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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가야산

가야산 만물상능선과 우두봉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4.12.27.토 06:00-15:00(9시간 산행)         날씨: 맑음


 

한 해를 마감하는 산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가까이 북한산 능선 어디라도 올라서서 낙조를 바라보며 한 해 동안 걸어온 산행의 의미를 되짚고 내년을 기약하면 좋겠다.

그러자면 산행은 오후에 시작하고 하산길은 랜턴에 의지할 수밖에 없겠지만 어느 코스든 눈감고 다녀도 될 만큼 지리는 훤하니 문제될 건 없다.


이런 고민 중에 가야산 공지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만물상능선은 두 번이나 다녀왔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하산길이 합천 해인사다.

이미 한겨울에 접어들었으니 고도가 높은 능선과 정상엔 상고대가 만발하여 눈이 시리도록 비경을 볼 수 있겠단 생각과

국가가 보증하는 국립공원이니 최상의 겨울 산행지 중 하나다.

게다가 아직 근처도 못 가본 해인사가 있으니 이 하나만으로도 다시 갈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같은 장소라도 이런 겨울이라면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비경을 보여줄 테니 밤길이라도 달려보자.

만물상능선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무박산행을 한다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산행 시작이 빠르면 하산도 빠를 테니 귀가 역시 빠르지 않겠나.


가야산은 한 시간 남짓 힘들게 오르면 노고를 보상이라도 하듯 능선으로 펼쳐진 기암괴석의 만물상에 시선을 빼앗겼던 기억이 있다.

산 이름이야 고대 가야국이 세워진 주변이라 가야산이라지만 가야국이 없었다면 분명코 악(岳)자 하나는 먹고 들어갔을 험산이다.

북한산이나 도봉산의 거친 암봉 보다 관악산의 동글동글한 바위에 가깝게 느껴진다. 

능선길에서 만나는 바위는 대부분 아담하니 위압감 보다 친근감이 느껴지만  막상 칠불봉이나 우두봉 등은 웅장함을 보여주는 산이다.


이렇게 바위가 많은 산은  설악산이나 관악산, 월출산과 함께 양산(陽山)으로 분류되며, 관악산이나 가야산은 화기가 많은 산으로 분류된다.

나이가 많고 무릎이 시원치않아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부드러운 육산이 좋겠지만, 아직은 조망이 시원하고 화려한 골산을 더 좋아 한다.

거기에 설악산이나 월출산의 장엄미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이런 겨울 험로엔 가야산이면 족하다.


생각보다 좀 빠른  4:15경 백운동에 도착해 나눠준 가래떡에 누룽지도 한 공기 먹고 여섯 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초반에 신청자가 많았으나 모임이 잦은 연말이란 특수성 때문인지 취소가 많아 29명이 단촐하게 가야산을 밟는다.


 

언젠가 한 번 건너편 능선인 남산제일봉을 다녀와야겠는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잊은듯 기다리면 언젠가 때가 오리니

당분간 묻어두고 지내자.




가야산 등산코스  


 

 



일출을 보자고 밤길을 달려왔는데 바다와 맞닿는 수평선 위까지 안개인지 구름막인지 제법 높게 형성되어 있다.

붉은 여명이나 찬란한 일출이 아니라서 태양신을 유일신으로 알고 온 신도들은 다소 섭섭하겠다.

 





이 사진만 놓고 보면 바위뒤로 칠불봉능선이 보여 만물상능선은 다 지나온 느낌이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만물상 탐색이 시작된다

 





월출이 시작되기까지 근 한 시간 반을 올라오면서 어둠에 잠긴 만물상능선의 일부는 그냥 지나치고 왔겠단 생각도 든다



가는 길목마다 만물상 하나둘씩 모여 있어 발길 옮길 때마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니 1년치 산행에 쏟아낼 감탄이 이곳 만물상에서 다 나온다



이런 비경을 왜 37년 동안이나 출입금지 구역을 묶어 놨을까?



만물상능선이 아니라도 정상으로 가르지르는 저 능선을 탄다면 좋겠는데, 시간 넉넉하고 지리에 밝은 현지인이 아니면 어림도 없겠다 



아직은 해가 중천으로 떠 오르지 않아 그늘진 곳은 어둡다



저런 비경에 계단을 설치하여 등로를 열기까지 또 1-2년을 소요되었겠다

 



 



 





눈 앞에선 그저 그렇거니 하며 지나와도 멀리서 한 번에 조망하면 전체적인 모습을 한꺼번에 보니 볼 때마다 다른 모습이다



상아덤을 가까이서 보면 큰 바위로만 보이지만 멀리서 봐야 윤곽이 잡힌다.

가야산은 대가야의 시조 설화가 서려 있는 산으로 조선8경에 해당한다.

달에 사는 상아와 바위의 지역 사투리인 덤이 합쳐진 말로 금관가야와 대가야의 시조 설화를 품고 있다.(안내문 편집)

 





상아덤에서 보는 칠불봉능선은 거리가 멀어 윤관만 보여 단조롭게 보이지만 막상 오르며 비경을 파헤쳐봐야 제대로 보인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는 칠불봉능선

 



 



 



 





어쩌다 시골길을 지나다가 바위틈이나 벼랑위에 서 있는 한 그루 소나무를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구불구불한 줄기와 뒤틀린 나뭇가지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모습을 본다. 세상의 풍상을 겪지 않고 자라는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척박한 땅에서 풍상과 싸워온 그 아픈 흔적을 소나무만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나무도 없다.                      이어령의 <소나무> 중 일부




우리나라 산림이 70%를 차지한다더니 앞뒤로 보이는 건 모두 산뿐이다.

호남평야에 우뚝한 월출산이나 올라가야 제법 평야가 보일까? 

도시근교가 아니라면 대부분 이렇게 온통 산으로 둘러싸였으니 가야할 산도 덩달아 많아진다.

 





저 눈길을 헤치고 돌고 돌아서 온 만물상능선도 여기서 보니 하나의 산맥으로 보일뿐 오던 길의 정겨움은 저 산맥에 숨어 버렸다



드디어 한 발 앞으로 더 다가선 가야산 정상인 칠불봉이 이제 한 눈에 잡힌다  



조금 더 당겨보면,...



아침 최저 영하 15도로 예상된 가야산을 오르면 상고대 비경을 볼 수 있겠단 생각은 혈기왕성한

덕이살레와 회원들이 들이닥치자 날씨가 풀어져 상고대는 간데 없고 맑은 날씨로 조망이 시원하다 



정상에 이르는 길은 작은 봉우리 몇 개를 더 넘어 숨은 턱에 막히고 다리는 풀어지고 뻐근해질 때즈음 그 모습을 드러내리라



드디어 정상이 코앞이다



고개를 돌리면 정상을 찍고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다시한번 찍어야 할 우두봉(상왕봉)도 보이고...  



1443m인 가야산 정상 칠불봉이다.

택리지에 "경상지역에 암석으로 된 화산(火山, 산봉우리가 불꽃처럼 뾰족뾰족 솟아나 있는 형태의 산을 일컫는 풍수지리 용어)이

전무한데, 오직 이 가야산만이 바위꼬챙이가 줄줄이 이어져서 불꽃이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듯하니 지극히 높고 또 수려하다.

임진왜란에 금강산,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이 모두 왜군이 들어오는 것을 면치 못했는데 홀로 오대산, 소백산 및 이 산에는 이르지 않았었다.

그래서 자고로 삼재가 들어오지 못하는 곳으로 일컬어졌던가보다. 안에 해인사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우두봉으로 내려가며 다시 보는 칠불봉은 역시 멋지다  

 





봉천대



소가 머리를 들고 누워있는 형상의 소 머리에 해당하는 우두봉을 점심 먹고 올라가 볼 예정이다  



지나온 칠불봉능선 다시 보기



더 길게 보는 주능선



가야산에서 마지막으로 탐방할 봉우리인 우두봉이다

 





봉천대에 자주 눈이 간다



우두봉은 상왕봉이란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하산길에 보는 우두봉



봉천대, 이게 가야산19경이라니 이 가야산에 얼마나 많은 비경이 숨어있단 말인가?



봉천대에 올라가 우두봉을 다시 본다.

 





저 높은 봉우리 뒤로 칠불봉이 있지만 아쉽게도 잡히지 않는다



하산길에 덤으로 보여주는 암봉

 





내려와 보는 봉천대 방향의 암봉



해인사 석조여래입상, 목과 다리부분이 잘린 걸 복원 해 놓은 것으로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초기에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릿대가 등로를 오가는 등산객을 맞아주니 하산길이 푸근해진다



해인사 경내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보지 못한게 아쉽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조계종 제11, 12대 종정을 지낸 법전스님의 다비식이 있어 혼잡하고 어수선하다.

하산을 끝내고 살레와버스를 찾는다고 주차장을 다 뒤지며 우연찮게 본 용문폭포는 덤이다.



이건 뭐 이름 없는 계류인가?



산악회 버스를 찾는다고 헤매다 어렵게 잡은 택시를 타고 버스에 오른다.

택시비를 부담한 회원님께 감사드리며 송년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