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일자 2017.4.2. 11:42~16:40(이동시간 4:58, 이동거리 8.19km) 날씨: 맑음
봄은 남쪽부터 꽃바람을 타고 올라온다.
지난달 광양의 벚꽃 축제에 이어 어제는 마산의 무학산 진달래 축제를 다녀왔다.
오늘은 영취산을 벌겋게 수놓은 봄을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서 11:42에 겨우 들머리에 도착했다.
남쪽이 온통 진분홍색으로 물들자 여심도 덩달아 춘심으로 달아오르겠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방문 시 인용했던
고금현문(古今賢文)의 명구를 다시 보자.
一花獨放不是春 꽃 한송이가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百花齊放春萬園 온갖 꽃이 만발해야 비로소 봄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明者因時而變 현명한 사람은 때에 맞춰 변화한다.
시진핑의 의중이나 행간의 뜻은 접어두고 봄에 필 꽃이 만발해야 봄이란 말이다.
벌써 남녁의 매화꽃과 목련은 이미 졌고, 이제 동백꽃과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폈다.
아침 저녁으로 여전히 쌀쌀하다고 해도 이제 봄은 봄이다.
막상 진달래축제장에 도착하긴 했으나 시간은 벌써 11:20분
남쪽 끝이다 보니 서울에서 출발한지 네 시간 10분만에 도착했다.
축제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양옆으로 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고, 그 틈을 이용하다 보니 지정체가 반복된다.
겨우 20여 분만에 하차 후 산행을 시작해보지만, 전국에서 몰려든 상춘객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가 산으로 오르기도 만만치 않다.
내려오는 사람들과 올라가는 사람들이 뒤엉켜 잠시 오른다 싶으면 이내 한참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잠깐 올라와 고도를 높이자 진달래는 아래 쪽과는 달리 반도 안 폈다.
건너편 능선이다. 이 능선 정상에 오른 후 잠깐 저 능선으로 넘어가 볼 예정이다.
여수화학단지
금년 여수 진달래축제는 03.31(금) ~ 04.02(일)까지로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진달래축제 기간이면 진달래꽃이 절정이겠단 생각을 갖고 왔으나 초입에만 절정이고 정상엔 겨우 30% 정도 만개다.
정상은 4월 둘째 주말인 8일~9일이 제법 절정이겠고, 4.15~4.16일까지 방문해도 정상 부근의 진달래는 남아 있겠다.
이곳이 약 5부 정도의 능선인데 절반도 채 피지 않았다.
올라올 때 바라보던 건너편 능선으로 내려가다 중간에 다시 돌아 올라온다.
영취산은 봄엔 지달래꽃이 좋고, 가을엔 억새군락지가 제법 볼만하겠다.
전망대
전망대에서 다시 보는 진달래 풍경
날씨는 맑은데 큰 구름이 태양 주변에 얼씬거리다 보니 구름에 가려 그늘이 자주 진다.
구름만 없어도 한결 보기 좋은 풍경일 텐데, 다소 아쉽다.
누군가 영취산 진달래, 마산의 무학산 진달래, 창녕 화왕산 진달래가 우리나라 3대 진달래 군락지라고 했다.
어제 마산 무학산의 진달래꽃밭을 다녀왔으나 정상엔 아직 꽃망울조차 보이지 않아 그 진가를 알 수 없었다.
창녕의 진달래는 정상 부근의 억새군락지를 지나 산비탈 경계에 잠깐 피어난 걸 갖고 3대 진달래 풍경이라고
말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예전 교통이 불편한 시절 영호남 사람들이 근교 진달래를 평가하던걸 우리나라 전체로 확대한 느낌이라
이 말엔 동의할 수 없다.
내 생각엔 영취산 진달래, 대구 비슬산 진달래,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가 지역적 분포나 진달래 꽃밭의 규모로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영취산 암릉구간
영취산은 한국의산하에서 100대명산을 만들기 전인 20~30년 전엔 우리나라 100명산에 속했다고 한다.
여수화학단지에서 올라오는 냄새 때문인지 이젠 그 명성에 퇴색해 200명산으로 밀려나긴 했어도 여전히 멋진 산이다.
사진을 찍는 이 순간에 또 구름이 가려 배경이 어둡다. 암봉과 어우러진 봉우리가 제법 멋진데...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 마지막날이란 말에 속아 전국에서 몰려든 상춘객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든데 거의 50분이란 시간을 사람들에 밀려 겨우 오를 수 있었다.
그러니 누군가 끼어들기라도 할라치면 이내 언성이 높아질만큼 서로 조심하고 경계하는 게 전과는 많이 달라진 질서의식이다.
뒤돌아 보니 평상시라면 이 구간을 걷는 시간은 겨우 5~6분에 지나지 않겠지만,
저 서너 겹의 줄이 나중에 계단을 올를 때 한 줄로 정리되자면 거의 40~50분 이상은 족히 걸린다.
그러니 어디서든 끼어들기를 한다는 그는 욕을 바가지로 먹을 각오를 하지 않고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러니 정상엔 꽃보다 상춘객의 날카로운 심기만 번뜩거린다.
시간이 없어 오늘까지 영취산 진달래꽃을 보지 못했다고 서운해 할 사람은 다음 주말이 피크니 그 때 오시라.
봉우재까지 내려오자 갑자기 진달래 꽃밭이 나타난다.
이곳엔 행사장이 설치돼 흥겨운 노래 한마당이 펼쳐지지만, 늘 그렇듯 마이크를 사용하는 고성방가라 듣기에 따라 매우 씨끄럽다.
싸구려 도때기시장 같은 이런 풍경은 어느 세월에나 없어질까?
올라올 땐 경사가 심해 진달래꽃을 제대로 보기도 힘들었는데,
이곳에서 비교적 차분하고 가깝게 진달래 군락지를 볼 수 있다.
영취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풍경인데, 고도가 좀 낮다보니 다음 주엔 다 시들겠단 생각이다.
역시 이런 군락지에 활짝 핀 진잘래를 담기 위해 틈이 있는 곳엔 사람들이 인증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으니 찍고 또 찍자.
지나 온 능선 다시 보기
봉우재 행사장과 진달래 군락지
영취산에서 많은 인파에 시달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의 회원들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저 봉우재에서 하산해 시간을 줄인다.
난 아직은 여유 있기에 당초 제시된 시루봉과 영취봉을 지나 흥국사로 하산한다.
영취산의 유래
영취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석가모니가 최후로 설법했던 인도의 영취산과 산 모양이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옛 문헌인 동국문헌비고에 따르면 영취산은 흥국사 동남쪽에 위치한 439m의 봉우리다.
동북쪽 봉우재를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510m 봉우리가 진례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두 산을 아울러 영취산이란 이름으로 통용되어 왔으나 최근 옛 지명찾기 일환으로 진례산과 영취산으로 나눠 부른다고 한다.
안내문 옮김
시루봉
멀리서 다시 보는 시루봉
시루봉을 지나 마지막 하산길은 너덜길이 길어 고생 좀 했다.
내 생각에 시루봉까지 보면 되돌아 가 봉우재에서 하산하는 게 훨씬 좋겠단 생각이다.
올라올 땐 차가 막혀 다섯 시간 반 걸렸으니 왕복 꼬박 열 시간 걸린 영취산 진달래 산행이다.
차 타는 게 징글징글 하다.
때를 맞춘다는 건 참 어렵다.
지자체에 주관하는 지역별 꽃축제는 꽃이 가장 화려할 때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대략 한 달 전에 일정이 잡히다 보니 그간 날씨가 며칠 춥거나 비라도 내리면 개화시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번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가 그런 경우인지 모르지만, 정상의 진달래는 일주일 정도 지나야 피크겠단 생각이므로 시가가 조금 빨랐다.
축제 기간에 맞취 가다보니 꽃은 부족하고 사람에 치인 산행이 되었다.
시간이 된다면 이 봄에 다시 가고 싶은 곳이지만, 이 봄에 또 할 일이 많으니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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