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4.8.5.화 10:12-16:40(5시간 30분 산행) 날씨 : 흐린 후 갬
지난번 지리산 뱀사골을 다녀올 때 대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산 이름 중에 하나가 백운산이라고 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검색한 결과, 놀랍게도 4,414개의 산이 있는데, 봉화산이 47개로 제일 많다.
좁은 땅덩어리에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 조선시대까지 수많은 전쟁과 외침을 겪을 때 가장 빠른 통신수단은 봉화대였다.
이런 봉화대가 있는 산은 대부분 봉화산으로 불렸기 때문에 산 이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많은 게 국사봉 43개, 옥녀봉이 39개인데, 국사봉과 옥녀봉은 산의 한 봉우리에 지나지 않으니 굳이 산으로 칠 이유는 없다.
다음 자리에 매봉산이 32개로 4위에 랭크되어 있는데, 산으로 치면 실질적인 2위에 해당한다.
3위인 남산은 31개로 매봉산과는 불과 한 개 차이다. 그러면 정말 궁금한 백운산은 도도체 몇 개일까?
남한에 23개가 있다고 하니 가장 흔한 산 이름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산이 제일 많은 지역은 경북 680개, 경남 635개로 흔히 산골로 알려진 강원도 517개 보다 월등히 많다.
강원도는 설악산이나 오대산, 치악산 같이 워낙 큰 산이 많기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면적이 가장 작은 서울은 몇 개나 될까?
놀랍게도 42개나 된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수락산, 불암산 정도야 다 알겠지만 삼성산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아직 한참 멀었다.
서울 산 42개의 퍼즐 맞추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 같다.
내친 김에 산림청에 확인해보니 등산로가 개설된 산은 3,368개에 공식적인 등산노선은 9,797개이다.
이 등산노선의 총거리는 33,372km라니 지구둘레 약 4만km의 83%에 달한다.
하지만 비탐방로까지 합친다면 능히 4만km는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산길만 다 돌아도 지구 한 바퀴 도는 셈이다.
오늘 산행하는 백운산은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883m에 불과 하니 북한산 백운대 보다 겨우 46m 높다.
산행기점은 대략 해발 600m 정도될 테니 200-300여 m만 끙끙거리며 올라가면 된다.
내 기준으로 1천m 이상은 높고, 이하는 낮은 산이다.
경기 포천시와 강원 화천군에 걸쳐 있는 백운산은 904m, 전남 광양시에 있는 백운산은 1,218m로 이 세 산은 각각 산림청의 100대 명산이다.
산림청의 100대 명산에 두 개 이상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은 지리산과 경남 통영시 사량도에 있는 지리(망)산을 포함해 백운산 등 단 두개다.
백운산을 간다는 게 너무 돌아왔다.
일산에선 괜찮던 날씨가 영월로 접어들자 날씨는 비가 올 듯 잔뜩 흐렸고, 정선에 들어서자 좀 전에 비가 내린 듯 도로엔 빗물이 흥건하다.
현지에 내리니 백운산 정상엔 안개가 뒤덮고 있으니 오늘은 백운산(白雲山)이 아니라 백무산(白霧山)이다.
태풍이 지나간 뒤라 침수를 우려했던 잠수교를 건너 들머리까지 무난히 접어들지만, 산행을 시작하자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된비알이다.
된비알이야 감내하지만 길은 너덜길인 데다 비가 내린 뒤라 바위만 만나면 미끄러지고 진흙은 등산화에 껌딱지처럼 달라붙는다.
아무리 배낭이 무거워도 그 무게는 허리와 어깨가 감당하므로 요령있게 배낭끈 조절만 잘 해도 힘들지 않게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허나 등산화에 달라붙은 찰흙덩이는 찰떡궁합처럼 좀체 떨어지지 않아 다리에 걸리는 부하가 만만치 않아 힘들다.
뾰족한 바위를 만나면 진흙을 제거해 보지만 그때 뿐이다.
습기 머금은 경사진 바위를 잘못 딛기라도 하면 진흙이 윤활유가 되어 여지없이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몇 번 보니 걸음은 더 진중해진다.
게다가 비가 내린 뒤라 습도까지 높아 한증막에 들어선 듯 후끈거리며 이미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이다.
상체에서 흘러내린 땀이 바지를 타고 흘러내려 엉덩이 쪽에 난 선명한 땀 자욱이 야롯한 에로티즘을 유발시킨다.
땀 많은 계절엔 표 안 나는 검정색 바지가 적격이다.
정선 백운산은 동강의 가운데 위치하여 동강의 전망대라 불릴만큼 산꼬리를 비켜 흐르는 강물을 조망하기 좋다.
여섯 봉우리를 따라 오르내리며 깍여진듯 흘러내린 산비탈 아래로 푸른물 넘실대는 조화로운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게 이곳의 매력이다.
시야를 멀리 두면 함백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는 데 오늘은 시야가 좋지 않아 산 아래 동강과 가까운 산만 겨우 보인다.
백운산 등산코스
산행을 시작할 땐 조금 걸렸던 안개가 정상에 가까울수록 점점 짙어진다.
점심을 먹고 하산을 시작할 때야 비로소 해가 들면서 벗겨지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조망은 좋지 않다.
저 절벽에 서면 무더운 여름도 간담이 쪼그라 들만큼 시원하겠다.
거의 한 바퀴 휘돌아 속력이 줄어들 테니 완만한 흐름이 눈에 보인다.
백운산의 본색은 저런 돌산이다. 등로는 흙길이라지만 뻘건 진흙이라 등산화에 달라붙어 길을 내기가 쉽지 않다.
정상엔 돌탑을 세 개나 세웠지만 정상 표지석과 가까운 두 개는 인증사진 찍는다고 발부리에 채여 하나는 넘어지고 하나는 보수했다.
표지석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기왕에 돌탑을 세울 거라면 치악산이나 마이산 톨탑처럼 잘 쌓아야 웬만한 지진에도 견디지 않을까?
백운산에 뭔 나무가 이렇게 요상스런게 많은지?
동강은 S라인으로 흐른다. 홍천 금학산은 이런 모습을 수태극(水太極)이니 뭐니 하면 자랑이던데 이곳도 얼추 수태극 모양이다.
물이 많으면 가로질러 넘는 물도 있겠다.
백운산엔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회양목이 의외로 많아 다소 놀란다.
회양목은 상록활엽 관목으로 크기는 7m에 이르는데,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꽃은 3~4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잎은 마주 달리고 두꺼운 타원형이다.
자연 상태로 회양목이 자라는 곳은 주로 석회암 지대로 백운산은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회양목 군란지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니 겸손함이 있고,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가 있다.
노자의 도덕경 수유육덕(水有六德) 중 두 가지만 적어본다.
참나무에 자생하는 겨우살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만병통치약이라는 데....
여기도 돌탑이 있지만 완성도가 떨어지긴 마찬가지
같은 동강이지만 위치에 따라 다른 멋이 난다.
건너편 능선엔 지그재그 돌고 돌려 낸 길
산길 내내 힘들던 진흙길도 이곳에선 붉은 융단이 깔린듯 잠시 폭신거리는 솔잎을 만나지만 그도 잠깐뿐
굴이 제법 깊은 줄 알았더니 겨우 저 정도
백운산 여섯 봉우리를 돌고돌아 하산한 게 겨우 8KM 남짓하지만 찰진 진흙으로 고생한 다리가 아직도 편치 않다.
심심산천의 계곡이라 돌은 뾰족하겠거니 했지만 바닷가 몽돌처럼 동글동글하니 영겁의 세월에 서로 부디껴 닳고 닳은 모습이다.
어느 여름철 동강과 백운산을 연계한 산행을 한다면 며칠 건조한 날씨라야 진흙과 싸우는 노고를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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