 유람선을 이용한 충주호 유람도 빼놓을
수 없는 연계코스 중 하나지만 막상 우리가 이용하려니 순위가 너무 밀려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에 그냥 귀로에 올랐다.
제비봉 산행은 나 혼자 일행과 떨어져 험로를 이용한 덕분에 제비봉을 보는 행운을 가졌다.
이 산엔 낙엽송이 많아 노란 단풍이 든 낙엽송이 이채롭다
바위를 의지하며 자라는 소나무가 외로워 보인다
못 볼 줄 알았던 제비봉을 험로에서 만난다
충주호 유람선 선착장인 장회나루
11.26. 화.(연가) 임꺽정의 야사를 간직한 불곡산
가까운 양주에 불곡산이 있다. 그동안 몇 번 가본 산이지만 어차피 써야 할 연가이기에 화요산행으로 불곡산을 찾는다. 불곡산은
작은 산이지만 상투봉부터는 사방으로 조망이 트여 전망이 좋은 산이다. 불과 470M의 작은 산이지만 업다운이 있고 바위가 많은
골산이라 제법 산타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하산길엔 악어바위나 복주머니바위, 코끼리바위, 삼단바위 등 다른 산과 비교되는
바위가 많아 산행 내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마지막 하산코스의 능선
불곡산의 명물인 악어바위만 보아도 불곡산 산행의 가치를 갖는다
3단 바위
■ 12월 산행
12.1. 일. 2013년 첫눈 산행인 용문산
그동안 가고 싶었던 용문산에 도착하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눈이 쌓여 아이젠 없이 산행한다고 고생 좀 했다. 군부대가 지키고
있던 정상은 2007년 11월에 개방되어 서너 평 남짓한 가섭봉을 배경으로 인증숏을 찍을 수 있다. 워낙 알아주는 너덜길이라 평
상시에도 고생한다는 코스인데 눈까지 내려 많이 고생한 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은행단풍이 예쁠 때 다시 탐방에 나서야 한다.
용문사 은행나무가 낙엽이 떨어진 데다 날씨마저 가라앉아 처연해 보인다
용문산 최고봉인 가섭봉의 은행나무 구조물
첫눈과 서리꽃의 비경
12.7. 토. 천마산-백봉산 연계산행
북한산은 마땅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 한 시간 이내 거리를 보니 천마산이 눈에 들어온다. 첫차를 타고 마석에 내려 천마산관리
사무소에 도착하니 안개가 심해 조망이 없는 데 가루눈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정상에서 멸도봉을 좀 더 지난 곳까지 갔다 되돌아
와서는 천마의 집 족으로 내려가 임꺽정 굴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 마치고개로 하산한다. 하산하기가 아쉬워 건너편에 보이는
백봉산까지 연계산행을 끝내니 여덟 시간 45분에 걸친 장시간 산행이 되었다.
460봉
천마산 정상
멸도봉에서 보는 천마산 정상
12.14. 토. 홍성의 눈 내린 용봉산
용봉산은 덕숭산, 가지산과 함께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으로 산은 불과 381m라는 작은 산에 불과하지만 전체가 암릉으로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어 산행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산행하는 내내 가루눈이 오락가락하여 시계가 좋지 않았다. 점심시간
한 시간을 포함하여 네 시간 15분 걸린 산행이니 맘만 먹으면 이 코스 저 코스 충분히 돌아도 쉽게 돌 수 있는 쉬운 산이다.
안개가 끼어 마을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운해의 장관이다
저 벌판 어딘가에 충청북도 도청사를 신축하고 있으니 이 지역도 언젠가 상전벽해를 이룰 것이다
용봉산에서 제일 비경으로 손꼽는 악휘봉
병풍바위
12.28. 토. 계룡산, 갑사로 가는 길
무속인들이 가장 많은 기를 받는다는 계룡산에 도착했지만 겨울 날씨가 대부분 그렇듯 등산을 시작하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서
별로 조망이 좋지 않다. 신라시대 때 5 악의 하나로 인정받을 만큼 암봉과 괴암괴석이 많아 산행 내내 볼거리가 많은 산이다. 중장년층
이상은 중학교 때 「갑사로 가는 길」을 국어시간에 배웠을 텐데 오늘 그 길을 따라 남매탑으로 해서 갑사로 하산했다.
삼불봉 아래 남매탑
작년 9월 이 산을 넘을 땐 암봉 하나씩을 다 넘어봤는 데 오늘은 눈이 있어 대부부를 우회한다
자연성릉은 건너기 직전 암봉에 올라야만 그 비경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암봉에 올라야 자연성릉의 멋진 비경이 보인다
12.29. 일. 국립공원 막내인 광주 무등산
땅끝마을 보단 가깝지만 무등산을 탐방하기엔 꼬박 네 시간 반을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이렇게 어렵게 도착했어도 산행 내내
눈이 내려 조망이 아쉬운 산행이었다. 하지만 안개에 가린 주상절리의 입석대나 서석대는 오히려 몽환적 신비감을 보여준다. 정상부근
의 능선엔 억새초원이 많아 햇빛 반짝이는 가을엔 또 다른 비경으로 넘실대겠다.
세계적 자랑거리인 비슬산의 암괴류와 쌍벽을 이루는 무등산 암괴류
입석대와 설화
서석대는 안개에 가려 쉽사리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상부근의 설화
하산길에 보는 또다른 주상절리의 비경
무등산을 마지막으로 2013년 산행을 모두 끝났다. 2014년엔 지방산행은 다소 자제하고 북한산을 비롯한 수도권 산행을 위주로 산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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