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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기 인천

광교산 형제봉 비로봉 수리봉~백운산 원점회귀

by 즐풍 2021. 2. 9.

2021_09(지하철 산행 순례_03)

 

 

2021.2.9. (화)  07:53~13.45(5시간 52분 소요, 30분 휴식, 전체 거리 15.7km. 평속 2.9km/h) 맑음 

 

 

어제 70여 일만에 이발하며 더벅머리 총각 신세를 면했다.

이발하는 시간이 제일 아까운 데다 굳이 나갈 일도 없어 머리 깎을 필요를 못 느껴 방치하고 있었다.

지난번 처음 평택에서 이발했으나 맘에 들지 않아 최근에 알게 된 새로운 남성 컷으로 갔다. 

두 달 넘게 자란 머리를 시원하게 자르니 젊어진 느낌이나 너무 짧게 잘랐단 생각도 든다.

 

이발 후 주변 산을 타려고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데 옷을 얇게 입어 춥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다 감기 들면 손해란 생각에 그냥 귀가했다.

아침 일찍 일어났으면 산에 가려고 했으나 꿈지럭거리기 싫어 게으름 피우다 설맞이로 겨우 이발한 것이다.

주말에 뿌옇던 날도 어제부터 기온이 떨어지자 미세먼지는 온데간데없이 맑다고 하니 산행을 해야겠다.

 

이번엔 수원에 있는 광교산~백운산 산행이다.

지금은 교육원이 제주로 내려갔지만, 아직도 일부 교육은 광교산 아래 교육원에서 진행된다.

해 긴 여름에 수원 교육원에서 강의가 끝나면 백운산이나 광교산을 잠깐 산행하기도 했다.

이런 과거를 기억하며 산행한다는 건 즐풍의 젊은 날로 되돌아가는 기분이다. 

 

 

광교산~백운산 연계 산행 코스

 

 

 

지제역으로 가는 버스는 2분 50초 후에 도착한다는 데, 수원행 전철은 8분 후 도착이다.

놓치면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13분을 기다려야 하니 마음이 급하다.

지제역 정류장에 도착하니 남은 시간은 2분 50초인데, 건널목 신호가 막 끊겨 발을 동동 구른다.

신호가 떨어진 후 들고뛰어 전철 승강장에 도착하고 나니 20여 초 후에 전철이 들어온다.

 

수원역에서 광교산으로 가는 13번 마을버스가 정류장 30여 m를 남겨두고 지나가는 게 보인다.

승객이 승하차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탈 수 있겠단 생각에 또 부리나케 들고뛴다.

기사분이 3~4초 기다려 주는 바람에 겨우 탈 수 있었다.

아침부터 들고뛰며 전철과 버스를 탔으니 우샤인 볼트처럼 빠른 사나이가 된 느낌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무거운 배낭 메고 이렇게 체면 불고하고 뛰는 일이 다반사다.

 

수원역 앞에서 13번 마을버스를 타면  광교저수지를 지나 창성사 입구까지 10 정거장을 더 간다. 

문암골에서 하차해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지하도로 빠지는 구간을 탄다.

15분 정도 올라온 곳의 이 바위는 아래쪽보다 위쪽에서 잡는 게 더 멋지다.

 

마시기 적합하다는 백년약수터다.

운동 삼아 여기까지 와 약수 떠 가면 다리에 제법 힘 좀 붙겠다.

 

아침부터 박재삼 시인의 멋진 시를 읽고 나니 너무 무심히 산행한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 많은 생각을 하며 걷다가도 더 많은 시간을 무심히 걷는다.

 

바위 위에 철망을 두르고 와이어로프로 단속을 했다.

2016년 3월 낙석 발생 사고 이후 이격으로 인한 추가 낙석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안전계단까지 설치해 사고 위험은 줄었다.

 

바로 옆이 형제봉이다.

 

형제봉에서 안부로 내려가는 길에 잠깐 조망이 터졌으나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린다.

광교산은 육산이라 나무가 무성해 정상에서조차 조망이 터진 곳은 별로 없다.

 

안부 조금 지난 곳의 전망대 겸 쉼터 

 

종루봉과 망해정(望海亭)

 

신라 대학자 최치원(857~?)은 12살 때 당나라에 유학하여 많은 공부를 하고 29세에 귀국했다.

그러나 신라에서는 정해진 벼슬인 말단 6두품 밖에 할 수 없었다.

관직을 버리고 전국 곳곳을 돌던 중 광교산 문암골에 머물며,

종과 종루가 있던 이곳 종대봉에서 서해를 바라보며 종은 있지만 울릴 사람이 없으니

종과 자신의 신세가 같다며 한탄하며 다시 당나라로 돌아갈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국에서 저술과 후학에 힘쓰며 나라를 깨우는 것,

이것이 선비의 길이라 여겨 그 길을 선택했다고 전해진다.   (안내문)

 

최치원은 당나라에 유학한 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 합격하여 당나라 조정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당나라는 외국인에게도 문호가 개방되었는데, 신라는 성골이나 진골이 아니면 높은 관직에 나갈 수 없었다.

그나마 일반인이 6두품에 올라도 대단하다고 했으나 최치원에겐 눈에 차지도 않았을 것이다.

남느냐 되돌아 가느냐 귀로에서 그가 감내해야 했던 고뇌가 느껴진다.

진, 당, 송, 원, 금, 청나라 등 중국이 대국인 것은 종교와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등용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이 정도 시를 썼다면 지금쯤 시인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 광교산

 

광교산은 수지구 성복동, 신봉동, 고기동, 동천동 일원과 수원시와 의왕시 일부에 걸쳐 있다.

주봉인 시루봉(582m)과 형제봉(448m)은 용인시 소재다.

정상에서 보면 수지구 일대를 비롯 인접한 도시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수목이 울창해 여름에도 햇빛을 보지 않고 산행과 삼림욕이 가능하다.

사계절 광교산을 사랑하는 등산객들은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성복동 소재의 천년약수를 많이 애용하고 있다.

                                                                                                                        (용인시청)

 

흔히 수원 광교산으로 알고 있으나 광교산 정상은 용인 시계에 속해 용인시청 홈피에서 소개한다.

 

광교산 전망대에서 백운산 방향을 바라본다.

백운산을 가려면 저 철탑을 지나야 한다.

 

관악산은 멀어도 암릉이 가득하게 보인다.

 

저기 보이는 청계산도 언제 한 번 가야겠다.

 

광교산 정상에서 약 250m 동쪽으로 수리봉을 다녀가는 길에 만난 암봉 

 

수리봉

 

수리봉 바위도 낙석 사고를 염려하여 와이어로프로 칭칭 감았다.

 

수리봉 정상이다.

광교산 표지석에 (수리봉)이라고 표시하기도 했으나 이 바위가 진짜 수리봉이다.

누군가 쌀을 바위 곳곳에 뿌려놓아 새가 쪼아 먹는다.

눈이 덮였을 땐 먹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텐데, 조류에겐 생명의 먹이인 셈이다.

 

오전에 올라온 능선

 

광교산 정상 방향 

 

올라온 능선 더 멀리...

 

수리봉 일부 

 

고려 태조 왕건이 산에서 광채가 솟구치는 모습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해서

광교산이라 이름을 붙였다.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수원시를 북에서 싸고 있는 형상을 한 수원시 진산이다.  (안내문)

 

다시 광교산으로 돌아왔다.

이정표에 (시루봉)이라 표시했는데, (진짜는 좀 전에 다녀온 암봉이란 말씀)...

 

용인시와 수원시 어디서 설치했든 이런 대피소는 비 올 때나 추울 때 유용하게 쓰인다.

지나가면서 보니 세 명이 식사 중이다.

조그만 암봉에 올라가 주변부터 조망한다. 좀 전에 본 청계산 방향이다.

 

 

 

백운산 정상 찍고 하산할 능선을 미리 본다.

 

암봉

암봉의 다른 끝 

 

군부대를 우측으로 돌아 백운산에 도착했다.

이 백운산은 의왕시에 속하기에 의왕시 홈피에서 정보를 갖고 왔다.

 

전망대에서 보는 의왕시 방향 

 

하산할 방향이다.

 

□ 백운산

 

해발 567M의 백운산은 산봉우리가 항상 구름에 싸여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의왕시와 용인시, 수원시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산세가 깊고 험하여 관악산에 버금가는 등산코스로 알려져 있다.

백운산은 정조가 수원 화성 릉을 참배하고 환궁하는 길에 친림 했다는 곳으로 산기슭에는 청풍 김씨 문중의 사당이 있다. 백운산 능선에 있는 백운사는 경기도 지정 제36호의 전통사찰로서

고종 32년 청풍 김씨 종중에서 건평 20평 규모의 암자를 세운 것이다.

또한 백운사는 조선시대 탄압에도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찰로 고종 13년(1894)년에 산불로 소실된 것을

근대 고승이던 경흔스님과 금오스님에 의해 현재의 자리로 옮겨져 사찰로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대웅전과 요사체가 전부인 백운사의 운치는 대웅전 뒤편에 있는 잘 다듬어진 산길이

빽빽한 사철나무에 뒤덮여 비경을 자아낸다.             (의왕시청)

 

백운산 표지석 한쪽은 한글, 뒷면은 한자로 새겼다.

 

광교산에서 백운산 정상을 차지한 군부대를 돌 때 우측으로 이정표를 세웠다.

이정표대로 돌 때 상태가 안 좋아 불만이었으나 하산할 때 걷는 반대편은 나무 데크가 더 불편하다.

바라산으로 내처 간다면, 이정표대로 걷는 게 좋다.

하산길은 시멘트 계단이 제법 길어 아주 불편하다.

 

 

 

잠시 등산로를 벗어난 곳의 암릉으로 가는 길을 보여 잠시 들어가 본다.

 

암릉 주변에 나무가 없으면 제법 근사할 바위다.

 

바위에서 내려갈 방향을 조망한다.

 

옆에 있는 다른 바위 

 

 

백운산에서 남쪽인 수원시 광교저수지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완전히 고속도로다.

지프차 한 대 갈 정도의 폭으로 난 등산로를 오가며 만나는 등산객도 여유 있게 지나갈 수 있다.

모든 산이 이렇게 여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려오며 잠깐 길을 잘못 들어 한철약수터 입구에서 다시 돌아간다.

 

한참을 걸어 이진봉에 도착했다.

이진봉을 등산로에서 좀 떨어져 있어 일부러 올라와야 했다.

서울 사는 모모 씨는 12,000 산과 봉우리 등정을 욕심낸다니 대단하다.

산 하나에 봉우리 몇 개씩 있으니 산으로 치면 어림잡아 4,000~5,000 산 정도 될까?

그래도 대단하다.

 

이진봉 정상은 이렇게 잡초가 쓸쓸하게 지킨다.

 

드디어 내려가는 길이다.

지루할 만큼 긴 여정도 이제 끝나간다.

영동고속도로 교각 아래로 난 길을 이용한다.

다리 상판

 

광교산 등산객을 위해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설치해 어렵지 않게 개울을 건넌다.

 

아침에 탄 수원 13번 버스 자막에 수원 날씨는 영하 11℃란 자막이 흐른다.

산행 시작할 땐 무척이나 춥더니 하산할 땐 날이 풀려 얼었던 길바닥이 녹기 시작한다.

해빙기에 길이 질척거리면 불편하니 그땐 암릉이 많은 산으로 등산해야겠다.

조망이 없는 산을 길게 타려니 다소 지루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