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도립공원 탐방/도립공원 전체

엉겁결에 보게 된 용봉산 비경

by 즐풍 2022. 2. 28.

2022_21

 

 

2022.2.27 (일)  09:07~14:31 (5시간 24분 산행, 40분 휴식, 8km 이동, 평속 1.6km/h)  맑음

 

 

예산역에서 08:16에 내려 봉수산행 08:35 버스를 타야 하는 데, 08:30인데도 아직 멀었나 보다.

기차가 연착하는 거 같지도 않은 데 왜 이렇게 늦지?

카카오 맵으로 위치를 확인하니 예산역은 물론 삽교역, 화양역을 지나 곧 홍성역에 다가온다.

잠깐 졸다가 예산역을 놓치고 세 정거장을 지나 홍성역에서 내리게 된다.

 

어젯밤 늦게 잔 데다 목우가 손녀를 같이 보다가 새벽 세 시에 들어와 얘기 좀 하다 보니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갓난아이 키운다는 게 지 에미만 힘든 게 아니라 조부모까지 온 가족이 매달려야 한다.

이렇게 공들여 키운 자식들이 크면 지 혼자 자란 줄 안다.

이럴 때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읽으며 위로를 받는다.

 

 

대추 한 알  장석주(1955∼ )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인생을 살며 쓴맛 단맛, 성공과 실패 모두를 경험해야 더 단단한 사람이 된다.
손주 녀석이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자라도 세상을 살아가자면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야 할 것이다.

그때마다  힘들지언정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네 인생의 깊은 뿌리엔 가족의 이런 헌신적인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 홍성 용봉산

 

홍성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홍성 여행의 필수 코스인 용봉산은 산세가 용의 형상과 

봉황의 머리를 닮은데에서 유래하였다.

또한 8개의 산봉우리로 형색을 갖췄다고 하여 팔봉산이라고도 한다.
홍성군 홍북읍과 예산군 덕산면 상하리에 걸쳐있으며 해발 381m로 그리 크거나 험하지 않지만, 

수려한 자연경관과 산 전체가 바위산이라 병풍바위, 장군바위 등 전설을 간직한 기암괴석이 많아

'제2의 금강산'으로도 불린다. 

산 정상에서는 예산의 덕숭산, 서산의 가야산, 예당평야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어 경치가 일품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사시사철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다.  

새롭게 조성되는 충남도청과 내포 신도시를 한눈에 내려볼 수도 있다. 

더불어 정약용도 유람한 용봉사와 고려시대의 불상인 보물 제355호인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입상, 용봉사 마애불, 

상하리 미륵불 등 다양한 문화재가 산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출처_홍성군청)

 

즐풍의 용봉산 등산 코스

 

 

갑자기 홍성역에 내리게 돼 잠시 멘붕이 온다.

어디로 갈까?

지난번에 홍주읍성을 비롯해 몇 군데 여행했으니 이번엔 산으로 갈 생각이다.

용봉산 산행, 용봉산과 수암산 연계 산행, 덕숭산, 덕승산~수암산~용봉산 연계 산행 등

많은 선택지를 두고 머리가 복잡하다.

몇 년 전 용봉산~수암산~덕숭산을 연계 산행하며 미진했던 덕숭산을 가기로 한다.

홍성의료원 정류장에 걸린 수덕사 방향의 901번 버스를 세우고 수덕사로 가냐고 물으니 내포로 간다고 한다.

이번엔 용봉초등학교로 가냐고 물으니 용봉산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고 한다.

봉수산으로 가려던 계획은 졸음으로 뜻하지 않게 덕숭산으로 가려다가 용봉산으로 갈아탔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용봉산을 보니 금강산은 안 가봤으니 모르겠고, 설악의 한 귀퉁이 같다.

 

어제까지 극성이던 미세먼지가 오늘은 보통으로 좋은 편이라기에 나왔더니 괜찮다.

이런 날씨엔 대흥임존산성이 있는 봉수산보다 암릉 미가 있는 용봉산이 제격이다.

졸음으로 몇 정거장 지나 홍성역에서 내리게 된 건 운명이 그렇게 지어진 것이다.

 

용봉산은 벌써 세 번째인 데, 매번 용봉초등학교 쪽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오늘은 용봉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 용봉산 사자바위능선으로 올라간다.

사자바위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산책로 따라 걷다가 샛길이 보여 올라간다.

처음으로 만난 돼지발톱 바위가 제법 멋지다.

 

위로 올라가면 비로소 돼지발톱이 드러난다.

 

다음에 통과하게 될 암릉이다.

 

 

 

왼쪽은 사자바위이고 가운데는 노적봉, 우측은 악귀봉이다.

 

당겨본 악귀봉

 

송곳처럼 날카로운 첨봉도 보인다.

 

사자바위능선에선 노적봉과 악귀봉을 평면적으로 대할 수 있다.

 

용봉상 정상에서 조금 내오면 만나게 되는 건너편 전망바위 

 

숨겨진 사자바위와 노적봉

산은 정규 코스만 다니면 그 속살을 다 볼 수 없다.

가끔은 엄한 길로 다니며 바위에 긁히고 나뭇가지에 찔려야 제대로 된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올라온 구간

 

드디어 노적봉에 올라왔다.

오른쪽 바위는 노적봉에서 악귀봉으로 가는 첫 번째 바위로 150년 된 분재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바위는 최영 장군 활터를 보고 나중에 되돌아오며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사자바위로 올라올 때 보던 악귀봉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왼쪽에 보이는 전망대에서는 건너편 두꺼비 바위 일대를 조망하게 된다.

 

 

 

노적봉에서 바로 악귀봉으로 가지 않고 좀 전 사자바위 능선으로 오르며 왼쪽에 보이던 

암릉이 많은 능선으로 올라가려고 계곡을 따라 내려섰다.

중간 어느 적당한 곳에서 능선으로 올라가는 데 길이 없고 바위가 높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 지역에 덩굴식물인 망개나무가 많아 길 없는 곳에선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다.

바위에 오를 땐 마땅한 홀더가 없어 수없이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즐풍이 처음으로 길을 내지만, 발검을 하나 더한다고 표가 나지 않는다.

이 바위는 사자바위능선으로 오를 때 처음 만났던 돼지발톱 바위다.

 

바위가 많은 용봉산은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아래 큰 바위 두 개 중 왼쪽 바위가 사자머리처럼 생겼다고 해 사자바위라 한다.

지나갈 땐 모르겠더니 멀리서 봐야 사자바위란 걸 알 수 있다.

 

노적봉과 사자바위 

 

충북도청이 있다는 내포신도시 

 

 

 

조금 더 올라오니 노적봉 뒤로 악귀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건너편 최영 장군 활터인 정자에서 동남쪽으로 흘러내리며 없어지는 작은 능선의 암릉 구간

 

넌 이름이 뭐니? 

 

어렵게 올라왔지만 멋진 바위는 너무 가까워 사진을 담아봐야 바위만 꽉 찬다.

이 바위 뒤로 암봉이 병풍처럼 늘어섰으나 그 비경을 담지 못 하고 빠져나오며 겨우 한 면과 잡아본다.

 

솟대처럼 보인다.

 

좀 전에 지나온 암릉구간의 연결된 바위 구간이다.

 

최영 장군 활터로 가며 다시 보니 건너편에 처음 올라오던 사자머리 능선도 보인다.

 

어린 시절 최영 장군의 활터였다는 장소

 

최영 장군 활터에서 용봉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며 주변의 풍경을 담아본다.

 

남들은 몰라도 즐풍은 저 암릉 곳곳을 발을 디뎠으니 바위 하나하나를 모두 세세하게 안다.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 더 볼 게 없어 다시 올라왔다.

앞서 보던 솟대바위를 보기 위해 작은 능선으로 들어오니 왼쪽에 동쪽으로 기운 바위가 바로 그 바위다.

 

게 다리와 솟대바위가 한결 가까워졌다.

 

 

 

솟대바위로 더 내려가지 않고 사진만 찍고 올라온다.


게 다리 위에서 앞서 위험을 감수하고 올라왔던 바위 상단 

 

이렇게 고도 차이가 큰 암릉을 올라왔으니 얼마나 힘든 구간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좀 전에 올라갔던 노적봉으로 진행한다.

 

노적봉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등짐장수의 파라솔도 보인다.

처음 올라왔던 사자바위 능선

 

오전에 올라왔을 땐 오른쪽 큰 바위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젠 햇빛이 들어 보기 좋다.

이 구간 세 번째만에 제대로 된 사진을 얻는다.

 

이제 저기 보이는 악귀봉으로 가야 한다.

 

용봉산이 자랑하는 분재 소나무도 그간 사람의 손을 너무 많이 타

이젠 팔다리 다 잘리고 몇 가닥 안 남은 줄기라 볼품없게 됐다.

 

 

 

악귀봉의 두꺼비 바위 전망대로 들어왔다.

두 옥타브로 나뉜 바위가 송곳을 세운 듯 날카롭게 보인다.

 

아래쪽 바위가 두꺼비바위다.

 

위쪽 바위군(群)

 

앞쪽은 수덕사가 있는 덕산이고 뒤에는 가야산이다.

덕산을 중심으로 가야산과 지금 산행 중인 용봉산을 묶어 덕산 도립공원이라 한다.

용봉산은 덕산 도립공원 용봉산 지구에 속한다.

 

두꺼비 바위를 조망하던 전망대

 

전망대 뒤로 난 바위를 통해 올라가며 악귀봉 사진을 찍는데 여성분이 멋지게 포즈를 잡아준다.

 

악귀봉의 물개바위 

 

악귀봉에는 전에 없던 표지석을 설치했다.

 

악귀봉을 지나 내려가는 바위 

 

오늘 마지막 구간인 병풍바위와 그 주변 바위다.

 

병풍바위로 들어가기 전 초입의 바위 군락

 

이 바위는 지난번에도 다음엔 꼭 올라가겠다고 마음먹은 바위인데 오늘도 그냥 지나친다.

10분이면 충분히 다녀올 거리인 데 귀차니즘이 발동한 것이다.

 

다음엔 즐풍도 이 바위에 올라가야겠다.

 

옆에서 보면...

 

좀 더 멀리서 본 풍경

아무렇지도 않은 바위가 두 사람이 들어가며 포인트를 줘 살아있는 풍경이 됐다.

 

병풍바위 상단이다.

초등학생 꼬마가 할머니 얼른 오라며 소리친다.

체구는 작아 보여도 다부진 느낌이 난다.

 

꼬마의 할머니

 

병풍바위 상단의 의자 바위

 

병풍바위

 

용봉사로 내려가며 보는 병풍바위 정면 

 

용봉사 전경

 

□ 용봉사

 

용봉사 중턱에 위치한 용봉사는 1988년 전통사찰 제67호로 지정된 곳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로 

절의 연혁이 전해지지 않아 자세한 역사는 알 수 없으나 

전하는 유물로 보아 백제 말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용봉사는 돌축대 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지금 절은 원래 있던 자리가 아니다. 

현재 자리 서쪽으로 조금 높은 곳에 절이 있었는데 그 터가 명당이라 하여 

평양 조씨(平壤 趙氏) 일가가 묘를 쓰겠다고 절을 폐허화시켜 밀려 내려온 것으로 

이때 마을 주민들이 현재의 위치로 절을 옮겼다. 

현재 용봉사에는 대웅전, 지장전, 산신각, 적묵당, 일주문 등의 건물이 있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내부에 1689년에 제작된 

아미타삼존불과 후불탱화등 5점의 탱화가 모셔져 있다. 

유물로는 보물 355호 마애석불, 보물 1262호 용봉사 영산회괘불탱, 유형문화재 118호 용봉사 마애불, 

문화재자료 162호 용봉사지 석조(마애, 석구, 석조), 문화재자료 168호 용봉사 부도가 전해지고 있는데 

문화재로 지정된 것들이 많아 대찰의 면모를 보여준다.

                                                                                       (출처_홍성군청)

대웅전

 지장전

 

 

 

기차에서 조는 바람에 몇 정거장 더 가 내리게 되면서 엉겁결에 가게 된 용봉산이다.

미세먼지가 적어 청명한 하늘을 마주하게 됐다.

용봉산은 암릉이 많은 나무가 우거질 만큼 숲이 없어 조망도 좋았다.

그러다 보니 찍은 사진은 모두 바위에 국한된다.

의도치 않게 멋진 산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