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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등등/등산 관련

스틱의 대명사 레키스틱 사용기

by 즐풍 2018. 11. 29.

 

15년 전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난 뒤 나간 무릎은 영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은 사무실에서 화장실 갈 때도 무릎통증으로

고생했는데 신발깔창을 깔고 나자 어느 정도 회복됐다. 하지만 산행은 또 달랐다. 오르막이야 자신 있지만 늘 내리막에서 체중을 감당

해야 하는 무릎에 통증이 잦아들어 발을 끌며 이를 악물고 내려와야 했기에 등산도 포기했다.

 

그러던 중 몸이 안 좋아 시술을 받고 난 후 운동이 필수조건이 되면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등산외에 대안이 없었다. 그래서 무릎통증을

줄이려고 선택한 게 스틱이다. 처음엔 비싼 스틱 대신 싼 스틱을 구입했는데 싼게 비지떡이라고 30-40번 산행을 견뎌내지 못 하고 망가

진다.

일반인이야 한 40번 산행을 하자면 평생에 다 못 채울 사람도 있겠지만 그 땐 등산이 직업인양 주말 이틀과 휴가 때도 산으로 떠났으니 

거의 산에서 살다시피 했다.  결국 서너 번 스틱을 망가뜨린 후 이게 아니다 싶어 가장 좋은 스틱에 대한 정보를 확인 후 제대로 된 걸

구입한 게 "레키스틱"이다.

 

지금이야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보니 등산용품점의 경쟁도 치열해 가격 거품이 많이 빠진 상태지만 5년 전만 하더라도 레키

스틱을 할인 받아 구입한 게 한 set에 20만원이 넘었다. 그렇다고 상급도 아닌 중급 정도의 스틱이었다. 그 스틱을 얼마나 사용했을까?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바위가 많은 골산을 좋아하다보니 바위에 이리저리 긁혀 흠집투성이지만 손에 익어 이젠 손에

서 벗어날 일이 없다. 하지만 사용기간이 길다보니 촉이 닳아 촉만 교체한 것만도 벌써 서너 번이나 된다. 뿐만 아니라 우측 맨 아래 폴

대도 교체했으니 비싸게 구매했다고 해도 본전은 뽑고도 남았다.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은 날 사용하면 분해하여 습기를 제거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아직 그런 열성을 보인 적이 없다. 등산할 때 펴고

끝나면 접을 뿐 특별히 스틱을 관리하지 않고도 촉을 두세 번 갈아가며 여전히 무리 없이 사용한다는 게 좋다.

그러고 보니 여자들이 차를 사면 평생 본네트 한 번 열어보지 않고 운전만 하다엔진오일 등 소모품을 제때 교환하지 않아 차가 나간단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 데 내 스틱 사용이 그렇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로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으니 레키에 대한 믿음이 크다.

 

지난 3월 관악산을 타면서 집중해야 겨우 내려올 수 있는 바위에서 스틱이 걸리적거리길래 아래로 던진다는 게 바위에 내리꽂혀 촉이

부러진 걸 수리를 맡겼더니 오늘 도착했다. 이놈을 갖고 바위를 타면 얼마간 미끌거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줄 것이다. 작년 연말에도

다른 쪽 촉이 나가 수리를 맡기고 아내의 카본 레키스틱을 휴대했다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며 깜박하는 바람에 더 비싼 스틱이 날

아가 버렸다. 에고 아까운 거.........

 

그런데 이 스틱 사용으로 인한 산림훼손은 정말 심각하다. 겨울에 언땅이야 상관 없다지만스틱으로 흙길을 찍으면 상처가 깊어 길이 파

이고 나중엔 골이 생기며 이 길 따라 빗물이라도 한 번 지나가면 토양 유실이 많아 산림이 급격히 훼손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부득이하게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단점만 빼면 다 장점이다.

체중 분산에 따른 체력 소모를 줄여줄 뿐 아니라 무릎의 부담도 줄여준다. 그러니 장거리 산행도 감내할 수 있어 지리산이나 설악산 종주도

가능하다. 물론 기본체력이 보장된다는 조건이다. 스틱을 사용하면 두 발 보다는 네 발로 걷는 느낌이라 균형감각도 좋아 험로 가득한 산길

에서도 별로 넘어질 일이 없으니 낙상으로 인한 부상 위험도 적어진다. 특히 바위를 탈 때 도움닫기가 유용해 오르내리는 데도 좋다.

 

어쩌다 등산하며 스틱을 사용한다면 팔에 부담이 많아 다음날 고생 좀 하겠지만 벌써 몇 년째 이용하니 그런 불편은 없다. 게다가 오래 전에

오십견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 팔운동 한다고 일부러라도 스틱을 사용하는 편이다.

옛날 사람들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 손에서 책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수불석권(手不釋卷)이란 말을 만들어 냈지만 내 손에서 스틱이 떠나

지 않으니 '수불석스틱'이라고 할까? 스틱은 내 산행의 진정한 반려자다.

 

 

양쪽 다 한두 번씩 촉을 교환했지만 경우에 따라 지그재그로 교환하게 된다

아래쪽은 벌써 촉이 닳아 라운드가 진 모양이다   

맨 윗부분 폴대까지 바위에 긇히고 까여 말이 아니다

맨 아래 폴대는 새로 교환한 것으로 기스가 많지만  위에 것과 많은 차이가 보인다

폴대 조이는 검은색 부분도 기스 투성이

손잡이 ㄱ자로 꺽어진 부분도 바위타고 오를 때 긇혀 손상된 모습이다

큰애를 위해 산 카본스틱도 내 스틱 수리할 때 사용하다보니 새로 기스가 생겼다

 

하나 분실했으니 아내를 위해 카본 스틱을 새로 구입했는데 아내와 아이까지 세 명이

 함께 산행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언제 사용하게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