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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한려수도해상

TV에서 봤던 공곶이가 바로 여기구나

by 즐풍 2021.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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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20. (일)  해 질 녘에 탐방

 

어느 날 TV에서 공곶이를 천상의 화원으로 가꾸는 90대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가 나왔다.

결혼 후 척박한 야산에 그분들의 일생을 투자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원을 만든 것이다.

TV를 시청하며 감동이 쓰나미처럼 일며 언젠가 꼭 들려야겠단 생각을 했는데, 바로 오늘이다.

지역 명소마다 설치된 관광지도를 보니 머지않은 곳에 공곶이가 있다.

 

공곶이를 몰랐다고 해도 거제 9경 중 공곶이와 내도를 묶어 제8경으로 선정했다.

관심 갖고 거제도 관광을 염두에 두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인 셈이다.

와현모래숲해수욕장 탐방을 끝내고 공곶이를 찾았을 때 일몰까지 겨우 한 시간 조금 더 남았다.

마을 입구의 이정표를 보며 산으로 난 도로를 따라 서둘러 올라간다.  

 

 

□ 공곶이 

 

지명은 지형이 궁둥이처럼 툭 튀어나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1957년 강명식, 지상악 노부부의 정성과 땀으로 산비탈에 16,000㎡ 되는 밭을 일궈 

동백과 수선화, 종려나무 등을 삽과 곡괭이로 수십 년 간 만들었다. 

봄이 오면 빨간 동백꽃과 노란 수선화가 장관을 이루어 아름다운 자연농원 공곶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전해여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찾는 숨은 명소가 되었다.

 

공곶이의 산자락은 계단식으로 정리되어 있고, 곳곳에는 종려나무, 천리향과 만리향, 설유화 등이 

푸른빛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느낌을 준다.  [출처_거제시청]

 

 

공곶이 탐방을 끝내고 나니 공곶이에서는 단순하게 차나, 커피, 비누 등을 판매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

TV나 여러 매체, SNS 등을 통해 이곳을 찾는 사람은 제법 많은가 보다.

그러기에 입구엔 펜션을 비롯해 음식점, 카페 등이 제법 많이 생긴다.

나중에 매미성에서도 느끼지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떼 놈이 가져간다."는 속담을 생각하게 한다.

 

공곶이로 가는 산길의 카페

 

 

 

 

□  공곶이

 

거제 9경 중 마지막 비경인 공곶이!

남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난 곳이다.

거제도 일운면 예구마을 포구에서 산비탈을 따라 20여 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공곶이는 

한 노부부가 평생 피땀 흘려 오직 호미와 삽, 곡괭이로만 일궈낸 자연 경관지다.

동백나무, 종려나무, 수선화, 조팝나무, 팔손이 등 나무와 꽃만 해도 50여 종,  

4만 평이 넘는 농원 곳곳에 노부부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을 정도로 공곶이는 생명의 숲 그 자체다. 

또한, 몽돌해안의 파도와 새들의 노래 소리는 찾는 이로 하여금 온갖 시련을 달래고 어루만져 준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봄이야말로 정말 환상 그 자체가 아닐는지...    (안내문)

포장도로를 제법 걸으며 언제 공곶이가 나타날까 궁금할 때 즈음 드디어 탐방로를 들어서며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 공곶이의 조성 

 

공곶이는 역사적으로 1868년 병인박해를 피해 숨어 들었던 천주교 신자 윤사우 일가의 은신처였다. 

천주교 박해 때 윤봉문 형제가 이곳에 숨어 살면서 이 마을의 주관옥 씨 도움으로 복음을 전도하게 되었다. 

그 후 진주에 천주교 신자인 강명식씨가 이곳과 인연이 되어 1957년 이후 마을에 살던 부인과 선을 보게 되었다. 

어느 날 마을 뒷산을 산책하다가 이곳 공곶이에 반하게 되었고, 

결혼 뒤 마산 등 대도시에 살면서 10여 년 동안 힘써 돈을 마련한 강명식, 지산악 부부는

 1969년 공곶이에 터를 잡고 밭을 일구어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가파르고 척박한 산비탈이라 농기계는 아예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호미와 삽, 곡괭이로 손수 농원을 일궜다.

원래 노부부는 5년동안 약 4km 길이에 2,000여 그루의 감귤을 심고 가꾸었으나,

1976년 한파로 모두 얼어 죽어 그 자리에 동백을 심은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안내문)

 

 

수평으로 내딛던 길은 어느 순간 자로 잰 듯 수직으로, 그것도 급경사로 떨어지는 계단을 만난다.

이 계단식은 양 옆으로 나무를 심지 않았다면 장마철 빗물로 유실되기 쉽겠단 생각이 든다.

이젠 웬만큼 비가 내려도 나무가 우산이 되어 비를 맞지 않고 내려갈 정도로 잘 자랐다.

멀리 보이는 원형을 통과할 때까지 제법 긴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두 분 어르신께서 틈틈이 농장을 가꾸며 주말에 방문객이 있을 때 잠깐 카페를 열기도 하나 보다.

오늘 방문이 좀 늦었는지 두 분께선 이미 집에 들어가시고 아무도 안 계신다.

 

수직으로 이어지던 길은 작은 카페를 지나며 다시 정원을 따라 옆으로 난 길을 걷게 된다.

 

오늘 보는 꽃은 이 작은 분꽃 밖에 없다.

 

 

 

쓰러진 나무를 그대로 두자 본 줄기에서 가지가 새로 나며 각기 다른 나무처럼 자라지만, 아래를 보면 같은 나무란 걸 알 수 있다.

 

이 돌담 안에 작은 주택을 지어놓고 두 분이 살고 계신데, 작은 텃밭도 있다.

너무 늦어 두 분을 뵐 수 없었다.

 

3~4월이면 이곳은 수선화나 다른 들꽃으로 가득했을 텐데, 이미 꽃은 다 지고 없다.

 

담장엔 켜켜이 쌓인 넝쿨이 두께를 더해 가며 연륜을 말해준다.

 

 

 

 

 

 

 

90이 넘은 노구를 이끌며 야산을 세상에 둘도 없는 화원으로 만든다는 건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뭔가 또 분주히 움직이며 작품을 만드시겠다.

 

공곶이에서 가까운 저 내도를 이곳과 묶어 거제 8경으로 지정했다.

 

종려나무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갯바위가 있는 해안가로 내려왔다.

이제부터는 몽돌해안을 걸으며 탐방하게 된다.

 

할아버지께서 방문객을 위해 손수 만드는 안내도가 정겹다.

 

나무뿌리엔 파도에 꽂아 놓고 탐방객이 올려놓은 몽돌이 이젠 나무와 한 식구가 되었다.

 

 

 

□ 공곶이의 꽃 수선화 

 

교통이 불편하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 잘 알려지지 않다가 2005년 종려나무숲 영화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추천 관광명소가 되었다.

겨울철에는 동백꽃으로 물들고 3~4월에는 수선화와 설유화가 만개하여 온통 꽃 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선화의 속명인 나르시스는 그리스 신화의 나오는 나르시스란는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나르시스는 연못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물에 빠져 죽었는데, 그 속에서 수선화가 피었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은 ‘자기주의’ 또는 ‘자기애’이며, 여러해살이 풀로 설중화라고도 한다. 

수선화의 생즙은 부스럼을 치료하고, 꽃은 향유를 만들어 풍을 제거하며 비늘줄기는 거담, 백일해 등에 약용으로 쓰인다.  (안내문)

 

사실 이런 풍경을 기대하고 왔으나, 꽃에도 때가 있는 법이니 때를 잘 맞춰야 한다.

이 사진은 거제시청 홈피에서 가져온 수선화 피었을 때의 사진이다.

 

천주교 순례길을 따라 공곶이에 온 탐방객이 낸 몽돌에 길이 생겼다.

수직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니 않고 이 길을 따라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찾았으니 다행이다.

 

 

 

동글동글한 몽돌이라 돌탑을 쌓기 쉽지 않았겠다.

 

 

 

 

 

아무도 없는 몽돌해변을 따라 고즈넉하게 자연에 동화되며 걷는다는 건 새로운 세상과 끊임없이 교감하는 것이다.

이렇게 낯선 곳을 늦은 시각에 여성이 혼자 걷는다면 두려움을 느낄 수 있겠다.

멀리 돌탑에 앉은 새가 무심히 쳐다본다.

 

 

 

혼자 몽돌해변을 걸어도 몽돌이 걷는 내내 바스락 거리며 말을 거는 느낌이다.

 

 

 

바다 쪽으로 전망대가 있다기에 잠깐 내려온다.

 

이제 서산에 해 넘어가니 30여 분은 여명이 계속될 것이다.

랜턴은 준비하지 않았으니 그 안에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탐방로는 넓지 않은 오솔길이라 여러 명이 다닐 땐 자연스럽게 한 줄로 가겠다.

사람을 만나면 잠시 기다려 주는 배려가 필요한 곳이다.

 

 

 

드디어 국립공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출입구를 통과하며 공곶이 탐방을 마친다.

 

공곶이를 편한 길로 가길 원한다면 우측 천주교 순례길로 가면 몽돌해안을 따라 들어갈 수 있다.

 

 

남해안 어느 바닷가에 있다는 정도로만 알았던 공곶이를 우연치않게 탐방하게 되었다.

너무 늦은 시각이라 이곳을 정성스럽게 가꾸시는 노부부는 만나뵙지 못 했다.

그분들이 가꾼 공곶이와 아름다운 몽돌해안을 걷는 것만으로 충분한 힐링을 받은 탐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