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5. 일 10:51~15:34(이동시간 04:43, 이동거리 9.07km, 휴식시간 00:24, 평균속도 2.1km/h) 맑음
추월산은 몇 년 전 기회가 있었으나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이제야 탐방에 나선다.
사실 올 가을엔 조계산, 적상산의 단풍과 오서산의 억새를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는다.
이제 가을은 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 떠나고 있으니 못 가본 가을 명산은 다음 기회를 잡아야겠다.
가을엔 보름달이 산에 닿을 만큼 드높다는 뜻에서 지어졌다는 추월산은 암릉이 특히 멋지다.
깎아지른 듯한 암릉이 많다 보니 당연히 조망이 뛰어나다.
멀리 담양호가 작게 보이다가 보리암에서 내려가다 보면 담양호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추월산 등산코스
마을을 통과하며 당겨본 추월산의 암릉
산행은 부래기재에서 시작해 수리봉을 찍고 추월산 정상으로 향하게 된다.
마을 저수지를 지나면서 민가의 곶감이 탐스럽게 보이니 남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다운 풍경이다.
마을을 지나면서부터 이내 산행은 시작되나 너덜길은 크고 작은 돌과 자갈이 깔려 발은 푹푹 빠지며 걷기도 힘들다.
더구나 길은 좁은 외길이라 추월산에서 추월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다.
산행을 시작하고 2.5km를 지나서야 이런 너덜길을 끝내며 능선을 잡아탄다.
주능선을 잡아타게 되면 오른쪽으로 잠깐 심적산에 다녀올 수 있으나 평소 갖던 욕심을 버리고 추월산으로 향한다.
때로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그 시간에 다른 풍경을 좀 더 즐길 수 있다.
주능선에 오르면 바로 볼 수 있는 암릉 풍경
드디어 만나는 암봉이다.
추월산 암릉은 등로에서 조금 비켜난 곳에 있어 일부러 조망이 있는 곳까지 들어가지 않고는 구경도 못한다.
그러니 어떤 사람은 별로 볼 게 없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암릉이 멋지다고 한다.
산 하나에도 이런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는 추월산이다.
산행하는 동안 이런 멋진 바위를 숨은 보물찾기 하듯 꼼꼼히 찾아볼 생각이다.
추월산은 동쪽으로 경사가 가파르고 암봉이 많아 단애가 곳곳에 있고, 서쪽으로 완만한 경사가 특징이다.
등로는 제법 안전하게 암봉구간을 벗어나 있어 앞만 보고 가게 되면 제법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멋진 바위는 다 놓치고 추월산만 등산하는 결과 밖에 없다.
지나온 능선
수리수리 마하수리~~, 특별할 것도 없는 수리봉이다.
진행할 방향의 능선 좌측으로 담양호가 살짝 비친다.
자외선 차단과 편광기능 등이 좋다는 필터를 끼운 게 너무 까만색이 짙어 단풍도 제 색깔이 안 나오는 게 흠이다.
벗겨내자니 귀찮아 계속 달고 다니지만, 가끔 아쉬울 때가 많다.
툭 불거진 이 바위는 하경봉이다.
어느 산이든 이렇게 불거진 바위 한두 개는 있는데, 크기가 너무 작거나 특별할 것도 없다 보니 이름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오늘 단풍과 잘 어울리듯 봄에 새순이 돋을 때 연초록 싱그런 나뭇잎과도 근사하게 어울리겠다.
임도가 능선을 따라 저곳까지 올라왔으나 오른쪽 봉우리에 막혀 결국 길을 잃고 만다.
추월산 정상이 코앞이다.
발아래 능선을 따라 올라가 한 발 건너 오른쪽 제일 높은 봉우리를 찍고 뒤돌아 왼쪽으로 내달리면 보리암 정상에 도착한다.
추월산 정상에서 보리암 정상까지 불과 1.3km 밖에 안 되니 짧은 거리일 수 있다.
그러나 추월산은 산행하기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추월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왼쪽 보리암 정상 방향을 바라보니 낙엽진 가지 사이로 드문드문 남은 단풍이 제법 아름답다.
위쪽과 달리 아래쪽으로 내려 갈수록 푸른빛이 짙어진다.
추월산 정상
가로로 난 짧은 지능선
가야 할 방향을 보니 앞쪽에 있는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맨 우측이 보리암 정상이다.
지나온 방향 다시 보기
드디어 보리암 정상이다.
앞쪽에 있는 바위만 보면 이제부터 하산길인데, 하산길은 급격히 떨어져 걷기가 쉽지 않다.
안전을 위해 계단이 설치되어 있으나 경사가 심해 계단도 높다.
보리암 정상 앞쪽에 있는 바위 봉우리
가로로 난 지능선
뒤돌아 보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올 텐데... 그래도 그가 있어 더 풍부한 그림이 된다.
이 바위를 올라가고 싶었으나 마땅한 홀더가 없어 오르지 못했다.
여기서 되돌아 정상 쪽 계단을 타고 하산했어야 했는데, 저 바위 앞에서 바로 질러가는 길이 살짝 보여 내려섰다.
길은 이내 끊어지고 숲은 온통 조릿대가 깔려 미끄럽기 일쑤다.
결국 정규 탐방로 쪽으로 질러간다고 고생만 잔뜩 하고 실익은 없었다.
보리암 가는 길에 조망하는 담양호
보리암(菩提庵)
한자로 보리암(菩提庵) 안내문을 보며 한글 보다 한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보제암으로 읽었으나 한글은 보리암이라 쓰였길래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블로그를 작성하는 김에 옥편을 찾아본다.
당연히 "끌다, 들다, 걸다, 거느리다"의 뜻을 가지며 "제"로 발음된다.
그럼에도 왜 "리"로 읽는지 찾아본 결과, 아래와 같은 설명이 있어 옮겨본다.
‘보리’는 불교의 이상인 깨달음의 지혜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로는 ‘보제(菩提)’라고 쓰고, ‘보리’라고 읽는다.
‘보제’라고 하면 여자의 성기를 가리키는 우리말과 발음이 비슷하여 수도하는 데 공연한 연상 작용을 일으켜 방해가 되므로
‘보리’라고 고쳐서 발음하게 되었다.
보리심[菩提心], 보리문[菩提門], 보리수[菩提樹] 등이 그 예이다.
보리암은 보조국사가 창건하였다.
조선조 정유재란 때 소실된 걸 선조 40년(1607년) 승려 신찬이 고쳐 지었다.
백양사에 딸린 암자로 1983년 성묵 스님이 지금의 법당을 복원하였다.
임진왜란 때 김덕령 장군의 부인 흥양 이씨가 왜적에게 쫓기자 이곳 절벽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내문 편집)
보리암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삭도가 설치되어 산사 생활도 할만하겠단 생각이 든다.
다만, 지나가는 등산객마저 없다면 그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딜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해야겠다.
보리암으로 들어오는 길목
추월산이 그렇게 명산인가?
아래쪽 담양호 국민관광지 주차장엔 봉우리에 가려서 그렇지 눈에 보이는 버스만 해도 24대나 된다.
우측에 승용차 주차장은 버스 주차장의 몇 배 크기나 되니 이런 단풍 시즌엔 전국 어디나 상풍객으로 몸살을 앓는다.
그제 광주 무등산과 어제 내장산을 다녀온 회원의 말을 들어보면 양일간 밤 12:30에 집에 도착했다고 하니 단풍산행이 고행길이다.
이번 추월산만 해도 16:10에 출발하여 신사동에 21:40에 도착했으니 꼭 다섯 시간 반이 걸린 귀경길이다.
앉아있는 동안 온몸은 쑤시고 엉덩이는 아프고 말이 아니다.
남들 못 보는 명산의 단풍을 즐기자면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겠지...
하산길에 들어가 본 작은 굴, 깊이는 대략 7~8m에 높이 4~5m 정도
하산을 끝내고 나니 건너편 산의 큰 바위에 물을 끌어올려 폭포를 만든 게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물줄기가 그동안의 피로를 말끔히 씻겨내는 기분이다.
산 그림자가 폭포를 집어삼키자 양수기도 가동을 멈춰 순식간에 폭포가 사라진다.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줄이는 절전 자세가 좋다.
오늘 산행은 능선에 올라서면 진행 방향의 반대편으로 심적산 깃대봉을 다녀올 수 있었다.
거리래야 왕복 1km 정도이나 이를 포기하고 산행한 거리는 9.1km이다.
주어진 다섯 시간 10분 보다 30여 분 일찍 들어오긴 했으나 휴식시간은 점심시간을 포함해 겨우 24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야심 차게 심적산 깃대봉까지 다녀온 회원이라면 제법 숨차게 진행했을 성싶다.
결국 한두 회원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10분 늦게 귀경길에 올랐지만, 짧은 거리라고 만만히 볼 산이 아니다.
추월산은 이름 그대로 가을에 딱 어울리는 산인줄 등산하며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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