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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전라도·광주

전남 곡성 동악산 공룡능선 신년산행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7.01.07.토 10:38~15:48(이동시간 5:10, 이동거리 10.72km)  날씨: 흐림



이번 주말엔 어느 산으로 갈까?

늘 고민이다.

겨울엔 당연히 눈꽃산행이나 상고대, 눈 산행 위주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산행지로는 덕유산, 태백산, 지리산, 설악산, 소백산, 선자령 등이 순위권에 속한다.

순위권 설산 외에도 눈꽃 명산은 수없이 많으니 이를 다 보기엔 겨울이 너무 짧다.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주말 이틀을 연거푸 산행하자니 주초엔 노곤하게 감겨오는 잠과 싸워야 한다.

주말엔 산에서 추위와 바람, 체력과 싸워야 한다면, 주중엔 쌓인 피로와 맞서야 하니 고민이다.


겨울엔 특히 날씨에 민감하다.

어느 지역에 폭설이라도 내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 지역 산행에 나서야 한다.

땅은 물론 나뭇가지에도 눈이 쌓여 있으면 산행에서 느끼는 행복지수는 쑥쑥 올라간다.

눈이 많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무박 산행이 아니라면 이미 여러 등산객들로 러셀은 되어 있으니 산행이 크게 어려울 것도 없기때문이다.


여러 산악회를 검색하며 맘에 드는 산행지를 쇼핑한다.

겨울에 들어선지 근 한 달이 넘었지만, 소위 말하는 설산 명산엔 별로 눈이 없다.

산악회마다 여기 저기 들어가보니 특별히 갈만한 곳은 보이지 않고 전남 곡성에 있는 동악산이 눈에 띈다.

동악산은 계곡이 좋아 여름에 가장 인기가 많으나 겨울 산행으로도 괜찮겠다싶어 가기로 한다.

보통 20명 이상 회원이 모집되면 산행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데, 다행히 성원을 초과하여 30명이 신청했다.

옆자리에 배낭 놓고 편하게 갈 생각에 동승자가 없기를 바래보지만, 산악회에서 옆자리에 누군가 배정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는 내 강력한 염력이 닿았는지 그가 뒷자리로 이동하여 편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동악산 공룡능선 등산코스




도림사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의 말사이다.

원효대사(617-686)가 도림사를 창건할 당시에 풍악소리가 온 산을 진동해 산 이름을 동악산(動樂山)이라고 했다.

이때 도인들이 절에 숲처럼 모여들었다하여 절 이름을 도림사(道林寺)라고 지었다.


절 앞의 암반계곡을 흐르는 계곡이 아름다운데다 깊지 않은 물 웅덩이도 많아 아이들 놀기도 좋다.

계곡과 연계된 캠핑장이 있어 여름철엔 가족 나들이로 인기가 많고 계곡 산행지로도 각광을 받는다.




일주문에서 도림사까지 약 200여 m에 이르는 계곡은 거의 암반 계곡이다.

이곳 암반은 거의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암반으로 지금껏 이렇게 큰 암반은 보지 못했다.

계곡의 암반은 굴곡이 지긴 했으나 라운드가 부드러운 평면이 더 많고 물 웅덩이도 있다.

이런 평편한 암반 곳곳엔 시인묵객의 이름과 시가 많이 새겨져 있어 한자를 읽어가는 재미도 있다.

도림사에서 200~200m 올라온 지점의 암반에도 이런 한시와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엊그제 도솔님과 메신저를 할 때 동악산에 공룡능선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여러 지도를 검색하여 겨우 공룡능선의 위치를 확인해 들머리를 찾았지만, 비탐방로인지 코스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다. 

캠핑장 주차장에서 2.5km, 도림사에서는 1.2km 지점의 도림제4철교를 지나며 좌측에 보이는 봉우리로 진입해야 한다.

제4철교는 배너머재로 가는 철교이므로 공룡능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 20~30m 왼쪽 계곡으로 더 들어간다.

공룡능선 들머리에 몇 개 걸려있는 리본을 따라가면 이런 바위투성이의 계곡을 따라 200여 m 정도 오르게 된다.

나무가 자랄 수 없어 길로 이용되는 너덜은 거의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으므로 동물적 감각에 의존해 잘 찾아 올라가야 한다.


새벽에 신사동에 오는 버스에서 우연히 그림사랑님을 만났는데, 도솔님과 마찬가지로 공룡능선 얘기를 한다.

그림사랑님은 설악산 외에 천성산, 신불산, 간월산의 공룡능선은 타봤으나 이곳 동악산의 공룡능선은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전국의 공룡능선을 검색을 한 결과, 거제 가라산과 대구의 산성산, 비파산 대덕산을 포괄하는 '앞산'에도 공룡능선이 있다.

거제와 앞산의 공룡능선은 거리나 중요성이 떨어지므로 생략하고 기회가 되면 신불산과 간월산 공룡능선을 올라봐야겠다.


200여 m 정도 오르면 왼쪽 나뭇가지의 리본을 따라 왼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비로소 본격적으로 공룡능선을 타는 길을 만난다.

혹여 리본을 놓치면 두 번째로 와이어가 오른쪽 사진과 같이 길을 안내하듯 왼쪽으로 구부러져 있으니 길을 놓칠 염려는 없다.

왼쪽 길을 따라가면 비로소 흙길이 나타나므로 공룡능선에 오르는 확실한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드디어 공룡능선에 오르는 길로 접어들었으나 왼쪽에 위험한 암봉을 피해 안전하게 우회하는 사면길로 가게 된다.

굳이 어렵게 길을 찾아 공룡능선에 왔다면 위험하더라도 스릴을 즐기자는 생각에 나무를 헤치며 암봉에 올라탔다.

얼마간은 어렵지 않게 때론 위험해도 그런대로 암봉을 잘 올랐는데, 드디어 큰 난관에 부딪친다.

바위가 높은 데다 손을 잡을 홀더나 발을 디딜 공간이 없다.

내려가자니 지금까지 올라온 구간을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

릿지라는 게 올라올 땐 눈 앞에 보이는 홀더를 보이는 대로 이용하면 되지만, 내려갈 땐 발을 어디에 디딜지 안보이는 경우가 많아 더 어렵다.

잠시 이리저리 살피며 올라갈 공간을 찾았지만, 마땅히 올라갈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때, 바위 위로 소나무 한 그루가 위로 큰 게 아니라 바닥을 깔고 바위 밖으로 흘러나온 게 보인다.

게다가 바위 앞에 내 체중을 견딜 정도의 작은 참나무에 오른발을 딛고 왼손으로 소나무 가지를 잡았다.

오른발로 참나무를 힘껏 밀며 몸이 오르는 반동을 이용해 오른손으로 더 윗쪽의 다른 나무 밑둥을 잡고 겨우 바위를 오를 수 있었다.

날씬한 내 체중 정도라야 견딜 수 있는 참나무와 소나무다.

불과 150여  m의 암봉구간을 오르는데, 30여 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짧은 거리에서 흘린 땀과 체력이 나머지 10.7km 구간의 이동만큼이나 힘들었고, 산행을 끝낸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한다.

설악산 공룡능선이 열 시간 정도의 긴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면,

동악산의 공룡능선 들머리인 도림제4철교부터 형제봉까지 2.1km는 안전한 우회길을 이용하면 두 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짧은 코스다.



그 위험한 암릉 구간을 지나며 잠시 후 가게 될 건너편 능선을 본다.

하지만, 공룡능선에서 지체된 시간이 많아 동악산 표지석이 있는 건너편 능선은 생략하고 배넘어재에서 바로 하산한다.


좀 더 당겨본 풍경


마찬가지로 건너편 능선인데 저기가 동악산 북봉(735m)으로 동악산 표지석이 있어 정상인 것처럼 인식된다.  


앞으로 오르게 될 공룡의 등뼈다.

뭐 크게 위험해 보이진 않지만, 들머리에서 너덜길을 지나야 하고 이정표가 없으니 찾는 사람들이 없어 오늘은 나 혼자 전세냈다.


새벽부터 나오다보니 아침이래야 초코파이 두 개를 먹고 휴게소에서 잠자 찐거를 먹은게 전부라 진작부터 배가 고프다.

쉬면서 점심을 먹으려니 능선이라 바람이 불어 사진에서 보이는 바위가 바람을 막아주고, 우측에 제법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식사를 한다.  




말이 공룡능선이지 막상 능선에 올라타 정해진 등로로만 오르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다.

다만, 암봉구간의 엎다운이 심해 체력 소모가 많다.




드디어 만나는 암봉과 사진에선 보이지 않지만 암봉 오른쪽 공간에 식사 장소가 있다.




좀 전에 식사를 하고 넘어온 봉우리 일대는 아래쪽에서 보던 풍경과 사뭇 다르다.


좀 더 올라와 지나온 봉우리를 보니 제법 공룡능선이란 명칭이 헛되지 않다.


공룡능선을 얼만큼 오르다보니 왼쪽으로 작지만 암봉이 멋진 구간이 나온다.

그 구간을 잠시 왕복하며 담아본 공룡의 등뼈, 그 등뼈를 아작아작 밟으며 즐겨본 동악산의 진경이다.


동악산 공룡능선의 마지막 불꽃놀이터인 부채바위  

이 공룡능선을 이용해 동악산을 원점회귀하는 산행을 한다면 대략 여섯 시간 30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바위를 지나기 전에 길상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그 구간부터 등로가 정비되어 나무 계단도 만들었으니 공룡능선의 마지막 구간은 보다 쉽게 오를 수 있다.

형제봉 오르며 보는 공룡능선의 마지막 바위는 부채바위다. 마지막 불꽃을 이 부채바위에서 태우고 간다.  


깃대봉에서 정상인 형제봉으로 올라오기 전 마지막 봉우리로 형제봉 앞에 있다고 앞봉이다.

대부분의 회원은 이 구간의 능선으로 올라와 형제봉, 대장봉을 찍고 동악산을 한 바퀴 돌아 원점회귀 산행을 한다.


형제봉 정상은 750m로 동악산의 실질적인 정상인 셈이다.

10:38부터 산행을 시작해 13:25에 형제봉에 도착했으니 공룡능선을 끝내는데 두시간 50분 정도 소요된 셈이다.

이번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다섯 시간 30분 중 이제 겨우 제대로 된 능선을 잡아탔는데, 거의 절반의 시간이 소비됐다.

이곳 형제봉(750m)이 동악산 동봉으로 최정상이고, 동악산 표지석이 있는 건너편 북봉은 735m로 서봉(744.5m)보다 낮다.

동악산 북봉까지 가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해 대장봉을 지나 배넘어재에서 하산할 생각이다.


건너편 대장봉(서봉)까지 부지런히 걸어보지만 안부를 지나 다시 올라가야 하므로 시간이 좀 걸린다.


왼쪽 공룡능선의 부채바위와 오른쪽 정상인 형제봉

형제봉은 앞서 본 앞봉과 나란히 있어 형제봉이란 이름이 생긴 모양이다.


이곳이 대장봉(서봉) 정상으로 745m이다.


서봉에서 좀 지나가는데 동악산 북봉을 찍고 반대로 하산하는 산악회 회원 두 명을 만난다.

배넘어재에서 부부회원 한 쌍을 만난 후 북봉으로 갈 시간이 부족해 청류동계곡으로 하산한다.

하산하며 무진장 고생했던 공룡능선의 암봉구간이 보이길래 잡아본다.



계곡은 거친 능선과 다르다.

다이나믹 한 공룡의 거친 등뼈를 발바닥이 아프도록 찔끔거리며 걸었다면 이곳 청류동계곡은 암반이 200여 m 정도나 유장하게 펼쳐져 있다.  


청류동계곡의 암반은 끊어지지 않고 끝없이 연결되어 있다.

중간중간 무릎높이도 안 될 정도의 이런 웅덩이가 있으니 어린아이가 놀기도 좋겠다.

주변에 캠핑장소가 있어 여름철 물놀이 공간으로 그만이다.


연속된 웅덩이와 암반의 모습


오른쪽 주부자의 시처럼 이곳 암반은 수많은 이름과 시들이 새겨져 있다.

풍류를 아는 신인묵객들이 암반을 종이처럼 이용해 후세들에게 좋은 글귀를 선물로 남긴 흔적들이다.


도림사 계곡은 지방기념물 제101호로 지정된 자연 발생유원지다.

근교에 산다면 여름철 이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피서를 하는 것도 좋겠다.


동악산은 블랙야크가 지정한 100명산 중 하나다.

우연히 알게 된 공룡능선을 탄다고 산악회에서 제시한 구간은 절반밖에 타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 다섯 시간 10분 동안 이동한 거리가 10.72km나 되니 제법 탈만큼은 탄 셈이다.


지난 새해 첫날 새해 일출을 보겠다고 가볍게 북한산 대동문까지 오른 이후 올 들어 실질적인 새해 첫 산행인 셈이다.

첫 산행부터 공룡능선 암봉 구간을 빡세게 올랐으니 나머지 산행은 순탄하게 잘 마무리 되길 기원해본다.


캠핑장에 있는 멋진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