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128
2021.9.9 (목) 06:58~13:04 (6시간 6분 산행, 33분 휴식, 14.3km 이동. 평속 2.6km/h). 가끔 흐림
9월은 추석 연휴가 있는 데다, 연휴 전후로 각자 집에 다녀올 회원들이 많다.
센터에서도 정해진 일정에 따라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므로 연휴에 못할 일정을 당길 수밖에 없다.
매주 하던 일정을 3~4일 간격으로 하는 가운데, 가을장마로 비도 잦아 어딜 갈 엄두가 안 난다.
그 와중에 오늘 잠깐 날이 좋다기에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머리를 굴린 게 돌산지맥 종주다.
돌산지맥은 말 그대로 돌산도를 관통하는 산맥을 따라 종주하는 코스다.
이 코스 중 봉황산과 금오산은 여러 차례 다녔으니, 오늘은 봉황산에서 돌산대교 방향으로 거꾸로 진행한다.
등산코스
마을에 있는 봉황산이다.
금오산은 저기 보이는 봉황산 전위보다 뒤로 넘어가야 하고, 갈미봉은 오른쪽 뒤에 보이는 능선으로 가야 한다.
봉황산 표지봉이 보인다.
갈미봉을 가기 위해서는 아직 100여 m를 더 가야 한다.
봉황산 정상이라며 전망대를 만들었다.
실질적인 봉황산 정상엔 산불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
쑥부쟁이 꽃
산꿩의 다리
촌스런 양산 같은 모양의 버섯
산은 낮으나 별로 인기가 없어 등산객이 다닌 표도 안 난다.
인기척에 놀란 멧돼지가 부리나케 도망갔는데, 등산로는 온통 파헤쳐졌다.
곡식이 익어가는 시절이라 마을에서는 간간이 공포탄 쏘는 소리가 요란하다.
멧돼지가 민가까지 내려와 농작물을 마구 파헤치기 때문에 공포탄 쏘는 소리를 앰프로 크게 틀어놓는다.
최상위 포식자라 거칠 게 없는 놈들은 떼로 몰려다니며 농작물을 짓이겨 놓는다.
한순간 농작물이 망가진 걸 보는 농민의 심정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가을이라 이젠 산딸도 곳곳에 떨어졌는데, 들짐승의 허기를 달래줄 식량이면 좋겠다.
이삭여뀌
이삭여뀌 꽃은 찍기 어려워도, 이렇게 세로로 찍으면 제법 찍히는 편이다.
방금 내려온 갈미봉
돌산종주 안내지도인데 대략적인 위치만 알려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봉양마을로 내려왔는데, 우측으로 가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우측으로 왔으나 이정표가 없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봉양 버스 정류장과 오른쪽 전봇대 사잇길로 들어선다.
40~50여 m 올라와 삼거리에서 우측 길로 들어선다.
북쪽에서 본 다래는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작은데, 따듯한 이곳의 다래는 작은 소시지만 하다.
맛이 어떨지 궁금한데, 아직 익지 않아 먹을 수가 없다.
엊그제 고마리 카페에서 찹쌀떡을 만든 뒤 고사리만 보면 시진을 찍는다.
볼품없는 이 고사리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
꿀의 원천이란 꽃말을 가진 꽃이다.
아까 임도로 들어올 때 오른쪽으로 돌았어요 했는데, 좌측을 끼고 올라왔다.
작은 봉우리는 임도를 따라오는 바람에 놓치고 두 번째 봉우리로 올라간다.
이정표는 있으나 억새가 너무 크게 자라 걱정되지만, 일단 전진하고 본다.
갈수록 태산인 게 억새는 키를 훌쩍 넘어 2m가 넘는 장신들이 끝없이 길을 막아선다.
그러거나 말거나 앞으로 걷고 또 걷는다.
끝없이 막아선 갈대숲을 헤치고 겨우 봉수산 정상에 올라섰다.
이 돌무더기가 봉화를 올리던 봉수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봉수산에서 보는 건너편 여수 시내
바다 위를 걷는 힐링로드라고 되어 있으나 길이 없다.
이정표만 설치하지 말고 등산로 정비 좀 하소.
봉수산 억새숲 사이의 작은 바위에서 저 산불감시초소까지 겨우 5~6m에 지나지 않는다.
저 산불감시초소까지 가야 내려가는 길이 보일 텐데, 넘어갈 엄두가 안 난다.
억새가 너무 커 감히 발을 옮길 수 없다.
억새가 너무 커 바위 아래는 습지가 아닐까 할 정도로 빽빽하게 자랐다.
용기를 내 발을 디딘 끝에 겨우 초소에 도착했다.
나중에 앞서 찍은 지도를 보고 알았지만,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갔어요 했다.
초소에서 내려오는 길을 못 찾아 결국 실없는 비탈길을 내려왔다.
오다가 멀리 이 돌담이 보이길래 돌 담따라 길이 있겠단 생각에 왔으나 아래쪽은 잡목이 많아 뚫을 수 없다.
결국 다른 길로 가다가 역시 무수한 잡목을 만났다.
잡목을 헤치고 가다가 땡벌에게 왼쪽 손등에 두 방, 오른팔 안쪽에 두 방, 오른쪽 턱에 한 방 등 모두 다섯 방을 쏘였다.
순간 따가운 고통이 뼛속까지 강타한다.
신음을 지르며 가까스로 벗어났는데, 산행을 끝낼 때까지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4~년 주기로 벌에게 쏘였으니 알레르기나 쇼크는 걱정하지 않는다.
이번에 벌에 쏘인 고통이 지금껏 경험 중에 최고의 고통을 준다.
겨우 경우 탈출해 나선 게 어느 조경농장을 지나게 된다.
본의 아니게 사유지를 통과했다.
마을 어느 농가 대문 위 과실나무에 달린 키운다.
산에선 야생 다래를 봤는 데, 민가에서는 양다래(키위)를 특별한 눈으로 본다.
남쪽이라 자연산이든 서양 품종이든 다래가 맛있게 보인다.
어제 돌산지맥을 지도로 검토하며 다운로드한 걸 핸드폰에 옮긴다는 게 깜박하고 나왔다.
그 하나의 실수로 지레짐작으로 방향을 잡다가 완전히 길을 잃으며 땡벌에 쏘이는 고통을 맛봤다.
돌산지맥 종주는커녕 중탈 하는 쓰라림을 느껴야 했다.
더 이상 돌산지맥은 생각하기도 싫다.
귀가 후 샤워를 끝낸 다음 마을에 있는 보건소에 가 약을 바르고 약도 타 왔다.
하루가 지난 오늘 보건소에서 준 약이 효과가 있는지 부기가 많이 빠졌다.
오늘 저녁까지 약을 먹고 부기를 털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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