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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기 인천

임꺽정 노닐던 양주 불곡산 큰딸과 소풍 산행

by 즐풍 2020. 9. 27.

2020_66

 

 

2020.9.26. (토) 10:03~16:21 (전체 거리 6.9km, 여섯 시간 17분 산행, 휴식 1시간 38분, 평속 1.4km/h) 맑은 후 흐림

 

 

2주 전 두 딸과 양주 불곡산에 도착했으나 비가 내려 되돌아왔다.

오늘 작은딸은 일정이 있기에 큰딸과 함께 불곡산을 산행한다.

어쩌면 이번 산행이 일산에서 딸과 함께하는 마지막 산행일지도 모르겠다.

불곡산은 산행 거리가 짧으니 소풍 가는 느낌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동하며 주변 풍경을 즐긴다.

 

 

□ 양주 불곡산

 

유양동과 백석읍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대동여지도에 ‘양주의 진산’이라고 나와 있다.

별로 높지 않고 밋밋해 보이지만, 암릉과 경사진 능선이 많아 산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 가까워 호젓한 당일 코스로 좋다.

산 중턱에 위치한 백화암, 임꺽정 생가터, 양주목사가 휴식을 취하던 금화정 또한 볼거리이다.

                                                                                  (양주시 관광안내 가이드북)

 

 

양주 불곡산 등산 코스

 

 

지난번에 백화암으로 들어가며 산행했던 경험을 살려 오늘은 아예 백화암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한다.

큰길에서 대략 950여 m를 차로 올라갔으니 한결 쉬운 산행이다.

차를 끌고 올라가는 건 좋으나 하산 후 차량 회수를 위해 또 그만큼 올라가야 한다.

처음부터 큰길 어딘가에 주차하는 게 좋으나 굳이 백화암에 주차하는 건 산행 경험이 적은 딸을 위한 배려다.

 

백화암 경내엔 단풍나무와 느티나무가 많아 단풍철엔 제법 예쁜 풍경을 보여 주겠다.

 

산행에 앞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며 마애불상을 보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마애불상 앞엔 추석 차례를 지내기 위해 제수가 진설되었다.

자연석을 이용한 마애불상 세 분을 모셨으니 마애삼존불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

 

오른쪽 부처님은 약병을 들고 계시니 중생을 질병에서 구원하고 지혜를 주신다는 약사여래가 분명하다.

 

 

 

바위가 깨지고 금 간 부분이 있어 부처님 얼굴이며 가사에도 금이 간 게 아쉽다.

 

불곡산 정상인 상봉이 보인다.

약사암에서 정상인 상봉까지 겨우 1.1km에 지나지 않으니 거저먹기인 셈이다.

양주시청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상봉까지 2.7km의 거리이므로 1.6km를 줄인 셈이다.

 

 

 

불곡산 동물원에서 처음 만나는 펭귄 바위, 억지춘양이란 느낌이 든다.

 

멀리 임꺽정봉과 왼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은 악어바위로 가는 능선이다.

 

불곡산 정싱인 상봉이다.

오른쪽 나무계단으로 오르는 데, 말벌 수십 마리가 웽웽 거리며 날아다닌다.

즐풍은 산에서 몇 번 벌에 쏘여봐 그 고통을 잘 알기에 딸이 걱정돼 한참을 기다려도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예전에 설치한 나무 사다리로 올라가 대피하듯 빠른 걸음으로 탈출한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사진에도 벌 한 마리가 보인다.

 

오른쪽이 상투봉, 왼쪽이 임꺽정봉이다. 

 

 

 

멀리 도봉산, 상장능선과 북한산 일대에 어렴풋 담긴다.

 

상투봉 

 

기차바위처럼 제법 긴 바위다.

인왕산에선 이렇게 긴 바위를 기차바위라고 하던데, 이곳 역시 기차바위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길다.

 

 

 

 

 

 

 

누군가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바위에 떨어졌다.

절벽이라 회수하지 못해 유실물이 되었다.

 

 

 

몇 명의 젊은이가 생쥐 바위 건너편에서 쉬고 있다.

코로나-19가 젊은이는 물론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기존 등산객까지 다시 산행으로 끌어들인다.

거리두기로 방콕을 하느니 이렇게 산행하며 산 기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지 못할 어느 지능선

 

드디어 생쥐 바위가 잘 보이는 건너편 바위에 섰다.

생쥐 바위와 오른쪽 찌찌 바위

 

건너편 악어바위 방향 

 

생쥐 바위는 컴퓨터 마우스를 닮았다.

 

생쥐의 크기 

 

좀 전 생쥐 바위를 찍던 곳이 등산객 많은 왼쪽 소나무 사이이다.

 

큰딸은 요즘 산에 다니더니 부쩍 산에 대한 관심이 많다.

간혹 누군가 인스타그램에 한 장의 사진을 올린 걸 보고 어디냐고 묻는다.

지난번엔 충주 악어봉을 가봤냐고 묻더니 어제는 완주 기차산의 해골바위 사진을 보여주며 어느 지역이냐고 묻는다.

잠깐 버벅거리는 헤드를 돌려 기차산이라고 하니 너무 먼 걸 아쉬워하며 가봤냐고 한다.

기차산을 가긴 했으나 하산 지점을 달리해 암봉 구간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이렇게 산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산행으로 이어질 테니 좋은 징조다.

 

전북 완주의 기찬산? 아니 기차산!!

산행일자 2017.11.08. 토 10:42~15:19(이동 거리 8.55km, 이동 시간 04:37, 평균 속도 2.2km)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산악회를 누비며 어느 산이 좋을까 쇼핑에 나선다. 가입한 산악회가 많다 보니 신사�

blog.daum.net

 

 

불곡산은 산이 작아도 도처에 이런 암릉이 펼쳐져 그리 만만한 산이 아니다.

어디든 조망이 좋고 등산로에 펭귄 바위, 생쥐 바위, 물개 바위, 코끼리 바위, 악어 바위는 물론 

공깃돌 바위, 복주머니 바위, 삼단 바위, 남근 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아 눈이 즐겁다.

노력에 비해 볼거리가 풍부한 산이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임꺽정봉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생쥐 바위 일대

 

 

 

물개바위 

 

 

 

임꺽정봉 오르며 보는 악어바위능선 상단 

 

 

 

드디어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임꺽정봉에 도착했다.

 

하산 지점에서 머지않은 곳에 임꺽정 생가가 있다.

불곡산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7km인 파주 감악산 장군봉 옆에도 임꺽정봉이 있다.

임꺽정 생가가 불곡산 아래 유양동으로 도적 생활을 할 때 주요 근거지는 양주를 중심으로 파주, 개성 등 경기도였으나

점차 세력이 커지며 활동 무대를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등 거의 전국으로 확대한다.

어느 시대나 도적이 횡행하는 것은 백성을 수탈하는 가렴주구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당시 임금인 명종은 나이가 어려 그 어머니인 문정왕후와 동생 윤원형이 권력을 장악하고 부정부패와 전횡을

일삼아 나라가 안팎으로 어지러웠고 관리들도 부패하여 민생이 어려웠던 혼란기였다.

인간 취급도 못 받던 불가촉천민인 일개 백정이 양반사회를 반기를 드는 건 당연한 것이다.

임꺽정은 조선의 3대 도적 중 장길산이나 홍길동에 비해 가장 규모가 크고 조직화된 도적이었다.

이런 임꺽정의 활약상은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다 벽초 홍명희가 쓴 「임꺽정」이 공전의 히트를 쳤으나 6.25 전쟁으로

월북작가가 되는 바람에 금서로 묶인다.

이후 최인욱의 임꺽정이 서울신문에 연재되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즐풍은 홍명희의 「임꺽정」은 해금되자마자 읽었으니 벌써 30여 년 전이다.

최인욱의 임꺽정도 읽어봐야겠다.

 

16세기 중반 조선을 뒤흔들던 임꺽정은 양기 가득한 이 불곡산의 정기를 받았을 것이다.

즐풍도 불곡산의 기운을 온몸은 다 받는다.

 

임꺽정봉에서 한 칸 아래 전망바위를 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제 발길을 돌려 악어바위로 방향을 잡는다.

 

 

 

임꺽정봉에 있는 바위다.

 

내려가며 보는 임꺽정봉

임꺽정의 영혼이 이곳에 남아 이룩하지 못한 조선 사회를 넘어 양반과 상놈이 없는 이 시대를 바라보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 대통령도 술 안주감으로 씹는 것은 물론 탄핵까지 하는 시대이니 민주시대의 절정이다.

 

 

 

공깃돌 바위

 

 

 

 

 

코끼리 바위 

 

신선대다.

악어바위를 본 후 딸과 함께 신선대에 올라 임꺽정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조망한다.

 

 

 

카멜레온처럼 변신하고 바위를 타는 악어바위를 목격했다.

바위나 악어나 똑같아 눈 부릅뜨고 봐야 한다.

 

 

 

 

 

임꺽정봉과 전망바위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하산 구간도 제법 괜찮은 풍경이다.

 

경사가 가팔라 제법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악어바위 옆으로 하산해 복주머니 바위로 넘어가려 했으나 위험해 보여 딸이 안 간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 삼단 바위로 넘어왔다.

 

복주머니 바위다.

능선에서 난 길을 따라오려면 조금 더 쉬운데, 사면을 치고 올랐더니 로프가 낡아 위험하다.

그래도 딸이 잘 따라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삼단 바위와 상투봉에서 내려오는 암릉 구간

 

대교아파트 방향

 

남근바위 

 

대교아파트 방향으로 하산하지 않고 유양공단으로 내려왔다.

공단 끝 어느 마트에서 커피를 마시며 딸을 기다리게 하고 차량을 회수하러 백화암까지 오른다.

주차된 차량까지 2km 거리로 28분 걸렸다.

버스로 이동하면 기다리는 시간도 있으니 그냥 걸으나 버스를 타나 시간은 비슷하게 걸린다.

어쩌면 일산에 사는 동안의 마지막일 산행을 아기자기한 불곡산으로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