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와 함께 한 북한산 인수봉
2012년은 지난해에 이어 보다 본격적으로 지방산행을 시작한 의미있는 한해였다. 정초에 소백산부터 시작하여 도락산, 칠보산
계룡산 등 충청도의 명산을 다녀왔다. 강원도 산으로는 방태산, 태백산, 치악산, 매봉산, 설악산, 오봉산, 구봉대산을 산행했으며
눈 내린 도락산의 바위와 어울리는 소나무
칠보산 계곡의 비경
운치 9단인 계룡산의 소나무
산 기운 좋은 영월의 구봉대산
경상도 산으로는 사량도 지리망산과 남덕유산, 주왕산을 다녀왔다.
폭우 다음날 보게 된 남덕유산의 칠연폭포
덕유산의 넉넉한 품
사량도 지리망산은 암봉으로 연결된 명산이다.
겨울엔 바람에 날라갈 지도 모른다는 소백산인데 산행하는 날엔 다행히 바람이 없다.
주왕산의 암봉을 휘감은 운무가 멋진 모습이 별천지다.
주왕산 제1폭포
계곡물은 낙엽 물색이 우러나와 짙은 갈색으로 여느 계곡과는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땅끝 해남과 연결되는 달마산, 두륜산, 주작산, 덕룡산 등 땅끝기맥과 지리산의 일부인 바래봉과 1무1박3일의 지리산 종주에 이어
고흥의 팔영산까지 전라도 산을 제일 많이 등산 했다.
주상절리 같은 암봉이 멋진 두륜산
사량도 지리망산과 비견되는 고흥 팔영산
짙은 운무로 조망이 아쉬웠던 달마산
바래봉 하산길에 만나는 진달래
주작산의 암봉도 여기서 잠시 쉰다.
덕룡산의 작은 공룡능선
근교인 서울 경기도는 고려산, 백운산, 청계산, 우면산, 도당산, 천마산, 철마산, 주금산, 월롱산,
운악산, 삼성산을 섭렵하고, 앞 마당인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사패산을 주로 다녔다.
운악산 미륵바위
파주 월롱산은 작은 산이지만 일제시대 때 광산의 채굴작업으로 깍인 단애의 적벽이 멋진 풍취를 보여준다.
춘천 오봉산의 청솔바위
한밤에 만나는 태백산 주목
치악산 비로봉의 미륵탑
방태산, 설악산, 오봉산, 태백산, 치악산, 덕유산, 지리산이야 두세 번 이상은 다녀 본 지방산이지만
서울 경기 외의 산은 처음 다녀 온 산으로 국립공원 또는 도립공원이거나 100명산에 드는 훌륭한 산이다.
십이선녀탕의 수줍은 물길
단풍으로 수놓은 설악산 칠형제봉
처음 북한산을 입문으로 시작한 산행은 도봉산이나 관악산 수락산으로 지평을 넓힌다 해도 수도권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근교산행이었다. 내공이 쌓이자 시간과 거리를 늘리며 기본 내공을 충실히 다지는 한편 릿지 기술도 터득하며 본래부터 있던
고소공포증도 극복했다.
부천 도당산의 벚꽃 터널
부천 원미산엔 진달래가 3만5천주가 식재되어 있어 그 화려한 아름다움은 고려산 진달래와 비견된다.
염초봉 피아노파위를 타는 탄지신공 기법
오직 북한산이나 도봉산, 관악산이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일 줄만 알던 우물안 개구리의 시야는 설악산이나 지리산, 주왕산, 계룡산
지리망산이나 주작덕룡산 등 수많은 지방명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각의 산이 보여주는 특색에 찬사를
보내며 점차 외연을 넓히고 있다.
운해에 잠긴 설악산의 여름 풍경
대전사와 어울리는 주왕산
전국에 이런 명산에 산재해 있으니 산좋고 물좋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줄 알겠고 이런 금수강산의 산세와 기운이 좋으니 일본놈들이
말뚝을 박아 정기를 끊으려한 이유가 아닐까? 하기야 요즘엔 사통팔달로 도로가 깔리고 개발로 홍수를 앓으며 시시각각 산이 잘려
나가고 물줄기가 변하니 산하의 정기도 같이 잘려나가지나 않을까 우려도 된다.
강북오산 종주 때 신선대에서 본 「에덴의 동산」
2012년의 산행 중 불수사도북의 강북오산 종주에 가장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사전 탐사를 했음에도 알바로 한 번 실패한 이후
두 번째 도전에서 비로서 성공한 단독산행이었다. 동행인 없이 밤 9시 20분에 시작한 산행은 어둠과 혹여 멧돼지가 공격할지도
모르는 두려움에 맞섰다.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은 어디 하나라도 만만한 곳이 없는 험란한 골산에 반복되는
고도 편차를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서울과 일산을 배후에 두고 있어 언제든 어느 곳으로도 탈출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지만 든든한 체력이 뒷바침 되어야 한다.
도봉산 자운봉 옆으로 만장봉과 선인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21시간 25분에 걸친 오산종주는 산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웠을 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산행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 한 달
후에 있을 강남칠산 종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밤 잠을 자지 않고 랜턴에 의지한 체 길을 잃지 않으며 등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사전답사가 선행되어 길을 꿔차고 있거나 정밀지도로 정확한 독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공통적으로 알바하는 코스에서 특히 주의
해야 무난히 종주를 끝낼 수 있다.
관악산 관음사국기봉부터 삼성산 돌산국기봉까지 11국기봉 순례 순서
한 달 후인 6월, 수원의 광교산에서 백운산, 바라산, 우면산, 청계산, 관악산, 삼성산으로 이어지는 강남7산은 강북오산과 비슷한
45km 정도의 거리이나 연결되는 등로를 몰라 솔담님이 속한 카페팀과 동행했다. 처음부터 산행대장의 무리한 질주 여파로 모두가
지칠대로 지쳐 마지막 구간인 삼성산을 앞둔 관악산에서 하산했다. 하지만 나홀로 삼성산 산행을 감행하여 밤 9시 반에 하산함으로써
22시간 20분만에 강남7산 종주를 마쳤다.
대장은 혼자만 산행하는 게 아니므로 팀원 전체의 체력을 감안하여 시간을 안배해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너무 빨리 걸어 자신조차도
초반부터 탈진하여 쉴 때마다 30-40분씩 쉬니 체력은 체력대로 소진되고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 먹는 악순환으로 모두가 7산종주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단체산행에서 대장의 중요성은 배를 끌고 가는 선장과도 같으므로 지혜와 예지가 있어야 한다.
먼동이 틀 때 백운산를에서 하오재고개 넘으며 관악산 방향을 본다.
10월 27일, 같은 카페산악회를 따라 하남의 검단산에서 용인의 불곡산까지 강동7산 종주에 동참했다. 아침부터 가을비치고는 너무
많은 비가 내려 체온이 떨어진 몇몇 사람은 용마산을 하산 하자마자 남한산성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버스로 이동했다. 남은 팀원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고 시간을 허비하는 등 많은 시간 지체로 어차피 종주가 힘들다고 판단한 나도 남한산성에 도착하자 종주를
포기한다. 나머지 인원만 종주를 감행했으나 그들도 몇 번의 알바 끝에 결국 종주를 포기하고 만다.
많은 양의 비가 예보되었으면 종주를 다음 기회로 순연했어야 했는 데 대장의 고집으로 산악회원들이 비를 맞아가며 고생은 고생대로
했다. 종주를 고집한 나머지 인원도 길도 잘 몰라 몇 번씩 알바를 한 끝에 중도 포기했으니 대장의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강동7산 종주 시 잠깐 비가 그친 때 단풍 모습
겨울이 끝나가는 2월 25일, 높은 곳엔 아직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철마산, 철마산, 주금산을 대로, 여로, 징가리, 목화님 등 다섯 명이
약 11시간에 걸쳐 종주를 했다. 앞 뒤 사람과 간격이 불과 4-5m도 넘지 않을만큼 질서정연한 밀집대형으로 이어 간 인상적인 산행이었다.
특히, 천마산 정상에선 좀 체 보기 힘든 서리꽃의 환상적인 아름다움까지 본 멋진 산행이었으나 12-13시간 거리의 산행을 11시간으로
단축시켰기에 어느 산행보다 빡센 산행으로 베어스타운 길목으로 하산했을 땐 모두가 지친 표정이 역력한 힘든 하루였다.
철마산의 서리꽃이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10월 12-13 양일간 지리산 성삼재에서 청왕봉 정상을 거쳐 대원사 계곡에서 끝내는 1박2일의 산행은 지리산의 단풍을 원 없이 보며
산 구비구비 장엄한 풍광을 눈에 담은 산행이었다. 갑자기 떨어진 날씨와 건조한 산장의 취침으로 걸린 감기로 몇 주 고생 꽤나 하는
대가를 치뤘다. 당초 미니버스를 대절하기로 했지만 피치못할 사정으로 몇 명이 빠져나가 4명이 버스를 이용하기엔 너무 부담이 크기에
밤 열차로 떠났다. 잘만 하면 안내방송과 뒷자리에 앉은 갓난애의 잦은 울음소리로 뜬 눈을 새우다시피 했고 하차하여 새벽밥을 먹고
봉고로 성삼재까지 이동하여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지리산 형제봉 소나무가 부부 같기도 하고 형제 같기도 한데 기품이 고상하여 지리산 최고의 모델이다.
단풍과 환상적 조화를 이루는 지리산 무제치기폭포가 더 없이 아름답다.
세석산장에서 1박 할 때도 코고는 소리와 부스럭 거림에 낯선 잠자리하 자는둥마는둥 한 선잠으로 이틀이나 불면의 밤을 보냈기에
다시는 산에서 숙박하는 산행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일정 시간이 지나고 좋은
코스나 나온다면 또 몇 번을 더 갈지도 모른다.
관악산 불꽃바위의 긴장미를 즐기는 산객
곧이어 11월 3일엔 관악산과 삼성산에 산재한 11개의 국기봉을 이어가는 11국기봉 순례를 지도를 들고 해 떨어질 때까지 10시간에
걸쳐 혼자 끝냈다. 2주 후인 11월 19일엔 북한산 상장능선에서 백운대를 거쳐 주능선을 타고 불광동 대호아파트까지 8시간 50분에
걸친 단독으로 북한산종주도 마쳤다.
가장 험란한 곳에 위치한 삼성산 칼바위 국기봉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의 풍경
북한산 주능선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모바위 전경
앞서 5월에 감행한 불수사도북 종주 때 북한산 종주도 일부 포함되었긴 했지만 북한산만 온전히 종주하기는 100번이 넘는 북한산에서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너무 늦었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12성문종주나 숨은벽능선에서 의상능선으로 연결되는 코스도 8-9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한북정맥을 온전히 연결하는 북한산종주 산행이야말로 진정한 종주의 의미가 있다.
북한산 주능선에 있는 동장대
등산을 시작하고 나서 계절따라 산이 주는 아름다움과 건강한 혜택을 온몸으로 받아 나 역시 보다 건강해졌다고 믿고 있으며,
이제 산에서 휴식을 취하고 원기를 보충받는 만큼 산에 대한 경건함과 소중함으로 산을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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