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23.토 10:15-16:30(6시간 15분 산행) 날씨: 안개 많음
춘천 동창모임과 겹쳐 산악회에 신청했던 덕유산 무주구천동 계곡탐방은 취소했다. 모임은 오후 다섯 시에 시작해 1박 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기에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춘천지역 산을 타는 게 좋겠단 생각에 여러 산을 알아본다.
먼저 용화산과 오봉산을 연계산행 하면 좋겠는데, 차가 없으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차를 가져가면 회수하기가 어렵다. 용화산과 오봉산
은 이미 여러 차례 등산 경험도 있으니 제외한다. 다음으로 가평과 춘천 경계에 있는 소위 몽가북계, 즉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을
타고 모임장소인 춘천 지암리로 하산하여 모임에 참석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런 여름엔 수풀이 우거진 데다 들머리나 날머리를 찾기
쉽지 않아 몽가북계는 겨울 산행이 제격이라고 생각해 제외한다. 최종선택은 강촌에 있는 검봉산과 봉화산을 연계산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검봉산은 구 강촌역을 지나 강선사로 진입하여 들머리를 잡는다. 산길은 처음부터 된비알인 데다 돌 부스러기가 많은 너덜길이라 걷기가 만
만치 않다. 한참을 오른 후에 통천문을 만나 굴을 통과하려니 너무 좁다. 통천문에서 200m 아래인 얼굴바위를 보려면 내려가는 도중에 궝소
가 있는 모양이지만 사진에서 봤을 때 두 곳 은 크게 흥미를 끄는 명소가 아닌데다 날이 더우니 힘든 길은 사양하고 다음 기회로 미룬다.
강선봉 오르는 길은 주로 바위가 많고 경사가 가파른게 강 건너 삼악산과 비슷한 산세다. 바위군락과 어울리는 멋진 소나무도 더러 눈에 띈다.
삼악산 방향에서 보면 강촌역 위로 암봉이 볼만하여 골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강선봉을 벗어나면 무난한 육산이다. 강선봉에서 검봉산으
로 방향을 돌리며 가야할 방향을 가늠해 보고 발길을 돌린다.
때로는 낙엽송 군락을 만나는가 하면 참나무 군락, 소나무 군락을 거치기에 등로는 나무에 가려 햇빛은 별로 없다. 주말이라지만 인근 삼악산
의 명성에 가려 문배마을까지 가는 동안 두어 팀을 만났을 뿐 등산객도 별로 없는 호젓한 산행이었다. 등로를 따라 내려가며 문배마을은 그냥
지나치려는데 문배마을 저수지에 분수가 세 개나 분출되기에 일부러 내려가 본다. 이때부터 잘못된 탐방은 헤어나기 힘든 난관에 빠진다.
검봉산 등산지도
구 강촌역사는 현재 레일파크를 운영중이다. 뒤로 보이는 검봉산은 험란한 암봉구간이라 자못 긴장감이 돈다.
강선사 경내로 진입하여 등산을 시작한다
아담한 강선사 요사채
통천문의 앞뒤 모습
▲ 전망대 옆 소나무는 쓰러질듯 위태로워 보이지만, ▼ 앞쪽에서 보면 제법 명품티가 난다
바위를 먹고 자란 소나무가 비바람에 치여 뒤툴려 자란다
강선봉은 어떤 지도엔 405m로 나와있지만 이곳은 485m로 기록돼 있다.
올라오는 구간은 검봉산에서 제일 힘든 코스로 바위가 칼날처럼 뾰족하기에 검봉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강선봉을 내려서며 보는 검봉산 정상 부근
나무는 소화도 안 될 바위를 집어 삼키며 힘겹게 자라고 있다
검봉산
문배마을 저수지, 이 물과 옆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합쳐져 구곡폭포를 만든다
저수지에서 떨어지는 협곡, 잠시 후 춘천사람도 모르는 폭포의 비경을 만난다
봉화산 넘어가는 길로 진입해본다
보지 말었어야 할 폭포다. 저 폭포가 내 발길을 끌어들여 잠시 후 엄청난 고생을 한다
폭포 옆은 톱니바퀴 같은 단애가 사납게 입을 벌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 폭포 위를 왼쪽 바위를 타고 들어갔으나 나오기가 막막해 결국 위로 올라가며 탈출한다
폭포구간에 들어서자 문배마을 저수지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정말 70-80여m가 될 정도로 연속되는 폭포구간이다. 두세 개의 폭포는 무사
히 진입하고 중간부분의 폭포는 어떻게 들어서긴 했으나 되돌아 가기엔 너무 어려운 코스다. 몇 번을 시도하다 결국 포기하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너무 가팔라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이다. 이런 경우를 당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올라가기는 쉬워도 내려가는 길은 시야확보가 안
돼 더 어렵다. 건너가지 못하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르는 길도 홀더가 마땅치 않은데다 이끼같은 작은 풀과 젖은 낙엽이 깔려 있어 손발을 딛기도 어렵다. 사람이 다니지 않으니 구조
받기도 어려워 결국 혼자 활로를 뚫기로 한다. 바위에 손마디 하나라도 걸리면 체중을 손마디에 걸고, 나무뿌리를 만나면 썩은 동아줄이 아
닌지 확인하고 온힘을 다해 탈출에 성공한다. 몸은 땀으로 흠뻑 젖고 심장박동은 빠르게 뛴다. 그리고 얻은 해방감에 잠시 취해보지만 체력
소모가 너무 컸다.
몇 년 전 고가의 마무트등산화를 거의 반값에 구입한 게 있으나 밑창이 너무 딱딱해 신으면 무릎통증이 있어 눈이 쿠션작용을 할까싶어
눈이 왔을 때만 신었다. 최근에 이 등산화를 릿지 기능까지 되는 부드러운 밑창으로 교체한 걸 오늘 처음으로 테스트하기 위해 착용해
본다. 폭포구간은 바위가 가파른 데다 비가온 뒷날이라 습기도 있어 릿지기능을 테스트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일단 이 폭포구간에서
착용하고 미끄러지지 않고 탈출에 성공했으니 결과는 만족스럽다.
이 사진 하나 얻자고 들어간게 탈출할 때 개고생 좀 했다
탈출하고 나서 보는 위쪽 폭포
구곡폭포를 보고 봉화산으로 가야하나 체력소모가 너무 컸던 데다 모임시간도 가까워져 봉화산을 포기하고 능선에서 구곡폭포를 본다
어렵게 능선을 내려와 이번엔 마지막으로 구곡폭포를 보기위해 거슬러 올라간다
구곡폭포 아래 작은 폭포
九曲瀑布는 아홉 굽이를 휘돌아 내려오는 폭포란 뜻이겠지만 막상 앞에서 보면 구곡폭포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두세 굽이만 친다. 하지만 내가
고생고생하며 찍은 사진을 보면 문배마을 저수지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능히 구곡폭포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구곡폭포의 비경을 깊숙히 숨겨
두고 있어 폭포가 있는 춘천지역 사람들 조차도 모르는 폭포의 비경을 오늘 비로소 공개했다.
구곡폭포
구곡정
버스를 타고 의암댐에서 내렸으나 춘천댐 인근 지암리로 가는 대중교통이 없어 택시를 잡아타니 3만2천원이 나올만큼 먼 거리다
이로써 검봉산과 구곡폭포를 끝냈지만 봉화산은 긴 여운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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