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_127
2022.7.9 (일) 15:00~17:03, 5.3km 이동, 2시간 탐방
원산도 코끼리바위는 지난 5월 말 지금 생활하는 곳의 입소를 위해 면접시험을 보러 오며 들렸던 곳이다.
그때는 시간 관계상 산행은 생각하지 않고 코끼리바위만 찍어서 왔기에 이번에 산행을 겸하기로 한다.
안면도의 대야도에 있는 숙소와 가까워 언제든 쉽게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이곳은 아껴두고 있었다.
그런데 산행마저 소홀했으니 산행이랄 것도 없는 오봉산을 오르려는 것이다.
한때 산행은 즐풍의 일상을 지배하던 모든 것이었다.
북한산이 가까웠기에 온통 바위만 있는 북한산 산행은 인생에서 처음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놀이었다.
이 산에서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며 릿지는 물론 서너 시간에 불과했던 체력을 45km까지 감내할 수 있는 체력으로 바꿨다.
한 마디로 저질 체력을 산행 3~4년 만에 극강 체력으로 바꾸었고, 여름과 겨울을 오가며 단단하게 단련시킨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다리의 근육이 든든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내 아무리 산행으로 체력을 길렀다고 해도 태생이 약하니 나이가 들며 기력이 떨어져도 산행을 멈추어선 안 된다.
산행은 단지 체력만 올리는 게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에 산재한 좋은 기운을 내 몸 안으로 집어넣는 일이기도 하다.
바다를 품고 있는 산은 육지의 산과 또 다른 산 기운이 분명 존재할 것이니 숨 쉬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분이 들겠다.
오봉산에서 증봉산을 거쳐 해안으로 내려간다면 코끼리바위를 만나기가 더 쉽다.
이런 종주산행을 택한다면 차량 회수가 어려워 지난번처럼 오봉산해수욕장 공터에 주차하고 산행한다.
이번 산행에선 증봉산은 경유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해변을 탐방할 생각에 더 먼 거리로 하산할 계획이다.
7월 초라도 날씨는 제법 덥다.
기상 변화로 날씨는 점점 더 빠르게 더위가 찾아오고, 끝없이 세상을 괴롭히며 늦게 물러간다.
그러니 봄, 가을은 점점 짧아지며 매년 여름과 겨울엔 전력 사용량을 갱신하자 정부는 늘 최악의 사태를 걱정한다.
오봉산 해수욕장에서 바로 치고 오르는 오봉산은 정규 코스가 아닌지 길 찾기도 어렵다.
예리한 눈썰미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동산로를 연결하며 능선에 접어들었을 때 비로소 안도한다.
대명펜션(콘도?) 예정지로 가는 산길 도로가 있는지 모르겠다.
카카오 맵에선 소노호텔&리조트 원산도가 2023년 개장한다는 표시를 했다.
조그만 섬 원산도의 오봉산 중턱에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참 궁금하다.
오봉산 정상을 찍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바닷가 초전마을 방향으로 하산할 생각이다.
여기가 오봉산 정상인지 누군가 오봉산이란 팻말을 붙였으나 글자는 색이 바랬다.
한참을 더 걸어 오봉산 오로봉에 도착했다.
1668년(현종 9)에는 유사시 충청수영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기 위해 봉수대가 들어섰다.
서해의 권설봉수는 어청도(수영에서 400리)-외연도(200리)-녹도(160리)-원산도(30리)-망해정(충청수영성)으로
이어졌는데, 원산도의 봉수대는 녹도 봉수대와 오천면 영보리 망해정 봉수대를 잇는 봉수대이다.
현재도 오봉산 정산에는 봉수대 유적이 남아 있다.
(출처_해양문화재 제16호 발췌)
오로봉의 원형 석축 안에는 입구가 파인 참호가 있다.
현대전에 적합한 우리의 육군이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엔 제법 큰 돌로 석축을 만들진 않았겠단 생각이 든다.
자귀나무 꽃
해무가 껴 가까운 초전항 방향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초전항의 해안엔 바위가 보이지 않으므로 하산하며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해안으로 내려가야겠다.
건너편 태안군 안면도 고남면 고남리 방향이다.
원산안면대교로 두 지역이 연결되며 태안군과 보령시는 먼 이웃에서 손을 맞잡은 이웃이 되었다.
이 바다는 수심이 낮아 간조 때에는 바다가 자기도 육지라고 속이는 판이다.
갯벌의 조금 깊은 곳에 빠져나가지 못한 바닷물이 조금 괴어 있을 뿐이다.
마을로 하산하는 길 옆으로 벌통이 수십 개 놓여 있다.
최근 들어 기후 변화로 많은 꿀벌이 폐사한다는 데, 그런 염려 없이 꿀을 많이 따 돈을 많이 벌면 좋겠다.
그래야 벌이 과수나무 꽃을 수정시켜 과일 값도 떨어질 게 아닌가.
짧은 산행을 끝내고 드디어 해안에 도착했다.
바다로 길게 늘어선 바위가 대장의 훈시를 듣는 느낌이다.
앞발 들고 일어선 아기곰 같기도 하다.
뒤에서 본 모습
아이패드에서 작성할 땐 사진이 순서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오른다.
티스토리에 순서대로 올려줄 것을 건의했으나 언제 실행될지 알 수 없다.
데스크톱은 되고 아이패드 PC버전은 안 되는 이유가 뭘까?
티스토리가 빨리 IOS 시스템에도 최적화되어야 하는데....
해수면과 가까운 곳에 깊은 바위틈 끝으로 굴이 생겼다.
바닥은 굴러 떨어진 바위와 마찰이 생겨 제법 부드러운 형태를 유지하는 특이한 모습이다.
바닥이 닳은 만큼 떨어진 바위와 돌도 수없이 구른 까닭에 모서리는 라운드가 생기며 점차 몽돌의 형태를 갖춰간다.
또 몇 백 년의 세월이 흐르면 더욱 완전한 형태의 몽돌이 되겠다.
바다에 물이 들이찰 때 이 굴로 들어가면 꼼짝없이 수몰된다.
얼른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산다.
이곳에 살던 용이 승천하며 천장의 울퉁불퉁한 바위에 긁혔나 보다.
아직도 선명한 핏자국이 보인다.
이 굴의 모습이 너무 멋져 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한 번 더 보고 간다.
이곳은 또 다른 굴이다.
누군가 강항 힘으로 이 바위를 찢어 놓은 느낌이다.
뜯어지고 터진 느낌을 갖게 하는 동굴 형태를 보인다.
밖에 있는 몽돌은 아주 작은데, 이곳 몽돌은 거의 서너 배 커 보인다.
드디어 구역의 명물인 코끼리바위를 만난다.
지난번에 왔을 땐 뒤쪽에 햇빛이 들었는데 오늘은 반대편인 이쪽으로 햇볕이 들었다.
동굴 위쪽에 제법 긴 크랙이 간 게 보인다.
소나무도 자라고 있어 뿌리가 바위를 파고들며 뿌리를 타고 물이 들어가 얼기라도 하면 부피가 팽창할 것이다.
세월이 가며 크랙과 뿌리 주변으로 물이 얼고 녹기가 반복되면
언제가 틈은 더 벌어지고 끝내 무게를 이기지 못한 굴은 무너지고 말리라.
황금색 동굴의 제법 잘 생겼다.
서산 황금산의 코끼리바위와 비슷한 형태로 형제처럼 보인다.
서산 황금산 코끼리바위가 궁금하면
반대편에서 찍은 바위
코끼리바위를 빠져나와 오봉산해수욕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보는 해변이다.
이곳 해안의 모래는 붉고 가늘기는 밀가루처럼 곱다.
물이 들어왔을 때 아이들과 이곳에서 물놀이하기는 좋겠지만 들어오는 길이 좀 험한 편이다.
그 노력이라면 더 넓고 좋은 오봉산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는 게 차라니 낫다.
드디어 도착한 오봉산 해수욕장
이곳 해수욕장은 넓고 길어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다.
태안해안 국립공원이 지정되기 전 이곳에 다리가 놓였다면 이곳까지 같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겠단 생각이 든다.
원산안면대교와 보령해저터널이 생기기 전 이곳으로 들어오려면 배를 타야만 했으니 오지에 속했다.
이젠 편하게 왕래할 수 있어 점차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다.
해수욕장은 완만하여 어린아이도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쪽에선 조개를 줍겠다고 돌을 들추며 시간을 보낸다.
언젠가 이 오봉산 해수욕장과 코끼리바위에 대한 그리움이 생길 것이다.
또 세월이 지나면 아련히 잊힐 순간도 올 것이다.
그때 이 페이지를 열어 젊은 날의 한때를 반추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즐풍은 아직 젊을 때다.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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