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7.1.14.토 10:07~15:52(이동시간 5:45, 이동거리 9.96km) 날씨: 맑음(영하 20℃ 전후)
지난달 동지를 지나면서부터 낮의 길이가 길어졌지만,
일출시각은 오히려 더 늦어져 2016.12.31.부터 그제인 2017.1.12.까지 일출은 07:47을 정점으로 가장 늦게 떴다.
어제부터 07:46을 시작으로 일출이 점점 빨라져 이달 말 일출은 07:37으로 연초보다 10분 빨라진다.
지방 산행은 보통 10:30 전후에 현지에 도착하니 일출이 늦든 빠르든 상관없지만, 근교 산행이라면 좀 달라진다.
일찍 집을 나서면 일출을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새벽 산행을 하지 않는 한 그런 기회도 흔치는 않다.
차라리 무박 산행을 나서면 일출은 볼 수 있으나 기회가 별로 없어 산에서 일출을 본다는 건 연중행사에 속한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땐 컴컴한 밤이었으나 가리왕산 들머리에 도착하니 10:00, 날씨는 더없이 맑다.
가리왕산은 여름엔 계곡 산행지로, 겨울엔 심설 산행지로 알려져 있다.
눈 구경이라도 할까 싶어 강원도 오지를 찾았는데, 겨울 가뭄이 하차 지점엔 눈이 거의 없다.
산행을 처음 시작할 때인 2010년 전후엔 눈이 많아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기까지 하였는데, 요즘은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기후변화와 남획에 따른 어장관리 실패로 연근해에서 명태는 잡히지 않는다더니
겨울 산행에서 눈을 본다는 게 요즈음 명태 구경만큼 힘들어졌다.
그래도 지난 연말 도봉산과 함백산, 선자령에서 제법 눈을 보긴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한동안 봄날처럼 따듯하더니 갑자기 한랭전선이 몰아쳐 기상청에서 발표한 가리왕산은 영하 22℃~영하 19℃이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울 뿐 아니라 풍속도 초속 15~13m로 불어닥쳐 체감온도는 영하 30℃를 훨씬 밑돈다.
겨울 들어서며 장만한 구스다운을 처음으로 준비한 것은 물론 브린제 고소내의까지 꺼내 입었으니 추위는 견딜 만 하겠다.
문제는 이런 추위에 카메라 작동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혹한에 맞서 혹여 정상에 남아있을지 모를 눈이나 서리꽃을 보기 위해 발을 내디딘다.
하차 지점의 계곡은 얼음으로 꽁꽁 얼었고 눈은 보이지 않는다.
2.6km 지점에서 임도와 만난다.
내 카메라가 겨울에 날씨만 추우면 작동이 잘 안 돼 큰딸 카메라를 지참했다.
녀석이 타이머를 설정해 놨는데, 10초 후에 한 번에 10장이 찍히게 설정됐다.
아무리 해제를 하려해도 방법을 찾지 못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꺼냈더니 바로 꺼진다.
배낭 가슴걸이 줄에 스마트폰 케이스에 집어놓은 게 날씨가 너무 추워 꺼져 버린 것이다.
케이스에서 꺼내 바지 주머니에 넣고 200여 m를 더 올라가 식사를 한 후 꺼내니 그때서야 체온에 풀려 작동이 된다.
이후 산행내내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산행을 시작하여 4.3km 지점에 있는 가리왕산 정상까지는 내내 오름의 연속이다.
산행 들머리가 해발 376m인데, 정상이 1,562m니 꼬박 1,180여 m를 올라야 한다.
지난 연말에 다녀왔던 함백산(1,573m)은 들머리인 만항재가 1,275m로 정상까지 불과 300여 m만 오르면 됐다.
그에 비해 거의 네 배 수준인 고도를 올라야 하니 제법 힘들단 소리가 나올만 하다.
한 발 한 발 놓치지 않고 발을 디뎠기에 결국 정상에 올랐다.
올라오는 길은 무난한 육산이니 크게 힘들건 없지만, 고도가 높다보니 은근히 압박을 받는다.
영하 20도에 바람은 초속 15m 정도로 예보되었으나 추운 날씨치고 바람이 없어 오르는 동안 겉옷은 벗고 정상부터 하산할 때만 입는다.
가리왕산은 한국의산하와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에 들었다.
여름엔 계곡이 좋고 겨울엔 눈이 많아 명산의 반열에 올랐겠지만, 눈은 있으나 오늘 산행으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하지만 언젠가 거쳐야 할 관문이니 오늘 즐거이 산행에 나선다.
한 번에 열 장씩 찍히게 세팅에 되어 있어 찍히는 동안 조금씩 이동하며 잡아본 주목의 모습이다.
워낙 빠르게 찍히다보니 조금 이동이 빠르면 사진이 흔들리는데, 이 중에 괜찮게 나온 사진이다.
정상에서 중봉으로 내려가려고 사전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장 공사로 길이 막혀있다기에 마항치삼거리를 지나 어은골로 하산코스를 잡는다.
주목나무이긴 하나 다소 아쉬운 크기인데다 너무 평범한 모습이다.
상천암, 이곳이 꼭 해발 1,000m 지점이다.
올라오던 길 만큼이나 하산코스도 경사도가 빠르다.
간혹 이런 암봉을 몇 군데 보기도 하지만 물소리가 우렁찰만큼 경사가 있어 계곡이 크게 언 곳은 없다.
아래쪽의 암봉인데 윗쪽이 상천암이라면 이곳에 하천암이란 이름이 어울리겠다.
어은골임도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쉰다.
올라올 때 만났던 임도와 연결되긴 하는데, 지도를 보니 이리 저리 돌고 돌아 한참을 가야 만난다.
흐름이 느리니 얼음이 얼고...
천일굴이라던가? 특별하지 않으니 굳이 들릴 필요도 없다.
바로 이 다리만 건너편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휴양림 이용자가 산책삼아 이 다리를 건너겠다.
여름에 폭우가 내리고 무용지물이 될만큼 부실해 보인다.
휴양림에서 운영하는 팬션 중 일부
산악회 버스를 몰고 온 기사분도 함께 정상을 찍고 하산하여 버스를 이곳까지 몰고 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잠시 버스를 기다리며 휴양림 사무실 앞 계곡을 산책한다.
휴양림 이용객을 위한 다리
산림청에서 이곳에 휴양림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수익을 내기엔 많이 부족해보인다.
오히려 휴양림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겠지만 국민의 여가생활을 위한 일이라면 국가에서 나서는 게 맞다.
힘든 산행이었던데 비해 다소 싱거운 산행으로 끝났다.
중봉으로 하산하는 청주의 어느 산악회를 보긴 했으나 내일도 산행해야 하기에 중봉은 피하고 어은골로 하산했다.
마을과는 달리 산엔 눈이 많았으나 나무에 눈이 없어 눈속을 걷는다는 기분은 별로 들지 않았던 산행이다.
'■ 지역별 탐방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태극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홍천의 금학산 (0) | 2019.05.20 |
---|---|
횡성 모임과 풍수원성당 (0) | 2019.05.20 |
박경리 문학공원 건성건성 보기 (0) | 2019.05.20 |
금학산 고대산 눈꽃산행 (0) | 2019.05.19 |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과 태기산 트레킹 (0) | 2019.05.15 |
백우산과 용소계곡 (0) | 2019.05.09 |
사자산 백덕산의 눈꽃 비경 (0) | 2019.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