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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관악·삼성·수락·불암산

혹한을 무릅쓰고 오른 서울 삼성산의 암릉미

by 즐풍 2023. 12. 19.

2023_214  

 

 

2023. 12. 17. (일)  10:30~14:50, 4시간 20분 산행, 25분 휴식 포함, 6.7km 이동 

 

 

12월인데도 따듯한 날씨로 지난 11~12일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 등에 강우량 100~200㎜의 비가 내렸다.

그러던 날씨가 급변하며 강원도 산간지역에 79cm까지 눈이 내리며 온냉탕을 갈아타는 느낌이다. 

그제 밤에 눈보라가 치고, 어제는 하루종일 흐리더니 오늘은 화창하다고 한다.

모처럼 날씨가 좋다고 하니 산에 가야 하는 데, 아침 날씨는 영하 12도를 가리킨다.

 

평소 같으면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부산하게 움직이겠지만 느긋하게 일곱 시에 일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이 오를 테니 조금이라도 추위를 덜어낼 생각인 것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제법 내린 눈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이젠을 넣는다는 걸 깜박했으나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눈이 적어지더니 막상 산행할 땐 눈도 별로 없다.

 

차에 몸을 실으며 삼성산과 호암산을 놓고 계속 줄다리기를 했다.

워낙 추운 날씨라 산책하듯 가볍게 호암산을 타느냐, 아니면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지는 삼성산을 오르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 삼성산으로 귀결되었다.

결국 등산의 맛은 짧은 호암산보다 볼거리 풍부한 삼성산이 좋다는 결론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서울 삼성산 등산 코스

 

 

평소라면 전철도 제법 북적일 전철도 워낙 혹한이다 보니 승객도 별로 없어 한적하다.

안양역까지 한 시간 동안 대부분의 승객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환승한 버스로 안양예술의 공원에 하차할 땐 등산객이 제법 보인다.

 

 

시베리아 한랭기온을 따라 불어온 바람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낄 틈이 없다 보니 맑기 그지없다.

아무리 코 끝이 시리다 한들 건강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집어넣는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 겨울이 끝나고 편서풍 따라 중국발 미세먼지로 뒤덮일 봄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게다가 바다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멍들어가니 해상과 상공은 나쁜 이웃으로 점령되었다.

지난주 뉴스에서는 일본 홋카이도 남부해안에서 1,000톤이나 되는 죽은 정어리떼 사채가 떠올랐다고 한다.

중국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때문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니 듣는 우리가 다 통쾌하다.

훅카이도 해안의 죽은 정어리 떼

 

 

 

예술의 공원이나 관악역 도로를 따라 삼성산을 오르면 2 전망대를 받치고 있는 암릉에 눈이 간다.

이름도 없는 바위가 참 시원하게 잘 생겼다.

 

모처럼 늦은 주말산행에 나섰더니 혹한인데도 산악회를 이용한 등산객에 제법 많다.

춥다고 방구석을 지키고 있었다면 후회할 뻔했다.

 

제2전망대를 나무데크 길로 오르지 않고 어려운 구간으로 돌아서 오른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한 듯 미사일 자세를 한 바위가 우리의 하늘을 든든하게 지키는 모습이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 서울을 감싼 산군은 모두 화강암의 암릉미를 드러낸다.

관악산에 가려진 삼성산도 같은 이웃 형제라 산의 규모만 작을 뿐 단단한 근육미를 뽐낸다.

 

 

 

어찌 보면 설악의 공룡능선에 들어선 느낌이 나는 구간이다.

 

바위가 많은 산은 능선으로 오르는 재미가 있다.

큰 산이라면 산이 높고 깊으니 계곡에는 늘 물이 흐르겠지만, 삼성산은 규모가 작아 계곡은 별로다.

능선을 걸으며 우악스러운 풍경을 보고 싶다면 삼성산도 순위에서 밀리지 않는다.

 

 

 

초반에 만났던 산악회원들은 대부분 아랫길로 돌아가고 능선길은 겨우 한두 명 지날 뿐이다.

 

 

 

이렇게 만난 학우봉의 표지석은 사철 푸른 잎을 가진 소나무로 그늘이 졌다.

 

바로 삼성산 깃대봉으로 오르지 않고 다른 능선을 이동하며 학우봉을 담아본다.

 

종주능선과 달리 학우봉과 염불사 사이의 남능선이다. 이 능선에도 제법 볼만 한 암릉이 많다.

 

 

 

절벽바위는 사고가 있었는지 펜스를 친 게 보인다. 여기서 봐도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위험하겠다.

 

앞서 본 절벽바위의 동남쪽 구간을 보기 위해 옆에 있는 능선으로 올라왔다.

길이 없어 어렵게 올라와 사진을 찍고 좀 더 올라갔더니 이제야 돌아가는 길과 만난다.

성급하게 미리 올라오며 고생만 했다.

 

앞서 올라온 구간의 암릉으로 염불사 서남쪽에 있다.

 

관악산과 삼성산 상공은 비행기가 오가는 하늘길이다. 멀리 삼성산 깃대봉의 태극기가 보인다.

 

 

귀가 떨어질 만큼 춥지만 청명한 산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면 애국심이 우러난다.

아침 뉴스를 잠시 살펴보니, 

"중국발 수출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순식간에 13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그마저도 14위인 호주에게 꼬리를 밟힌 형국이다.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 순위는 세계 208개국 중 200위를 기록할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고 한다. 

우리의 경제는 한없이 추락해 그간 쌓아 올린 성과가 붕괴되기 시작하는 데,

이런 뉴스에 메이저에서는 보도에 알아서 눈을 감는다.

검사 출신들이 온통 국가 요직을 독점하며 나라와 언론을 통제하기 때문인가?

 

우리 경제와 민주주의가 오늘 이 태극기처럼 세계만방에 휘날릴 날은 오기나 할까?

 

 

 

꼬꾸라진 경제와 민주주의를 되살리자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국민은 당장 오늘내일을 걱정해야 하니 아무도 관심이 없는 느낌이다.

 

 

 

삼성산 정상도 지나왔으니 오늘 산행도 절반 넘게 끝낸 셈이다.

마지막으로 깃대봉 국기 한 번 더 찾아보고 하산할 생각이다.

 

 

 

 

 

 

 

 

 

어느새 깃대봉 국기대에 도착했다.

직진하면 서울대 방향이겠지만 귀가의 편의를 위해 깃대봉을 돌아 경인교대 방향으로 하산할 생각이다.

 

뒤돌아 본 깃대봉 

 

하산하며 본 이 암릉은 삼성산 종주코스에서 살짝 비껴 난 곳에 있다.

다음에 저 바위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

 

 

 

처음이다 싶어 왔는데 바위를 하나둘 보니 이곳을 지나간 지도 얼마 전이다.

기억력이 이러니 미래가 걱정스럽다.

 

지나올 땐 발도 들여놓지 못할 만큼 어려워 살짝 돌아왔는데, 멀리서 보니 더 멋지다.

가끔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어려운 바위가 많다.

이젠 나이를 생각하고 오르지 못할 바위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이 바위를 만나기 50m 전에서 도로로 내려섰다.

경인교대에서 삼막사로 가는 길인데, 사찰 관계자에게만 열린 길이다.

도로를 따라가면 돌아가는데도 불편해 바위 뒤로 질러가는 길을 발견해 산길 따라 하산했다.

 

누군가 소원을 빌며 정성스럽게 쌓은 티가 나는 작은 돌탑이다.

돌 하나하나에 소원과 소망 하나씩 담았을 간절함이 통하길 바란다.

 

 

모처럼 겨울다운 날씨에 산행을 감행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혹한을 뚫고 온 등산객도 제법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내려올 때 앞서 가던 사람들 말을 들으니 이렇게 추울 땐 땀이 안 나 산행이 더 즐겁다고 한다.

세상사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기본 장비만 잘 장착하면 추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