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지역별 탐방/충청도·대전·세종

태안 바다를 걸어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아찔바위

by 즐풍 2022. 7. 23.

2022_126

 

 

 

2022.7.18 (월) 12:35~13:35, 한 시간 탐방

 

 

요즘 하루에 한 번씩 가는 식당 벽에 걸린 두 장의 사진이 즐풍 마음을 움직인다.

사진 설명엔 닭섬의 모자바위와 옷점마을의 아찔바위인데, 지금껏 보지 못한 풍경이다.

모자바위야 어찌보면 흔한 풍경일 수 있으나, 아찔바위는 정말 아찔하게 가슴을 울린다.

그래, 저 두 사진 속 풍경을 꼭 찾아야 돼...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와 잠시 쉬며 오수를 즐기고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부랴부랴 차를 몰고 닭섬 입구에 도착하니 물이 차 바다로 나갈 수 없다.

이번엔 옷점항에 왔으나 아찔바위를 찾을 수 없어 마침 바닷가에 있던 사람들에게 위치를 물으니 모른다고 한다.

마을에 있는 경로당에서 들어가 사진을 보여주니 옷점항 앞바다에 물이 빠지면 들어가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다음날 물때를 조회하니 다행스럽게 물이 제일 많이 빠지는 날로 바다 멀리 있는 아찔바위까지 들어갈 수 있겠다.

먼저 가까운 닭섬의 모자바위를 보고 옷점항에 도착하니 아찔바위까지 까마득히 보이는 거리다.

나중에 트랭글로 옷점항에서 아찔바위까지 걸은 거리를 확인하니 890m이다.

이렇듯 서해바다의 조수간만 차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커 바다는 드넓은 육지로 변한다.

 

 

 

어제 들어왔을 때는 그래도 날씨가 좋았다.

 

오늘 저 먼 바닷속 작은 섬도 다녀올 것이다.

 

이곳 옷점항은 인근 군산항과 옷감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붙여진 이름이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온주민이 모여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깅원하는 '조개 부르기 행사'를 열어

「조개부리마을」이라고도 한다.

경로당을 찾아가는 길에 보는 주택의 후박나무가 멋지다.

 

어제는 그런대로 맑았는데, 오늘은 비가 올듯 흐린 날씨다.

 

7월 들어 옷점항 물때 중에 가장 물이 많이 빠지는 날이다.

보통 간조때 350~600cm 정도 물이 빠지는 데 비해 오늘 12:57에 638cm까지 빠진다고 한다.

어제 오수를 즐긴다고 놓친 아찔바위를 오늘 오게 된 것은 천운인 셈이다.

아니다, 즐풍에겐 늘 행운이 따라 다닌다.

 

아찔바위로 가는 길은 워낙 멀어 두 군데 갯골을 지났다.

장화를 신고 왔으니 물이 찬 갯골을 건널 수 있지 운동화를 신었으면 맨발로 건너야 한다.

그러니 이곳에 들어간다면 바다타임 검색에서 간조에 max가 붙은 날 최저 -630은 되어야 비교적 안전하다.

 

900여 m를 이동한 끝에 아찔바위에 도착했다.

바위 앞엔 제법 큰 웅덩이가 있어 바닷속 바위라는 걸 은근히 암시한다.

맑은 날이라면 어쩌면 물에 반영된 풍경을 담을 수도 있겠다.

 

이 바위를 보고 왼쪽 작은 섬까지 갈 때는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릴 만큼 날씨가 흐려 사진은 대부분 검게 나왔다.

살짝 밝게 보정을 했는데도 여전히 검은색 일색이다.

어두침침하니 보기 좋음보다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하루에 절반 이상 이 바위 밑단까지 물에 잠긴다.

폭풍이 들이닥치면 연신 파도에 싸대기를 맞으며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그렇게 혼쭐난 이 바위는 침식되고 풍화되며 주변에 눈물처럼 흘러내린 바위 부스러기가 즐비하다.

바위가 닿는 면 하나가 침식되면 균형이 깨지며 끝내 무너질 날이 오리라.

그때 이 사진이 후세에 보여줄 증거가 되리라.

 

아찔바위를 한 바퀴 돌며 앞태며 뒤태까지 자세히 살핀다.

 

 

 

지도에도 이름이 없는 저 작은 섬도 둘러볼 생각이다.

 

 

 

여기서 보면 앞에 어린 강아지를 돌보는 어미처럼 보이기도 한다.

 

뭐라고요?

내가 어미개처럼 보인다고요?

그럼 맛 잇는 먹이 좀 주고 가세요...

 

 

 

이제부터 앞서 본 작은 섬을 잠깐 들릴 생각인데, 이미 썰물이 끝나고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바다는 썰물이 끝나는 시점부터 위험도 시작되니 서둘러야 해 걸음을 빨리 옮긴다.

그런데 이 갯벌은 온통 굴이 지천으로 깔렸다.

장화는 바닥이 약해 울퉁불퉁하고 뾰족뾰족한 느낌을 차단하지 못해 발바닥을 억세게 지압을 하며 신경을 건드린다.

이 길을 얼마나 걸어야 발바닥을 찌르는 느낌에서 벗어날까?

 

서양에서 요리는 부자들만 먹는 강장제로 알렸다.

다행히 우리나라 바다는 갯벌이 많아 굴이 지천으로 깔렸기에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서구에서 온 관광객은 우리나라 굴 값에 놀라며 포식하고 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결 가까워진 손바닥만 한 섬

 

 

 

온통 회색빛 갯벌과 바위에 잠시 나타난 참나리 꽃이 활짝 반긴다.

이슬비가 내리며 모자를 적시고 카메라에도 어느새 물이 맺힌다.

그런 와중에도 참나리를 포기하면 안 된다.

 

 

 

 

 

서두른다고 해도 간조가 끝나고 30분이 지났을 뿐인데, 옷점항 입구엔 제법 수위가 높아졌다.

옷점항 바로 아래 조그만 갯골이 지나가는 통로라 벌써 장화 발등까지 물이 올라왔다.

갯골만 없어도 좋지만, 푹푹 빠지는 갯벌이 많지 않아 조금은 편한 갯벌이다.

혹여 이곳을 갈 생각이면 물이 630cm 이상 최고로 빠지는 날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

물론 날이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