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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박물관·전시관·성지·국보 등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둘러보기

by 즐풍 2024. 1. 24.

2024_03

 

 

 

2024. 1. 2. 화요일

 

 

어느 곳이든 박물관에서 유물을 살펴보면 직관적이라 보이는 대로 느낄 수 있다.

현대사회로 들어서며 미술은 거의 매일매일이 새롭다 할 만큼 급변하게 변한다.

이런 현대미술은 도슨트를 따라다녀야 작가가 표현하여는 의도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이런 해설사는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 늘 함께하기는 어렵다.

 

현대미술은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해 지역에도 전시관이 들어섰다.

평택만 해도 남부, 북부, 서부문예전시관에서 자주 새로운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 등이 있다.

오늘 서울관과 덕수궁관을 모두 둘러볼 생각으로 나왔는데, 덕수궁관은 문을 열지 않았다.

 

(이번 미술관도 작가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게 안내문을 그대로 옮긴다)

 

 

 

 

박이소, <역사의 문/역사적인 문>

1987, 캔버스에 아크릴릭, 181.4×18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역사의 문/역사적인 문>(1987)의 화면

 

가장자리에는 문문(門) 자가 거꾸로 서서 마치 옛 가옥의 문처럼 자리하고 있으며 그 중앙에는 토끼가 있다. 원작에서는 캔버스 상단에 검은 플라스틱 솥이 부착되어 있었는데 현재는 유실되었다. 1987~1989년 작가가 작성한 작업 노트에는 '과학적, '비과학적', '감정적', '양심적', '상징적', '정치적', '비정치적', '전통적', '비전통적' 등 '적'이라는 단어가 주로 등장한다.

이와 같은 형용사는 사람마다 그 정도를 달리 받아들이기 때문에 의미는 지속적으로 차이를 생산한다.

'역사'가 '역사적'이라는 형용사로 변할 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지고 의미는 덧붙여진다. 화면 속 토끼 형상은 박이소의 아이디어 스케치와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이다. 토끼 형상의 의미에 대해 한국적 감수성의 '달토끼'라고 보는 이도 있고, 한반도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지만 정작 작가는 그 의미를 정확히 밝힌 바 없다.

 

 

정재호 작가

 

정재호(1971~ )는 국가주도의 고속 경제 발전 이면의 현실 풍경에 주목하고 작업을 전개했다. 붉은 교회 십자가가 빛나는 서울 야경, 인천의 차이나타운, 1960~1970년대 건설되어 지금은 철거 위기에 처한 시범아파트 단지 등은 작가의 주된 관심 대상이었다.

그는 근대화를 통한 국가 발전과 이를 위한 정치·사회·문화적 기제가 도시, 공간, 건축 속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고,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우리의 의식 또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점을 다루고 있다.

 

 

금혜원 작가

 

금혜원(b.1979)은 사진 작업을 통해 현실의 이면을 탐색하는 작업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특히 도시 풍경을 세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읽히는 또 다른 의미를 포착하고자 했다. 작가는 재개발 현장, 난지도, 쓰레기 처리시설 등 도시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재개발로 인해 생긴 도시의 아픈 흔적을 다룬 <푸른 영토> 시리즈로 개인전을 개최했고, 2013년에는 제12회 다음 작가상을 수상했다.

금혜원의 <푸른 영토> 시리즈는 도시재개발공사 현장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한 작업이다. 작품에서 '푸른 영토'는 철거지 내 침수 방지를 위해 덮어 놓은 파란색 방수포를 말한다. 작가는 이 푸른 영토를 재개발논리에 의해 짓눌린 상황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았다.

개발에 의해 얻게 될 기쁨과 그로 인한 또 다른 아픔을 파란색을 통해 담아내고자 했다. 역사적인 현장의 모습은 파란색 방수천으로 인해 초현실적인 풍경을 자아냄으로써 묘한 혼돈과 이질성을 가져온다.​

 

금혜원, <푸른 영토20>, 2009(2019 인화)

인화지에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70×2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두진 작가

 

김두진(1973~ )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작가는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대중문화나 포르노 같은 하위문화에서 상투적인 이미지를, 또는 미술사 속 명화를 차용하여 성(姓)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를 다룬다. 회화 작업부터 3D 디지털 기법을 활용하여 주로 해골이미지를 구현하는데, 해골은 성별, 인종 등의 생물학적 지표가 사라진 이미지로 남근 이성중심주의 사고에 저항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보여준다.

2018년 고양레지던시 14기 입주작가였으며, <한국 비디오아트 7090시간 이미지 장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9),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5) 등에 초대되었다. 주요 해외전시로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특별전》(2013), <한국현대미술 중남미 순회전 박하사탕》(칠레산티아고현대미술관, 브라질상파울루현대미술관,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미술관, 2007~2008) 등에 출품한 바 있다.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 시대성 탐험기

 

MMCA 소장품 특별전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소장품을 대중에 선보이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 동안 미술관이 수집한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주목할 만한 특징을 확인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았다. 미술관의 작품 수집 정책과 방향에 따라 매년 시기·장르-주제별로 고른 수집 분포를 보이는바, 미술관은 지난 5년 동안에도 다양한 시기·장르·주제의 작품을 모았다. 그중 해당 수집 기간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로, 공성훈, 김범, 박이소 등을 포함, 1990년대라는 시대 전환기를 예술적 토양으로 삼아 소위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양상을 드러낸 작가의 작품이 다수 수집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시기적으로 1990년대를 중심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를 상호 영향 범위로 설정하고,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작가적 정체성을 구축한 작가들의 당시 작업과 최근으로 이어진 그들의 작품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런가 하면 20세기말, 21세기 초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 혼재하던 시기를 관통하며 성장하고, 한국 미술 현장에 등장하여 지금 우리 현대미술계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선보인다. 또한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확인되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동 시대성의 맥락 속에서 주목할 작가들의 작품도 마주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해당 시기 주요 작품들에 대한 수집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관련해서 이미 수집된 소장품을 모두 이 자리에서 소개할 수는 없는 여건이나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지만 역사화의 단계로 조속히 유입되어야 하는 시기의 한국미술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시각예술을 이끌어 갈 창작자를 발굴하고 미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상호협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2019년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2023년 올해로 4회를 맞이했으며 동시대 시각예술의 확장성을 실험하는 새로운 차원의 공모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업의 명칭인 ‘해시태그(#)’는 언어, 국가, 용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는 특수기호인데, 2007년 크리스 메시나(Chris Messina)가 트위터(현 X)에서 처음 제안한 뒤 SNS에서 검색용 기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해시태그는 SNS 플랫폼에서 #와 키워드를 이어 붙이면 서로 다른 게시글에서 상호 연관된 주제를 엮어내는 방식인데, 이를 통해 무한정의 경우의 수로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예측 불가능한 연결과 소통을 가능케 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해시태그처럼 관습적 정의와 경계를 넘어서는 태도와 실천을 지향 가치로 두고 있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손혜민, 유소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손혜민, 유소윤)은 비인간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공동체, 공동체와 공동체 간의 협업에 기반한 예술적 실천을 '사회적 발효'라는 개념으로 확장하는 예술 콜렉티브다 시각예술, 퍼포먼스, 글쓰기, 공간 디자인, 호스팅, 구술사 연구, 워크숍 등을 아우르며 작업하고 있고, 콜렉티브가 생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생태적 구조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참여한 전시로 《2022 부산비엔날레》(부산현대미술관, 2022), 《냉장고환상》(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1), 제5회 인도네시아 현대도자비엔날레(자티왕이, 2019), 《생태감각》(백남준아트센터, 2019) 등이 있으며, 주요 프로젝트로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프로덕션>(2023-), <사회적 발효: 공동의기록·공동의 기록·글쓰기 프로젝트> (2021-), <첩첩담담>(봉평콧등작은미술관, 2020), <흙랜드>흙흙랜드 (안성, 2020), <언니들과 꾸러미언박싱!> (제13회 광주비엔날레 퍼블릭 프로그램, 2020) 등이 있다.

 

 

 

 

(무제) 이강승 작가

2019, 종이에 흑연, 약 15×21cm. 작가와 갤러리현대 소장

 

 

무제(커버) 이강승 작가

2018, 삼베에 24k 니시진 금실, 48x33cm. 개인 소장

 

 

(너의 데님 셔츠) 이강승 작가

2023, 양가죽 양피지에 흑연, 수채, 앤틱 24k 금실, 삼베, 진주,

바디 피어싱 바늘, 황동 못과 참나무 액자, 약 76×111cm,

액자 : 88×123×5cm. 작가와 커먼웰스 앤드 카운슬 소장

 

 

권병준 작가

 

권병준은 사운드 작업과 퍼포먼스 연출을 통하여 공동체 속의 인간의 연대와 확장 가능성에 관한 실험을 해 온 작가이다. 주로 전시가 아닌 공연과 퍼포먼스, 사운드 경험 등으로 마주할 수 있었던 그의 작업은 로봇의 등장과 함께 종합적인 극의 형태로 진화하였다.

작가는 사운드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소리를 듣는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고, 낯선 이들 간의 연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해 왔다. 이주민들의 낯선 노래들과, 풍경의 향, 지나간 시대의 변화가 사운드 하드웨어에 담겨 전시장에서 제공되면, 이 청각적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의 사이에서는 잠시나마 공감과 연대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더 나아가 작가는 인간을 닮은 비인간의 상징인 로봇을 파트너로 삼아 이 비눗방울과 같이 투명하고 아름답지만 찰나적인 공동체가 이웃과 타인의 구분을 넘어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인간 공동체의 궁극적인 한계를 시험한다. 극 속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일어서고, 앉고, 명상을 하고, 예의를 표하며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하도록 설계된 이들이며, 쓸모와 효용을 위해 디자인된 산업용 로봇과는 전혀 다른 존재이다.

쓸모가 없어도 되는 로봇의 등장은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노동력의 가치를 잃은 인간 노동자들을 씁쓸한 마음으로 떠올리게 한다. 우리를 낯설게 닮은 그들을 바라보며 관람객들은 경쟁자이자 협력자, 혹은 대체자로서 로봇은 이미 사회 속에서 이방인이 되어가는 인간 노동자들과 함께 실패한 연대의 공동체를 형성해 왔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작가가 크지슈토프 보디츠코(Krzysztof Wodiczko)와의 대화에서 인용하였듯이, “우리는 결국 모두 이방인일 뿐이며(We Are All Strangers)’ 오로지 이방인으로서 만 함께 할 수 있을 뿐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4개의 프로젝트로 진행된 <오묘한 진리의 숲> 시리즈는 소리의 섞임을 배제한 개인화된 듣기 형태인 헤드폰을 이용하여 장소특정적인 소리를 제공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위치인식 시스템(LPS)을 기반해 직접 제작한 헤드폰을 통해 관객의 동선을 따라 공간과 조형물에 조응하는 소리를 경험하게 한다. 헤드폰으로 들리는 낯선 장소와 시간, 이방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와의 공감이 '조용한 내 안의 혁명'이라는 가치를 이끌어낸다.

 

1990년대 자연과 도시의 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속삭이며, 변화의 풍경을 담아냈던 첫 번째 프로젝트(2017)를 시작으로, 예멘 난민의 이야기와 노래를 담은 두 번째 프로젝트(2018), 대남방송과 대북방송이 들리는 분단의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6월의 자연과 식생의 소리를 품고 있는 교동도 소리풍경(2018),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으로부터 한국의 농촌으로 시집온 여인들의 고향 노래를 들려주는 다문화가정의 자장가 프로젝트(2019) 등을 진행했다.

 

작가는 관람객이 홀로 거닐며 타인의 소리를 감상하고 음미하는 <오묘한 진리의 숲> 연작을 통해, 편견의 벽을 뛰어넘어 만남을 경험하고 타인과의 공명을 불러올 수 있는 교감의 숲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 시리즈들을 변주하고 재조합해 관람객들이 전시장 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교감의 숲을 만날 수 있도록 새롭게 설치했다.

 

 

 

 

음악가 달파란과 함께 진행한 공연 <<여섯 개의 마네킹>(2011)을 재설치한 작업이다. 이 공연은 큰 인형에게 제어하는 작은 인형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6개의 마네킹은 패션의 변화와 트렌드에 따라 모두 같은 모습으로 복제되다시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 같은 모습으로 시작했던 마네킹들은 공연 중에 몸이 분해되면서 서로 다른 소리와 이야기로 변화해 가는데, 작가는 마네킹 뒤에서 이들을 움직이며 작동하는 큰 마네킹을 통해 불협화음과 소음을 만들어낸다. 이는 사운드 작업을 퍼포먼스로 확장하는 실험으로써, 이 작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작가가 변주해 온 주제와 관련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사운드는 단순히 소리 그 자체가 아니라 소리를 만들어내는 행위와 도구까지 포괄한다는 작가의 관찰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작업은 이후 청각뿐만 아니라 움직임과 시각장치까지 포괄하는 매체의 확장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이 작업이 인간과 닮은 비(非) 인간인(非) 마네킹, 인형 등을 차용하여 인간이 갖고 있는 공감과 이해의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로, 이후 사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거쳐 로봇으로까지 넘어가는 과정의 시작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마네킹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데 그치지 않고 분절된 신체를 작동시키고 외부의 사운드들과 섞음으로써 마네킹을 음악과 움직임의 일부로 바꾸어 낸다는 점에서 소리를 통해 인간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했던 작가의 꾸준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세대 초상>, 2023

2 채널비디오, LED 스크린, 컬러, 22분

500×350cm (2). 작가 소장

 

마주 보는 구조로 설치된 22 채널 영상 <세대 초상>에서 정지한 듯 느리게 움직이는 인물의 주인공은 1905년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의 후손들이다. 부모와 자식 관계인 그들은 현재 멕시코에 거주하는 이주 한인 2~5세들로, 대부분 90대부터 10대의 나이에 걸쳐 있다. 작가는 2022~2023년 사이에 멕시코를 총 3회 방문하였고, 여섯 가구의 한인 후손들을 좇아가며 그들의 일상을 촬영했다.

멕시코가 기본적으로 혼혈사회라는 배경도 있지만, 이주 한인 2세 이후부터는 멕시코의 원주민인 마야 여성이나 메스티소인(멕시코 원주민과 백인 혼혈)들과 자유롭게 결혼하였다. 예로, <세대 초상>에 등장하는 이주 한인 4세 여성 '마리아'의 모습에는 한국, 러시아, 마야, 노르웨이, 스페인 등 다섯 민족의 피가 섞여 있다.

시공간의 극적인 탈구를 경험한 이민 1세대가 겪었던 '타자'의 삶과는 달리 그 후손들의 경험은 그들의 얼굴이 체화하고 있는 '혼성'과 '융화'와 '동화'의 삶에 가깝다. 해서 이주를 둘러싼 낯섦과 익숙함을 받아들이는 정도도 세대별로 다르다.

<세대 초상>은 한인 후손 세대 간의 역사적·문화적 간극, 세대 간에 존재하는 유사성과 차이, 유전자로 얽혀 있으나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공생하는 관계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두 채널 영상이 마주 보는 설치 구조는 이러한 관계성을 의미화하는 시각적 장치이다.이다. 특히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은 1초당 500 프레임 이상으로 편집되어 사진적 부동성을 감각케 한다. 부모와 자식 세대 가운데에 자리 잡은 관객은 이처럼 사진과 영상 사이에 존재하는 느린 화면 앞에서 두 인물의 미세한 표정과 몸짓에 마주하며 그들의 존재감과 관계성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김구림» 2023.8.25.~2024.2.12.

 

-김구림은 실험미술의 선구자인 김구림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매체, 장르, 주제를 넘나들며 예술의 최전선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작가의 전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비디오 아트, 설치, 판화, 퍼포먼스, 회화 등 미술의 범주를 넘어 무용, 연극,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작가를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김구림의 작품을 깊이 있게 설명하거나 경험할 기회는 충분치 않았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김구림의 미술사적 성과를 재확인하고, 현재진행형 작가로서 오늘날 그의 행보를 살펴보고자 한다.

 

전시는 1960년대 초 한국전쟁 이후 실존적인 문제에 매달리며 제작한 초기 회화,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중심에서 발표했던 퍼포먼스와 설치,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하는 음과 양 시리즈 등을 고루 소개한다. 또한 김구림 작가의 동시대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형 설치와 함께 영화-무용-음악~연극을 한데 모은 공연을 새롭게 선보인다.

 

1950년대부터 이어진 김구림의 전방위적 활동과 거침없는 도전은 시대에 대한 반응이었고, 관습에 대한 저항이었던 바 그와 다른 시간대를 영위하는 이들이 단숨에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낯선 영역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부분적으로 밖에 파악할 수밖에 없었던 김구림의 세계를 최대한 온전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김구림과 함께 그의 결정적 순간들을 재방문해 보길 바라며, 김구림의 발자취를 경유하는 가운데 한국 미술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핵 Nucleus

1964, 나무 패널에 혼합 재료, 9158cm, 작가 소장

Mixed media on wood panel, 91×58cm

 

 

질-62

1962, 캔버스에 비닐, 유화, 180×88.5cm. 개인 소장

 

 

고목의 구도

1959, 캔버스에 유화, 130×97cm. 작가 소장

 

 

공간구조

1968 (2013년 재제작 Reproduction in 2013), 혼합 재료, 204×204cm. 작가 소장

 

 

공간구조

1969 (2013년 재제작 Reproduction in 2013), 혼합 재료, 33.5×82.5cm. 작가 소장

 

 

매개항

1972, 천, 흙, 밧줄, 400×400×100cm, 작가 소장

 

 

김구림(1936년생)은 경북 상주 출생으로, 실험미술의 선구자로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기존 가치와 관습에 대한 부정의 정신을 견지한 그는 회화와 판화, 조각, 설치미술을 비롯하여, 퍼포먼스, 대지미술, 비디오 아트, 메일 아트에 이르는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지속해 왔으며, 실험연극, 실험영화, 실험음악, 무용에도 종횡무진 개입해 왔다.

 

1969년에는 한국 최초의 메일 아트라 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의 유물을 선보였고, 한국 실험영화사에서 주요한 1/24초의 의미를 제작하였다. 또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의 주요 창립 멤버였으며, AG 활동을 통해 개념과 과정을 강조하는 전위적인 미술 활동을 펼쳐 나갔다.

 

1970년에는 다양한 분야의 젊은 예술인과 지식인들로 구성된 전위예술집단인 제4집단을 결성하여 미술, 연극, 영화, 패션, 음악 등을 종합한 총체 예술을 추구하였다. 1970년대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판화와 비디오 아트를 본격적으로 실험하였고, 1980년대에는 미국을 방문하여 작업의 변화를 추구하였다.

 

주요 전시 및 퍼포먼스로는 1970-80년대 한국의 역사적 개념미술: 팔방미인 (경기도미술관, 2010), SeMA Green 김구림展: 잘 알지도 못하면서"(서울시립미술관, 2013), <<A Bigger Splash: Painting after Performance>> (테이트 모던, 2012), <<Postwar: Art Between the Pacific and the Atlantic, 1945-1965>> (하우스 데어 쿤스트, 2016),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국립현대미술관, 2023), <생성에서 소멸로(퍼포먼스, 산시성 미술관, 2015), <마음속의 노래, 시속의 울림(실험 음악 연주, 런던, 2019) 등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영상자료원, 미국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영국 테이트 모던 등 30여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갈라 포라스 김

 

갈라 포라스-김의 작업은 종교적 믿음이나 죽음과 같이 지나온 모든 문명이 관심을 갖고 흔적을 남긴 유물들에서 시작한다. 석관과 고인돌과 같이 삶과 죽음을 경외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대의 오브제들이 현대의 박물관과 미술관, 문화유산 등의 시스템 속에서 본래의 기능을 잃고, 예술작품이나 국보로 분류되어 수장고와 전시장에 전시되는 상황에서 작가는 물건을 만들고 숭배하던 고대인들의 뜻과 현대의 제도를 화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하여 미술관이나 연구소와 같은 기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며 소통하는 한편, 관련 규정과 법을 모색하고, 고고학이나 역사학 등의 학술적인 자료들과 종교적 믿음, 민속적인 전통을 탐구하여 현재의 근대적(이성적) 제도가 과거의 전근대적(제의적) 제도를 차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나아가 작가는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과 미술관 공기 중의 수증기와 같이 본래 자연의 일부이던 것들이 종교적 믿음과 문화적 제도의 일부가 되고, 일상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였다가 다시 자연과 인위적 분류의 가운데에 애매하게 서서 시간을 견뎌내는 과정을 관찰하여 전달한다.

 

영원 불멸하고 강건해 보이는 역사적 구조물도, 강력한 제도와 법도 지질학적 시간 속에 부식되고 역사적 과거와 자연의 변화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고고학적 상상력과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이해, 범신론적 믿음을 바탕으로 현대 문명의 기반을 이루는 법과 제도, 학문의 분류 체계와 예술의 역할 등을 우주적인 시공간 위에 놓고 새롭게 재단한다.

 

갈라 포라스-김

건조한 풍경을 위한 강수(降水), 2021

코펄, 피바디 박물관 수장고의 먼지, 전시기관의 빗물 공급 구조, 빗물과 편지, 55×55×10cm, 가변크기

작가 소장 MMCA 프로덕션(동시대미술크루, 2023)

 

 

흐릿한 지평선을 향한 점근선

2021, 종이에 흑연과 잉크, 액자, 46×56cm(12),

액자: 52×63×4cm(12). 카디스트 제작지원, 작가와 커먼웰스 앤드 카운슬 소장

(12장의 사진에서 진하고 흐린 사진 하나씩만 찍었다)

 

 

갈라 포라스-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튀르키예의 신석기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Gobekli Tepe)의 풍경에 대한 다양한 방법의 해석을 보여준다. 작가는 같은 장소의 풍경이 서로 다른 상황 속에서 얼마나 다르게 읽힐 수 있는지, 문명의 서사가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어떻게 서술되고 다시 쓰이고 재해석될 수 있는지 탐구했다.

 

작가는 2020년 괴베클리 테페의 북서쪽 방향의 지상 위치에서 남쪽 방향 하늘의 모습이 12,000년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며, 2시간 간격의 변화를 12장의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풍경 속에서 땅과 하늘은 서로 나뉘어 수평선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지만, 온전히 함께할 수 없다.

 

 

무덤 너머의 풍경들

갈라 포라스-김 , 2022, 종이에 흑연과 색연필, 편지, 150×277.5cm, 29.7×21cm

작가와 커먼웰스 앤드 카운슬 소장

 

 

 

 

에피필름 1

전소정, 2023, 알루미늄 캐스팅, 108×112×180cm, 작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