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_122
2022.7.8 (금) 17:55~18:30, 35분 탐방
태안이란 길고 긴 반도에 어느 날 안면도란 섬이 생겼다.
안면도가 어느 날 문득 생긴 섬이라고?
물론 그렇다.
호남평야에서 수확한 쌀을 싣고 서해안을 따라 한양으로 가던 세곡선은 늘 태안 앞바다에서 침몰되기 일쑤였다.
샛별해수욕장 앞에 쌀썩은여라는 지명이 있다.
여는 바다에 바위 같은 암초가 있는 곳으로 밀물 때 파도가 심하면 암초에 부딪쳐 세곡선이 침몰되기 쉽다.
이곳에 얼마나 많은 세곡선이 침몰되었는지 배에 실렸던 쌀이 썩어 나가 쌀썩은여란 지명을 얻었다.
고려시대부터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태안의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연결하는 굴포운하를 추진했다.
고려 17대 임금인 인종(1134년)에 시작된 운하는 4km까지 진행했으나 나머지 2.8km는 바위와 암반에 걸려 실패했다.
이 운하는 이후에도 여러 번 시도되었으나 끝내 실패했지만, 우리 민족의 도전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굴포운하가 실패하자 조선의 인조 때인 1647년 천수만과 서해의 가장 짧은 구간에 운하를 개통하기에 이른다.
지금 태안에서 안면도로 들어가는 안면대교가 놓인 지점으로 안목운하 또는 판목운하라고도 한다.
새로 놓은 안면대교는 300m 길이다.
이 안목운하가 생김으로써 안면도란 섬이 생기고, 단골 침몰지역이던 쌀썩은여를 비껴가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가 하면 섬은 섬끼리 붙이는 간척사업은 일제강점기 이후 꾸준히 진행됐다.
즐풍의 숙소는 예전에 대야도란 섬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김 양식이 시작된 곳이다.
버스 정류소 앞에 일본인이 이곳에서 김 양식에 성공한 걸 기리기 위한 공덕비가 세워진 걸 볼 수 있다.
김 양식뿐만 아니라 천일염 생산까지 일본인에게 배운 이곳 주민들에겐 엄청난 소득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대야도는 1983년 개발논리에 따라 간척사업이 시작돼 바다가 메꿔지며 안면도와 합쳐지게 되었다.
대야도 어민들은 하루아침에 김 양식장과 염전을 잃었으니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다.
벌써 40여 년 전의 일이라고 하지만 이곳 어민들은 당시보다 못한 소득을 올리는 데 만족한다.
천수만의 한자는 淺水灣으로 바다가 얕은 지역이란 뜻이다.
썰물에 천수만을 보면 바다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온통 가득 찬 갯벌이 바다처럼 보이는 곳이다.
오후 늦게 숙소 앞 대야도 해변을 잠시 걷는다.
위 식당은 한식뷔페로 가격은 7,000원으로 착하면서도 맛이 좋다.
자주 애용하는 식당이다.
이곳은 특별히 눈에 띄는 명소는 없다.
바닷사람들은 물때가 중요하다.
예전처럼 세곡선을 운항할 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혹여 세곡선이 침몰이라도 되면 어떤 화를 입을지 모른다.
썰물 때 천수만에 갇히면 세곡선 또한 기울며 넘어가기 십상이다.
그러니 이곳은 늘 밀물 때 지나가야 하는 곳이다.
바닷물이 빠지는지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해안가 어디든 바다만 보이는 으레 펜션이나 숙박시설이 들어선다.
보령 해저터널이 뚫리고 터널과 가까운 이곳 땅값도 급등했다.
파도가 조개껍질을 이리저리 옮기며 기다란 선을 만든다.
조개 껍질과 노는 파도는 심심하지 않겠다.
키 작은 바위 군락을 이렇게 보니 제법 옹골차게 보인다.
펜션에서 바다로 넘어오는 나무데크는 사유지라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었다.
쳇...
이쪽 바다는 줄 하나만 길게 남기고 먼바다로 후퇴한다.
그물을 태우고 남은 납덩이가 총탄처럼 남았다.
바다는 육지와 달리 변화무쌍하다.
하루에 두 번 밀물과 썰물은 늘 우르릉 거리며 서로를 밀어낸다.
잠깐 드러난 갯벌에서 해산물을 건저 내는 어민의 허리는 굽어 있다.
사계절 내내 소득이 생기는 이곳은 농촌보다 수입이 좋아 떠나지 못한다.
그러나 얼마나 고되기에 나중에 소로 태어나면 태어났지 어민으로는 태어나지 않겠다고 하겠는가.
이곳 어민들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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