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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응봉능선과 형제봉능선의 설경

by 즐풍 2019. 5. 21.

 

 

 

 

2015.11.28.토 09:13~15:56(6시간 43분 산행, 14.4km 이동)    날씨: 가루눈 내린 후 하산할 때 갬

 

어제 영하 7도까지 떨어졌던 날씨가 오늘은 조금 풀려 영하 2도다. 한겨울이라면 추위에도 제법 면역이 돼

이런 날씨는 별게 아니겠지만, 올들어 처음으로 불어닥친 추위라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혹한기라도 등산을 시작하면 몸에서 열이 나 결국은 땀까지 흘리게 된다. 하여 덥다고

겉옷을 벗으면 냉기가 파고들어 감기 걸리기 딱 알맞은 날씨다. 워낙 약골이라 겨울철 이런 날씨에 몇 번을

속으며 콧물감기를 달고 다녔는지 모른다.

 

갑작스런 추위에다 가루눈이 내려 등산하는 사람도 기온만큼 떨어져 별로 없다. 단풍 절정기 때의 혼잡스

러움에 비한다면, 이런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그래도 산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잎이 피기 시작한

봄부터 낙엽이 진 가을까지 입었던 두터운 옷을 벗어버린 나목의 산을 오른다면 비로소 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숲에 가렸던 능선이나 계곡의 선이 보이고 암릉 등 숨겨진 진경을 볼 수 있으니 겨울 산행이야말로 진정한

등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추위가 주는 즐거움의 또 하나는 살인진드기의 위험에서 벗어난 안도감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

이 수풀을 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늘 두려움을 부담으로 안고 다녔는데, 적어도 내년 4월 초순

까지는 온 산을 종횡무진하며 거칠 것 없이 수 다닐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상고대는 물론 눈이 오면 눈을 헤집으며 설화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겨울산행의 이 모든

즐거움이 성큼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들리는 장기 일기예보를 보면, 온겨울은 강한 엘리뇨현상

으로 폭설이 예상된다니 즐거움은 한껏 커질 전망이다.

 

 

등산코스(진관사-응봉능선-형제봉-북악 팔각정)

 

 

 

하나고등학교에서 진관사로 가는길인 산행들머리에 은평역사한옥발물관이 새롭게 개관했다.

내일까지 무료관람기간이라 들어가본다. 박물관엔 2005년부터 은평뉴타운 개발과정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박물관 일대가 한옥마을로 조성되고 있어 우리의 전통 주거공간인 한옥관련 문화콘텐츠도

전시 체험하도록 꾸며졌다. 우리 주변엔 이런 크고 작은 박물관이 많이 생겨 작고 사소한 유물이라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고양군 고지도는 산과 물길 중심으로 그려 몇몇 지명을 빼곤 잘 모르겠다.  

지도를 좀 더 자세히 보면, 산과 내(川)가 주류고 도로는 표시가 없다. 당시 일산은 아예 표시도 없고 서울 가는

길목인 벽제의 관공서인 동헌, 창고, 객사 그리고 사직과 향교가 그려져 있다.

향교와 함께 서원도 중요했는지 문봉서원이 표시되고, 서울 가는 길엔 박석고개(박석현)도 보인다.

지금이야 박석고개를 지날 때면 이게 무슨 고개인가 싶어도 당시엔 중요한 고개길이었던 모양이다. 

왕실이 가까이 있다보니 왕릉 표시가 많은 특징도 보인다. 한강변엔 박만도란 섬도 표시돼 있는데, 어디쯤인지....

 

 

 

 

수령 280년 된 느티나무는 현재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오가는 길손에게 쉼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진관사

 

 

요 며칠 비가 제법 오더니 물을 보기도 힘든 진관사계곡이 오늘은 제법 시원한 물줄기를 보여준다.

 

 

밀가루눈이 꾸준하게 내려 카메라는 배낭에 집어놓고 아이폰을 꺼내 새로 생긴 나무꼐단을 찍는다.

전엔 매우 어려웠던 구간에 이런 시설물이 생기고 전망대까지 만들었다. 내가 낸 세금이 이런 좋은

일에 쓰여야 하는데, 가끔은 눈먼돈이 돼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고 간혹 탈이 난 뉴스를 보면 속터진다.  

 

 

 

진관사계곡에서 응봉능선으로 오르는데, 갑자기 후다닥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멧돼지 여덟마리가 내 인기척에 놀라

건너편 산으로 도망간다. 스틱을 사용하는데 바위에 부딛치는 소리에 놀라 사람도 보이기 전에 피하고 보는 것이다.

맨 앞에 어미가 길을 내고 뒤이어 새끼 세마리에 뒤로는 같은 무리다. 눈이 내려 배낭에 둔 카메라를 꺼낼 시간도 없

고, 아이폰을 잡기에도 너무 빨리 달아나 그냥 그놈들의 행동만 지켜본다.

 

북한산에서 먹이를 찾는다고 땅을 뒤덮어 놓은 건 많이 봤다. 구기동이나 평창동쪽에 멧돼기가 내려와 사살했다는

뉴스는 많이 들었어도 사람들로 둘러싸인 북한산에서 오늘처럼 눈앞에서 바라보기는 처음이다.

이런 산에서 도토리나 밤을 줏어가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결국은 그들이 한겨울에 먹이가 부족한 이런 야생동물을

민가로 내모는 꼴이다. 숲이 동물에게 주는 선물을 인간이 훔치는 몰상식한 일이 여전히 행해진다.

 

 

 

 

한겨울이라면 아래처럼 얼음이 바위를 덮을 텐데, 이제 막 얼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위 아래가 같은 바위다.  

 

 

 

이 암봉을 그렇게 많이 지나다녔어도 우회하는 길이 있다는 걸 오늘에야 처음을 알았다.

등산화 바닥이 많이 닳아 위험을 피하고 우회로로 빠져나간다.

 

 

사모바위에서 보는 비봉, 우측 관봉은 겨우 윤곽만 보인다.

 

 

사모바위

 

 

오늘 목표는 응봉을 거쳐 형제봉과 북악산을 타는 제법 긴 거리다. 물론 산만 타는 게 아니라 트랭글에 이 세 봉우리의

배지를 취득하는 건데, 응봉은 진관계 계곡으로 오르다보니 놓쳤다. 사모바위에서 문수봉을 경유해 대성문에서 형제봉

으로 하산해야하지만, 승가봉 이후는 생략하고 바로 질러가기로 한다.

산행을 끝내고 산행지도를 다운 받아 정리하며 보니 괜히 힘만들었지 정코스로 가는 게 훨씬 빠른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눈 내린 낙엽에 세 번이나 미끄러져 팔꿈치에 상처까지 생겼다.

 

무인지경에 이런 돌담을 쌓은 터가 보인다. 길이가 약 15m, 높이는 3m 정도로 무슨 건물이 있던 터 같다.

 

 

북악터널과 정릉터널을 지나 여래사다. 여기서부터는 북악산에 속한다.

 

 

겨울철 북악산 입장시각은 오후 3시까지다. 부지런히 걷는다고 했지만, 마지막 구간에서 길이 헷갈려 시간을 놓쳤다.

결국 북악산은 포기하고 팔각정을 끝으로 평창동으로 하산해 뜨끈뜨끈한 삼선짬뽕으로 추위와 허기를 달래며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