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5. 목(설연휴) 08:22~12:52(이동 시간 04:30, 이동거리 11km, 휴식 시간 11분, 평균 속도 2.5km) 맑음
설을 지내기 위해 원주에 온 김에 지난 달 11일 개통된 소금산 출렁다리를 다녀온다.
요즘 출렁다리니 구름다리니 하늘다리니 하는 등의 이름으로 많은 산악 현수교가 놓이더니 드디어 소금산에도 생겼다.
월출산이나 대둔산 구름다리는 워낙 오래전이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청량산에 놓이고 구봉산에도 놓이자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에는 전북 진안의 구봉산에 구름다리가 놓인 이후 등산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를 벤치마킹이라도 하듯이 파주 감악산도 2016년 9월 출렁다리를 놓은 지 불과 14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넘겼다.
수도권과 가까운 소금산에 최장 출렁다리 설치 후 산악회에서 매 주말 모객은 만차를 넘어 두세 대씩 운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급증하는 방문객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몫한다.
소금산은 산행 시간이 너무 짧아 산행을 마친 후 겸사겸사 지역 관광을 나설 건 뻔하다.
주변 식당 이용과 상가에선 지역 특산물 판매 등 지역 상권이 누리는 부수적 효과도 클 테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맘 같아선 소금산으로 당장이라도 달려오고 싶었으나 고향 땅이니 언제라도 올 수 있어 이제껏 미뤘다.
모처럼 목우와 큰딸도 함께 오르면 좋겠으나 오전엔 처남댁에서, 오후엔 시댁에서 지낼 차례 준비로 혼자만 산행한다.
원주까지 함께 왔으나 이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늘도 여전히 혼자 산행에 나선다.
소금산 등산코스
지난 2016년 5월에 소금산을 다녀온 기록이 있어 연결한다. ☞ http://blog.daum.net/honbul-/930
그 중 간현유원지와 관련된 내용이 좋아(자화자찬) 따로 옮긴다.
이왕 간현에 온 김에 간현(艮峴)의 한자 뜻과 유래를 알아보자.
艮은 대표적인 뜻은 '그치다, 머무른다'이고, 현(峴)은 '고개'라는 뜻이다.
간현은 '이곳의 풍광이 너무 수려하여 가던 발길도 멈추고 머무르는 고개'라는 뜻이다.
조선 선조 때 이조판서를 지낸 이희가 낙향하던 길에 '주변 산세의 아름다움에 반해
가기를 멈추고 머물렀다.'는 데서 간현(艮峴)이라는 이름이 유래한다
이참에 艮 자가 들어간 한자 서너 개만 더 알아보자.
우리가 잘 아는 뿌리 근(根)은 나무가 멈춰 뿌리를 내린 것이고,
뉘우칠 한(恨)은 어떤 소원을 얻지 못해 마음이 거기에 그친 것이다.
흉터, 흔적 흔(痕)은 피부에 났던 상처가 아물었어도 뒤에 남아 있는 흠집이고,
물러날 퇴(退)는 뒤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艮 자가 포함된 더 많은 한자가 있지만 자주 쓰이는 글자만 살펴보았다.
이렇게 한자 하나로 어원과 관련된 여러 개의 한자를 알 수 있다.
그러니 옛말에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간현유원지에 대하여 이미 조선 시대 중기에 송강 정철이
"한수(漢水)를 돌아드니 섬강(蟾江)이 어디메뇨, 치악(稚岳)이 여기로다."
라고 관동별곡에서 수려한 풍광을 예찬한 섬강이 바로 이곳이다.
간현유원지 부근에 두꺼비 모양의 바위가 있어 두꺼비 섬(蟾)자를 써 섬강이라고 한 것도 이곳에서 유래됐다.
지난 번처럼 철길로 들어서니 우측 강 건너 오봉이 어깨를 마주하고 있다.
좀 전의 오봉 봉우리 중 하나
세 개의 터널 중 첫 번째 터널을 지나자마자 왼쪽에 있는 바위를 타고 오른다.
터널을 지나면 상가가 있는 지역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러자면 제법 멀리 돌아와야 한다.
이렇게 출렁다리가 생길 때마다 좀 전 기록을 경신하며 늘 제일 긴 현수교라고 뉴스를 도배한다.
종전까지 최고 길이였던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가 150m인 데 반해 원주 금수산 출렁다리는 50m 더 길다.
물론, 천장호 출렁다리가 207m로 제일 길지만, 산악형 현수교가 아니니 논외로 한다.
이제까지 기록의 싸움이고 보면 다음에 생길 산악 현수교는 적어도 210m 이상은 되어야 할 테니 걱정이 크겠다.
뭐, 그래도 기술은 날로 좋아지고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우리 민족에게 절대 불가능은 없다.
또한, 안전을 위해 너무 높은 곳에 설치하지 않을 테니 그 점 다소 안심이 된다.
이 출렁다리는 안전을 위하여 겨율철엔 09:00~17:00까지만 운영한다.
출렁다리가 시작되는 곳에 철문을 만들어 잠가 버리기에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 이후에 도착해야 한다.
이곳에 08:50에 도착하니 잠시 후에 관리인이 와서 문을 열어줘 별로 기다리지 않고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개통한 지 불과 한 달 정도밖에 안 돼 출렁다리에 칠한 색상이 뚜렷하다.
붉은색과 하늘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데, 시간이 흘러 퇴색되면 퇴색된 대로 멋지겠단 생각을 해본다.
바닥 가운데로 아래를 볼 수 있으나 굳이 볼 필요는 없다.
다리가 워낙 길다 보니 다소 출렁거림은 있으나 위험하지 않으니 무난히 건널 수 잇다.
잠시 후 가게 될 건너편 간현봉
소금산에 이렇게 긴 출렁다리가 생김으로써 산 아래 간현유원지도 옛 명성을 되찾기는 시간 문제인 듯 보인다.
겨울보다 여름철 물놀이를 겸한 방문이 기대되며 벌써 주변 상가의 즐거운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출렁다리에서 내려다 본 간현유원지
소금산 정상
소금산 정상이 끝나면 서너 군데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404개 철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사진처럼 거의 70~80도 경사가 있어 배낭이 계단에 걸리므로 큰 배낭은 조심해야 한다.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하므로 되돌아서 출렁다리를 다시 건너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왼쪽 절벽이 철계단이 놓인 비탈길이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출렁다리
간현봉으로 오르며 다시 보는 간현유원지
방금 하산한 소금산
간현봉 정상
간현봉에서 질러서 내려가다 보니 하경동굴이 보이길래 들어가본다.
굴 입구는 역 10여 m 길이에 높은 곳은 4m가 넘는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낮아지는 동굴이다.
아직은 겨울이라 동굴 내부에 물방울이 떨어져 역고드름이 생겼다.
겨우내 이렇게 컸으니 죽순처럼 빠르게 자라는 셈이다.
석회암동굴엔 석순이 자라고 물이 떨어지는 동굴엔 이렇게 빙순이 자라 볼거리를 제공한다.
길을 잘못들어 두몽폭포를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고 이렇게 폭포를 만난다.
간현봉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에 위치한 두몽폭포다.
겨울엔 물줄기가 약해 별볼일 없지만, 물이 얼고 그 위에 또 얼어 제법 근사한 폭포의 위용을 보여준다.
두몽폭포 아래 있는 폭포는 햇볕을 받아 푸서푸석한 게 곧 녹아 없어질 태세다.
두몽폭포 위치도
저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들어가야 소금산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다.
강원도 산골이라 아직 강물은 언 채 그대로 있다.
소금산 주차장의 소나무
주차장에서 한참을 걸어 예전 간현역으로 왔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강릉까지 새로운 ktx를 깔며 간현역을 폐역이 되어 지금은 레일바이크를 운영한다.
이곳에서 거의 한 시간마다 있는 52번 버스를 타고 원주로 들어간다.
버스는 돌고 돌아 13km 거리를 약 40여 분 걸려 원주 시내 지하상가에서 내릴 수 있었다.
굳이 소금강을 보려 오시려거든 간현봉 두몽폭포까지 묶어야 11km에 약 5시간 정도로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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