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_19
2024. 1. 25. 목요일
충북 증평에 있는 이성산성(추성산성)을 간단하게 둘러보고 인근 청주로 넘어왔다.
청주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10월 1일에 다녀왔으나 피카소 도예전이 아직도 열리기 있기에
한 번 더 볼 겸 들리기로 한다.
파블로 피카소 도예 112점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으로 2023. 9. 1. ~ 2024. 2. 25. 까지 열린다.
지방에서 이런 대작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므로 다시 들리는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는 스페인 출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화가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에 작품 중 도예 작품을 100점 넘게 수집한 이건희 컬렉션이 있었기에 감상하게 되는 행운을 누린다.
피카소 도예 작품 중 투우와 관련된 작품을 먼저 포스팅한다.
스페인 출신의 피카소에게 투우는 주요 주제 중 하나입니다. 9살에 그린 투우 그림을 평생 간직할 만큼 그의 정체성과 정서를 형성한 근간이었던 투우는 도예에서도 다양하게 제작되었습니다. 동그란 접시는 투우의 원형 경기장과 같아 접시 위에 투우사가 말을 타고 창으로 찌르는 장면 등 투우의 상세한 장면들을 역동적으로 묘사했습니다. 프랑스 남부에 거주하며 아를(Arles), 님므(Nimes), 발로리스(Vallauris)의 투우장을 즐겨 다녔던 피카소는 투우를 언어 없는 대화라고 일컬으며, 투우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관념을 표현하였습니다.
(안내문)
검은 바탕 위의 투우 Corrida on Black Ground
1953, 백토, 화장토 장식, 나이프 각인, 유약 시유, 31x38x4.5cm
여인들과 투우사 Women and Toreador
1968, 적토, 화장토 프린트, 16.5×10.5×2cm
투우사와 여성을 간결한 선으로 표현했다.
여성의 선을 부드럽게 처리해 풍만하고 육감적 기운을 느끼게 처리했다.
황소 Bull
1955, 백토, 화장토장식, 나이프각인, 30x18x22cm
황소의 얼굴에 오른발은 신발을 신고, 왼발은 장갑을 낀 손처럼 보이게 처리하며 의인화시켰다.
황소 Bull
1957, 적토, 화장토 장식, 나이프 각인, 38.5×38.5×4.5cm
소의 등에 작살을 꽂는 투우사(반데리예로 Banderilleros)
1959, 적토, 화장토 장식, 40x40x1cm
투우사가 성난 황소 등에 작살을 내리꽂는 순간 앞발을 들어 올린 황소의 남성이 곶추선 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관중석 사람들은 얼굴을 들어 올린 채 숨죽여 지켜보는 모습이다.
투우(파세오 Paseo) 개막식 행렬
1959, 적토, 화장토 장식, 41x41x3cm
잠시 후 투우가 시작될 모양이다.
말을 타고 입장하는 투우사를 격려하며 따라가는 사람들 뒤로 관중의 함성이 쏟아진다.
곧 피를 보며 열광하게 될 군중은 집단최면에 걸리며 "죽여라, 죽여~" 하며 외치는 듯싶다.
투우사를 뿔로 들이받는 소 (코히다 Cogida)
1959, 적토, 화장토 장식, 41×41×3.5cm
동료 투우사가 뿔에 받혀 허공으로 내동댕이 칠 때 위기감을 느낀 투우사는 붉은 망토를 흔들며
위기를 모면하려는 움직임이다.
황소 등에 꽂아야 할 검은 이미 황소 발아래로 떨어졌으나 주을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제 뿔에 받혀 죽느냐, 아니면 망토 트릭으로 죽음에서 비껴 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투우사가 투우의 마지막 단계에서 칼로 소를 찌르는 동작(에스토카도 Estocado)
1959, 적토, 화장토 장식, 41x41x3cm
망토를 휘두르던 투우사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
바닥엔 여러 개의 칼이 어질러진 걸 보면 이미 몇 사람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실려갔겠다.
격전을 치르던 황소도 힘이 다해 멈추어선 상태인데 등엔 칼로 꽂혀 있고,
잠시 후 겨냥된 칼이 등을 또 쑤시게 될 것이다.
관중들도 이젠 머리가 쭈삣 올라선 걸 보면 게임 아웃이 곧 다가올 느낌이다.
투우사가 망토로 소의 공격 코스를 조종하는 동작(파세 데 카페 Pase de Cape)
1959, 적토, 화장토 장식, 40.5×40.5×3.5cm
황소의 순발력은 대단하다.
투우사는 칼을 놓친 채 다리가 꺾인 걸로 보아 곧 황소의 발에 치이며 피투성이가 될 운명에 직면했다.
너희들이 사람이냐?
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아...
지금까지 죽어간 우리 동료들의 원한과 내 등에 칼을 꽂은 네게 처절하게 복수하리라.
이때가 야만적인 1957년 7월 1일 땡볕 아래 스페인 투우장이다.
말을 타고 창으로 소를 찌르는 투우사(피카도르 Picador)
1959, 적토, 화장토 장식, 41×41×3.5cm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너희들이 쓰던 칼날은 수북이 투우장에 쌓였고, 이젠 기술로 안 되니 말까지 타고 오더냐?
그래 누구 죽나 한 번 해보자.
투우사가 붉은 천으로 소의 공격 코스를 조종하는 동작 (파세 데 물레타 Pase de Muleta)
1959, 적토, 화장토 장식, 41x41x3cm
일순간 조용해지며 관중은 고개를 숙이며 처연한 모습이다.
왼쪽 투우사는 눈알이 튀어나로 정도로 놀라며 눈물 콧물 범벅이다.
투우사는 전의를 상실한 채 도망가는 자세이고, 투우는 남성을 힘껏 일으켜 세운채 돌진한다.
죽은 소를 끌고 가기 (아라스트로 Arrastro)
1959, 적토, 화장토 장식, 41x41x4cm
어떻게 된 것일까?
피카소도 사람인지라 투우사의 희생을 화면에 담아내지 못했다.
죽은 투우는 말에 끌려 나가고 투우사의 검은 정리되며, 관중도 거의 떠나고 없다.
이런 야만적 투우가 지금도 열리고 있으려나.
한 때 우리의 개고기 식용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던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이런 야만적 투우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을까?
즐풍은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식용 개나 육우가 다를 게 뭐냐?
영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을 보면 살기 위해 죽은 동료의 시신을 먹기도 한다.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 다를 수 있다.
투우 Corrida
1953, 백토, 산화 파라핀, 백색 에나멜 장식, 43×43×4cm
투우는 힘을 상징하는 심벌을 유난히 강조한다.
검은 바탕 위의 투우 Corrida on Black Ground
1953, 백토, 화장토 장식, 나이프 각인, 유약 시유, 31.5x38x4cm
관중석 밑에 하얗게 쓰러진 투우사인지 투우인지 모른다.
이젠 빠른 말을 타고 창을 꼬나들었으니, 투우사의 절대적 승리가 예견된다.
관중들이란 희극보다 비극을 좋아하고, 피가 튀는 싸움에 더 열광하기 마련인가 보다.
말을 타고 창으로 소를 찌르는 투우사 (피카도르 Picador)
1952, 백토, 산화 파라핀, 백색, 에나멜 장식. 19.5×19.5×3.5cm
승리자의 묵념인가?
아니면 죄 사함을 바라는 걸까?
나뭇잎 테두리가 있는 황소 Bull, Rim with Leaves
1957, 적토, 화장토 장식, 나이프 각인, 23x23x2.5cm
나뭇잎 테두리가 있는 황소(Bull, Rim withLeaves)
1957, 적토, 화장토 장식, 나이프 각인, 22.5x22.5×2cm
위아래가 같은 듯 다른 그림이다.
투우 장면 Tauromachy Scene
1957, 적토, 화장토, 에너벨, 흑색 파티나 장식, 23x23x3cm
피카소의 투우 도자기 마지막 편에 투우의 승리를 배치했다.
청주국립현대미술관의 배려가 돋보이는 전시다.
한껏 성난 투우의 모습으로 클라이맥스는 끝난다.
이젠 희생된 모든 투우와 투우사에게 위로와 조문을 보낼 시간이다.
저들은 단지 돈을 위해 싸운 죄 밖에 없습니다. 저들을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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