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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도봉산·사패산

3·1절 선물인 도봉산 눈꽃산행

by 즐풍 2019. 6. 12.

 

 

 

 

 

 

 

 

2018.03.01. 토  08:13~15:02(전체 시간 06:49,  전체 거리 11.64km,  55분 휴식,  평균 속도 1.9km/h)  흐린 후 갬

 

 

어제 오후 3시경부터 내리던 비는 퇴근하고 나서도 계속 내렸다.

비가 내리니 눈처럼 도로에 쌓이지 않아 좋지만, 제법 높은 산엔 모두 눈으로 변했겠다.

눈이 왔을 땐 도봉산 설경이 북한산보다 좋아 도봉산으로 간다.

 

오늘 북한산 산악날씨를 검색했을 때 영하 4~5℃에 바람이 15~18m/h라 상고대가 제법 멋지겠단 생각이 든다.

막상 송추 2주차장에 차를 댈 때만 하더라도 거의 눈이 없었으나 점점 고도가 높아지자 눈도 함께 많아진다.

초반에 눈이 질컥거려 밟을 때마다 등산화 위로 튀어 올라 등산화를 적시니 은근히 신경 쓰인다.

 

눈이 내렸어도 아래쪽 나뭇가지엔 눈이 하나도 없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눈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어제 내린 눈에 바람이 심해 커다란 소나무가 보기 좋게 부러졌고 삭정이도 제법 많이 떨어진 게 보인다.

포대능선이 시작되는 회룡사거리 능선에 올라서자 바람이 더욱 심해 스틱을 꽂기도 힘들 정도다.

 

 

도봉산 등산코스 

 

 

 

눈은 고도를 높이며 점점 많더니 능선에 오르자 발목이 푹푹 빠지는 정도로 대략 20여 cm 정도다. 

송추북능선의 소나무에 얹힌 눈이 제법 멋지게 보인다. 

 

 

 

 

 

 

 

회룡사거리를 지나 좀 더 고도를 높이자 나뭇가지에 상고대가 아니라 얼음꽃이 보인다.

사진에 끼운 필터가 워낙 검검색이 심해 색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그렇지 햇빛을 받은 덴 영롱한 색깔이 보기 좋다.

상고대는 보기 쉬워도 이렇게 얼음꽃을 보긴 상당히 어려운 데 3·1절인 오늘 이런 행운을 얻는다.

이런 행운은 몇 년 전 제주도 한라산 남쪽인 영실을 하산 후 주차장 건너편의 어승생악에 올랐을 때도 경험이 있다.

어승생악 눈꽃 ☞ http://blog.daum.net/honbul-/873 

 

 

 

 

 

송추지역에서 올라오며 2.3km 지점인 송추골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엔 몇 명이 다닌 흔적이 있으나 왼쪽으로 오르는 길엔 발자국이 없다.

포대능선을 전부 다 돌 생각이므로 왼쪽으로 올라 회룡사거리까지 혼자 길을 낸다.

어렵게 길을 찾아 능선에 오르자 회룡사에서 오르는 사람과 사패산에서 온 사람들의 발길이 있어 포대능선 산불감시초소까지 어렵지 않게 간다. 

 

 

 

산불감시초소에서 가야 할 방향을 보니 여전히 눈과의 싸움은 계속될 거 같다.

12시가 넘어선 맑은 것으로 예보되었으나 너무 늦으면 상고대를 못 보겠단 생각에 일찍 서둘렀다.

덕분에 얼음꽃과 상고대는 볼 수 있으나 날씨가 흐린 게 흠이다. 

 

 

 

 

 

 

 

지나온 포대능선의 산불감시초소 

 

 

 

 

 

 

 

포대능선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얼마간 가다 보니 처음 길을 낸 사람이 힘들었는지 되돌아갔다.

결국, 그가 돌아간 그 자리부터 이젠 내가 길을 내야 한다. 

이 흰 눈에 첫발을 디뎌야 하지만 너무 순결한 자연에 내 발자국을 남긴다는 게 미안한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내 뒤를 따라올 사람을 위해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조심스럽게 발을 딛는다. 

 

 

 

 

 

 


 
 
 

내가 포대능선을 좀 지나면서부터 러셀을 해왔지만, 이 분은 포대능선 정상에서 이쪽으로 러셀을 해왔다.

이 장소에서 교행을 하게 되므로 누구도 더 이상 러셀을 할 필요가 없으니 한결 수월한 등산이 된다. 

몇몇 사람들은 목이 없는 짧은 등산화에 아이젠과 스패츠도 없이 올라왔다.

지상과 마찬가지로 비가 내렸겠단 생각에 간단한 차림이라 오가는 동안 눈이 등산화 속으로 수북이 쌓이겠다. 

 

 

 

 

 

 

 

 

 

 

 

맨 뒤로 포대능선 산불감시초소부터 이곳까지 제법 먼길을 걸어왔다. 

 

 

 

가끔씩 이런 거대한 바위가 길을 막아 우회해야 하니 넘지 못함이 안타깝다. 

 

 

 

 

 

 

 

포대능선 정상의 통신탑 아래 산악경찰이 어디론지 분주히 전화하고 있다.

아래쪽엔 들것에 사람이 누웠는데 춥지 않게 알루미늄 보온재로 덮어 하산이 끝날 때까지 견딜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심장마비로 사망해 헬기로 이송됐다고 한다.

이 봄에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설경을 보러 왔다가 결국 비명횡사를 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 

 

 

 
 
 

 

 

 


지나온 포대능선 정상이다. 

 


 
자운봉과 Y계곡 정상부 
 
 
도봉산이 자랑하는 가장 험란한 코스인 Y계곡이다.
눈이 많아 아직까지 다닌 사람이 없다.
먼저 길을 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위험하겠단 생각에 돌아간다. 

 

 

 

우회하여 Y계곡을 건너왔을 때 마지막 봉우리에서 Y계곡 방향을 본다.

산엔 저렇게 소나무가 있어야 머리에 수북히 얹힌 눈이 멋진 데, 활엽수는 상고대나 가능하지 눈은 어림도 없다.

소나무도 이젠 기후변화로 점점 설 자리가 없으니 걱정이다. 

 

 

 

 

 


 

회룡사거리에서 좀 더 올라온 곳은 나뭇가지에 얼음꽃이 피었는데, 좀 더 높은 이곳은 상고대다.

높으니 춥고, 밤새 습한 기운에 바람이 강해 이런 멋진 비경을 보여 준다.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 

 

 

 

자운봉 옆 신선봉은 누구나 장비없이 오를 수 있는 도봉산의 실질적인 최고봉이다. 

 

 

 

좀 전에 Y계곡을 조망하던 봉우리를 신선봉 가는 길에 바라본다.

 

 

 

 

신선봉 아래쪽 풍경 

 

 

 

신선봉이다.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도봉산의 실질적인 정상이지만, 생략하고 오늘 같은 날 꼭 들려야 할 곳으로 숨어든다. 

 

 

 

드디어 오른 비경지다. 

에덴의동산에 있는 몇 그루 소나무는 모두가 준수하게 생겼다. 

 

 

 

앞쪽 소나무 

 

 

 

비경지에서 먼저 뜀바위부터 잡아본다. 

 

 

 

close up 

 

 

 

이 사진 하나만으로도 이곳에 온 보람이 있다.

뜀바위와 신선봉, 자운봉을 이곳이 아니면 이렇게 근사한 모습으로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잠시 후 지나게 될 주봉

도봉산에선 이 주봉을 하늘을 떠 받들어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PotoScape Ⅹ로 바꾼 후 크기를 일괄 변경했을 때 사진 순서가 뒤죽박죽으로 번호가 부여된다.

사진이 오늘처럼 많은 날은 사진을 순서대로 정렬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최신 버전인데 이런 오류가 발생하다니 시간은 시간대로 드니 낭패다. 

 

에덴의동산에서 내려와 주봉으로 올라 정규 등산로를 탈 생각으로 오르는 데, 경사가 워낙 심해 많은 고생을 했다.

그 중간에 잠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데, 옆 나무에 까마귀가 내려앉아 까악까악 거리며 까마귀 울음을 한다.

워낙 많은 눈이 내려 먹을 게 눈 속에 묻혔을 테니 배고프단 소리로 생각해 남은 빵을 부숴 놓고 자리를 뜬다.

 

사람이 보이는 곳이 신선봉이다.  

 


 
뜀바위, 주봉, 에덴의동산 일대 

 

 

 

 

 

 

 

이제 자운봉 방향도 마지막이다. 

정상은 진작에 내려왔으니 하산길로 접어들기도 멀지 않다. 

 

 

 

 

 

 

이렇게 눈이 많은 날은 연중 내내 산행을 하는 우리도 아이젠과 스패츠를 차고 스틱을 사용해도 조심스럽다.

그런데 이 길을 영어를 쓰는 외국인 남자 네 명이 아이젠이나 스틱도 없이 운동화를 끌고 왔다.

와이어를 잡고 오르는 데도 미끄러워 자꾸 미끄러진다.

북한산이나 도봉산에선 다른 계절에 이런 간단한 차림의 외국인을 자주 보게 되는 데, 그들에 비교해 우리가 너무 중무장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 눈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어 산행을 감행하는 그들을 보며 괜히 객기를 부린단 생각이 앞선다.  

 

 

 

드디어 돌연사 한 등산객을 실어나를 헬기가 포대능선 방향으로 이동한다. 

 

 

 

 

 

 

 

칼바위 

 

 

 

 

 

 

 

맨뒤쪽 바위가 도봉산의 명물 중 하나인 오봉이고 앞쪽에 불쑥 튀어나온 바위가 오봉산 정상이다. 

 

 

 

도봉산 오봉과 여성봉까지 갈 생각이었으나 눈이 많은 미답지를 제법 오랫동안 러셀을 해 피곤하다.

눈이 많아 자리를 깔고 앉을 데도 없어 딱 한 번 눈을 치우고 점심 먹으며 쉰 게 전부다.

몇 걸음 오봉 쪽으로 발을 떼다가 서둘러 하산길로 발길을 돌린다. 

중간에 송추폭포가 있지만, 눈을 뒤집어써 아래쪽 얼음폭포만 조금 보인다.

구태여 사진을 올릴 필요도 없다. 하산길엔 뭐 특별히 볼 게 없다. 

 

 

 

비 온 다음 날 3·1절 휴일이라 도봉산 눈꽃 산행을 하며 우리 선대가 후대에 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광복을 맞이하고 오늘날의 발전이 있었다.

3·1절 눈꽃 산행으로 너무 멋진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