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174
2021.12.31 (금) 09:19~14:33(5시간 14분, 7km 산행, 25분 휴식). 맑음
2021년 마지막 날 마지막 산행으로 대둔산 설경과 상고대를 보겠다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서대전역에 하차해 대둔산행 버스 정류장까지 늦지 않게 도착했다.
대전역에서 대전 서남부터미널까지 가는 거리보다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일찍 도착한 만큼 지난번보다 40분 빨리 종점인 대둔산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제 전라남도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는 데, 대둔산에는 불과 1~2cm 정도로 조금 내렸다.
습기가 많고 날이 추워 상고대가 보기 좋게 폈겠단 생각은 종점에 도착하고 보니 여지없이 깨진다.
눈도 양이 적어 눈꽃이 피기는커녕 그저 바닥에 겨우 깔린 정도다.
그래도 날씨가 추워 정상엔 상고대로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얼른 보러 갈 생각에 케이블카를 타기로 한다.
□ 기암괴석으로 빚은 선계의 절경 대둔산 도립공원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대둔산은 완주의 자랑이자 보물이다.
곳곳에 드러난 화강암 암반이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고, 빼곡한 숲이 첩첩으로 쌓여 있어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 온 곳이다.
특히, 정상 부근에 있는 길이 81m, 너비 1m의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놓쳐서는 안 되는 명소이다.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나오고 여기서 삼선 줄다리를 타면 왕관바위로 간다.
봉우리마다 한 폭의 산수화로 그 장관을 뽐내는 대둔산은 낙조대와 태고사, 금강폭포, 동심바위,
금강계곡, 삼선약수터, 옥계동 계곡 등 신의 조화로 이룬 만물상을 보는 듯 황홀하기만 하다.
북쪽에는 금강산 남쪽에는 대둔산이라고 했던가.
가히 ‘호남의 금강(金剛)’이라 이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해발 878m 우뚝 솟은 최고봉 마천대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바위 봉우리들의 자태가 수려하다.
독특한 형상의 기암괴석들은 잘 다듬어진 조각품이다. 분재의 군락이다. 차라리 수석의 보고다.
눈 가는 곳 어디든 신비하고 웅장하다.
아름답다.
대자연의 범접할 수 없는 섭리 앞에 누군들 경건해지지 않을까.
[출처_완주군청]
2021.12.31 대둔산 날씨 예보
대전 34번 버스가 종점인 대둔산 휴게소에 도착하니 기사분이 건너편에 완주행 버스가 있으니 타고 가라고 한다.
완주행 버스 기사분께 몇 시에 출발하냐고 물으니 9:15분에 출발한다며 대전 버스가 오늘은 빨리 도착했다고 한다.
보통은 완주행 버스가 떠날 때까지 도착하지 못한다고 한다.
완주행 버스를 타고 대둔산 버스터미널까지 갈 수 있으니 아스팔트 길을 걷는 부담이 줄어 좋다.
대둔산 휴게소에서 잠시 대둔산을 보니 상고대는 아주 조금밖에 보이지 않아 다소 실망스럽다.
케이블카가 00, 20, 40분에 각각 출발한다는 걸 인터넷으로 조회하여 알고 있었기에
완주행 버스가 대둔산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가 17분이라 들고뛰었으나 시간 내에 도착할 거리가 아니다.
매표하며 물어보니 벌써 출발했다기에 다음 시간대를 이용해야 했다.
케이블카 상부 전망대에서 보는 정상에서 남릉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
케이블카 상단에서 보는 바위
올여름에 새로 설치한 금강구름다리
금강구름다리를 건너오면 대둔산 정상을 조망하기 좋은 전망대가 있다.
이곳은 대둔산 최고의 조망처이다.
정상 일대를 조망하다가 장군봉 방향을 보는 순간 기가 막힌 상고대에 입이 쩍 벌어진다.
기상청 예보는 밤새 습도 70%에 영하 11℃, 바람은 다소 약한 초속 1~2m라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정상에도 별로 없던 상고대가 이곳에 핀 걸 보면 이곳이 바람의 통로인가 보다.
날이 춥다고 해도 햇빛이 좋으니 상고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른단 생각에 정상보다 먼저 저곳으로 올라야 한다.
상고대가 사라지기 전에 몇 장 더 찍고 본다.
상고대 가기도 바쁘지만 삼선계단의 사진도 찍고 가야 한다.
가운데 바위가 동학농민운동 최후 격전지라는 거 같은데...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가봐야겠다.
상고대가 제일 멋진 바위로 오르는 건 쉽지 않다.
평소에도 오르기 힘든 곳인데 눈이 내려 어려운 바위가 더 어렵다.
누군가 로프를 걸어오지 않았다면 오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바위 옆으로 오르면 돌탑이 있는 돌탑 바위인데, 오늘은 생략한다.
상고대가 제일 멋진 소나무가 있는 바위로 기를 쓰고 올라왔다.
바위는 공간이 없어 나무가 눈앞이라 사진을 담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할 수 없이 내려서며 아래쪽 풍경을 담아 본다.
눈꽃이 아니라 상고대인데, 소나무의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없는 게 아쉽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라치면 그렇지 않아도 햇빛에 조금씩 녹으며 결속이 느슨해진 상고대가 바람엔 날린다.
이렇게 멋진 상고대가 추운 날씨인데도 햇볕엔 맥을 못 추며 바람 따라 사라져 버린다.
금강구름다리 전망대에서 멀리 잡은 상고대와 이곳에서 가깝게 잡은 상고대가 오늘 산행의 백미이다.
2022년을 보내며 마지막 날 산행에서 제대로 얻는 즐거움이다.
상고대를 보려고 오른 구간은 조릿대가 사람 키보다 크다.
별로 인적이 없는 구간이라 눈 쌓인 조릿대 구간을 지날 때 스틱으로 눈을 털었어도 옷에 눈이 가득 엉켰다.
칠성봉보다 아래쪽에 일부 상고대가 남아있다.
돌탑봉과 연결된 그 뒤 바위 귀퉁이에 걸린 소나무는 여전히 상고대가 아름답다.
좀 전에 올라갔을 땐 너무 가까워 전체 모습을 담지 못했다.
이곳에서 올라와 능선에 접어들었을 때 예닐곱 살 남자아이를 대동한 엄마가 아이 사진을 찍어주며 즐거워한다.
아이는 내려갈 때 바닥에 주저앉아 미끄럼 썰매를 탄다.
자세히 보니 등산화에 아이젠까지 착용했으니 겨울 산행에 부족함이 없다.
아이 엄마에게 "엄마가 산행을 좋아하나 보다"라고 말했더니 산을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엄마 덕분에 아이는 또래가 경험하지 못할 겨울 눈꽃에 상고대까지 보는 행운을 누린다.
설산의 바위에 독야청청한 소나무가 돋보인다.
염천에 달궈진 바위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겨울이라고 못 살 건 아니다.
그런 걸 다 떠나 빈틈없는 바위틈에 뿌리는 어떻게 이동할까?
그것이 알고 싶다.
낙조대 방향으로 이동하며 보는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의 개척탑
평일이고 눈 온 다음날인 데다 춥기까지 해 산에 오른 사람을 거의 없다.
능선의 바위는 더욱 위험하니 대부분은 즐풍이 첫 번째로 발자국을 남긴다.
대둔산에서 칠성봉을 들린다면 이 소나무는 즐풍의 카메라를 비켜가지 못한다.
한 줄기에서 뻗은 위의 줄기는 또 두 개로 갈라지며 세력이 커졌고, 원줄기는 아래쪽으로 길게 늘어졌다.
바위와 조화된 자세가 황금비율을 보이는 게 무척이나 품위가 좋다.
새봄이 되어 몇 번 비를 머금은 뒤에 푸르른 솔잎을 보일 때 가장 아름답겠다.
그때 또 와서 너를 보리라.
역시 겨울은 추워야 날이 맑은 게 보기 좋다.
바위 옆에 터를 잡은 소나무가 애처롭다.
누군가 이 바위를 쉼터로 삼는지 올라가는 데 방해가 되는 줄기를 다 잘라버렸다.
저 한 움큼 밖에 안 되는 솔잎으로 이 나무를 먹여 살릴 자양분을 뿜어 올릴 기력이 될까 모르겠다.
인간의 욕심이 애먼 소나무를 절단내고 말겠다.
그러지 말거라, 인간아~
점점 멀어지는 대둔산 정상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린 산은 깃털이 빠지고 솜털만 남아 골계미를 보는 느낌이다.
이 추위를 견뎌야 봄엔 더 푸르게 녹색으로 뒤덮일 것이다.
대둔산은 바위가 멋진 산이다.
이 소나무 두 그루가 멋져 좀 더 가까이 가 본다.
가까이 가자 수형은 더욱 도드라진 모습이다,
옆으로 뻗은 가지의 무게까지 다 부담해야 할 줄기가 부담스럽겠다.
대둔산 암릉은 이 구간에서 마지막으로 활짝 핀 후 점차 사그라들게 된다.
낙조대에서 북릉으로 조금 내려가다 되돌아선다.
케이블카 왕복표를 끊어놓았기에 되돌아가려면 힘만 든다.
춘분을 지나 날이 길어지면 북릉에서 정상을 거쳐 남릉까지 이어지는 종주를 할 때 모두를 섭렵하면 된다.
대둔산 정상에 서면 정상의 위용을 감상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럴 땐 멀리서 보아야 정상의 위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고 정상으로 이동한다.
앞서 한 바위 돌며 지나갔던 칠성봉 방향을 암릉 구간
드디어 정상인 개척탑에 도착했다.
철탑이나 천둥·번개가 칠 때 좀 위험하겠단 생각이 든다.
위에 피뢰침이 보이긴 해도 여전히 위험하단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대둔산은 금강구름다리나 삼선계단 위에서 보는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쉬운 남쪽 지방에서 가장 멋진 산이므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주 들릴 것이다.
금강구름다리 위 전망대에서 보는 정상의 풍경이다.
금강구름다리
잔뜩 기대했던 상고대는 일부 구간에만 남아 있었다.
조릿대 넓은 잎에 잔뜩 내린 눈을 치우며 달려갔어도 옷에 눈을 뒤집어썼다.
암릉 위 상고대가 멋진 소나무를 보기 위해 올랐으나 공간이 없어 전체 모습을 담지 못했다.
그런 위험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상고대를 온몸으로 느끼고 온 2021년 마지막 선물을 대둔산에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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