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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기 인천

평택의 작은 산인 덕암산, 팔룡산

by 즐풍 2021. 2. 16.

2021_11

 

 

2021.2.15. (월)  12:57~17:26(4시간 29분 산행, 13.4km 이동, 평속 3.0km/h)  점차 갬

 

 

2월 첫 번째 주말은 목우와 작은 딸 생일이라 잘 먹고

일주일도 안 돼 설 명절이라 집에 틀어박혀 잘 먹었다.

아침에 흐리던 날씨도 오후에 들어서며 서서히 구름이 걷힌다.

가까운 곳에 동산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아주 작은 산으로 산책을 나서며 몸에 붙은 기름기를 제거해야겠다.

 

점심 먹고 나서는 산행이라 멀리 가지 못하고 가까운 팔룡산, 덕암산, 태봉산을 돌며 원점 회귀할 생각이다.

가까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차량을 갖고 간다.

들머리까지 5.2km에 불과해 10여 분이면 닿는다.

동네 뒷동산이 아닌 다음에야 모처럼만에 제일 가까운 거리다.

 

 

팔용산 덕암산 등산 코스

 

성요셉의집과 연결된 작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산을 오르는 길에 만난 조각품 세 점을 담는다.

일련번호가 있는 걸로 보아 제법 여러 작품이 세워진 걸 알 수 있다.

 

평택에서 섶길이란 이름으로 만든 둘레길인 모양이다.

제주에 올레길이 생긴 이후 전국에선 지역 특색에 맞게 이름을 붙여준다.

그냥 산길에 지나지 않던 길도 이렇게 이름을 받으니 좋다.

길 옆에 작은 돌탑을 세워 잠깐이지만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다.

이 섶길은 별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지 덮인 낙엽이 여전히 맨땅을 가리고 있다.

몇 개의 바위가 놀러 나온 꼬마처럼 둘러앉아 있다.

이 바위는 포클레인으로 조경을 위해 막 세워 놓은 듯 보인다.

바위가 이렇게 길쭉하니 선 게 정말 포클레인으로 세운 듯 보인다.

그러나 포클레인이 이곳을 지나갈 공간은 없고 인력으로 세울 만큼 크기가 작은 것도 아니다.

재미있는 바위에 누군가 하나둘 정성을 쌓았다.

여전히 길엔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밟는 느낌이 좋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거 없이 늘 이런 길이면 좋겠다.

잠깐 도일로를 내려서 길을 건넌 다음 평택 레미콘 매매단지로 들어가 어느 묘지 위로 산을 오른다.

이 길은 쌍령지맥의 한 구간이다.

누군가 붙여놓은 쌍령지맥이란 종이 코팅지를 보고 인터넷 지도로 쌍령산을 찾아본다.

경기 안성시 고삼면 쌍지리 산 136-1에 있는 쌍령산(雙嶺山)은 502m의 작은 산이다.

쌍령산에서 덕암산까지 직선거리 16km에 고속도로는 물론 크고 작은 도로가 몇 개 지난다.

쌍령지맥을 걸어보지 않아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지도만 보면 진작 단맥(斷脈)으로 끝난다.

도로를 놓고 마을이 생기며 산맥은 이리저리 끊기며 혈맥마저 끊긴 지 오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길은 이리저리 뛰며 제멋대로 갈지자를 걷는다.

한두 번 궤도를 수정하며 이곳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좌로 가면 덕암산 가는 길인데, 200m 직진하면 부엉 바위가 있단다.

오늘도 바위에 부엉이가 앉아 있는지 보러 간다.

 

잠깐 돌밭길을 지나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바위를 만난다.

제법 긴 기차바위다.

정상은 아니되 그냥 바위 이름인 데도 정상 표지석처럼 근사한 돌 표지석이 세워졌다.

부락산 정상까지 5km라는 데 굳이 부락산은 가지 않을 것이다.

5km를 더 가면 차량 회수를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걸어서 가기도 애매하다.

이럴 땐 차라리 대중교통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좀 전 삼거리에 돌아와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차돌고개

지나온 차돌고개

오늘 산행은 산책이 맞는 표현이다.

산이니 다소간 오르내림은 있어도 많은 구간을 이런 우회로를 이용했다.

차돌고개를 지날 즈음부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지 길은 제법 흙을 드러내며 반짝반짝 블링블링 하다.

덕암산까지 5km에 113분 걸렸다.

산이 높지 않아 천천히 걸어도 여느 산행보다 빨리 도착한 셈이다.

덕이 있는 바위, 바위의 덕, 어느 쪽이든 육산에 덩그러니 바위가 생겼으니 무척이나 덕스럽게 여겼나 보다.

바위 하나로 덕암이란 이름을 얻었으니 네가 정녕 덕스러운 바위로구나...

주변에 있는 돌을 쓸어 모아 돌탑을 만들었다.

밋밋한 산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정감 묘는 보이지 않고 안내문만 있다.

 

태봉산까지 간다는 게 쉬운 길로 가다 보니 길을 잘못 든 걸 알았을 때 너무 멀리 왔다.

몇 발자국 뒤돌아가다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그냥 간다.

산행 동력을 잃어 탈출을 시도하는 데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길 없는 작은 능선 잡아타고 나뭇가지 헤쳐가며 마을로 내려섰다.

차량 회수를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애매한 지역이라 산행한 거리만큼 마을을 통과한다.

길을 모르니 트랭글로 원점을 보아가며 방향을 잡는다.

어느 마을을 지나다 보니 동부 고속화도로가 지나간다며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었다.

반대하면서도 한쪽에선 가건물 짓고 과실수 빽빽하게 심어 수용될 때 보상을 노린 꼼수가 보인다.

어디나 토지가 수용되는 지역엔 늘 이런 똥파리가 꾀며 국고를 도둑질한다.

 

땅값 싼 곳에 정원수까지 잘 꾸민 멋진 집을 지어 지가를 높였다.

원균 묘역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과 대비되는 인물로 그가 한 일을 후세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평택시에선 원균길까지 만들었다.

 

한쪽엔 모선재도 있다.

오전에 오르려던 팔룡산은 차량 회수를 위해 마을을 돌아가느니 산을 넘는 게 빨라 결국 오르고 만다.

워낙 산이 낮아 가로막힌 산을 오른다 해도 부담은 없다.

나무가 산불 감시초소보다 커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 되어 무용지물이다.

나무에 걸린 종이 조각이 팔룡산임을 알려준다.

 

며칠 방안에 있다가 영상 2℃란 날씨만 믿고 단출하게 나왔더니 바람이 쌩쌩 분다.

이발한 지 1주일 지났어도 목덜미를 지나는 바람이 무척이나 차게 느껴진다.

버프를 했으면 목을 가려 보온이 됐을 텐데 마스크를 썼더니 목덜미가 그대로 노출됐다.

꼼작 없이 꽃샘추위를 느끼며 끝낸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