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_34
2022.3.29 (화) 09:45~17:14 (7시간 29분 산행, 11.1km 이동, 1시간 5분 휴식, 평속 1.7km/h) 맑음
3월 마지막 산행으로 대둔산 남북 종주를 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산행이나 낮 짧은 겨울을 보내고 이제야 나선 것이다.
대전 서남부터미널에서 대둔산 휴게소까지 한 시간 걸린 버스에서 내렸으나 고산행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다.
08:30 버스가 떠났으나 다음번 08:50 버스는 올 기미가 없다.
봄이라지만 배티재로 지나가는 바람은 을씨년스럽게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휴게소로 들어가 커피 한 잔 하며 버스 시간을 물으니 09:15에 출발한다고 한다.
08:30은 대둔산 공용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각이므로 휴게소에서 5분 전에 출발한다고 한다.
□ 사시사철 등산객으로 붐비는 대둔산 도립공원
금남정맥 줄기가 만경평야를 굽어보면서 솟구쳐 절경을 이룬 곳이다.
대둔산은 한듬산을 한자화한 이름으로 한은 크다는 뜻이며 듬은 두메, 더미 덩이의 뜻을 일러 큰 두메산,
큰 덩이의 산을 뜻하나 이제는 사시사철 등산객이 붐비는 도립공원으로 변해있다.
우뚝 솟은 봉우리마다 독특한 형상이 담긴 대둔산은 잘 다듬어진 조각품에
분재의 군락을 보는 것 같은 수석의 보고이다.
올려보든 내려보든 시선이 멈추는 곳은 모두가 아름답고 좌우로 보면 볼수록 신비하고 웅장해서
입을 벌린 채 산수화 병풍 속에 온 마음을 정좌하게 되는 곳이 대둔산이다.
흙보다는 돌멩이가 많은 산, 돌고 돌더라도 오르락내리락하기보다는 가파른 비탈길이 심한 곳이다.
이래서 대둔산을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격찬한다. (완주군청)
대둔산 남북종주 산행 코스
대둔산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대둔산
버스에서 내려 개울 건너 천등산 암릉을 보니 제법 거칠게 느껴진다.
고산행 버스가 대둔산 남북 종주할 들머리에 서는지 물어보니 어딘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어디에서 서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천등산 주차장 입구라고 하니 모른다고 버스 회사에 전화에 겨우 위치를 알아낸다.
대둔산 남릉 입구인 이 계단을 창밖으로 보고 세워달라고 해 산행을 시작한다.
남릉을 오르며 보는 건너편 천등산
남릉에서 만나는 암릉
이제부터 본격적인 남릉의 암릉구간을 지나게 될 것이다.
작년 4월 5일에 여수에 갔을 땐 이미 3월 말에 영취산 진달래 꽃이 다 지고 난 뒤라 오르지 않았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계절이 늦어 이번 주말부터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이니 적어도 1주일 이상 늦다.
오늘 본 대둔산에서 가장 활짝 핀 진달래 꽃이다.
진달래 꽃이 전국 산하를 뒤덮을 때 즐풍은 섬 전체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에 있을 것이다.
대둔산 남릉에서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되는 곳이다.
사실, 등산을 시작하면 바로 절벽이 있어 "락 클라이밍 등산학교" 암장이 있기는 하다.
논산시 양촌면 방향
시소 놀이하는 바위
생강나무 꽃
하트 바위
대둔산 남릉에서 정상인 마천대를 거쳐 북릉까지 종주한다고 나섰지만, 이 코스는 힘들다.
하루 종일 걸어봐야 겨우 11.1km에 불과한데 힘들단 소리가 나오니
이젠 설악산 공룡능선은 오르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 할 구간이 아닐까 두렵다.
금오봉으로 가는 길은 바다 가운데 작은 섬으로 가는 길처럼 작은 능선으로 연결됐다.
들어가는 길이 제법 운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방 산을 찾는다는 건 참 지난하기 이를 데 없다.
평택에서 서대전 가는 무궁화보다 한 시간 빨리 도착하려고 국철을 타고 아산역에서 하차해
천안아산역에서 서대전역까지 KTX로 환승했다.
10분 후 대전서남부 터미널에서 대둔산 휴게소로 가는 34번 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타야 했다.
학생들 등하교 시간에 출근 시간과 겹쳐 평소 50분 걸리던 게 오늘은 한 시간 걸렸다.
대둔산 휴게소에서 고산행 버스를 5분 차이로 놓쳐 45분을 기다려야 했으니 길에서 까먹는 시간이 너무 많다.
월성봉 방향
상단에 마천대 개척탑이 아스라이 보인다.
남동쪽으로 펼쳐진 암릉이 멋지나 골골샅샅 누비기엔 위험하고 시간도 없다.
지나온 구간
지나온 구간 넘어 천등산도 언젠가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대둔산은 도립공원이지만 풍경은 국립공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때 충남도와 전북도에서 대둔산 국립공원을 추진했으나 수용되지 않으면서 지금은 지지부진하다.
가까운 계룡산도 국립공원이니 대둔산도 바랑산, 천등산 등을 묶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해도 되겠다.
이런 역광도 멋지므로 꼭 순광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대둔산 남쪽으로 저기 보이는 산불감시초소까지 다녀갔으니 이제 마천대가 코앞이다.
삼선계단은 멀리서 봐도 멋지다.
산불감시초소에 올라서자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의 개척탑이 선명하게 보인다.
정상만 올라서면 이내 내리막길이니 산행은 한결 수월하겠다.
산불감시초소
마천대로 가며 뒤돌아 본 산불감시초소
드디어 대둔산 정상에 올라서서 사방을 조망한다.
어딜 보든 보이는 곳 모두가 절경이니 이곳을 호남의 금강산이라 할만하다.
최근 새로 설치한 금강구름다리
교통이 편리하면 매번 오고 싶은 대둔산이다.
이 탑을 세울 때만 해도 개척정신이 필요했나 보다.
이젠 앞서 나가야 하니 선진탑으로 고쳐도 좋겠다.
지나온 삼형제바위
대둔산에 오면 늘 이 멋진 소나무를 봐야 직성이 풀린다.
겨우내 노릇노릇하던 솔잎도 최근 내린 빗물로 갈증을 풀더니 제법 푸르른 기운이 보인다.
가끔 봐도 키 크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마디게도 자란다.
소나무는 바위와 찰떡궁합이다.
바위와 소나무, 해, 달, 물은 예로부터 장수를 상징해 오우가니 뭐니 하며
문인과 화가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이곳에서 보는 일몰 풍경이 근사해 낙조대라 했을 텐데, 일몰까지 볼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굳이 그런 기회를 만들 필요도 없다.
낙조대를 끝으로 대둔산 정상 주능선을 끝내고 북릉으로 길을 내며 하산에 접어든다.
수락저수지와 인근 마을
가야 할 방향 멀리 돗대봉이 보인다.
당겨본 돗대봉
돗대봉을 코앞에 둔 전망대에서 보니 칼날 같은 능선에 돗대봉이 돋보인다.
과연 저곳에 길이 있을까 싶다.
돗대는 사전에서 「1.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를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
2. 당구에서, 마지막 남은 한 점을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정의한다.
반면, 돛대는 「 1. 돛을 매달 수 있도록 배의 바닥에 세운 기둥 2. ‘최고’의 방언」이라고 하니
대둔산의 돗대봉은 사전적 의미로 보면 돛대봉이 맞겠다.
옛날 지도부터 카카오 맵에 이르기까지 돗대봉 일색이니 알면서도 돗대봉이라 쓸 수밖에 없다.
돗대봉은 겉보기와 달리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마지막 이 구간에 매인 로프는 위쪽에 반씩 접어 두 가닥을 달아 모두 네 가닥이다.
전선줄처럼 표피를 싼 로프의 표피는 벗겨지고 속에 든 가닥만 남았다.
이 로프에 목숨을 걸고 내려가도 될지 로프를 당겨보며 인장강도를 점검해본다.
네 가닥 로프라 깃털처럼 가벼운 즐풍은 능히 견딜만하겠단 생각이 든다.
결국 로프에 의지해 내려섰다.
사진을 컴에 다 내려받기도 전에 복사 떠 잘라내기를 실행했더니 진행되지 않아 내려받기 화면을 껐다.
다시 내려받기를 실행하니 없던 폴더가 생기고, 빈 화면 몇 개가 보여 휴지통에 넣고 바로 비웠다.
그리고 사진을 보니 공교롭게도 이번 산행의 백미인 돗대봉 사진이라고는 자일 걸린 사진이 전부다.
쓰라린 가슴을 움켜 쥐어짜야 이미 때는 늦다.
대둔산은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수락지구만 한 바퀴 더 돌아야 한다.
다시 오라는 신의 계시임이 분명하다.
에딘버러 골프장
내려가며 뒤돌아 본 돗대봉
하산 후 서대전역으로 가는 게 귀가가 빠르다.
앱을 실행하니 회차가 지연되어 19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다행이다 싶어 속보로 걸었으나 워낙 긴 거리라 이미 버스는 떠난 뒤다.
3분 후 논산 가는 버스를 타고 계룡역에 도착했으나 기차를 타기까지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산악회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한 지방 산행은 멀고 시간만 잡아먹는다.
그런데도 산행은 계속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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