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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가야산

가야산 만물상능선과 공룡능선

by 즐풍 2019. 6. 27.










2018.07.28.토  11:07~16:55(전체시간 05:47, 휴식 시간 00:42, 이동 거리 9km, 평균 속도 1.7km/h)  흐리고 한 때 소나기



언젠가 우리나라의 공룡능선 모음집을 작성할 때 가야산에도 공룡능선이 있다는 걸 알았다.

공룡능선 모음집 ☞ http://blog.daum.net/honbul-/1266

사실, 가야산 정밀지도를 검색해봐도 공룡능선으로 표시된 구간은 없다.

일부러 표기를 안 한 건지 아니면 최근에 생긴 이름인지 알 도리가 없다.


이미 여러 번 만물상능선으로 가야산을 오르며 산세가 훌륭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

이런 만물상능선도 개방되는 데 꼬박 37년이나 흘렀으니 언젠가 공룡능선도 개방될 날이 있을 것이다.

조선 숙종 때 인문지리학자인 이중환이 '택리지'를 통해 가야산을 조선 12대 명산으로 꼽았다.

그는 `택리지'에서 가야산의 기암괴봉을 불꽃에 비유하여 석화성(石火星)의 절정이라며 극찬했다.


가야산 정밀지도에도 없는 공룡능선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웹 검색을 해봤다.

1999.12.23. 부산일보의 가야산 만물상코스 안내에서, "왼쪽엔 공룡능선이 나란하고 오른쪽엔 동성봉 능선이 오롯하다."며 처음 검색된다.

국제신문의 "근교산&그너머" 2004.1.8. <369> 가야산에서, "가야산 전체를 총칭해 석화성이라고 하지만,

그중에서 기암봉들이 촘촘히 밀집해 있는 곳은 주봉인 상왕봉의 남동쪽 일대 공룡능선과 만물상능선으로 흔히 석화성의 백미라고 불린다."고 했다.

이어 월간잡지 사람과산 2004.01.11.자 자경산인이 쓴 산행기에, "가야산 남부능선 혹 어떤 이는 가야산 공룡능선이라 부르기도 하고,

필자처럼 해인상아장릉으로 부르기도 하는 가야산 절경의 백미다."며 일반인도 점차 공룡능선을 언급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 나우콤과 하이텔이 처음으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실제 검색은 1999년부터 가능하다.

1999.12.23. 부산일보에서 처음으로 가야산의 공룡능선이 검색되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사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도에선 공룡능선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은 비 탐방로이기에 굳이 표시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산을 좋아한다는 나도 최근에야 가야산에 공룡능선이 있다는 걸 겨우 알았으니 그동안 허깨비로 살았다.


앞서 말한대로 "공룡능선 모음집"을 작성하며 가야산 공룡능선이 빠졌기에 하루라도 빨리 가야산을 다녀오려고 했다.

그동안 여러 번 산행 모집은 있었으나 만물상능선으로 올라가 정상 찍고 백운야영장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산행뿐이었다.

그러던 게 드디어 만물상능선으로 올라가 정상 찍고 해인사로 하산하는 산행이 있기에 비로소 합류한다.

이번엔 공룡능선이 목표이므로 만물상능선으로 오르다 공룡능선 분기점인 서장대에서 그토록 원했던 공룡의 등을 밟고 국일암으로 빠진다.


이번 산행에서 나만 혼자 공룡능선으로 빠지므로 만일을 위해 슬링과 20m 자일을 준비했다.

길은 모른다고 해고 이미 알음알음 많은 사람이 다닌 곳인 데다 대체로 능선을 따라가면 될 테니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속리산 산수유릿지나 칠보산 구봉능선, 월악산 만수봉암릉, 금수산 소용아릉, 북한산의 수많은 구간을 혼자 다니며 많은 단련을 거쳤다.

문제는 공룡능선의 비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차량을 놓치면 안 되니 적당히 즐기며 시간 맞춰 하산해야 한다.



가야산 공룡능선 등산코스






등산 경력이라야 이제 겨우 9년을 채워갈 뿐인데, 벌써 배낭을 몇 개 갈아 치웠다.

오늘 매고 나온 배낭도 지난주 덕유산에서 지퍼가 고장 나 동네 옷 수선점에서 고치려고 했더니 배낭전문점에서 고치라고 한다.

그 수선집은 등산용품 할인매장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데 나올 때 매장 사장이 18만 원짜리 배낭을 3만 원에 판다며 수선비보다 싸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서울로 택배를 보내고 나자 지퍼 수선과 가슴 조임끈 교체에 택배비까지 4만 5천 원이란다.

그간 몇 년 잘 써 몸에 맞는 데다 색상도 밝고 선명해 멀리서도 금방 찾을 수 있는 장점으로 수선하는 것이다.

수요일에 택배로 수선을 의뢰한 게 튼튼하게 잘 수선돼 금요일인 어제 도착해 오늘 산행에 매고 나왔다. 




만물상능선은 처음부터 된비알이다.

가야산을 탄다면 만물상능선을 빼놓을 수 없으니 올라가긴 하는 데, 올여름 들어 제일 더운 날이라 괜한 고생을 사서한다.






꼭 개울의 돌다리를 건너는 느낌이다.

제법 올라온 이곳까지 물에 잠기면 이미 세상은 멸망한 뒤겠지만, 혼자 생각에 물흐르는 계곡을 건너본다.






어딜 가든 말물상에 눈앞에 버티고 있으나 이미 정신이 헤롱헤롱할 만큼 더위에 지쳐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발을 앞으로 딛기조차 어려울 만큼 땀을 흘려 손수건은 물을 짜고도 남을 만큼 무거워졌다.






이 바위도 더위를 먹어 늘어지거나 흘러내릴만 한데, 꼼작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걸 보면 고생이 많다.









오늘 12시 전후로 소나기가 내린다더니 비가 올듯 날이 잔뜩 흐려선지 더 덥다.









산 놈은 제법 자태가 나오는데 왼쪽에 죽은 놈이 전체 사진을 망친다.

살아 한 때 서로 교감을 나누었을 형제가 이젠 옛 교감만 추억하겠구나.



어딜 봐도 멋지지 않은 풍경이 없다.

초봄 새순이 돋을 때나 가을 단풍들 때 왔다면 이런 고생도 없이 풍경에 도취되었을 텐데...



바위 하나 하나가 모여 만물상이 되었으니 이렇게 멋진 능선도 드물다.






나무테크의 난간이 나무이길 망정이지 쇠 파이프였다면 손에 화상이라도 입을 만큼 강한 더위다.






세워지고 눕혀지고 바위가 제각각이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오름 구간인 상아덤이다.

저 상아덤(서성대)에서 뒤로 돌아 혼자 공룡능선으로 하산할 생각이다.




상아덤

가야산은 대가야의 시조설화가 서려 있는 산으로 에부터 해동의 10승지 또는 조선 8경의 하나로 이름 높은 산이다.

이 상아덤엔 달에 사는 미인인 상아와 바위(岩)를 지칭하는 덤이 합쳐진 단어다.

가야산 여신 정견모주(正見母主)와 하늘 신 이비가지가 노닐던 전설을 담고 있다.

상아덤은 기암괴석의 봉우리로 가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물상능선과 이어져 있어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안내문 일부)


처음엔 이 상아덤이 서성대인줄 모르고 좀 더 지나가다 이정표를 보고 알았다.

이 서성대 뒤로 넘어가야 공룡능선과 만나는 길이 있기에 다시 되돌아와 길을 찾았으나 뚜렷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젠 그만큼 잘 이용하지 않는 구간이다.

전에 만물산능선 구간이 막혔을 때 공룡능선으로 타고 올라와 나머지 구간을 오르던 코스라고 하니 만물상구간이 뚫린 다음에야 별로 이용할 가치가 없어진 것이다.



상아덤을 거의 다 오를 즈음부터 빗방울이 떨어진다.

벌써 13:15이니 점심 먹을 때도 지난 뒤라 이곳에서 먹으려던 점심을 비 안 맞고 어디서 먹을 수 있을까 고민이다.

상아덤에서 5~6m 내려오자 넓적하고 큰 바위가 왼쪽으로 기울어지며 바위에 기대 그 아래 공간이 생겼다.

겨우 한 사람 들어갈 정도의 공간에 비를 피할 수 있어 그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막 비가 오기 시작해 제법 배낭을 적실만 할 때 다행히 비를 피해 점심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공룡능선에 접어든 후 상아덤 방향을 찍은 사진인데, 왼쪽에 비스듬히 누운 바위가 점심을 먹은 그 바위다.









공룡능선을 타며 찍은 만물상쪽 방향의 풍경이다.



나무 뿌리가 바위 사이를 타고 지나가며 팔을 내어주듯 길을 만들었다. 참 고맙다.



공룡능선에서 가장 멋진 풍광이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그리움릿지가 시작되는 곳이다.



왼쪽바위가 사자바위, 오른쪽은 공룡능선의 최고봉이다.

사실, 공룡능선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으나 아쉽게도 이 풍경 사진 하나로 끝이다.

날이 워낙 덥다 보니 나뭇가지를 헤치고 능선을 치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은 데다 하산 시간도 별로 남지 않아 이후부터 우회로를 이용해 하산하기도 바빴다.

그렇다고 나중에라도 다시 올 생각은 없으니 공룡능선은 오늘 맛보기 산행으로 끝낸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자









이 바위를 끝으로 나머지 구간은 시간상 우회했기에 더 이상 담을 풍경은 없다.









우측에 해인사로 하산하면 좀 더 하산길이 멀어지기에 왼쪽에 보이는 국일암으로 내려섰다.

이후 하산길은 제법 긴 시멘트길이라 바닥으로 전해지는 딱딱함으로 발의 피로가 급격히 쌓인다.

차라리 바위가 앞을 막고 절벽을 내려선다고 해도 그런 산길이 낳겠다.






이번 산행은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시간 안에 들어왔지만, 많은 회원이 늦어져 30분을 연장했으나 그 시간에 못들어 온 사람 둘을 빼고 버스가 출발했다.

물론, 그 두 분은 천천히 여유있게 하산한다며 먼저 떠나란 전갈을 줬다고 하니 산악회 잘못도 아니다.

이렇게 힘든 폭염 아래서 진행하는 산행은 극한의 고역인 셈이다.



가야산의 공룡능선을 알고부터 시된된 공룡능선앓이는 막상 공룡능선을 타면서부터 빗나간 사랑임을 알게 됐다.

온몸으로 혹독한 여름 날씨에 맞서 오른 결과 치고는 너무 초라한 성과다.

물론, 그 혹독한 땡볓 체험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아주 고통스럽게 느끼며 학을 뗀 산행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산의 또 다른 코스인 동성봉과 칠불봉을 연결하는 능선이 다음 목표다.

그러자면 산행 시간을 넉넉히 주는 친목 산악회를 따라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