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_164
2022.9.7 (수) 07:20~15:08, 10.1km, 평속 1.6km/h, 7시간 48분 산행, 1시간 휴식
엊그제만 해도 역대급 태풍이니 뭐니 하며 뉴스를 도배했는 데, 부산과 포항 등 일부 지역을 할퀴고 지나갔다.
포항의 어느 아파트는 하천이 범람해 지하주차장이 수몰될 위기가 있다며, 밤중에 차량을 뺄 것을 안내했다.
이에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던 사람 몇 명이 갑자기 밀려든 물의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선의의 방송이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사고를 불렀으니 이런 슬픔이 어디 있겠는가?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고 푸른 가을 하늘이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괜찮던 날씨가 병점을 지날 때부터 안개가 끼더니 점점 앞이 안 보일 만큼 오리무중이다.
이렇게 안개 심해 산에서도 조망이 없으면 낭패란 생각이 들 무렵 아침해가 떠오르며 안개는 봄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
폭우가 훑고 지나간 뒤 대지에 있던 수증기가 잠깐 투정을 부리며 사라졌으니 다행이다.
□ 경기의 소금강인 관악산
빼어난 기암절벽과 울창한 산림이 어우러진 해발 629m의 관악산은 갓 모양을 닮은 아름다운 바위산이다.
서울과 경기도 경계에 널찍이 자리 잡은 관악산은 예로부터 수많은 전설과 문화유적을 남겼다.
주봉인 연주봉에는 고려 충신들의 애환이 담긴 연주대가 자리하고,
그 아래에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연주암이 있다.
산자락에는 과천향교, 온온사 등 다양한 볼거리가 풍성하여 4계절 모두 사랑받는 산이다. (과천시청)
관악산 육봉능선, 미소능선, 장군봉능선, 케이블카능선 등산코스
정부종합청사에서 내려 국사편찬위원회 방향으로 걷자면 도로변에 소나무와 은행나무 숲이 있다.
이 숲은 1980년 정부청사가 들어올 때 조림된 것으로 벌써 40여 년이 훨씬 넘어 이렇게 잘 자라 보기 좋다.
육봉능선을 맛보기 전에 숲 기운을 먼저 느낀다.
홍촌마애승상
홍촌마애승상은 북동향의 바위에 스님 얼굴을 조각한 상이다.
5구의 스님 얼굴은 바위 위쪽에 3구, 아래쪽에 2구가 배치되었는데, 정면상과 측면상으로 구분된다.
가느다란 눈, 오뚝한 코, 반쯤 벌려 웃고 있는 입과 귀가 공통적으로 조각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마애상은 부처님을 새기는 것이 보편적인 경향임에 비해 스님의 얼굴을 소재로 한 것이 독특하다.
홍촌마애승상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주변의 마애명문과 흔적들로 보아 최근까지 이곳에서 불공을 드렸던 것으로 보인다. (안내문)
홍촌마애승상은 등산로 입구에서 산불감시초소로 올라가는 40m 지점에 있다.
육봉능선으로 가는 방향과 다르므로 잠시 올라가서 본다.
예술성은 뛰어나지 않으나 그림이 재미있어 자주 보고 싶은 마애승상이다.
문원폭포로 가는 길에 잠시 보이는 육봉능선의 3, 2, 1봉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산은 티 없이 맑은 데 지상은 아직 안개가 다 사라지지 않았다.
문원포포로 가는 구간의 2단 폭포 중 상단 폭포
태풍이 지나간 흔적으로 문원폭포는 제법 보기 좋게 폭포의 위용을 보여준다.
이 암봉 뒤로 육봉능선의 제1봉이 위세 좋게 솟았다.
육봉능선에서 1봉과 3봉, 4봉이 제일 어려운 구간이다.
1봉이 워낙 높기 때문에 이를 오를 때까지 제법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건너편 미소능선이다.
육봉능선을 오르면 팔봉능선으로 내려가 건너편 삼성산을 타고 학우봉으로 하산할 생각이었다.
이달 중순에 영알 9봉 완등을 위해 다리에 힘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미소능선을 보는 순간 육봉능선을 오른 후 미소능선으로 하산하고,
중간에 장군봉능선을 타고 오른 후 케이블카능선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맘을 바꾼다.
그러면 비슷한 거리이면서도 제법 힘든 구간으로 다리의 힘을 키울 수 있겠다.
1봉 뒤로 지나가는 비행기가 보인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여행을 떠나거나 가족, 친지를 만나려는 사람들 마음도 분주하겠다.
왼쪽 장군봉과 오른쪽 케이블카능선 상단
1봉 오르는 구간의 아직 한참 멀게 느껴진다.
잠실의 롯데타워가 큰 키를 자랑하고, 지상은 아직도 안갯속인 곳이 넓게 포진했다.
같은 하늘 아래라도 안개 낀 곳이 있는가 하면 관악산처럼 맑은 곳도 있다.
1봉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1봉 정상과 건너편 4봉의 암릉이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다.
4봉의 암릉이 보기 좋게 흐른다.
1봉 정상의 코끼리바위다.
아직 어미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아기 코끼가 이곳까지 올라왔다.
산에서 보는 지상은 늘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다.
저런 곳에서 그렇게 아옹다옹할 필요가 있나 싶어도 지상으로 내려가면 또 지상의 습관대로 산다.
산에서 호연지기를 기른다 해도 그때뿐이다.
1봉을 지나면 2봉은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간다.
1봉이 워낙 높은 곳에 있어 오르는 데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3봉은 경사가 높아 4봉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홀더가 좋아 겁만 없으면 오르는데 문제는 없지만 아차 실수하면 대형 사고다.
3봉에서 보는 2봉의 모습
3봉에서 조망하는 육봉 정상과 5봉, 4봉 순이다.
3봉은 작은 위성 봉우리 두어 개를 지나야 한다.
정말 3봉 정상에서 6, 5, 4봉을 다시 본다.
5봉과 4봉
4봉으로 오르며 지나온 1, 2, 3봉을 바라본다.
조금 더 멀게 본 그림
1봉과 2봉 당겨보기
4봉 오르는 바위
지나온 4봉
4봉은 등산객이 개미처럼 붙어 내려오는 그림이 있어야 멋진 데 오늘은 평일 아침의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다.
6봉에 올라간 다음에야 처음으로 등산객을 만났으니 평일에 시간이 많은 백수란 게 실감 난다.
5봉에서 다시 보는 4봉
5봉은 봉우리라고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가는 구간이다.
6봉 정상의 국기봉 앞을 지나는 비행기가 조그만 새처럼 보인다.
6봉에서 조망하는 이 바위는 전망대에서 볼 때 제일 멋지다.
육봉 정상에서 관양능선으로 내려가는 초입에 있다.
건너편 오봉능선
팔봉능선 국기봉의 소나무는 더벅머리 총각처럼 숱이 너무 많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에 왔을 땐 태극기가 없더니 이번에 있는 태극기는 절반이 떨어져 나갔다.
워낙 바람 많은 산 위에 있다 보니 새로 게양한다고 해도 얼마 못 가 훼손되기 일쑤겠다.
육봉능선에서 미소능선은 조금만 지나면 바로 만나지만, 이 횃불바위를 보려고 일부러 왔다.
송곳처럼 뾰족하게 불꽃처럼 솟아오른 바위가 멋지다.
팔봉능선을 밟아본지도 꽤 오래전이다.
다음엔 저 팔봉능선에 즐풍의 발자국을 내야겠다.
미소능선으로 내려가며 보는 장군봉
횃불바위 역시 미소능선으로 내려가며 보는 그림은 앞서 본 것과 전혀 딴판이다.
같은 그림이라도 스카이라인으로 보는 풍경이 더 멋지다는 걸 알 수 있다.
미소능선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여전히 멋진 장군봉 암릉 전경
육봉능선에서 미소능선을 볼 땐 바위가 능선 전체를 덮고 있어 무척이나 멋지게 보인다.
막상 미소능선에 들어서면 등산로에서 볼 수 있는 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점점이 박혀 있는 바위는 거리가 멀어 일일이 찾아다닐 수 없다.
그러니 미소능선은 100m 미인인 실속 없는 능선인 셈이다.
아래쪽에 암봉이 하나 더 있지만 굳이 내려가지 않고 이 사진으로 대신한다.
왼쪽으로 토끼길처럼 가느다란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 장군봉능선으로 연결되는 구간인 걸 안다.
그리로 건너가 장군봉능선으로 잠입할 생각이다.
1봉의 코끼리바위가 살짝 보이는 육봉능선이다.
이 그림은 육농능선 1봉부터 6봉까지 전경이다.
6봉능선을 여러 번 다닌 사람만이 각각의 봉우리를 구분해 낼 수 있다.
코끼리바위를 조금 더 크게 본다.
계곡 건너 장군봉능선의 들머리 구간의 암릉 지역이다.
이곳부터 올라가게 될 장군봉능선은 다음 편에서 계속한다.
추석 연휴 첫날인 내일 새벽 고향에 가서 생전 처음으로 능이버섯을 따게 된다.
하여 2편은 추석명절 끝 무렵에나 올리게 된다.
이번 관악산의 육봉능선, 미소능선, 장군봉능선, 케이블카능선은 불과 10km에 불과하나 제법 어려운 구간이다.
육봉능선의 전 구간과 장군봉능선의 첫머리 암릉 구간은 전신운동을 해야 하는 곳이다.
이렇게 전신운동을 하는 산행은 암릉 구간이 아니면 별로 없다.
힘든 산행 덕분에 등산복에 하얗게 소금기가 배어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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