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_218
2022.11.2. (수) 08:51~15:02(6시간 10분 산행, 10.4km 이동) 맑음
지난 10월 말에 형제들과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일원에 여행을 다녀오고 아직 정리도 못했다.
강원도 여행보다 진작에 끝낸 고창 생활을 아직 절반도 블로그에 올리지 못했으니 시간은 늘 부족하다.
사실 요즘은 한동안 손절했던 넷플릭스로 영화나 보며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밀린 일거리 처리한다는 게 지지부진하고, 예전처럼 그렇게 흥이 나지 않는 게 하나의 이유다.
그러고 보니 관악산을 등산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딱히 한 일도 없다.
11월 4일 아내와 함께 광주 화담숲에 다녀오고, 11월 13일엔 아내, 딸과 함께 안면도를 다녀왔다.
지난 주말 모임에서 강화도 여행을 다녀왔으나 이러한 것은 마실에 불과하니 힘들 것도 없다.
일상이 무너져 버리니 늘 피곤하고 다리 근육은 풀어져 이젠 걷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진다.
평택에 조그만 산이라도 있으면 산책 겸 등산이라도 갈 이유가 있는데, 산이랄 것도 없는 작은 동네다.
그렇다고 뛰어난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니 평택 밖으로 가려면 부산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도 일산에 살 때 보다 좋은 점은 계획만 잘 짜면 한두 시간 거리에 갈만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오늘 저녁엔 면접관으로 할 일이 있으니 내일부터 날이 좋으면 아무리 추워도 자연과 함께하며 숨통을 터야겠다.
□ 관악산
관악산의 높이는 632.2m이고, 전체 면적은 19,22㎢, 약 582만 평에 이른다.
북한산·남한산 등과 함께 서울 분지를 둘러싼 자연의 방벽으로,
빼어난 경관과 함께 서울 근교에 자리하고 있어서 연일 많은 등산객으로 붐비는 산이다.
예로부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에 속했던 산으로,
서울의 남쪽 경계를 이루고 있고, 그 줄기는 과천 청계산을 거쳐 수원의 광교산에 이른다.
관악산(冠岳山)은 그 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의 ‘갓뫼(간뫼)’ 또는 ‘관악(冠岳)’이라고 했다.
관악산은 빼어난 수십 개의 봉우리와 바위들이 많고, 철 따라 변하는 산 모습이 마치 금강산과 같다 하여
‘소금강(小金剛)’ 또는 서쪽에 있는 금강산이라 하여 ‘서금강(西金剛)’이라고도 하였다.
관악산 상봉에는 용마암(龍馬庵)·연주암(戀主庵), 남서 사면에는 불성사(佛成寺),
북사면에는 자운암(自運庵), 그 아래 서울대학교가 있다.
관악산 서쪽에는 무너미고개를 사이에 두고 삼성산(三聖山, 481m)이 솟아 있고, 여기에는 망월암(望月庵),
남사면에는 염불암(念佛庵), 남동사면에는 과천시, 동쪽에는 남태령(南泰嶺)이 있다.
등산 코스는 신림동, 사당동, 과천, 안양, 시흥 등 다양하지만, 신림동에서 과천을 잇는 코스를 주로 이용한다.
(출처_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관악산 육봉능선-팔봉능선-서울대수목원 코스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거리의 은행나무는 이제야 제대로 단풍이 들었다.
이제 막 출근시간이 끝나갈 때라 벌써 거리는 한산하다.
벌써 단풍은 중부지방 아래로 내려가며 높은 산을 붉게 물들이는 데,
평지인 이곳은 이제야 제대로 된 단풍을 보여준다.
테니스장 앞 어느 단층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기에 올라가서 관악산 육봉 능선을 잡아본다.
국사편찬위원회 방향의 은행나무 단풍이 돋보인다.
관악산 입구에서 계곡을 지나 문원폭포 앞으로 육봉 능선에 접어든다.
육봉 능선에 접어들어서도 늘 보는 풍경은 계절만 바뀔 뿐 다를 건 없다.
관악산은 워낙 바위가 많은 골산이라 이제부터 중점적으로 보게 될 건 대부분 바위에 국한된다.
육봉 능선의 3, 2, 1봉 순으로 암릉은 오른쪽으로 떨어진다.
이제 막 육봉 능선을 넘는 비행기는 늘 같은 경로를 따라 서울을 벗어난다.
관악산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육봉 능선은 1봉과 3봉, 4봉으로 연결되는 구간이 제일 어렵다.
초심자가 이구간을 지날 땐 소림사에 들어온 제자가 소림권법을 배우니 여러 관문을 지나며 격파하는 느낌이다.
사실 1봉의 어려운 구간은 너무 가까워 드론으로 찍지 않는 한 그 난이도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1봉의 난관을 무사히 넘기며 코끼리바위를 지나왔다.
코끼리바위를 지나 잠시 쉬고 있는데, 어느 암벽 고수가 코끼리바위에서 거침없이 난관을 헤치며 돌파한다.
즐풍은 코끼리바위에서 늘 이 구간을 회피했다.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그분은 다시 내려가 암벽 구간 이동 요령을 재현해 주신다.
사실 이 구간을 이용하려면 릿지화를 신어야 맘 놓고 다닐 수 있다.
10여 년 전 5.10 릿지화를 신다가 발바닥이 너무 뜨거워 더 이상 신지 않았다.
그렇다고 궁합이 맞지 않는 릿지화를 신고 자기만족을 위해 기예를 보일 생각은 없다.
이분 2봉과 3봉 사이의 암봉에서 여러 기술을 알려주시며 자리를 떠난다.
육봉 능선에서 제일 까다로운 3봉을 오르기는 여전히 어렵다.
이 육봉능선을 오를 때마다 릿지화 생각은 간절하지만, 바닥 창이 얇아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간다.
3봉에서 보는 2봉의 이 봉우리의 그늘진 곳으로 직접 타고 내려오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이곳을 타고 내린다면 그는 대단한 암벽 고수이다.
건너편 4봉에서 바로 계곡으로 떨어지는 암릉구간으로 내려가는 사람도 없다.
아래쪽에 높은 절벽을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육봉 능선의 정상을 당겨봤다.
정상을 알리는 6봉 국기봉에 태극기가 휘날린다.
6봉부터 오른쪽으로 5봉, 4봉이 연이어 자태를 뽐낸다.
산을 처음 등산할 땐 고소공포증으로 발이 덜덜 떨렸는데,
이젠 이런 육봉 능선을 섭렵하다니 산에서 고소공포증을 이겨낸 것이다.
3봉에서 4봉을 오르는 건 쉬운 데, 내려갈 때는 조심해야 한다.
4봉 내려가는 구간은 손을 잡을 수 있는 크랙이 많아 요령만 알면 쉽다.
다른 위치에서 본 4봉의 모습
어려울 것도 없는 5봉을 지나 육봉 정상에 섰다.
과천정부종합청사역에서 꼬박 2시간 45분 걸렸다.
중간에 암벽고수를 만나 20여 분 암벽 타는 요령을 봤다고 해도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육봉 정상에서 관양능선으로 내려가는 길목의 암릉이 멋지다.
관악산의 많은 바위 중에 아직 이름이 없을 만큼 대우를 못 받는 바위다.
멀리서 보면 멋진데, 바로 앞에서는 별로라 장거리 미남인 바위다.
오늘은 모처럼 육봉능선에서 팔봉능선을 연결해 안양유원지로 내려가는
서울대 수목원을 통과하며 관악산의 마지막 단풍을 볼 생각이다.
오른쪽에 관악산의 7봉(?)이 오지 말라는 듯 버티고 막아섰다.
8봉으로 이동하며 보는 관악산 국사봉이다.
8봉의 일부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암릉 구간
병풍바위를 오르며 보는 바위 옆면
오랜만에 보는 왕관바위다.
등산로에서 좀 벗어난 곳이라 주의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그냥 패스...
지네바위 앞으로 펼쳐진 여러 바위 군락
오랜만에 만난 팔봉능선은 여전히 많은 것을 보여준다.
평택에 살면 서울 쪽 산은 이 관악산이나 삼성산이 북방 한계선이다.
더 이상 북쪽으로 진행하려면 대중교통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니 맘먹고 가야 한다.
이름 모를 나뭇잎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팔봉능선은 이 암릉을 끝으로 내려서며 허릿길을 따라 3봉 방향으로 다시 오른다.
8봉능선의 4봉 지능선을 따라 내려갈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는 길이 없어 나뭇가지를 헤치며 고생 좀 했다.
숲을 헤치고 나가며 보는 1봉 주변의 단풍이 멋지다.
폭넓게 잡아본 1봉의 남쪽 사면
1봉부터 올라가는 능선의 스카이라인
너희는 4, 5, 6봉이냐?
이제 4봉 지능선을 타고 계곡으로 내려서며 서울대 수목원에 닿을 것이다.
이 구간도 능선이 길어 제법 시간이 걸린다.
이 4봉에서 바로 내려오면 편한데, 1봉까지 볼만한 바위가 많으니 포기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보면 바위는 암릉에 여러 형태로 걸려 있다.
드디어 서울대 수목원에 들어서자 한창 물오른 단풍이 마지막 가을을 붙잡고 있다.
역시 가을엔 서울대 수목원의 풍경이 가장 멋지다.
단풍잎은 일곱 가지로 뻗었으니 고로쇠 수액을 받을 수 있겠다.
고로쇠나무는 잎이 5~7개로 갈라지는 데, 봄엔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몸이 성한 곳이 없다.
그런 고로쇠나무를 보며 애잔한 맘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도 한도 없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이 정도니 다행이지 캐나다 단풍나무인 메이플은 더 고난이 크다.
메이플에서 얻는 수액으로 메이플 시럽을 만든 게 세계에 유통되며 우리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캐나다 국기에 들어갈 만큼 흔한 메이플인 데다, 땅이 넓으니 고로쇠 수액 채취가 상대적으로 많나 보다.
발달된 기술이 있고, 그를 뒷받침할 생산량도 많아 메이플 시럽을 만든다.
메이플 시럽을 처음 만든 사람들은 원주민인 인디언으로 같은 동야인에 속한다.
이곳 단풍은 곱게나 붉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수목원 계곡을 지나는 동안 단풍 터널은 계속된다.
평소 열리지 않던 서울대 수목원도 단풍을 찾는 주민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여기저기 인증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 나무 표피가 특이해 찍어봤다.
지붕으로 치면 너와 지붕을 얹은 셈으로 빗물이 나무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정교하게 잘 덮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여도 자의의 능력은 무한하다.
삼성산의 전망바위가 있는 암릉을 안양유원지에서 보니 이런 모습이다.
한여름 땡볕에 지쳤을까?
가지가 냇가로 내려선다.
위아래 같은 듯 다른 표정이 재미있다.
보통 육봉능선을 타면 귀가 편의 상 옆 능선을 주로 탔다.
이번에 서울대 수목원의 단풍을 볼 생각에 팔봉능선을 타며 오랜만에 팔봉을 만났다.
다 늦게 만난 수목원의 멋진 단풍이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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